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2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25화(125/278)
125화.
미스릴 검이 다른 검보다 예리하기도 하지만, 다른 검보다 마나를 훨씬 잘 받아들인다.
똑같은 오러 블레이드라도 미스릴 검으로 구현하면 다른 검으로 구현한 것에 비해 훨씬 강력하다.
미스릴 자체가 마나를 100% 받아들여 오러가 가진 본래 위력을 발휘하게 만들어주니까.
일반 롱소드가 오러가 가진 위력을 60%만 발휘하게 해준다면 미스릴은 100%를 발휘하게 해주니 같은 실력의 기사라도 당연히 미스릴 검을 가진 기사가 우위에 설 수밖에 없었다.
‘괜히 미스릴 검이 소드 마스터의 검이라 불리는 게 아니지. 오러를 가장 잘 다루고 오러 블레이드를 구현할 수 있는 건 소드 마스터니까.’
하지만 순도 100% 미스릴 검은 파멸의 검 한 자루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미스릴은 다른 광물보다 제련하기가 훨씬 까다로운데 오직 미스릴로만 검을 만드는 건 대륙 최고의 장인조차 쉽게 도전할 수 없었다.
‘드워프 최고 장인이니 만들 수 있었던 거지.’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이건 게일을 위한 검이다.
카렌이 얻어 게일에게 주었으며, 잠시 잃어버렸지만 다시 찾아왔다.
파멸의 검은 자신의 운명으로 나를 이끈 것이 아니라 게일을 끌어들였다.
“게일.”
“네, 전하.”
“자네의 검이잖아.”
게일이 사양했다.
“전하, 저는 이런 좋은 검이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전하께서 검을 차시면 전하의 위엄에 한층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허례허식 같은 건 게일의 성격과 전혀 맞지 않았지만, 강경한 태도가 이어졌다.
“검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인의 힘을 나타내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일, 난 기사가 아니야. 검 같은 건 필요 없어.”
“전하, 검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십시오.”
게일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살짝 당혹스러웠다.
“일단 보관한다. 미스릴 검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의논하지. 분명한 건…… 내가 갖지는 않을 거야. 미스릴 검이 갖는 의미보다 실제로 사용했을 때 최고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사용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나는 게일을 손짓으로 막았다.
“자, 가자고. 출구잖아?”
멀지 않은 곳에서 달빛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게일이 가벼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덴, 검을 잘 챙겨줘.”
리오덴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전하! 살면서 미스릴 검도 다 쥐어보고.”
마법 주머니를 여는 리오덴은 파멸의 검을 쥐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 번 겨눠보겠나?”
슬쩍 속삭이는 리오덴의 말에 데이비드는 잠시 뒤에 고개를 저었다.
짧은 망설임에서 데이비드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번씩 겨눠봐. 게일이 갖는 게 가장 좋지만 끝내 거부하면 다른 기사에게 하사할 생각이니까.”
나는 분명하게 검에 대해서 선을 그었고, 게일은 포기한 듯 별말 하지 않았다.
자신이 갖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갖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한 모양이었다.
‘모르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천고의 보물을 아무렇지 않게 내어주고, 기사도를 읊으며 마음을 흔들어 자신의 정도에 함께 동행시켰던 점…… 정말로 그런 사람이 있구나.’
파멸의 검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콰아아아아-!
밖으로 나오자 동굴 안에서는 들리지 않던 폭포 소리가 크게 들렸다.
“도주에는 어울리지 않군.”
내가 쓰게 웃었다.
동굴은 예상과 같이 죽음의 폭포 근처로 이어져 있었다. 도주를 위하여 동굴을 통과하면 와이번 둥지로 돌아오는 셈이었다.
“반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도주했다면 와이번은 둥지가 아니라 어둠의 숲 다른 곳을 찾지 않겠습니까?”
리오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도 틀리지 않아. 자, 오늘은 지난 번 갔던 그 동굴에서 쉬자고. 내일 돌아가고.”
매복지를 모두 살펴보았다.
가장 유력했던 매복지의 도주로까지 살폈다.
“매복지는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이 좋겠어.”
모두가 동의했다.
죽음의 폭포 근처 지리는 이제 나도 제법 익숙했기 때문에 야영지로 선정한 동굴을 찾는 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달은 이미 하늘 가운데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제법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다.
“공기는 좋군.”
“네?”
잠시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행들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별말 아니야. 다 왔네.”
동굴에 도착하고 야영지 설치를 시작했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고 도왔다.
파멸의 검에 대한 입장 정리가 끝나니 마음에 홀가분해졌다.
무엇보다 주인공 카렌의 흔적을 선명하게 느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만족했다.
그는 정도를 걷는 사람이다.
나와 입장 차이가 분명하지만 그건 추후의 일이었다.
어쩌면 그에게 내 입장을 이해시켜 제국을 적으로 돌리지 않게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나름의 희망을 가져보았다.
칼페온 제국에 오고 내가 아룬 칼 레오드로 자각한 순간부터 카렌은 내게 있어 가장 큰 적이었다.
테드나 첸 혹은 그의 외조부들인 애트란 공작과 오스틴 공작보다 훨씬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럴 수밖에.
카렌은 아버지를 무찌르고 제국을 멸망시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주인공이니까.
하지만 그와 말이 통할 수도 있었다.
그도 인간이다.
또 내가 설정했듯 정의롭고 공명정대하며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다.
내가 좋은 정치를 펼치고 그가 펼치는 명분이 제국에 통하지 않게끔 만들면?
그는 개인적으로 아버지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은 할 수 있겠지만, 제국을 무너뜨리겠다는 결심은 하지 않을지도.
‘적으로 만나면 최선을 다해 꺾는다. 하지만 회유할 수 있다면 카렌만큼 훌륭한 수하가 있을까?’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은 밤이었다.
* * *
어둠의 숲에서 복귀하니 켄의 서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하의 명을 받고 수도로 올라온 뒤 곧바로 리버힐 가문부터 찾아갔습니다.
서신의 내용은 굉장히 길었지만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리버힐 가문에게서 켄은 정말 많은 것을 얻어냈다.
오스틴 공작이 아직 복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리버힐 가문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반역!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반역죄였기에 당장 황궁에 남아 있는 황궁 기사단과 수도 방어군이 가문의 정문을 뚫고 들어와도 할 말이 없었다.
켄은 정말 처절할 정도로 리버힐 가문의 살을 벗겨내고 뼈를 발라냈다.
아마 오스틴 공작이 있었다면 이처럼 많은 것들을 받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틈을 잘 노렸네.”
나는 켄의 서신을 내려놓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신은 연이어 도착할 예정이었다. 켄은 일차로 리버힐 가문과의 협상만 정리하여 보냈다.
아직 애트란 가문도 남았다.
-악의 종자에 관한 건 전하께서 올라오신 뒤 폐하께 직접 시신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전 회의에 연통을 넣어 두었습니다. 서부에서 복귀하시면 전하의 위상이 한층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여 놓은 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신을 가져온 게 어제라고?”
“네, 전하.”
서신을 가져온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자 낯이 익었다.
“자네는 궁에서 근무하는 건가?”
“네. 소리스를 따라 길드에서 왔습니다.”
“그렇군. 고생이 많아.”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 그만 올라가서 쉬도록.”
그림자 걸음 길드원을 보자 나는 마음을 굳혔다.
‘헤밀튼을 먼저 올려보내자.’
내가 수도로 돌아갈 때 헤밀튼을 데리고 가려 했었지만 마음을 바꿨다.
지금부터 궁에서 할 일이 많았다.
서부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당장 올라갈 순 없었고 먼저 궁에서 이런저런 일을 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기사단 인원은 모두 이곳에 있으니 상관없고, 군사 조직은…… 켄에게 맡겨 두는 편이 좋을 것 같고.”
소리스를 도와줄 행정 인력들은 아무래도 수도에 인재가 많을 터였다. 아카데미가 모두 수도에 몰려 있으니까.
‘아카데미 출신 인재들도 서서히 포섭해야 돼.’
소리스 혼자서 모든 정보를 담당하는 건 아무래도 여력이 부족했다.
“밖에 있나?”
“네. 전하.”
헤밀튼의 집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헤밀튼 남작 좀 불러주게.”
“네.”
어둠의 숲에서 돌아온 뒤 여전히 헤밀튼 성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은빛 모래가 도착할 때까지는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게일은 어느새 기사들을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데이비드와 리오덴도 당연히 포함되었다.
황태자 직속 기사단 창설이 처음이었고 게일은 단장으로서의 책임감이 크니 무척 엄하게 기사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헤밀튼 역시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 서부 영주 중 한 명이었지만 그는 영주 신분이었기에 기사 훈련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돌아오자마자 정화의 물 소식을 듣고 그곳을 살피러 갔던 것까지 기억났다.
아마 지금쯤이면 돌아왔을 것이다.
아침에 나갔고 정화의 물은 영주성과 붙어 있는 마을에서 흐르고 있었으니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도록.”
헤밀튼이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전하.”
나는 헤밀튼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의 집무실이었지만, 내가 머물면서 사용하는 중이다.
헤밀튼과 들어온 집사는 능숙하게 두 잔의 차를 마련했다.
짧게 고개를 숙이고 나가는 집사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헤밀튼의 집사는 유능하군. 벌써 내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말이 없어도 이런저런 준비를 해주니까.”
“감사합니다.”
나는 본론을 꺼냈다.
“내가 구상하고 있는 조직이 있어. 헤밀튼이 그 조직의 수장을 맡아줬으면 하는데.”
헤밀튼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수도에 그림자 걸음 길드라고 있었어. 길드원들을 내 수하로 받아들였고 그들 덕분에 암살 위기를 넘겼지.”
눈을 동그랗게 뜨는 헤밀튼을 보면서 나는 피식 웃었다.
“왜? 의외인가?”
“누가 있어 감히 황태자 전하를 암살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모두가.”
이번에도 의외의 대답이었던 걸까?
헤밀튼의 눈동자에는 불신과 경악이 떠올랐다.
마이크 후작은 언제나 중앙에 귀를 열어두고 있었지만, 헤밀튼은 자신의 영지에 만족하고 영주민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에 집중하는 영주였다.
‘마이크 후작 역시 영주민들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지만. 헤밀튼은 그냥 중앙 정치 자체에 관심이 없던 편이었지.’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열었다.
“자네가 필요해. 적의 심장부까지 접근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할 수 있는 사람. 자네를 비롯하여 서부의 영주들이 나를 지지하고 있지만 중앙에서의 아룬 칼 레오드는 외롭지.”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솔직할 필요가 있었다.
“왜 내가 이곳에 사령관으로 왔겠나? 나는 세력이 필요해. 나를 지켜 줄 세력이. 다른 곳은 이미 나의 형제들, 형제의 외가들이 모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지만 서부는 아니니까.”
헤밀튼은 가만히 내 말에 집중했다.
“부탁하네. 자네가 내 귀가 되어주고 내 그림자가 되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