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2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26화(126/278)
126화.
나는 헤밀튼에게 결정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림자 걸음 길드는 정확히 어떤 길드였습니까?”
“도둑 길드를 가장한 암살 길드이지.”
헤밀튼의 표정이 굳어졌다. 황태자가 개인적으로 흡수한 조직이 암살 길드라는 건 썩 좋은 느낌은 아니니까.
빙긋 웃는 나의 모습에 헤밀튼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내가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 권력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면 자네는 믿기나?”
헤밀튼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권력에 대한 욕망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하지만 나를 지탱하는 동기의 대부분이 생존이라면? 그건 더 믿기지 않겠지?”
“그……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자리는 하나이고 노리는 사람은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이네. 아바마마는 제국을 세우시고 후계를 든든히 하셨지만 명분에서 가장 앞서는 맏이가 무능하고 소심했으니.”
“전하.”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얼마나 탐나 보이는 자리였겠나. 그리고 그건.”
나는 어느새 웃음기를 지웠다.
“여전히 마찬가지야. 내가 서부에서 악의 종자를 죽이고 큰 공을 세웠지만…… 그들의 경계심만 높아졌을 뿐 탐욕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욕망은 쉽게 버릴 수 없으니까.”
제법 긴 말에 나는 목이 말랐다. 식어버린 차가 마른 목을 적셔주었다.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야. 그런데 소드 마스터를 암살한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났어. 충성을 맹세했고. 여기서 나는 어떻게 해야겠나?”
“전하…….”
말끝을 흐리는 헤밀튼을 보면서 나는 다시 웃었다.
“적당히 서부 영주로 지내게 놔두기에는 군주로서 인재를 방치하는 셈이 아닌가?”
“전하께서는 이미 서부의 영웅이십니다. 이미 충성을 맹세하였으니 기사로서 전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헤밀튼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몸을 일으켜 헤밀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고마워. 남작 직위는 그대로 유지 될 거고 당연히 영지도 유지될 거야. 라인하이드 가문의 물건과 정화의 물이라면 영주민들의 삶도 한결 나아질 것이고.”
헤밀튼에게 영주민들은 특별한 존재였다.
영주와 영주민의 관계가 아니라 형제나 다름없는 이들이었다.
대부분이 광산에서 함께 먹고 자랐다.
“정화의 물과 그에 필요한 꽃들은 주민들이 직접 마련하여 중간 유통 상인들에게 넘기는 것으로 재화를 마련하면 문제없을 거야.”
“감사합니다. 전하.”
“본래 내가 올라가서 상인들을 섭외하려고 했는데 자네가 새롭게 얻게 되는 부하들을 시험할 겸, 상인들 섭외를 맡겨봐.”
“네, 전하. 하면 올라가면서 몇 명을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 모두 암살비기를 익힌 이들입니다.”
“좋아. 소리스에게 서신을 미리 보내두면 마중을 나올 거야.”
나는 결정이 났으니 속전속결로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준비가 끝나면 올라가. 작별 인사 정도는 해야지.”
“황궁에만…… 있어야 하는 겁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적진에서 정보를 캐는 것은 물론 제국 전반의 중요한 정보를 자네가 이끄는 조직이 맡을 거야. 황궁에만 있어서 되겠어?”
살짝 걱정이 되었다.
‘암살 자체에는 뛰어나지만 다른 것은 많이 배워야겠어.’
헤밀튼이 서투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를 수장으로 삼는 결정은 바꿀 수 없었다.
‘소리스가 당분간 바쁘겠지만.’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입을 열었다.
“자, 결정이 되었으니 앞으로 더 잘해보자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나는 헤밀튼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무리 없이 헤밀튼에게 새로운 조직의 수장을 맡기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황태자 직속 조직이 하나 둘 모습을 갖춰 가고 있었다.
“게일은 수련 중인가?”
집사가 뒤로 붙으며 대답했다.
“기사들과 오전에 수련을 끝내고 식당으로 모였습니다. 전하께서 가신다는 사실을 알렸으니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였다.
그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전투, 정찰이었다. 노숙도 오래했다. 편안한 영주성보다 야전 막사에서 자는 일이 더 많았다.
와이번 사냥이 이제 목전에 왔으니 그동안은 푹 쉴 생각이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앉아. 모두들 열심이군.”
사람들이 음식을 놓기 시작했고, 나는 가장 먼저 포크를 들었다.
“게일, 기사들은 좀 어때?”
“모두 훌륭한 재원들입니다.”
“바쁘겠지만 게일에게 한 가지 더 맡기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만 하십시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궁수와 기사들 훈련이지. 리오덴을 부교관으로 삼아서 은빛 모래가 도착하기 전까지 사냥 훈련을 하는 게 어때?”
“좋은 생각이십니다.”
게일보다 리오덴이 먼저 나섰다.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이 사냥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는 건 리오덴이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니 다른 사람보다 동기가 강했다.
“네, 전하. 그렇게 하겠습니다.”
“은빛 모래는 사흘 안에 도착할 거야. 장인들이 모래를 받아 화살을 강화하는 데 다시 이틀. 멀지 않았어 사냥까지.”
식당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은 당연히 사냥에 참가가 예정되어 있었다.
누구의 눈동자에서도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크와의 전쟁, 언데드와의 전투는 평가 대회 출신 기사들을 한결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실력도, 정신력도.
“켄이 은빛 모래만 보냈습니까?”
게일의 질문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설마. 와이번 사냥에 대해 알고 있는데 당연히 그에 맞춘 몇 가지 마법 아이템도 보냈지. 식량도 많이 올 거야. 서부에 비축량이 별로 없으니 그건 마이크 후작성으로 갈 예정이고. 다른 영지로 나눠 줄 거야.”
음식을 나르는 하녀들과 집사의 표정이 숨길 수 없이 밝아졌다.
당장 저녁을 굶어야 하는 처지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수도에서 식량이 내려오는 소식만큼 기쁜 게 없으리라.
“자,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힘내자고.”
나의 말에 모두가 짧게 대답했다.
“네. 전하.”
* * *
은빛 모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도착했다.
열 대가 넘는 수레에 실려 오는 은빛 모래를 보면서 나는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장인들이 밤을 새어 내일까지 작업을 완료한다고 자신했습니다.”
마이크 후작의 말이었다.
“분량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네. 아마 궁수 한 명당 은빛 모래로 강화한 화살을 예상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와이번 사냥은 서부 영주들에게도 지대한 관심사였다.
내가 사냥 성공의 부산물을 서부와 나누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영주들 모두가 하나라도 더 돕기 위하여 나서고 있었다.
당장 와이번 사냥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영주들은 자신의 영지에 있는 장인들을 마이크 후작 성으로 파견한 상태였다.
덕분에 마이크 후작 성에 있는 대장간들은 서부 각지에서 모인 장인들로 붐볐다.
마지막 수레까지 대장간이 있는 곳으로 향하자 나는 마이크 후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연합은 생각 좀 해보셨습니까?”
“전하의 말씀이 옳다는 것을 압니다. 부담이 가시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요.”
마이크 후작이 소심한 게 아니라, 그만큼 예민한 문제였다.
“공식적인 단체를 만드는 건 아닙니다. 그건 오해를 받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지방 영주들이 하나로 모이는 건 자칫 반역으로 몰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나는 다른 지방을 예로 들었다.
“동부에는 스무 명이 넘는 귀족들이 애트란의 영향을 받습니다. 또 남부에도 열다섯 명 이상이 오스틴 공작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죠.”
그들도 단체 혹은 연합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어떤 오해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그들의 수장이 바로 애트란 가문과 오스틴 가문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크 후작이 으음, 하고 신음을 삼켰다.
“서부 연합의 실질적인 수장은 제가 맡을 겁니다. 물론 중앙에서 힘을 갖출 때까지 마이크 후작님이 고생을 많이 해주셔야겠지만요.”
나는 옅게 웃었다.
“수도와 서부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의 귀족들은 서부에 큰 관심이 없죠. 국경을 마주한 곳도 아니고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니까요.”
영주 휘하의 병사들이 강병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서부는 별 볼 일 없는 지역이었다.
강병도 그 숫자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무서운 법이다. 서부는 정예 병사가 있지만 머릿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잦은 몬스터의 침공과 기근으로 인구수가 늘지 않았다.
“리버힐 가문에서 식량은 물론 여러 재화들이 들어올 겁니다. 헤밀튼 남작 영지에 정화의 물이 발견되었으니 곧 상인들도 서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켄과 상의하지 않았지만 내가 나름대로 그리고 있는 상업 활성화에 관한 것도 마이크 후작에게 설명했다.
“몬스터는 위험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막대한 재화나 마찬가지입니다. 성벽을 튼튼히 쌓으시고 기근이 해결되면 서부의 강병들을 몬스터 사냥에 투입하는 방법도 고민해보십시오.”
“많은…… 생각을 하셨군요.”
나는 내심을 숨기지 않았다.
“서부는 제 힘이 될 거니까요. 이곳의 세력이 강해지지 않으면 저는 황궁에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정치력이 강해지기 위해서 지지하는 세력의 크기가 매우 중요한 법이니까요.”
마이크 후작도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전하께서 이제 성년식을 치른다는 사실을 믿기기 힘듭니다.”
“마이크 후작의 손자와 제 나이가 비슷하다고 들었습니다.”
“기사도 되지 못하고 속만 썩이는 놈이죠.”
마이크 후작은 아들을 전장에서 잃었다. 손자 역시 재능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닌 모양이었다.
“마이크 후작의 핏줄이라면 결코 평범한 재능이 아닐 겁니다.”
“전하의 반의반만 따라가도 소원이 없겠습니다.”
병사 한 명이 다가와 나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전하, 장인들이 작업 공간이 부족하여 몇몇은 근처 가까운 대장간으로 이동하여 작업을 하겠답니다.”
“물론이지. 헤밀튼 남작의 영지도 가깝잖아. 그쪽 대장간도 모두 사용하고 그도 모자라면 가까운 대장간부터 채워서 작업하도록.”
“네, 전하.”
나는 마이크 후작의 집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장인들을 배불리 먹이고 그들의 작업이 끝나면 고생에 걸맞는 은화를 지급하도록.”
“네, 전하.”
나는 기지개를 쫙 펴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마이크 후작의 대답을 종용했다.
“후작님의 결정은 더 기다려야 될까요?”
“늙은이의 마지막 힘을 불태워 서부의 힘을 하나로 모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부는 대대로 서로의 영지에 의지하며 살았던 지역입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하나의 연합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마이크 후작이 덧붙였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겠지만요.”
나는 은밀하게 말했다.
“서부의 만성적인 기근이 해결되면 병사들을 육성하는 데 힘을 주세요. 아주 나중의 일이지만 서부만큼 마탑을 세우기 좋은 곳도 없을 겁니다.”
물론 이건 나조차도 언제 이루어질지 가늠할 수 없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마이크 후작에게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모든 것을 밝혔다.
그는 내가 황궁으로 올라가도 서부에 남아 힘을 기르고 내가 생각하는 그림의 초안을 작성할 사람이다.
내 생각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게 중요했다.
“몬스터 사냥…… 이번 와이번 사냥이 서부 몬스터 사냥 역사의 첫 걸음이 되겠군요.”
어둠의 숲은 넓다.
몬스터는 셀 수도 없다.
주기적으로 서부로 내려와 인간들을 노린다.
그만큼 몬스터 부산물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희귀한 몬스터 부산물은 마법사들의 마법 재료였다.
서부만큼 안정적인 몬스터 부산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은 대륙 전체를 통틀어 보아도 손에 꼽혔다.
“켄 군사가 내려오면 세부적인 상황을 논의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물론이죠.”
마이크 후작이 내 제안을 받아들여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 * *
장인들이 꼬박 이틀에 걸쳐 완성한 은빛 모래 강화 화살!
총 만이천오백 발의 화살이 만들어졌다. 이백오십 명의 궁수들이 각자 오십 발씩 나눠 주었다.
나는 궁수, 기사들 앞에 서서 선언했다.
“자, 폐허의 지배자! 과분한 칭호를 갖고 있는 몬스터, 와이번을 사냥한다!”
어떤 칭호가 붙어 있든, 라인하이드 가문의 가디언이든 와이번은 몬스터다.
나는 그 사실을 병사들에게 주지시켰고 걸음을 옮겼다.
서부의 깊은 상처를 남긴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 사냥을 위하여 출전하는 나를 위하여 주민들은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성벽에 올라 손을 흔들었다.
라인하이드 가문의 가디언이라는 단서를 준 아들 잃은 노인 역시 성벽에 나와 있었다.
점차 성벽이 멀어지자 나는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사흘. 우리는 사흘 안에 와이번의 시체를 가지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