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2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27화(127/278)
127화.
우리는 매복지로 선정한 곳에 야영지를 꾸렸다.
매복지로 올 때까지 네 번의 전투가 있었지만, 모두 어렵지 않게 승리했다.
와이번 사냥 전에 실전으로 감각을 쌓은 셈이라 자신감도 붙었다.
막사 밖에서 나를 기다리던 이들을 불렀다.
“들어오도록.”
게일의 뒤로 리오덴, 데이비드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와이번을 끌어들일 아이템은 모두 준비가 끝났지?”
“네. 헤밀튼 남작이 가져온 보석 몇 개와 리버힐 가문이 보유하고 있었던 지팡이 두 개를 준비했습니다.”
리오덴이 이번 사냥의 중심이었다.
“와이번이 혹시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둥지에서 가져 온 보석들을 둥지와 가까운 곳에 배치하면 좋겠습니다.”
“가까운 곳에?”
리오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둥지 근처에 보석이 있으면 와이번은 반드시 회수하러 올 겁니다.”
나는 리오덴의 말을 이해했다.
“일단 확실하게 보석을 회수하게 만들고 매복지로 이동하는 경로에 하나하나 라인하이드 물건을 심어 놓자는 말이지?”
“네. 사탕을 찾는 어린아이처럼 와이번은 라인하이드 물건에 끌려 매복지로 오게 될 겁니다.”
“좋아.”
리오덴의 의견은 적절했다. 다른 사람들도 반대하지 않았다. 일단 매복지로만 끌어들이면 전투는 자신이 있었다.
“궁수들과 기사들에게는 충분한 휴식을 주자고. 리버힐 가문이 만든 알람 아이템은 웬만한 경계병보다 나을 거니까.”
“모두 극상품이었습니다.”
직접 알람 마법을 설치한 데이비드의 감상에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켄 군사가 이번에 아주 단단히 뜯어냈거든. 무려 반역죄를 덮어주는 건데 사소한 아이템 하나라도 최상급으로 받아야지.”
게일은 할 말이 있어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애트란 가문과 리버힐 가문을 용서한 게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동안은 별말 하지 않고 있었지만, 한 마디 짚고 넘어갔다.
“두 가문에게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온다면 그때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됩니다.”
“당연하지. 어쩌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서부에 사용한 것인지도 몰라. 하지만 후회는 없어. 그들을 없애는 것만큼이나 나의 세력을 일구는 것도 중요하니까.”
내 세력을 만드는 것, 꼭 그 이유 하나만 보고 두 가문과 협상한 건 아니었다.
“한 가지를 더 곁들이자면 두 가문은 이 죄가 알려지면 멸문 당해. 아바마마께서 용서하지 않으실 테니까.”
세 사람의 눈동자에 같은 궁금증이 떠올랐다. 이어지는 나의 말이 매우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들의 충성을 얻어낼 수 있다면 제국에 얼마나 홍복인가?”
아, 하고 탄성이 터져나왔다.
“물론 어려운 일이겠지. 애트란, 리버힐은 제국 이전부터 명가로 불렸으니 그들이 세우는 제국을 꿈꿨을 거야. 충분히 그런 힘을 가진 자들이니까.”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바마마의 존재는 명가들 사이에서 유지되고 있었던 균형을 무너뜨렸고 칼페온 제국이 세워졌어. 그들은 졸지에 야망을 잃어버린 강자가 된 거야.”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세 사람은 점점 집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나를 나이로만 평가하지 않았다.
황태자라는 직위, 나는 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나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게일 앞에서도, 지나가는 병사의 시선도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위엄과 명분 그리고 운명의 상징은 파멸의 검과 같은 특정한 물건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나의 아버지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는 맨손으로 제국을 일으켰다.
카렌도 다르지 않았다.
“권력에 야망을 가진 자의 충성을 받기란 어려운 일이지. 그들이 적당한 권력을 원하는 게 아니라 정점의 권력을 추구하니까.”
“쉬운 가문들은 아니죠.”
리오덴의 감상에 나는 덧붙였다.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으면 힘으로 부러뜨려야겠지만…… 그들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무력마저 떨어지면 명가의 충성을 받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
나는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웃었다.
“더 압도적인 힘과 영향력을 가지면 또한 가장 먼저 머리를 숙이는 것도 강자들이니까.”
세 사람은 나의 말에 각자 고민에 잠겼다.
“자, 두 가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사냥에 집중하자고.”
“네!”
리오덴의 힘찬 대답에 나는 한 마디를 더했다.
“와이번 사냥을 기점으로 많은 게 달라질 거야.”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었다.
칼페온 제국에 온 이후 처음에는 살아남기에 바빴다.
적응할 틈도 없이 황궁에서 오직 생존을 위하여 싸웠다.
이제 주변의 상황을 둘러보고 수하들을 얻으면서 여유가 찾아왔다.
‘생존에 대한 사투가 실력의 급상승을 불러왔어.’
상급 정령사 마스터가 된 이후 스스로도 달라진 게 느껴졌다.
꽉 찬 마나 홀은 언제나 나에게 힘을 주었고 바람의 호흡법은 맑은 정신을 선물했다.
존재 자체만으로 든든한 땅의 정령, 나의 검이라 할 수 있는 바람의 정령, 이그니스처럼 통통 튀는 성격이 대부분이지만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불의 정령 그리고 모든 걸 조화롭게 이끄는 물의 정령.
“내일이야. 마이크 후작 성을 나오면서 온갖 폼을 다 잡았으니 꼭 내가 뱉은 말을 지켜야겠지? 와이번을 사냥하고 돌아가자고.”
* * *
콰아아앙-! 쾅-!
와이번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격렬했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엄청 흥분한 것 같은데?”
게일은 와이번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대답했다.
“확실히 저희가 보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라인하이드 가문의 가디언으로서 물건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분노가 아닐까? 다시 찾았다는 안도감보다는 자책하는 감정이 더 큰 모양이야.”
보석이 박혀 있는 절벽에 거침없이 날아드는 와이번의 모습은 강렬한 기세를 풍겼다.
쾅-!
절벽에서 보석을 빼낸 와이번이 방향을 돌렸다.
“그냥…… 가는 걸까요?”
당혹스러운 게일의 목소리를 나는 안심시켰다.
“둥지에 두고 돌아올걸? 다른 보석도 분명 봤을 거야. 절벽에 박힌 보석도 놓치지 않고 찾아낸 놈인데 못 볼 리가 없어.”
아니나 다를까 와이번은 금세 다시 하늘을 날아왔다.
지금까지는 둥지와 멀지 않은 곳이다.
“온다. 가자.”
나와 게일은 빠르게 움직였다.
와이번은 착실하게 보석을 회수하고, 둥지에 가져다 놓는 일을 반복했다.
“매복지 동굴이 도주로로 오히려 적합한 것 같아. 둥지와 가까운 게 와이번의 허를 찌를 수 있겠어.”
“도주할 일은 없을 겁니다.”
단호한 의지가 담긴 게일의 목소리에 나는 웃으며 격려했다.
“물론이지. 자, 다음 장소로 가자.”
나와 게일이 와이번이 매복지까지 잘 오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모두가 위험하다고 자신들이 척후병 역할을 맡겠다고 자원했지만 나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냉정하게 변수가 생기면 나와 게일의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까.
쾅-! 쾅-!
폐허의 지배자 와이번은 온갖 성질을 부리고 있었다.
곳곳에 라인하이드 가문의 보석이 깔려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보였다.
“점점 가까워진다.”
매복지와는 이제 멀지 않았다.
“신호 보낼게.”
신호는 실프가 담당했다.
빠르게 사라지는 실프를 보면서 나는 게일과 함께 와이번의 이동에 보조를 맞췄다.
매복지에는 작은 보석을 두지 않았다.
파멸의 검을 절벽에 꽂아 두었다.
엄청난 모험이었지만 폐허의 지배자를 확실히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파멸의 검이 제격이었다.
‘본래 파멸의 검을 지키는 가디언인데 던전이 파괴되고 파멸의 검을 잃어버렸으니.’
폐허의 지배자가 광분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둥지에 있는 보석보다 파멸의 검이 가디언으로서 우선적으로 지켜야 하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카렌에게 잃어버린 줄 알았던 검이 모습을 드러냈으니 저리 서두를 수밖에.’
실로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나는 게일과 함께 달렸다.
매복지로 들어가는 와이번의 모습이 보였다.
파멸의 검을 향해 와이번이 돌진했다.
파파파팟-!
높은 공중에서 파멸의 검을 회수하려는 와이번이 고도를 낮춘 순간이었다.
궁수들의 화살이 와이번의 위를 뒤덮었다.
푸슉-! 푸슉-!
끼에에에에엑!
와이번이 순식간에 고도를 높였다.
“엘라임!”
나는 절벽 밑에서 엘라임을 소환했고, 게일은 경악스러운 속도로 절벽을 올랐다.
엘라임은 궁수들의 머리 위로 물의 장벽을 펼쳤다.
나는 실울펜을 소환했다.
“올라가자.”
실울펜이 나를 태운 뒤 게일의 뒤를 따랐다.
와이번은 궁수들을 공격하기 위하여 다시 고도를 낮췄다.
‘화살이 먹힌다.’
와이번의 등 뒤에는 궁수들의 화살이 꽂혀 있었다. 족히 수십 발이 넘었다.
화살이 반쯤 박혀 있었다.
검붉은 피가 와이번의 등에서 흐르고 있었다.
끼에에엑!
강렬한 피어가 담긴 울음 소리였다.
나는 마나 홀이 뒤틀려 잠시 휘청거렸다. 다음 공격을 준비하던 궁수들 중 대다수가 활을 떨어뜨렸다.
콰아아앙-! 쾅-!
와이번은 피어에 이어 물의 장벽을 거칠게 때렸다.
육중한 몸이 물의 장벽에 부딪치자 폭음을 일으켰다.
나는 절벽 위에 도착하자마자 실울펜에서 내렸다.
엘라임에게 꾸준히 마나를 분배했다. 내가 뚫리면 곧바로 기사들과 궁수들이 위험에 노출된다.
기사들은 궁수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뽑았지만, 그들이 나서는 경우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도주할 때 궁수를 보호하는 역할이 기사들에게 부여된 임무였다.
그들은 행여나 물의 장벽이 뚫릴까 봐 불안한 얼굴이었다.
‘엘라임 버틸 수 있지?’
-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콰아앙-! 쾅-!
와이번이 속도를 높였다. 수직으로 치솟았다가 번개 같이 내려와서 강력한 발톱으로 물의 장벽을 찍었다.
쾅-!
“궁수들 내려올 때를 노려!”
와이번의 공격 습성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와이번은 몸 자체가 무기였다.
하늘에서 내려와 발톱이나 강철보다 단단한 날개로 상대를 공격한다.
여느 몬스터라면 발톱에 몸이 뭉개지거나 혹은 휘두르는 날개에 으깨질 것이다.
피어가 유일하게 마법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다.
게일이 허공을 밟았다.
고오오오오-!
강렬한 기세에 와이번이 시선을 돌렸다.
와이번은 궁수에서 게일로 목표를 바꾸었다.
가장 강력한 적이라고 본능이 경고했기 때문일까?
이 역시 사냥 방법 회의 중 논의되었다.
내가 궁수들을 적절하게 보호할 수 있지만 공격이 막힌다.
당장 하늘 위로 활을 쏘려면 물의 장벽부터 치워야 하니까.
궁수가 첫 번째 기습으로 와이번을 공격한 뒤 게일이 시선을 끌기로 약속했다.
게일이 기세를 피어 올리면 와이번은 결코 무시할 수 없으니까.
계획대로 착착 흘러갔다.
게일을 향해 날아가는 와이번을 보면서 나는 물의 장벽을 거뒀다.
“궁수 준비!”
동시에 나 역시 이그니스를 소환했다. 더불어 클라임도 절벽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검 한 자루를 들고 날아오는 와이번을 직시하는 게일의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결의가 느껴졌다.
푸른 오러 블레이드가 족히 2미터는 넘게 게일의 검에서 뻗어나왔다.
고오오오오오-!
그리고 나는 이그니스와 실울펜의 바람의 화염을 준비했다.
게일은 피하지 않고 오러 블레이드를 날렸다.
서걱-!
무엇이든 벨 수 있다는 오러 블레이드가 와이번의 날개 한쪽을 찢었다.
날개가 잘린 건 아니었지만 와이번이 중심을 잃기에는 충분했다.
“발사!”
궁수들에게 명령을 내리면서 나는 화염의 바람을 펼쳤다.
푸슉-! 푸슉-!
역시 서부의 궁수들은 모두 명궁이었다.
뒤틀거리는 와이번의 몸에 백 발이 넘는 화살이 동시에 꽂혔다.
실울펜과 이그니스가 일으키는 화염의 바람 모양이 화살로 변했다.
‘모양도 만들 수 있어?’
-바람은 형체가 없습니다.
실울펜의 묘한 대답과 함께 거대한 불화살이 와이번의 몸통에 직격했다.
쾅-!
끼에에에에엑!
비명이 분명했다.
와이번이 아래로 추락하자 클라임이 크게 뛰어올랐다.
클라임에게 마나 공급을 늘이자 몸집이 더욱 커졌다.
와이번에게 밀리지 않는 몸집을 갖게 된 클라임은 와이번의 목을 두꺼운 손으로 감았다.
쾅-!
그대로 지상으로 추락한 와이번을 향해 게일이 쏜살같이 날아왔다.
서걱-!
푸른 오러 블레이드가 와이번의 목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