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3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30화(130/278)
130화.
황궁으로 갈 시기는 내가 정하지 못했다.
-돌아와서 전공을 보고하도록.
단 한 줄의 서신이었지만 그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평가 대회 출신 기사들, 마이크 후작이 붙여준 호위 병사들과 함께 수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켄보다 먼저 내려온 전령으로 인하여 다들 부랴부랴 짐을 꾸렸다.
서부에서 아직 하지 못한 일이 많은데 이토록 빨리 황궁으로 돌아갈 줄은 몰랐다.
멀리서 수도의 성문이 보였다.
서두르라는 말은 없었지만, 아버지의 서신에는 꼭 빨리 오라는 말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보오펜 백작 성에 들르는 것조차 생략하고 나는 황궁으로 곧장 길을 잡았다.
서부에서 출발한 지 나흘 만에 황궁 정문을 보게 되었다.
나를 맞은 건 공신들이었다. 오스틴, 베레곤, 얀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제임스 공작까지 내게 허리를 숙였다.
질풍에서 가볍게 내린 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님들께서 직접 마중을 나오시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군요.”
베레곤 공작이 대표로 대답했다.
“응당 제국의 신하로서 황태자 전하를 성대하게 맞이하는 게 당연한 처사입니다.”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네 명의 공작 뒤로 중앙 귀족들이 빠짐없이 모여 있었다.
과연 이것이 나의 달라진 위상인지 아니면 아버지의 지시인지 궁금했다.
“들어가시죠. 아바마마께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내가 걸음을 옮기자 귀족들이 양 옆으로 갈라지며 길을 만들었다.
‘확실한 건 내 위상이 달라지긴 달라졌어.’
귀족들의 눈빛부터 달랐다.
평가 대회 우승 때처럼 기특해하는 눈빛과 경계심 어린 눈빛들이 섞였다.
“동생들도 나와 있었네.”
나의 말에 테드가 허리를 숙였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꽤 오랜만에 만난 테드는 키가 한 뼘 정도는 큰 것 같았다.
한창 자랄 때였지만 서부에 간 동안 테드는 나와 눈을 마주칠 정도로 키가 자랐다.
“고마워.”
굳이 테드와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다른 황자, 황녀들까지 모두 나와 있는 모습이 꼭 아버지의 승전 행사를 보는 것 같았다.
테드와 첸을 제외하면 놀랍게도 나는 모두 처음 보는 동생들이었다.
물론 기억 속에 다른 동생들과도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고, 혹은 아주 어릴 때 함께 논 것도 기억 한 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황궁 안으로 들어가자 주변의 소리가 잦아 들었다.
정문에는 동생들과 귀족들만이 아니라 수도에 사는 백성들까지 많이 나와 있었다.
베레곤은 내 뒤를 따르며 말을 걸었다.
“서부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 들었습니다.”
속이 꽤 아플 텐데 베레곤은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노회한 정치인이자 대륙의 손꼽히는 강자인 베레곤은 자신의 감정을 훌륭하게 통제했다.
“네. 가기 전부터 이미 많은 일이 일어난 곳이니까요. 아바마마를 뵈면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네, 전하. 참으로 기대가 크옵니다.”
슬쩍 건드리는 말에도 베레곤은 흔들림이 없었다.
반면 오스틴 공작은 내게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곧 대전에 도착했다.
대전으로 들어갈 때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황좌에 앉아 턱을 비스듬히 기대고 나를 맞았다.
나는 아버지에게 예의를 표했다.
귀족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갔다.
모두가 나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서부 사령관 아룬 칼 레오드 폐하의 명을 받아 서부의 혼란을 정리하고 돌아왔습니다.”
“꺼내 보도록.”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굳이 딱 집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마법 주머니를 꺼냈다.
마법 주머니에서 고르란의 시체를 꺼낸 뒤 차분하게 맞췄다.
아,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마지막으로 두 날개를 맞추는 순간 대전은 가벼운 전율로 떨렸다.
이어 나는 와이번의 머리를 꺼냈다.
피가 굳어 있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와이번의 머리는 흉측하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뽐냈다.
“마족과 와이번이군.”
아버지의 말에 억눌렀던 탄성들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서부의 혼란은 이 마족이 획책한 것이었습니다. 완전한 힘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이 마족을 주인으로 여기던 리치와 언데드 그리고 오크 왕이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정확하게는 리치와 오크 왕이 일으킨 전쟁이다.
나는 적당히 나의 공을 좀 더 높였다.
“제가 기사들과 특공대를 편성하여 마족과 리치를 소멸시킨 뒤 오크 왕과의 일전을 통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왕을 잃은 오크들은 뿔뿔이 흩어져 서부는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남은 언데드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제임스 공작이었다.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인데 못내 궁금했던 것 같았다.
나는 살짝 제임스 공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다른 세 공작보다 훨씬 젊었다.
여전히 30대 초반이었으니까.
실로 놀라운 자였다. 어린 나이에 공신 반열에 오른 건 그만큼 제임스 공작의 공이 크다는 뜻이니까.
제임스 공작의 공은 간단했다.
그는 자신의 나라를 제국에 통째로 바쳤다.
베레곤, 오스틴, 얀 공작과는 다른 경우라 제임스는 중앙에서 그다지 존재감이 없었다.
모든 귀족들이 그를 배신자라는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았다. 제임스 역시 색안경을 벗기기 위하여 노력하는 법이 없었다.
“모두 죽였습니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제임스 공작의 질문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른 귀족들과도 시선을 일일이 맞추었지만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전쟁에 관한 건 그것으로 끝냈다.
‘이제 서부의 이야기를 할 때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와이번 이야기부터 꺼냈다.
“어둠의 숲에 폐허의 지배자라 불리는 와이번이었습니다. 몇십 년 전부터 서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몬스터였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사냥에 나서신 겁니까?”
베레곤 공작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방치하면 피해가 계속 누적될 뿐이니까요.”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굳이 와이번을 사냥한 이유는 그 때문인가? 바로 돌아와서 전공을 보고해도 될 일이었다.”
“서부만의 능력으로는 와이번 사냥이 무리였습니다.”
“황태자가 있으니 달라졌다?”
아버지가 말꼬리를 올렸다.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며 나는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나는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저와 게일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하긴 상급 정령사와 소드 마스터의 조합이면 왕국도 정복할 수 있지.”
대전 안에 경악이 번졌다.
* * *
아버지의 말은 모두에게 충격을 던졌다.
게일이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는 사실은 의외로 여러 귀족들이 짐작한 듯 크게 여기지 않았다.
“평가 대회 때만 하더라도 중급 정령사이셨는데 실로 놀라운 재능이십니다.”
제임스 공작의 말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
모두가 놀란 건 나의 경지도 경지이지만 성장 속도였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은 시간에 단계를 뛰어넘은 내가 괴물처럼 보일 게 분명했다.
귀족들은 내가 서부에 내려가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생사의 고비를 넘겼는지 모르니까.
특히 베레곤과 오스틴 공작은 몸이 떨리는 것을 누르기 위하여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었다. 베레곤은 슬쩍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뜻 모를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누구도 세우지 못한 큰 공을 세웠다. 아무도 몰랐던 악의 세력 부흥을 알아냈던 점.”
아버지의 말에 모두가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는 살짝 불안했지만, 아버지의 말을 중간에 끊을 수 없었다.
“당시 누구도 믿지 못했지. 서부의 악의 세력이 부활하리라곤. 하지만 황태자는 그 사실을 알아냈고 스스로 사령관 자리를 자처했다.”
본래 아버지는 대전 회의에서 많은 말을 하시는 분이 아니었다.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지만, 황태자는 평가 대회 우승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였다.”
불안감이 커졌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저러는 것일까?
이제는 귀족들도 호기심에 찬 얼굴이 되었다.
아버지가 말이 많은 건 이들에게도 의외였으니까.
“악의 종자를 직접 제거하였고, 오크와의 전쟁도 승리로 이끌었다. 또한 서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던 와이번 사냥에도 성공했지.”
아니, 내가 했던 보고를 그대로 한 번 더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서서히 아버지의 의도에 대하여 불안감보다 호기심을 느꼈다. 본론이 있다면 말을 빙빙 돌리는 법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모두 알고 있겠지? 우리는 아직 피레온 왕국을 정복하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수도로 서둘러 올라오느라 최신 정보를 전혀 듣지 못했어.’
아버지가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아버지의 승리를 의심한 적이 없었다.
“동부 원정에서 벌어진 문제에 대해서는 곧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전쟁을 멈추고 돌아왔다는 건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전 안에 긴장감이 넘쳤다.
누군가는 침 삼키는 소리마저 억누르고 있었다.
‘오스틴 공작과 베레곤 공작이 문제를 일으켰나?’
나는 피레온 왕국이 묘수를 발휘해서 아버지를 막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론 칼 레오드의 적수는 오직 카렌뿐이었다.
“피레온 왕국은 이제 두 곳만 더 무너뜨리면 끝난다. 그 일을 황태자가 맡도록.”
“폐하!”
오스틴 공작이었다.
성문에서 나를 맞을 때부터 한 마디도 없었던 오스틴 공작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피레온 왕국 정복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직 황태자 전하는 어리십니다.”
아버지는 그저 미소만 머금고 대답하지 않았다.
얀 공작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폐하, 황태자 전하가 서부에서 세운 공은 매우 크시지만, 그렇다고 동부 원정을 온전히 맡길 정도는 아닙니다. 다시 한 번 재고해 주심은 어떠신지요.”
아버지의 결정에 귀족들이 반발하고 나서다니, 이 또한 좀처럼 볼 수 없는 일.
베레곤 공작도 한 마디를 보탰다.
“폐하, 피레온 왕국이 두 곳만 무너뜨리면 정복한다지만 한 곳은 피레온 왕국의 최후의 보루라 불리는 성이고, 나머지 한 곳은 수도입니다. 피레온 왕국 정복 중 가장 중요한 두 곳만 남았는데 그것을 온전히 황태자 전하에게 맡기는 건 무리입니다.”
아버지가 빙긋 웃었다.
그 미소는 너무 아름답게까지 느껴져서 소름이 끼쳤다.
잔혹한 군주의 대명사였던 아버지는 가끔 내비치는 미소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두려움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모든 귀족들이 입을 다물었고 고개를 숙였다.
“그 두 곳을 정복하지 못하고 군을 돌렸다. 내가 그 이유를 굳이 여기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싶지는 않군.”
나는 아버지가 아니라 오스틴 공작과 베레곤 공작의 눈치를 살폈다.
이번에는 두 공작이 자신들의 심정을 숨길 수 없었다. 뭔가 있긴 있는 듯 둘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거 조만간 리버힐, 애트란 가문이 조각나는 거 아니야?’
나한테도 약점이 잡혀 어마어마하게 뜯겼는데, 아버지에게 약점이 잡혔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정말 멸문할 테니까.
“황태자.”
“네, 폐하.”
“피레온 왕국 정복을 마무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역시 다른 귀족과 다르게 선택권 같은 건 없었다.
내가 대답하기 전 아버지는 대전을 다시 한 번 경악으로 몰고 갔다.
“피레온 왕국에 최근 세 명의 소드 마스터가 합류했다. 왕국 연합에서 지원한 모양이더군.”
“소, 소드 마스터 세 명 말씀이십니까?”
아버지의 미소가 진해졌다.
“왕국 연합 놈들이 발악을 하는 모양이더군. 피레온이 밀리면 바로 자신들과 우리가 국경을 마주하니까. 소드 마스터 세 명과 8서클 마법사를 파견했다.”
그들은 모두 아버지의 공격을 대비한 이들이 분명했다.
소드 마스터 세 명, 8서클 마법사 한 명은 있어야 아버지와 대적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황궁으로 돌아온 지금 그들은 고스란히 내가 상대할 적이 되었다.
아버지는 넌지시 지나가는 듯 말했다.
“황태자, 피레온 왕국 정복 사령관은 부담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