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3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32화(132/278)
132화.
아침부터 나는 소리스를 불러 돈 이야기부터 꺼냈다.
“예산은 모자라지 않지?”
소리스가 황태자궁 행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허용하는 예산 범위 안에서 연회를 열 참이었다.
‘첫 연회다. 다소 과하더라도 성대하게 여는 편이 좋아.’
내 생각을 소리스에게 밝혔다.
“아무래도 처음이니 좀 성대하게 열었으면 좋겠는데. 중앙 귀족들이 모두 참여해도 모자라지 않도록.”
“예산은 충분합니다. 서부 원정을 통해서 궁의 예산이 크게 늘었습니다.”
“좋아.”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왕 소리스를 부른 김에 헤밀튼에 관한 것도 물었다.
“헤밀튼은 어때?”
행여나 그가 맡은 역할이 행정으로 제한되어 섭섭하게 여기면 어쩌나, 라는 걱정이 있었다.
소리스는 내 걱정을 안다는 듯 빙긋 웃었다.
“정말 좋은 인재입니다. 길드원들을 벌써 휘어잡았습니다.”
“괜찮아?”
그래도 소리스의 심정을 확인할 겸 슬쩍 묻자 소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끌기에는 길드원들의 능력이 너무 뛰어났습니다. 막상 행정을 본격적으로 맡아보니 이 일이 훨씬 체질에 맞습니다.”
소리스는 내게 소중한 인연이다. 정령술을 헤맬 때 그가 여러 조언을 해주었고 덕분에 어렵지 않게 지금의 수준까지 올라왔다.
기초를 잡아 준 사람이 소리스였으니 그는 내 스승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로 고마워. 자네 밑으로 사람들도 충원해. 아카데미 출신들 중 인재들이 많을 거야.”
“감사합니다, 전하.”
나는 조직을 크게 넷으로 나누었다. 기사단, 행정부, 군사부, 정보부였다.
각각 수장은 모두 정해졌다.
이제 지속적으로 인재 채용과 그에 걸맞은 예산이 확보되어 있으니 당분간 잘 굴러갈 것이다.
소리스가 고개를 숙인 뒤 나갔다.
나는 밖에 있는 하인을 불렀다.
“네, 전하.”
“헤밀튼과 켄 좀 불러줘.”
나는 하인에게 말한 뒤 의자에 등을 기댔다.
‘피레온 왕국 원정이라…….’
정말 뜻하지 않게 큰 임무를 맡았다.
“전하, 켄과 헤밀튼입니다.”
“아, 들어와.”
나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두 사람을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아침은 먹었어?”
“네.”
헤밀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황궁 생활은 어때?”
“금방 적응했습니다. 조직원들 모두 능력이 출중하고 충성심도 강해 어렵지 않습니다.”
“조직 장악이 끝났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멋지네. 단기간에 수하들 마음을 휘어잡기가 쉽지 않았을 건데.”
헤밀튼이 짧게 대답했다.
“비기를 전수하고 있습니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보물 중의 보물을 헤밀튼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제 막 만난 수하들과 나누고 있었다.
‘이거…… 본받아야겠어.’
신하의 출중함은 군주를 기쁘게 했다. 나 역시 이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기로 다시 한 번 마음을 굳게 먹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도록.”
나는 그 정도로 마무리하고 본론을 꺼냈다.
“연회에 초대할 귀족들 목록을 정리했으면 좋겠는데.”
“네.”
켄의 대답에 나는 헤밀튼에게도 말했다.
“헤밀튼은 중앙의 주요 귀족들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줘.”
“네.”
헤밀튼은 일이 많을 수 있었다.
“사람이 모자라면 언제든지 충원해. 물론 신중해야겠지만. 정보부의 특성을 생각하면 어느 조직보다 신뢰가 중요하니까.”
“최대한 가려서 뽑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운영에 큰 무리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더 필요할 겁니다.”
나는 아, 하고 이제 생각났다는 듯이 한 가지를 더 말했다.
“뷔칸 상단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봐주고.”
서부의 일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고 올라왔다. 당분간은 황궁에서 서부의 일도 챙길 생각이었다.
“금방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리겠습니다.”
“먼저 나가서 일 보도록 해.”
헤밀튼이 나간 뒤 나는 켄에게 말했다.
“수도에 있는 귀족들은 모두 초대하는 게 좋겠어.”
나의 말에 켄도 동의했다.
“네.”
연회는 테드가 가장 많이 열었다. 이 황자궁은 한 달에 한 번이면 수많은 귀족들이 연회를 참가하기 위하여 모인다.
연회에 참가하는 귀족들의 숫자와 면면이 테드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증명했다.
‘정확하게는 베레곤이지만.’
테드만이 아니라 첸을 비롯하여 아직 어린 황자나 황녀들도 자신들의 이름으로 연회를 여는 경우가 있었다.
‘사교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는데.’
나는 춤이라도 배워야 하나, 라는 고민으로 입맛을 다셨다.
“황자, 황녀들도 초대하시지요.”
켄의 제안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동생들도?”
“네. 이번 연회는 성대하게 열릴 것이고 전하의 달라진 위상을 다른 황자, 황녀들이 다시 한 번 느껴야 할 시점이니까요.”
켄의 말이 이어졌다.
“승전을 축하하는 연회이기도 하지만 동부 원정 사령관의 출전 연회이기도합니다. 전하, 황태자로서 한 발이 아니라 많이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십시오.”
나는 살짝 걱정했다.
“너무 경계심을 강하게 심어주는 것은 아닐까?”
“황자, 황녀들은 전하의 상대가 아닙니다. 그들의 외가, 명가라 불리는 외척들이 전하의 상대이죠.”
“하긴. 테드나 첸도 이제는 나와 거리가 제법 많이 떨어졌지.”
칼페온 제국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두 사람은 나보다 훨씬 강자였다.
지금은 입장이 완전히 역전됐다.
그들도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의 발전 속도는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속도니까.
“연회에서는 위세로 세력을 불리는 자리입니다. 세력은 충성심을 강한 자들로만 이루어질 순 없습니다. 적당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편승하는 자들까지 모두 아울러야 세력은 형성됩니다.”
켄의 조언은 항상 도움이 되었고 내가 모르던 부분을 짚어냈다.
뛰어난 군사다.
“모든 이가 게일 님과 같은 충성심을 가질 순 없습니다. 전하께서 그 사실을 마음에 새기시고 세력을 모으십시오.”
“새겨 듣지.”
켄이 고개를 숙였다.
“서부도 관리를 소홀해서는 안 돼.”
“네. 뷔칸 상단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곧바로 움직이겠습니다. 마이크 후작님이 추려 놓은 상단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들어갔으니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좋아. 여유 있게 연회를 열자고. 아바마마는 동부 원정 기한을 못 박으신 적이 없으니까.”
* * *
헤밀튼이 조직을 단숨에 장악한 사실은 올라오는 보고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림자 걸음 길드 흡수 시도.
나는 보고서 제목에 미소를 그렸다.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있어. 빠르게 얻는 방법마저 잘 찾아냈고.’
정보 조직은 하루이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헤밀튼의 즉각적인 활약을 원했다.
기존의 정보망과 양질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조직을 흡수한다면 단 시일 내에 정보 조직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나는 보고서를 자세히 읽었다.
‘암살자 길드가 쌓아놓은 정보는 어디보다 질이 높지.’
암살자 길드는 정보의 질, 도둑 길드는 정보의 양, 그리고 상인 연합은 그 중간 정도라고 보면 판단이 편했다.
헤밀튼은 소리스가 길드 소속되어 있었던 그림자 길드를 완전히 제거하고 그곳에 쌓인 정보, 정보망까지 모두 흡수할 생각이었다.
‘이건 곧바로 승인하면 되겠군.’
나는 다른 보고서도 대충 읽지 않고 모두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제법 시간이 오래 걸렸다.
조직을 잘 갖추었으니 내가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제 시작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일이 많았다.
‘수련할 시간도 없어.’
점심쯤이 되자 나는 기지개를 펴고 몸을 풀었다.
“전하, 이 황자가 뵙기를 청합니다.”
테드가?
나는 하인에게 서둘러 말했다.
“식당으로 오라 해. 오랜만에 점심이나 같이 먹게.”
테드의 방문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굳이 만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싶었다.
가장 큰 경쟁자이자, 바로 아래 동생 테드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큰 산과 같은 동생이었다.
잘생긴 얼굴만큼이나 완벽한 인품, 어머니가 베레곤 공작의 장녀라는 배경!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황태자 감이었다.
내가 무능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평가가 좋지 않을 때 많은 귀족들이 테드의 궁을 방문했다.
테드가 한 번 연회를 열 때마다 테드의 궁은 미어터진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정말 많은 귀족들이 찾았다.
초대를 받든, 받지 않든 테드의 연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수도, 지방을 가리지 않고 귀족들이 올라왔다.
귀족들은 물론 일반 백성들까지 테드의 인품을 칭송했다.
아버지의 재능은 그대로 물려받고 인품은 훨씬 따뜻하고 너그러운 황자!
나는 몸을 일으킨 뒤 테드가 기다리고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하인들과 하녀들이 내가 지나갈 때마다 인사를 건넸다. 대부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림자 걸음 길드원들이 본래 임무를 찾으면서 하인, 하녀들을 모두 새롭게 뽑았다.
서부에 다녀오기 전에는 독살, 암살자들의 위협에 시달렸지만 이미 내 실력이 크게 올라갔다.
그리고 게일까지.
소드 마스터가 있는 곳에서 암살은 죽겠다는 말과 다름없으니까.
달라진 나의 입지 역시 암살 위협이 줄어드는데 큰 몫을 차지했다.
무능한 황태자가 죽는 건 큰일이 아니다. 은근히 바라는 일일 수도 있었다.
반면 뛰어난 황태자가 죽는 건 암살을 사주하는 자들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너무나도 큰 법이다.
“전하!”
식당에 도착하자 테드가 나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사석인데 편하게 하자고. 오랜만이야.”
나는 정말 좋은 형처럼 테드에게 친절하게 자리를 권했다.
“점심 전이지?”
“네, 형님.”
테드는 금세 서글서글한 인상을 지었다. 역시 필요할 때마다 가면을 바꿔 쓰는 건 테드의 천성인 것 같았다.
‘내가 살던 시대로 치면 아직 학교를 다닐 놈인데…… 무서운 놈 아닌가.’
나는 내색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테드의 잔을 채워 주었다.
“잘 지냈지?”
“네, 형님. 궁에서 형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제가 더 기뻤습니다.”
“그래, 고마워. 뭐 어떻게 지내?”
“수련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로 찾아왔어?”
지나가는 듯 물었다.
테드 역시 잔을 비우며 평온하게 대답했다.
“피레온 왕국에 형님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테드는 내 잔을 채우며 말을 이었다.
“이제 저도 형님처럼 전선에 나가 황가의 일원으로서 책무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형님의 발목을 잡을 일은 결코 없으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발목을 잡는다라…….”
나는 말끝을 흐렸다.
테드를 데리고 갔을 때의 손익계산서가 머릿속에서 팽팽 돌아갔다.
‘이 제안이 테드의 계획인지 베레곤 공작의 계획인지 모르겠다는 말이지.’
아무리 테드가 어리다지만 만만히 볼 수 없었다.
누구의 계획이든 확실히 예상하지 못한 제안이었다.
“생각 좀 해볼게.”
“네, 형님.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십시오. 베레곤 공작도 최대한 지원을 하시겠답니다.”
나는 호오, 감탄을 터뜨렸다.
이미 두 사람은 이야기가 끝난 모양이었다.
“애트란 가문의 지원이라면 든든하지. 그럼 부탁을 좀 해도 될까?”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형님의 이야기라면 언제든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말만 들으면 둘도 없는 충신이요, 표정만 보면 형님을 존경하는 착한 동생이었다.
가면 속에 숨겨진 내면은 알 수 없기에 나는 테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나 역시 내심을 숨기고 제안했다.
“베레곤 공작님도 함께 가시는 거지. 적국에 소드 마스터가 셋인데 우리도 최소 둘은 가야 하지 않겠어? 나 역시 전쟁은 처음이니 공작님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테드는 잠시 말이 없었다.
친구를 가까이 하라.
적은 더욱 가까이 하라.
어디에서 들은 말인지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지금 적용하기에 적절한 때라고 느꼈다.
‘전장에서 누구나 죽을 수 있지. 황태자만이 아니라 공신이라도.’
나는 빙긋 웃었다.
“내가 베레곤 공작께 직접 말씀드릴까?”
“아닙니다, 형님. 굳이 형님이 수고하실 필요가 없으시죠. 제가 공작님을 만나보겠습니다.”
나는 포크를 내려놓은 뒤 몸을 일으켰다.
“그래, 고마워. 동생.”
테드의 어깨를 짚었다.
그의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가면은 얼굴에만 쓸 수 있었다. 떨림 속에서 느껴지는 굴욕감은 숨길 수 없었다.
“공작님께 잘 말씀드리고 연회 때 보자고.”
나는 테드를 남겨두고 식당을 나갔다. 녀석의 가면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