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3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33화(133/278)
133화.
테드가 돌아간 뒤 나는 즐겁게 집무실로 돌아왔다.
연회가 아니더라도 테드와 나의 차이를 테드에게 알려준 것 같아 무척 기분이 좋았다.
기억 속 테드는 무서운 동생이었다.
그는 무능한 형을 적당한 가면 속에서 모욕하는 것을 즐겼고, 나는 웃으며 나를 짓누르는 테드의 조롱에 항상 겁에 질려 있었다.
‘아직 멀었어, 동생아.’
엄밀히 말하면 나는 단지 기억하는 것일 뿐, 테드의 조롱을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기억 동기화로 인해 그때의 감정은 고스란히 가슴 속에 있었다.
달라진 나는 묵은 감정을 계속 쌓아 둘 생각이 없었다.
‘너와 나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것이고 우리의 미래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달라질 거야.’
이미 미래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나는 책상에서 양피지 묶음을 펼쳤다. 한글로 적혀 있는 양피지를 한 장, 한 장 차분하게 넘겼다.
내가 잊은 것은 없는지, 이 시기에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찾았다.
‘애초에 내가 피레온 왕국 정복 사령관으로 가는 일 자체가 없었어.’
무능한 황태자에게 사령관이라니.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미래가 크게 달라졌어. 카렌의 운명도 바뀌었을까?’
내 기억 메모는 당연히 카렌과 아버지를 중심으로 적혀 있었다.
한 명은 주인공이요, 한 명은 최종 보스였다.
작품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둘이였으니 내 기억 역시 둘에 관한 정보 쪽으로 편향되어 있었다.
정작 나에 대한 것은 없었다.
‘내 미래는 잘 모른다…… 기뻐해야 되는 것일까?’
나는 쓰게 웃었다. 내 미래를 더 이상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주는 압박감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단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나의 메모는 하나의 정보 요약 정도로 전락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양피지를 다시 잘 묶었다.
‘참, 파멸의 검을 어쩐다.’
파멸의 검에 생각이 미치자 게일의 검도 떠올랐다.
‘아직 일 년이 되지 않았지만 한번 찾아가볼까?’
연회가 끝나면 대장간에 들르기로 결정했다.
게일이 파멸의 검은 거절했지만, 그 검은 거절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파멸의 검이라…….’
결국 켄을 다시 불렀다.
“밖에 있나?”
“네. 전하.”
“켄 좀 불러오도록.”
얼마 지나지 않아 켄이 금세 집무실에 들어왔다.
“전하!”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나는 서랍을 열고 마법 주머니에서 파멸의 검을 꺼냈다.
켄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전하.”
나를 부르는 켄의 목소리가 떨렸다. 켄도 파멸의 검이 어떤 검인지 알아차렸다.
“미스릴 검이지. 그 어떤 광물도 섞이지 않고 순수 미스릴로 만든 검.”
파멸의 검을 여러 번 보았지만 나는 신음을 억누르며 덧붙였다.
“라인하이드 가문의 역작 중 역작이라 불려도 결코 모자라지 않겠지.”
명검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가치를 뽐냈다. 한층 다가온 봄 햇살이 검신을 밝게 비췄다.
햇살을 담은 파멸의 검 검신은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빛났다.
“폐하께 바치시죠.”
켄의 결정은 빨랐다.
이미 다른 이에게도 나왔던 의견이었지만, 켄까지 그리 말하니 안심이 되었다.
게일이 거절했으니 켄, 데이비드, 리오덴 중 한 명에게 주려 했으나 하나같이 사양했다.
특혜로 비칠 수도 있어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수하를 공평하게 신뢰하는 건 불가능하다. 나도 인간이기에 더 챙기는 수하가 있을 수밖에 없고.
단적으로 이제 막 내 수하로 들어온 헤밀튼과 켄이나 게일을 비교할 순 없었다.
내 마음이 그렇다 하여 노골적으로 헤밀튼과 게일을 차별한다면 누가 있어 내게 충성을 맹세하겠는가?
군주라는 건 균형 감각이 중요했다. 수하들의 공과를 공평하게 평가하여 그에 어울리는 대우를 하는 게 덕목이다.
그런 면에서 파멸의 검은 누군가에게 하사하는 것보다 아버지에게 바치는 게 가장 좋았다.
누구 한 명에게 하사하면 괜한 분란의 소지가 있으니까.
‘진짜 내가 누군가에게 하사하면 다들 축하해주겠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지.’
켄은 나보다 좀 더 현실적인 근거를 펼쳤다.
“이 검은 폐하를 상징하는 검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그리고 또 있나?”
“폐하께서 동부 원정 사령관에게 내릴 수 있는 검이기도 합니다.”
나는 흠칫 놀랐다.
그 경우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바친 검을 아버지가 다시 내게 내린다?
“이 시대의 검은 그 자체만으로 주인의 권위를 상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륙의 강자들은 모두 명검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최강자께서 평범한 롱 소드를 들고 다니시지.”
“폐하는 논외의 존재이시니까요. 아마 전하께 다시 내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만약 그리 된다면 전하의 권위는 더욱 올라갑니다. 폐하께서 직접 명검 중 명검을 내리시는 일이니까요.”
“딱히 검을 쓸 일은 없지만 게일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검 받기를 거절했어. 내 권위를 위한다고.”
나는 그때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진정한 권위는 실력에서 나오는 거야. 검이 아니라.”
“맞습니다. 하지만 검이 갖는 상징을 무시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명검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권위를 갖습니다.”
“일단 아버지께 드리지. 거절하지 않으시고 고마워하실 수 있으니.”
“그래도 충분히 전하께서는 이득이십니다. 폐하의 권위를 상징하는 검을 바쳤다는 건 상을 받을 만한 일이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하인을 불러 대전으로 보냈다.
내심 기대도 되었다.
카렌의 검이었던 파멸의 검을 아버지는 분명 탐냈었다.
과연 이번에는 다를까?
* * *
“답을 찾았나?”
집무실에 들자마자 묻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 지레짐작으로 답하지 말도록.”
애트란과 리버힐 가문이 반역죄를 저지르고도 무사한 이유는 내 짐작보다 좀 더 복잡한 이유가 있을까?
내심 궁금했지만, 오늘은 그 일로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아니니 본론에 집중했다.
“서부에서 검을 하나 얻었습니다.”
“검?”
아버지가 짧게 물었다.
나는 곧바로 파멸의 검을 꺼냈다.
순식간에 아버지의 그림자들이 내 주변을 감쌌다.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새였고,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거…… 글로만 썼던 아버지의 그림자들을 실제로 보는군.’
언제 어디서나 아버지를 호위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전장에서도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는다.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검을 내려놓자 그림자들이 사라졌다.
‘헤밀튼의 암살비기와 비슷한 능력인가?’
언데드들을 상대할 때 헤밀튼이 모습을 감췄던 게 떠올랐다. 숨을 곳이 없는데도 헤밀튼은 사라졌다.
그림자들의 기운을 느껴보려 애썼지만, 그들은 흔적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멀었다.”
아버지의 목소리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네.”
“라인하이드 가문의 검이군. 명검이야.”
아버지는 역시 한눈에 알아보고는, 몸을 일으켜 파멸의 검을 받아 천천히 훑어보았다.
“와이번 사냥에서 얻었나?”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말할까 잠시 고민했다.
말하기로 결론냈다.
“와이번이 이 검을 지키고 있던 가디언 같았습니다. 라인하이드 가문의 물건은 모두 명품이지만 그중 특별한 물건들은 가디언이 지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라인하이드, 그 드워프들은 뛰어난 장인이자 훌륭한 마법사였으니 자신들의 역작을 가디언이 지키게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나는 내가 직접 서술하였기에 알고 있었다.
‘앉아서 대륙 곳곳을 보고 있는 줄은 느꼈지만 고대의 전설로 취급되는 라인하이드 가문의 비밀도 알고 있을 줄이야.’
아버지의 말이 이어졌다.
“한때 중간계라 불리는 이 세계에서 크게 부흥했었던 종족이 드워프인데 그들 중 최고의 가문이 라인하이드다. 이런 명검도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슬쩍 아버지의 눈치를 보았지만, 탐욕은 비치지 않았다.
“내일 오전 대전 회의에 참석하도록. 이 검을 동부 원정 사령관의 검이자 황태자의 검으로 하사하겠다.”
나는 몸을 떨었다.
“아바마마, 소자는 기사도 아니니 굳이 그런 검을…….”
“네 수하들 중 누구에게 골라주기도 어려운 명검이 아니더냐. 네가 갖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마치 다 안다는 듯한 말투에 나는 화들짝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연회를 연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화제를 돌리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적아를 구분하는 건 좋지만 네가 황태자임을 명심하도록.”
아버지는 그것을 끝으로 나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집무실에서 나온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멀었구나…….’
나도 그리고 켄마저도 아버지의 손바닥 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황태자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귀족들을 분열시켜서 좋을 게 없다는 말씀이겠지.’
적과 아군.
내 연회의 목적은 단순했다.
나를 지지하는 세력과 나를 경계하는 세력을 확실히 구분하고, 나를 지지하지 않던 중도의 귀족들을 포섭하려는 의도였다.
아버지는 그게 나쁘다고 하지 않았다.
황태자는 어떤 자리인가.
장차 제국을 물려받을 자리이고, 황제는 모두를 아우르는 정치를 펼쳐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 본분은 잊고 오직 나의 세력 구축에만 몰두했다.
‘제대로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잖아.’
아버지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았음에도 파멸의 검을 내게 공개적으로 하사한다는 뜻을 밝혔다.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피레온 왕국 정복은 아주 큰 도전이 되겠어.’
단순히 기회 속에 위기가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
피레온 왕국을 정복하지 못해도 적당히 성과만 거둔다면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 믿었다.
소드 마스터 셋, 8서클 마법사, 왕국 연합의 지원.
어느 면으로 보나 아버지의 친정이 아니면 무너뜨리기 힘들지 않은가.
하지만 오늘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서 깨달았다.
‘진정 시험이다. 반드시 피레온 왕국을 정복하라는 뜻이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무래도 연회의 목적을 바꾸는 게 좋았다.
승전 축하 연회가 아니라 비장한 출정식으로.
‘지금은 적아를 나눌 때가 아니다. 모든 귀족들의 힘을 빌려서 반드시 동부 원정을 승리로 이끈다.’
내가 구축한 세력만으로는 동부 원정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었다.
‘베레곤 공작만이 아니라 오스틴, 상황만 맞으면 얀 공작도 데려가야겠어.’
아버지는 전력 동원에 한계를 두지 않으셨다.
수도에서 대전 회의를 주관할 공작 한 명 정도만 제외하고 나머지 세 명의 공신이 필요했다.
‘베레곤, 오스틴, 얀 공작은 모두 강자다. 호승심이 있을 거야. 왕국 연합이 자랑하는 강자들이 모두 나왔으니.’
사람들은 순위 매기기를 좋아한다.
아버지를 제외한 세 명의 공신은 왕국 연합 강자들보다 좀 더 대중적인 평가가 낮았다.
아무래도 여러 전쟁에서 아버지가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에 그들의 활약이 가려진 측면이 강했다.
이번 기회에 그들 역시 대중의 평가를 바꾸고 싶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황태자궁에 도착했다.
나는 피곤한 마음에 오늘은 쉬고 싶었다.
“전하.”
소리스였다.
입구까지 마중을 나온 소리스의 얼굴은 다급해 보였다.
“무슨 일이야?”
내가 묻자 소리스가 난처하다는 듯 답했다.
“연회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마자…….”
말끝을 흐리는 소리스를 보면서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모든 귀족들이 자신의 여식들을 데리고 참석하겠다고 알려오고 있습니다.”
“초대장…… 아직 만들지도 않았잖아?”
소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 귀족들만이 아니라 지방에서도 벌써 참가하고 싶다는 서신을 보내는 귀족들이 있습니다.”
연회에 자신의 여식을 데려오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동생들 중 테드나 첸은 벌써 약혼한 영애가 있었다.
테드와 약혼한 영애는 중앙 사교 모임의 중심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였다.
새삼 깨달았다.
‘아, 내가 솔로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