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3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34화(134/278)
134화.
대전에서 파멸의 검을 하사받았다.
순도 100%의 미스릴 검!
라인하이드 가문의 명작 중 명작!
귀족들의 눈동자에는 감탄이 서렸고, 이어서 누를 수 없는 탐욕이 번졌다.
베레곤 공작은 손까지 떨었다.
“이 시간 이후 황태자를 동부 원정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나는 깊게 허리를 숙였다.
행사는 일찍 끝났다.
아버지는 오늘도 먼저 대전을 나갔다.
귀족들이 앞다투어 입을 열려는 찰나, 내가 가장 먼저 말했다.
“조만간 황태자궁에서 연회를 열 참입니다.”
모두가 나에게 집중했다.
“승전 축하 연회이자 동부 원정 출전 연회이기도 합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시기 바랍니다.”
제임스 공작이 나섰다.
“전하께서 연회를 여시니 꼭 참석해야겠군요.”
항상 조용하던 제임스 공작이 내가 서부에서 돌아온 이후 자신의 존재감을 빛냈다.
나는 제임스 공작을 향해 짧게 고개를 숙였다. 여러 귀족들도 참석 의사를 밝혔다.
나는 일일이 귀족들과 악수를 나눈 뒤 대전에서 나왔다.
푸른 하늘과 흐드러지게 핀 꽃이 이제는 봄임을 알리고 있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새로운 계절처럼 나는 기존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나로 거듭났다.
허리에 찬 파멸의 검이 묵직하게 존재감을 자랑했다.
‘검을 쓸 일이 없는데.’
나는 이왕 좋은 검을 얻었으니 기초라도 조금 배우기로 결심했다.
검은 내 몸을 지키는 최후의 수단이 될 수도 있었다.
슬쩍 허리를 보니 꽤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제임스 공작이었다.
“공작님.”
“궁으로 돌아가시는 길이십니까?”
“네. 아바마마에게 검을 하사받았으니 휘두르는 법이라도 배울까 합니다.”
“정령술 재능도 그토록 뛰어나신데 검술까지 제대로 익히시면 폐하에 이어 절대적 강자가 되실 것 같습니다.”
검술, 마법, 정령술.
한 분야에만 재능이 있어도 놀라운 사람인데 아버지는 세 가지 분야에 통달했다.
“아바마마의 발끝이라도 따라간다면 다행이지요.”
제임스 공작이 내 뒤를 굳이 따라왔으니 예의상 말을 이었다.
“점심이라도 함께하시겠습니까?”
“전하의 초대라면 언제나 환영이지요.”
옅게 웃는 제임스 공작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막상 흔쾌히 받아들이니 살짝 당혹스러웠지만, 제임스 공작과 점심을 함께 먹는 게 나쁠 건 없었다.
황태자궁으로 향하면서 나는 제임스 공작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는 완연한 봄입니다. 본래 지금쯤이면 평가 대회가 한창인데, 올해는 여러 일이 많아 궁이 조용합니다.”
“서부의 일이 급했으니까요.”
“악의 세력이 크게 부흥하였다면 제국에 큰 재앙이었을 것인데 전하가 계셔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제임스 공작이 고백했다.
“사실 저 역시 서부의 일을 전하께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제임스 공작은 당시 서부 원정을 주장한 내 의견에 반대하지도, 찬성하지도 않았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결정에 편승했다.
‘제임스 공작의 전형적인 태도랄까? 언제나 시류에 편승하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정세를 읽는 게 빠른 사람.’
무려 자신의 나라를 통째로 아버지께 바친 사람이다.
아직 칼페온이라는 이름이 정해지기도 전에 제임스 공작은 빠르게 움직였다.
‘이 수도도…… 제임스 공작의 나라 수도였지.’
거침없이 대륙을 정복해 나가던 아버지의 기세에 빠른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그건 결과만 보고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당시 제임스 공작이 무슨 사정으로 어떤 마음으로 나라를 바쳤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자세히 한번 알아봐야겠어.’
제임스 공작 역시 다른 세 공작 못지않게 강자였고, 세력은 더욱 컸다.
무려 왕국의 주인이었으니.
애트란, 리버힐 가문이 명가라 불렸다 하더라도 그들은 일개 가문이었을 뿐 나라를 일구지는 못했다.
“전하의 선견지명에 놀랐습니다.”
제임스 공작의 말과 함께 황태자궁에 도착했다.
“전하!”
“공작님과 점심을 함께할 거야. 준비해 줘.”
나는 소리스에게 말한 뒤 제임스 공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식당으로 가시죠.”
“네, 전하.”
우리 둘은 곧 식당에 도착했다.
미리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손님의 몫을 추가로 준비하느라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연회는 언제쯤 열리는 것입니까?”
제임스 공작의 질문에 나는 잔을 채우며 대답했다.
“준비 중에 있습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아무래도 첫 연회이다 보니 신경 쓸 게 많더군요.”
“많은 귀족들이 참여할 것 같습니다.”
나는 빙긋 웃었다.
“네. 감사한 일이지요.”
“자신의 여식을 데리고 오는 귀족들도 많을 겁니다.”
연회에 귀족 여식들이 많이 참석하는 건 늘 있는 일이나 바보가 아닌 이상 의도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제임스 공작은 포크를 놀리며 지나가는 듯 말했다.
“제 막내딸도 데려올 생각입니다.”
“네?”
“저는 후계자가 없습니다. 양자로 들일 친척도 없지요. 딸만 셋인데 첫째와 둘째는 모두 제 짝을 만났습니다.”
“그러시군요.”
“연회 때 전하께서 어여삐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님의 여식이라면 훌륭한 영애일 텐데 제가 밉보일 이유가 있겠습니까.”
제임스 공작은 내게서 시류를 발견한 것일까?
뜻 모를 미소를 짓고 있는 제임스 공작의 얼굴에 나는 이번에도 그저 담담하게 물었다.
“음식은 입에 맞으십니까?”
평범한 대화가 이어졌다.
제임스 공작도 나와 점심을 함께한 목적을 달성한 듯 더 이상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
* * *
오늘 저녁 연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소리스가 가장 바빴고, 켄 역시 소리스를 도왔다.
“오, 멋진데?”
게일을 보며 나는 감탄했다. 오랜만에 평상복이 아니라 기사복을 입은 게일의 모습이 근사했다.
리오덴, 데이비드 그리고 기사들 역시 확실히 멋졌다.
갑옷이 아니라 사교 모임에 입는 기사 복장은 제법 세련되었다.
“감사합니다, 전하.”
연회도 연회이지만 황태자 직속 기사단이 오늘 처음으로 외부에 드러나는 날이었다.
게일은 기사들 정신 교육을 단단히 시킨 듯 모두가 한 자루의 검과 같이 날카로운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너무 딱딱한 거 아니야? 귀족들이 위협을 느낄 수도 있잖아.”
나의 걱정에 게일이 고개를 저었다.
“연회지만 전하의 위세를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기사단은 전하의 무력입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게일이 눈짓하자 기사들이 궁 곳곳으로 흩어졌다.
“그럼 저도 그만 가 보겠습니다.”
“어딜?”
“입구에서 맞이해야죠.”
기사단장이 직접 손님을 맞이한다는 말에 나는 살짝 당황했다.
“제가 입구에 있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크답니다.”
“켄이?”
“네.”
나는 피식 웃었다. 소드 마스터가 마중을 나오는 연회라!
켄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그에 맞추어 게일이 기사의 기세를 날카롭게 다듬은 마음도 느껴졌다.
“좋아. 그럼 나도 슬슬 내려갈까.”
연회는 황태자궁 후원에서 벌어질 예정이었다.
어느 궁이나 후원이 있기 마련인데, 황태자궁 후원은 다른 황자, 황녀의 후원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
마법 조명이 봄의 꽃을 장식하고 분수에도 화려한 효과를 주고 있었다.
‘장난 아닌데.’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일생을 살면서 축제 한번 가본 적 없었다.
주최자가 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는데, 연회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두 명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질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건 역시 가장 작위가 높은 공작들이었다.
베레곤, 오스틴도 빠지지 않았다.
나와 베레곤, 오스틴 공작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인사를 주고 받았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전하.”
베레곤 공작의 말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참석해 주시니 연회가 한층 더 빛나는 것 같습니다.”
오스틴 공작에게도 비슷한 말을 건넸다.
두 공작은 나를 죽이려 했고, 나는 그 빌미를 잡아 어마어마한 보상을 뜯어냈다.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는 두 공작이나 목소리도 떨리지 않고 환대하는 나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도 참 많이 변했군.’
마지막으로 얀 공작과 제임스 공작이 오면서 후원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하녀들과 하인들이 쉼 없이 움직이면서 술과 음식을 날랐다.
켄이 연회를 진행했다.
짧은 나의 인사말에 귀족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음…….’
봄이 왔지만 해가 지니 아직은 날씨가 쌀쌀했다.
나는 샐러멘더, 피닉스, 이그니스까지 불러냈다.
“야…….”
‘조용.’
이그니스의 잔소리를 단숨에 잘라냈다.
이그니스는 고개를 저으며 후원의 커다란 나무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피닉스들도 각자 흩어졌고, 샐러멘더들은 비어 있는 테이블 위에서 뛰어 놀았다.
주변의 온도가 확 올라갔다.
실울펜까지 소환하여 바람을 적당히 조절했다.
후원이 아무리 넓다 하더라도 실울펜이 바람을 조절하는 건 어렵지 않았으니까.
“오라버니, 저거 만져보고 싶어요!”
막내 여동생이다.
열 살의 막내 여동생은 경쟁과 동떨어져 있었다. 내 기억 속에서도 후원에서 자주 놀았던 기억이 있었다.
어느 순간 여동생의 어머니가 나와 어울리지 못하게 했지만, 지금 그녀는 그저 멀리서 나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만져도 괜찮나?’
나의 물음에 샐러멘더가 대답했다.
‘잠깐입니다.’
까칠한 대답에 나는 쓰게 웃었다.
“조심해서 만져. 오래는 안 돼.”
“네, 오라버니.”
앙증맞은 대답에 나는 절로 미소를 지었다.
제임스 공작이 다가왔다.
“전하, 승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쪽은 제 막내딸입니다.”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여인이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 안녕하십니까.”
“올리비아라고 해요. 오늘 이리 전하를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제임스 공작이 자신의 딸을 소개하자 기다렸다는 듯 귀족들이 슬금슬금 자신의 여식을 데리고 내 주위로 다가왔다.
나름대로 난처한 일이었다.
‘이거 인사만 하다가 연회가 끝나는 거 아니야?’
“전하,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함께…….”
올리비아가 손을 내밀었다.
춤을 추자는 이야기 같았다.
‘그래. 한 명, 한 명 언제 인사 다 하냐.’
올리비아의 손을 잡으려는 찰나,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게일 님과 대련을 신청해도 될까요?”
춤 신청을 위하여 손을 내민 게 아니라 인사의 한 방법인 모양이었다.
나는 재빨리 손을 뺐다.
-낄낄, 하여튼 인간 남자들은 다 똑같다니까.
‘조용해라.’
나는 이그니스에게 말한 뒤 올리비아에게 물었다.
“게일과?”
“네. 제국에 새롭게 탄생한 소드 마스터와 검을 나눌 수 있다면 기사로서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이 될 것 같아요.”
거침없이 말하는 올리비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게일에게 물었다.
“게일, 괜찮겠어?”
제임스 공작이 나섰다.
“게일 경에게는 실례지만 연회의 흥을 돋울 수 있는 방법 중 대련만 한 것도 없지요. 굳이 어울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여식이 무례를 저질러 죄송합니다. 게일 경.”
소드 마스터는 작위가 아무리 낮아도 누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
공작이라 하더라도 소드 마스터의 비위를 거스르기 힘들었다.
‘제임스 공작 본인도 비슷한 경지로 알고 있는데.’
베레곤, 제임스, 얀 그리고 아버지의 그림자 집단의 수장까지. 아버지를 제외한 제국 소속의 소드 마스터들이다.
그들을 흔히 제국의 4대 소드 마스터라 불렀다.
오스틴 공작은 리버힐 가문의 가주답게 마법사였다.
같은 소드 마스터이자 공작인 제임스가 고개를 숙이자 게일은 입장이 곤란하게 되었다.
“전하.”
나를 부르는 게일의 목소리에 짧게 대답했다.
“괜찮아. 게일 마음이지.”
게일이 말했다.
“화이트 가문의 검술이 못내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잘되었군.”
분명 올리비아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게일의 시선은 제임스로 향하고 있었다.
제임스 디렌 화이트 공작!
그는 단 한 번의 전장에도 참여하지 않고 공신이 되었다.
‘제임스가 준비한 건가? 꽤나 나를 위해 주는군. 전장에서 항상 보급 역할만 맡아 화이트 가의 검술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데 처음 공개 되는 자리가 내 연회라니.’
제임스의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공작님의 선물이군요.”
베레곤, 얀 공작도 호기심을 지우지 못하고 게일과 올리비아에게 집중했다.
금세 대련할 자리가 마련되었다.
“세간에는 왕이었던 제가 제 나라를 폐하께 바쳐 제국의 공작이 되었다는 말이 있죠.”
제임스 공작이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그도 사실이나, 폐하께서 언젠가 정복하실 왕국이었고 그것만으로 제가 공신이 되지는 못했을 겁니다.”
올리비아가 검을 뽑았다.
진검이었다.
챙-!
파파팟-!
올리비아의 기세가 연회장을 장악했다.
제임스 공작의 미소가 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