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3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35화(135/278)
135화.
게일이라면 당연히 수련용 목검을 사용해도 올리비아에게 적당한 가르침을 내려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챙-!
게일은 진검을 뽑았다.
-올리비아 화이트 Lv80
나는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두 사람의 대련에 집중했다.
모든 이가 나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챙-! 챙-! 챙-!
진검으로 대결하고 있기에 무척 위험했다.
실수 하나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고 자칫 목숨을 잃게 될 가능성도 있었다.
‘적당한 시점에서 말려야 되겠어.’
나는 게일도, 올리비아 영애도 다치기를 바라지 않았다.
‘게일이 손수 나선 건 미안한 일이지만 올리비아 영애가 직접 지목했으니.’
올리비아를 상대하는 게일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화이트 가문의 검술이 처음 공개 되는 자리다. 자신이 상대라는 사실이 기쁜 모양이군.’
올리비아는 압도적인 기세를 뽐내며 게일을 압박하고 있었다.
게일은 여유를 보였다.
적당히 방어하고 올리비아의 검을 흘려내면서 화이트 가문의 검술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 같았다.
올리비아의 기세가 다시 한 번 변했다.
“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연회장을 장악했던 폭발적인 기세와 정반대로 마치 따뜻한 봄바람이 전신에 휘감기는 느낌이었다.
비단보다 부드러운 털 망토에 감싸지는 기분이란 오묘하면서도 신비로웠다.
제임스 공작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화이트 가문은 대대로 손이 귀했습니다. 딸은 많이 태어났지만 아들은 한 대에 한 명만 태어날 정도였죠.”
게일은 올리비아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었다.
진짜 화이트 가문의 검술을 보겠다는 의지가 확실했다.
‘지금까지는 몸 풀기였나?’
나의 궁금증 사이로 제임스 공작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당대에 막내딸이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나는 화이트 가문의 역사는 잘 알지 못했다. 집필한 기억이 없으니까. 제임스에 관한 것도 짧게 넘어갔다. 카렌에게 대항하다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으로.
나는 올리비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제임스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화이트 가문의 비전 검술은 어쩌면 여성에게 더 유리합니다. 유연하지 않으면 입문조차 할 수 없는 검술이니까요.”
어느새 조용해진 연회장은 제임스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폐하께서 자신의 검을 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셨던 검술이기도 합니다.”
올리비아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그녀의 주변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게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모두가 경악했다.
어떤 이는 몸을 떨었고, 어떤 이는 올리비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눈동자를 찢어지도록 크게 떴다.
그리고 베레곤 공작조차 격해진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올리비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어지는 제임스의 말을 듣지 못할 정도였다.
“올리비아를 낳으며 안사람이 하늘로 떠났습니다. 한동안 안사람을 잃은 슬픔에 힘겨웠지만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올리비아를 보며 막내딸이라는 사실이 떠오르더군요.”
분홍빛 오러 블레이드였다.
제임스의 말은 한 치의 거짓이 없다는 사실을 올리비아가 손수 증명하고 있었다.
고작 열일곱.
그리고 여성.
나의 아버지보다 더 빠른 나이에, 유구한 대륙 역사에서 최초로 여성의 몸으로.
올리비아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 진정한 초인의 경지라 불리는 소드 마스터에 도달했다.
“막내딸 올리비아가 어김없이 어마어마한 재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제임스의 목소리가 다소 커졌다.
“화이트 가문은 제국에서 유일하게 두 명의 소드 마스터가 있는 가문입니다!”
올리비아가 게일을 향해 쇄도했다.
게일의 검에서도 오러 블레이드가 뿜어져 나왔다.
“그만!”
나도 모르게 연회장이 떠나가도록 외쳤다.
서로의 오러 블레이드가 만나기 직전 두 사람은 가까스로 검을 멈췄다.
올리비아가 살짝 비틀거렸다.
게일도 숨소리가 거칠었다.
“대련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여전히 적나라한 표정들을 짓고 있는 귀족들을 보면서 나는 필사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소드 마스터라니. 말이 돼?’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건 설정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고.’
나는 즉시 올리비아를 향해 다가갔다.
“지친 것뿐이에요.”
올리비아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연회를 망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전하. 괜한 호승심에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아닙니다. 영애의 대련은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겁니다. 나의 첫 연회를 누구보다 빛나게 해주셨습니다.”
최연소 소드 마스터가 등장한 연회가 아니던가.
게일이 다소 묻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게일은 그런 데에 신경 쓰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눈길로 올리비아를 바라보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즉시 엘라임을 소환했다.
자애로운 미소와 함께 엘라임이 올리비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괜찮을 거예요.”
부드러운 엘라임의 목소리에 연회에 모인 사람들이 탄성을 자아냈다.
귀족들이라 할지라도 상급 정령의 육성을 듣는 건 결코 흔치 않은 경험이니.
마나가 쑤욱 빠져나가면서 정화의 물결이 올리비아의 몸을 살포시 덮었다.
* * *
연회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올리비아 때문일까?
연회에 참석한 귀족 영애들은 굳이 나에게 접근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과감하게 황자들에게 춤을 신청하는 영애도 있었다.
“화이트 가문의 검술이 유명하지 않았던 건 유연해야만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까?”
베레곤은 스스럼없이 내 곁으로 다가와 제임스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당대에 한 명은 꼭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이가 태어나다니 실로 축복받은 가문인 것 같습니다.”
“공작님께서 극찬하실 정도의 재능은 아닙니다. 대련의 분위기에 취해 살짝 과장하였습니다.”
제임스가 호탕하게 웃었다.
베레곤이 제임스와 가볍게 잔을 부딪쳤고, 나와도 잔을 나누었다.
나와 베레곤은 서로 부드러운 눈빛으로 어느 정도의 덕담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서부에서의 일, 동부에서의 일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 자리는 연회니까.
“화이트 가의 비전 검술을 완벽하게 익힌 덕분에 올리비아 영애가 이른 나이에 소드 마스터가 되었나 봅니다. 따님이 막강한 실력자인 것을 지금껏 잘 숨겨오셨군요.”
베레곤이 물었지만 나도 몹시 궁금한 점이었다. 소드 마스터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다니, 정말 여러모로 믿기 힘든 일이었다. 게일도 마스터가 되기 이전부터 이미 유명한 기사였잖은가.
“숨기려 애쓴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일상의 즐거움을 챙겨주려 노력했지요. 딱히 명성을 드날릴 기회가 없었습니다. 올리비아는 전하께서 서부에서 돌아오실 즈음 소드 마스터가 되기도 했고, 화이트 가문은 쭉 평화로웠으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이 섣불리 자랑할 성격도 아니고, 어린 딸에게 검술 실력을 보여달라 할 외부인도 없었겠지.’
정화의 물결로 치료를 받은 뒤 잠시 쉬고 있었던 올리비아가 내게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전하. 그리고 다시 한 번 무례를 용서하세요.”
“아뇨. 영애 덕분에 연회 분위기가 한층 살아났습니다.”
올리비아가 나의 말에 싱그럽게 웃었다.
후원에 있는 봄꽃들이 올리비아의 미소와 함께 만개하는 느낌이었다.
‘춤사위…… 그래 춤사위 같았어.’
올리비아는 검술을 펼칠 때는 날렵하면서도 유려했고,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는 지금은 새벽이슬을 머금은 봄꽃 같았다.
“그동안 화이트 가문은 보급품만 담당하면서 전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제임스의 말에 다시 한 번 시선이 나와 제임스에게 집중되었다.
제임스의 그 말이 신호였을까?
올리비아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화이트 가문 역시 전장에 가문의 깃발을 걸 때가 되었습니다.”
제임스가 나를 향해 허리를 깊게 숙였다.
“전하, 이번 동부 원정에서 부디 올리비아를 대동하여 주십시오. 황가의 깃발 아래 화이트 가의 깃발을 걸어 주시면 화이트 가 기사단 역시 전하의 깃발 아래 모여들 것입니다.”
후원은 다시 한 번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모두가 올리비아가 소드 마스터로서의 면모를 드러낼 때 반신반의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 자리에서 굳이 올리비아가 게일에게 대련을 신청하고 자신의 실력을 드러낸 이유는?
동부 원정에 참가하고 싶기 때문이다.
연회의 목적은 승전 축하이자 동부 원정 개전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가문의 영향력과 실력을 자랑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그런 자리에서 실력을 뽐냈으니 응당 동부 원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줄은 예상하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가 둘이다.’
피레온 왕국에서 기다리고 있는 소드 마스터는 세 명이니까.
베레곤 공작에게 고개를 숙여 전장에 참여하기를 권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그가 참가하는 전장이라면 적군이 아니라 그에게 더 신경을 많이 쓸 확률이 높았다.
얀 공작은?
비록 얀 공작은 내게 베레곤, 오스틴 공작만큼 적대적이지는 않았지만 전폭적으로 협조하는 황제파 귀족도 아니었다.
얀 공작의 참전을 요구하면 그만큼 내 영향력이 줄어든다.
나는 오롯이 내가 동부 원정을 이끌고 싶었다.
그래서 올리비아는 아주 적절했다.
영애이지만 다른 소드 마스터처럼 공작이라는 높은 직위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어지는 제임스 공작의 말이 올리비아의 참전 목적을 증명했다.
“전하, 피레온 왕국에서 소드 마스터 셋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하의 실력은 눈부시지만 소드 마스터가 작정하고 암살을 시도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귀족들이 아,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현실적인 말이지만 꽤 불경한 언행입니다, 제임스 공작.”
어느 귀족의 말에 제임스 공작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전하.”
연회 분위기는 어느새 전장 회의로 돌입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순 없습니다. 폐하께서 무슨 이유 때문에 철군하셨는지 알 수 없지만 드러난 건 폐하도 군을 돌리신 전장입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겠죠.”
“제임스 공작!”
얀 공작이 나섰다.
제임스가 선을 넘는다는 기색을 강력하게 표했다.
“황가와 폐하, 그리고 전하에 대한 충심으로 드리는 말씀이십니다. 올리비아를 전하의 호위로 임명해주십시오.”
순식간에 후원은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다. 지금 제임스 공작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저절로 올리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옅게 웃으며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에서 여성 기사가 누군가의 호위를 맡는 경우는 하나뿐이었다.
제임스 공작은 내게 정략결혼을 제안했다.
난다 긴다 하는 귀족 모두가 보는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