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3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39화(139/278)
139화.
뷔칸을 보내고 나는 수련장으로 향했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는 꼭 수련에 임했는데, 오늘은 전보다 더욱 진지했다.
최상급 정령사의 길이 아주 약간이라도 보인다면 좋을 것 같았다.
‘재능의 문제인가?’
나는 오랜만에 시스템 창을 살펴보면서 여러 가지를 고민했다.
워낙 좋은 스킬들이 자주 나오고 칭호도 모두 훌륭한 것들이라 그동안 재능 레벨을 까맣게 잊었다.
스킬 레벨, 캐릭터 레벨은 쑥쑥 올랐던 반면 재능 레벨은 어느 순간부터 답보 상태였다.
바람의 동반자, 물의 수호자, 대지의 친우, 화염의 지배자.
‘아예 오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스킬 레벨에 비하여 거의 오르지 않았어.’
바람의 동반자 20, 물의 수호자 17, 대지의 친우 15, 화염의 지배자 14 순이었다.
오르긴 분명 올랐다. 그 폭이 모두 낮아서 문제였다.
‘스킬과 재능은 아예 다른 개념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올리는 방법 같은 건 여전히 감이 오지 않는데.’
재능이 필요없는 스탯인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재능은 스킬 개방과 위력에 영향력을 미쳤다.
재능 레벨이 뒷받침되어야 스킬을 개방할 때 좋은 스킬이 나오고 레벨도 더 잘 올릴 수 있었다.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수련장에 도착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본다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나는 모든 정령들을 소환했다.
파파팟-!
수련장에 나와 계약한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연스럽고 빠르며 다수의 정령들을 동시에 소환하는데도 무리가 없어, 이제 소환만큼은 내가 대륙에서 제일로 잘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자, 오늘도 대련 형식으로 수련하자.”
나의 말에 이그니스가 대답했다.
“주인, 그건 좋은 수련 방식인데 상대를 잘 지정해야 돼.”
“상대?”
“주인은 바람의 정령과 친화력이 가장 높아. 그래서 같은 하급 정령이라도 샐러멘더보다 실프 놈이 더 강하다는 말이야.”
이그니스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인, 그렇게 멍청한 표정으로 보면 내가 주인을 더 한심하게 여기지 않을까? 친화력과 정령의 힘이 상관관계가 있는 건 기본이잖아.”
“아! 알고 있었어.”
“전혀 모르는 눈치였는데?”
이그니스의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강하게 부정했다.
“알고 있었다니까.”
물론 뒷말은 생략했다.
‘까먹고 있었지만. 몰랐던 건 아니지.’
이그니스가 한숨과 함께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는 찰나, 엘라임이 부드럽게 말했다.
“맹약의 주인께서는 바람의 정령과 친화력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물의 정령과 친화력이 높아요. 땅의 정령이나 불의 정령은 비슷한 수준이고요.”
실울펜도 한 마디 보탰다.
“맹약의 주인은 그 어떤 이보다 높은 친화력을 가지셨으니 딱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그니스가 날개를 퍼득였다.
“아니, 이것들이? 친화력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정령마다 차이가 있으니 그 부분을 전투 때 항상 고려해야 될 거 아니야!”
실울펜과 엘라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그니스의 말은 옳습니다.”
실울펜의 말에 이그니스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수련할 때도 저 무식한 덩치 놈과 나를 위주로 수련을 하라는 말이야. 어차피 저 강아지와 아줌마는 친화력이 높으니…….”
“이그니스 님께서 참으로 많이 성장하셨네요. 방금 뭐라고 하셨죠?”
엘라임이 진하게 웃었다.
실울펜은 혀를 찼다.
클라임은 관심도 없다는 듯 바닥에 누워 있었다.
이그니스가 말을 더듬었다.
“아, 뭐. 주인이 친화력이 높다고.”
“누구와요?”
엘라임의 부드러운 강요에 이그니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엘, 엘라임 님과요.”
“그래요. 이그니스 님이 샐러멘더 시절부터 저는 이미 엘라임이었어요. 그 사실은 결코 잊지 말아요. 알겠죠?”
이그니스는 고개를 슬며시 돌렸다.
나는 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정령들끼리도 확실한 서열이 있는 모양이군.’
“일단 모두 소환했으니까 시작하자.”
정령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나는 모든 정령에게 동일한 마나를 공급하면서 편을 나누어 대련하는 방식으로 수련을 진행했다.
‘어머니가 추천한 수련 방법이지. 정령 하나하나 세심하게 다룰 수 있다고.’
처음에는 같은 양의 마나를 공급하지만 A팀의 실프가 밀리는 듯 보이면 실프에게 마나를 더 공급한다.
B팀의 노에스가 위험에 빠지면 노에스에게도 마나를 더 공급한다.
나는 정령들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살펴야 했고, 그에 따라 적재적소에 마나를 추가로 사용했다.
대련 한 번이 끝나면 녹초가 될 정도로 정밀한 훈련이었다.
한참이나 수련에 빠져들었다.
나는 정령들끼리의 전투 속에서도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며 전투 속을 누볐다.
엘라임이 이그니스를 향해 비산하는 물방울을 펼쳤다.
신기한 건 물방울이 여러 개가 아니라 단 하나였다.
쾅-!
“컥!”
이그니스가 물방울에 갇히자마자 바람과 불의 정령들이 급격하게 밀렸다.
나는 서둘러 마나를 폭발적으로 공급했지만, 같은 A팀이던 실울펜마저 엘라임이 가두면서 치열했던 승부가 끝났다.
“후우우우!”
깊게 숨을 몰아쉬면서 상급 정령을 제외한 다른 정령들은 모두 돌려보냈다.
상급 정령들을 남겨둔 건 복기를 위해서였다.
“이건 사기야.”
이그니스의 말에 실울펜이 타박했다.
“네 부주의가 패배로 이어졌다.”
실울펜도 승부욕이 대단했다.
내가 입을 열었다.
“모두 수고했어. 마지막에 엘라임이 힘을 비축했다가 한 번에 터뜨린 게 결정이었던 것 같아.”
“저, 전하!”
다급한 목소리에 나는 정령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소리스가 빠르게 다가왔다.
“왜? 무슨 일이야?”
“폐하께서 오고 계십니다.”
* * *
아버지가 나의 궁을 찾은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내가 쓰러졌을 때, 내가 아룬 칼 레오드로서 이 제국에서 처음으로 눈을 떴을 때가 마지막 방문이었다.
그날, 나는 아버지의 눈빛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아무런 감정도 들어 있지 않은 눈빛이었다.
그때와 다르다.
나는 수련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아버지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수련 중이었나?”
“네.”
“동부 원정 준비는?”
“곧 마무리가 될 것입니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게일과 기사들도 내 수련장으로 들어왔다.
근처 수련장에서 수련하던 중에 아버지의 방문 소식을 들은 모양이다.
“게일.”
아버지가 게일을 보면서 옅게 웃었다.
“폐하.”
“축하하네.”
역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운 사람이 바로 나의 아버지였다.
‘베레곤이나 오스틴 같은 반대파가 아니면 말이지.’
아버지는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꽤 많이 늘었던데 한 번 볼까?”
아버지가 말이 끝나자마자 손을 뻗었다.
어, 어 하는 리오덴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허리춤에 있던 목검이 아버지의 손에 빨려 들어갔다.
‘진짜 괴물이군. 마나를 저렇게 운용하다니.’
무협에서나 나올 법한 허공섭물이 아닌가. 가끔 나는 나의 설정에 혀를 내두른다.
론 칼 레오드, 카렌 두 사람을 괴물 중 괴물로 만들기 위하여 별의별 것들을 다 가져다 썼다.
잘 썼다면 모를까 내 실력에는 난잡하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아버지가 걸음을 옮기자 나는 잡념을 지우고 움직였다.
“황태자는 게일 다음에 하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게일이 화들짝 놀랐다.
“폐, 폐하.”
“왜 나랑 검을 나누는 게 불편한가?”
“아닙니다.”
나는 슬쩍 자리를 비켰고, 게일이 아버지 앞에 섰다.
“화이트 가의 아이는 아직인가?”
대전 신하가 대답했다.
“곧 도착할 것입니다.”
화이트 가의 누구일까.
궁금증은 금세 풀렸다.
올리비아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허리를 숙이며 예를 표하는 올리비아를 보면서 아버지가 진하게 웃었다.
“자, 제국을 밝힐 인재들이라지? 게일, 황태자, 그리고…….”
올리비아가 재빨리 말했다.
“올리비아 화이트이옵니다.”
“그래. 네가 마지막이다.”
아버지가 목검을 비스듬히 들었다.
“진검을 사용해라, 게일.”
게일은 거절하지 않았다.
고오오오오-!
게일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수련장을 장악했다.
“좋군.”
두 사람의 대련이 시작되자 올리비아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좀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올리비아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수련장 밖으로 나왔다.
“폐하께서 부르신 겁니까?”
나의 질문에 올리비아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침에 연통이 와서 급히 입궁했어요.”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게일이 공격을 시작했고, 좀처럼 볼 수 없는 최고의 대련이니까.
소드 마스터와 소드 마스터의 대련!
게일과 올리비아가 대련할 때의 느낌과는 달랐다.
올리비아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대련에 집중했다.
완전히 대련에 빠져들고 있는 올리비아를 보면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애써 올리비아의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아버지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챙-! 챙-!
게일은 오러 블레이드로 아버지를 공격하고 있었다.
‘진짜 괴물이야, 괴물.’
목검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내는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저토록 약한 나무로 만든 검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내는 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일이다.
올리비아는 어느새 넋을 잃은 듯 보였고, 나 역시 서서히 대련에 집중되었다.
‘움직이지 않고 있다.’
아버지는 오로지 한 자리에 서서 게일의 모든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게일이 물러나면서 후우, 숨을 몰아쉬었다.
“갓 마스터에 오르면 오러 블레이드에 집착하게 된다. 오러 자체도 강력한데 그보다 더 강한 오러 블레이드는 말할 것도 없지.”
아버지의 말이 이어졌다.
“오러 자체를 강화시키는 방법을 연습하도록. 마나 운용을 좀 더 정교하게, 검술과 호흡법의 일체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면 오러도 오러 블레이드만큼 날카로워진다.”
나는 전부 알아듣지 못했지만, 게일과 올리비아는 탄성을 터뜨렸다.
심지어 다른 기사들마저 놀라고 있었다.
‘무슨 말이지?’
궁금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질문할 정도로 내가 둔하지는 않았다.
“검술은 마나 호흡법과 검의 움직임을 일체시키는 것을 칭한다. 많은 이들이 오러를 사용하게 되면 오러의 위력에 취해 검술을 소홀하게 되지.”
아버지의 강의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하지만 검술이 극에 이르지 못하면 아무리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낼 수 있어도 반쪽짜리 마스터에 불과하다. 게일, 검술을 게을리한 것 같지 않지만 더욱 정진하도록. 네 가문의 비전 검술은 명가의 그것과 비교해도 결코 모자라지 않다.”
“폐하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공간 장악 능력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다음 강의도 있다는 말인가?
게일의 눈동자에 의문과 흥분이 동시에 스며들었다.
아버지가 짧게 말했다.
“자, 다음.”
나는 애써 긴장을 억눌렀다.
게일이 물러났고, 나는 그가 있던 자리에 서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아버지와 눈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키는 자랐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거대한 산과 같았다.
“전력을 다해라.”
나는 아버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든 정령들을 소환했다.
실프 다섯, 운디네 다섯, 노움 다섯, 샐러멘더 다섯.
스물의 하급 정령들.
실페레 둘, 운다이론 둘, 피닉스 둘, 노에스 둘.
여덟의 중급 정령들.
실울펜, 엘라임, 이그니스, 클라임.
상급 정령 넷.
고오오오-!
존재감 자체가 다른 때보다 더 큰 것 같았다.
아마도 정령들도 아버지의 기세에 억눌리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의 기세를 키우는 것 같았다.
“소환은 나보다 더 잘하는군. 그리고…… 상급 정령 마스터라지만 모든 속성의 상급 정령과 계약했다라!”
아버지의 미소가 진해졌다.
“재밌군.”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올리비아 앞에서 망신을 당할 순 없지.’
아버지에게 승리한다는 사실은 단 1%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무력하게 패배하지는 않는다.’
나의 강렬한 의지에 정령들이 감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