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4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40화(140/278)
140화.
‘기세를 이겨내야 돼.’
아버지는 가만히 서 있을 뿐이지만, 수련장은 오로지 아버지만의 공간 같았다.
‘공간 장악 능력인가?’
아버지의 기세에 따라 흘러나오는 마나가 수련장을 꽉 채웠고, 나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
정령을 유지하는 자체로만 상당한 심력이 소모되었다.
바람의 호흡법을 운용하며 그물처럼 펼쳐져 있는 아버지의 기세에 대항했다.
‘실프, 실페론, 실울펜.’
바람의 정령들을 부르면서 동시에 바람의 사슬을 펼쳤다.
날카로운 바람으로 아버지의 기세를 걷어낼 심산이었다.
콰앙-! 쾅-!
“호오.”
아버지는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미소가 진해졌고, 비스듬히 들고 있는 목검을 고쳐 잡았다.
고오오오-!
‘저, 저건?’
아버지가 움직였다.
나는 놀랄 새도 없이 본능적으로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펼쳤다.
파파팟-!
무시무시한 속도로 쇄도하는 아버지의 움직임을 바람과 대지의 흐름은 따라가지 못했다.
엘라임이 재빨리 내 곁에 물의 장벽을 세웠다.
“훌륭하다.”
아버지는 감상에 이어 부드럽게 목검을 횡으로 그었다.
“물의 상극은 불이지.”
파르르릇-!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의 목검에 화염이 타올랐다.
콰아아앙-! 쾅-!
폭음과 함께 물의 장벽을 이루고 있는 물이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기 시작했다.
목검은 뱀처럼 휘면서 뚫린 물의 장벽 사이로 엘라임을 베었다.
몸의 일부가 수증기가 되어 날아간 엘라임이 쓰러졌다.
‘방어만 하다가는 허무하게 당한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실울펜이 바람의 사슬을 펼쳤다.
“바람은 단단한 땅으로 잡아두는 법이고.”
목검에서 화염이 사라지고 갈색 흙들이 흘러나왔다.
목검이 실울펜이 만든 바람의 사슬을 내리쳤다.
쾅-!
스킬이 사라지면서 실울펜의 몸이 비틀거렸고 동시에 아버지가 목검으로 실울펜의 등을 후려쳤다.
나는 거칠게 몸을 떨었다.
실울펜이 정령계로 역소환당하지는 않았지만, 충격이 너무 컸다.
바닥에 쓰러진 실울펜을 보면서 아버지가 이그니스를 향해 쇄도했다.
나는 하급 정령과 중급 정령에게 끊임없이 마나를 공급하면서 모든 스킬을 펼쳤다.
쾅-! 쾅-! 쾅-!
놀랍게도 아버지는 나의 모든 공격을 일일이 전부 막았다.
“이그니스!”
불의 장막이 아버지 앞에 화악, 하고 타오르며 구현되었다.
“물이 불에 상극이듯 불 역시 물과 상극이다.”
목검에서 푸른 물이 쏟아져 나왔다.
유려한 목검의 움직임에 따라 불의 장막이 부스스, 가라앉았다.
거대한 폭포에 씻겨져 내리는 산불처럼 불의 장막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목검 주위를 푸른 물 회오리가 빙빙 돌고 있었다.
이그니스는 아버지의 목검을 피하지 못했고, 실울펜 옆에 쓰러졌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직 클라임이 남았다.
늪의 요정을 펼치면서 이그니스와 실울펜에게 다시 마나를 공급했다.
아버지의 몸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분연히 일어났던 늪의 요정들은 아버지의 모습이 내 앞에 나타남과 동시에 쓰러졌다.
찰나의 순간에 모든 늪의 요정들을 일검에 베어버린 것이다.
클라임이 거칠게 땅을 내리쳤다.
“땅 혹은 대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속성이지만.”
아버지가 목검에 오러를 휘감고 클라임의 허리를 횡으로 그었다.
쾅-!
클라임이 뒤로 넘어갔다.
“날카롭게 벼린 검에 무척 취약하다. 그래서 많은 정령사들이 땅의 정령을 기사들의 기동력을 묶거나 땅 속에서 튀어나와 기습의 형태로 공격하는 정령술을 주로 사용했다.”
상급 정령 넷이 모두 쓰러졌다.
나는 거친 숨을 내뱉었다.
아버지는 정령들이 역소환될 정도로 강한 타격은 주지 않았다.
검을 거두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일단 정령들을 모두 정령계로 돌려보냈다.
“상급 정령사 마스터에 어울리는 정령술이다. 세심하고 부드러우며 파괴력도 갖췄다.”
형편없이 당한 상태에서 듣는 칭찬은 썩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네 속성 정령들과 모두 친화력이 높다는 점도 네 재능이겠지.”
아버지가 이내 질문을 던졌다.
“내가 만약 정령들이 아니라 황태자를 직접 노리고 공격했다면 어떻게 방어했을 것 같나?”
“정령들로 방어했을 것입니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움직임은 정령들의 힘을 이용한 움직임이겠지? 기사의 것과 다르지만 확실히 괜찮은 움직임이었다.”
“네.”
“정령술은 가만히 서서 정령들을 부리는 기술이라고 알고 있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진정 강해지고 싶다면 혹은 게일이나 올리비아 같은 마스터를 상대로도 우위를 점하고 싶다면 검술도 익혀라.”
“바람의 호흡법은…….”
아버지가 내 말을 잘라냈다.
“이미 보여주었다. 검술에 정령술을 접목시킨 것을.”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목검에 화염을 일으키고, 바람의 기운을 담고, 땅의 무거움을 싣고, 물의 기운을 적시는 게 정령술이 아니면 무엇이겠나? 마나로는 여러 속성을 담는 게 불가능하다.”
아버지는 내게 명확한 조언을 건넸다.
“소드 마스터와 같은 검술을 익히라는 뜻이 아니다. 재능이 있다면 혹 모를까. 명가의 검술 중 네게 맞는 것을 골라 적당히 익히고 정령의 기운을 검에 담으면 가만히 서서 정령들만 부리는 정령사들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지.”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던 방법이었다. 검을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최후의 순간에 마지막 찌르기 정도만 익히려고 했었다.
‘역시 론 칼 레오드…… 천재 중 천재. 일종의 정령검술인가?’
아버지가 올리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화이트 가의 검술을 한 번 볼까? 제임스 공작이 그러더군. 검술 자체로는 자신의 여식이 더 뛰어나다고.”
* * *
폭풍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대련이 끝난 뒤 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식사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고, 나는 아버지의 거절도 좋았다. 여전히 아버지를 대하는 게 어려웠으니.
저녁 식사는 게일과 나, 올리비아 함께 자리했다.
데이비드와 리오덴은 기사들과 기사 전용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헤밀튼은 궁에 없었고 소리스와 켄도 아카데미 졸업식 참여로 자리에 없었다.
소리스가 최근 새롭게 임명한 황태자궁 집사가 저녁을 준비해주었다.
올리비아가 좋아하는 생선 요리와 채소를 위주로 준비했고, 괜찮은 와인도 내왔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래도 정말 좋은 자리였어요. 폐하께서 직접 가르침을 내려주실 거라곤 꿈도 꾸지 못했거든요.”
게일도 올리비아의 말에 동조했다.
“흔치 않은 일이지요.”
나도 마찬가지였다.
“맞아. 대련에서 아바마마의 압박감은 정말 대단했어.”
“마스터가 된 이후 폐하의 발끝이라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한 착각이었습니다.”
게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착각?”
“네. 같은 마스터이지만 폐하와 저의 차이는 극명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마스터에 이르면 차이는 미세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수준 자체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올리비아가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폐하를 존경하는 것 같아요. 아버님이나 베레곤 공작님, 얀 공작님 모두 마스터이시지만 폐하의 실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하시잖아요.”
“다른 나라의 마스터들은 아바마마를 두려워하지요. 같은 마스터이지만 급이 다르니까.”
나의 말에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폐하는 검술만이 아니라 마법과 정령술로도 최상위에 이르셨으니…… 진정 대단하신 분이죠.”
한동안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아버지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오늘 대련이 확실히 마음 속 깊이 남아 있었다.
올리비아가 다른 화두를 꺼냈다.
“이번 원정은 실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꼭 가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가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까 폐하께서 영애의 검술을 게일과 비교한 것 때문이군요. 가서 게일보다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시려는 겁니까.”
올리비아가 민망한 듯 얼굴을 붉혔다.
아직 어리기 때문일까?
확실히 게일보다는 호승심이 더 큰 것 같았다.
게일은 옅게 웃었다.
그는 올리비아의 호승심이 마냥 기분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영애와의 대련은 언제나 영광입니다. 제가 아직 검술이 부족하여 폐하께도 지적을 받았으니 서로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게일 기사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화기애애한 저녁 식사 자리였다.
이야기의 방향은 다시 내가 중심이 되었다.
“정령검술이라는 건 처음 들어보았는데 전하께서 느끼시기에는 어떻습니까?”
게일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아버지와의 대련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솔직히 감은 잘 오지 않아.”
“검술의 실력이 올라가고 마나가 충만하게 쌓이면 오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벽을 넘으면 오러 블레이드까지 뽑아낼 수 있습니다.”
게일의 설명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비아 역시 정령검술에 대한 게일의 해석이 궁금한 듯 집중했다.
“정령검술은 오러 대신 정령의 기운을 검에 싣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리비아도 한 마디를 보탰다.
“좋은 검술을 배우시면 충분히 폐하께서 선보이셨던 정령검술을 사용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한 가지 의문을 물었다.
“검술이라는 게 단순히 검의 움직임 형식만이 아니라 마나 호흡법과 일체가 되어야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아바마마야 워낙에 천재이시지만 저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
“한 번 시도는 해보시는 게 어때요?”
“물론 시도할 생각입니다. 가만히 서서 정령술을 사용하는 것보다 정령사도 정령들과 함께 전장을 누비며 검을 휘두르면 아바마마의 말씀처럼 몇 배는 더 강해질 수 있으니까요.”
강해지는 것을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검술의 기본부터 다지는 것이 좋습니다.”
게일의 말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의지로 불타올라 있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기사단 기사들과 함께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때 올리비아가 나섰다.
“전하께서는 화이트 가문의 검술이 어울리실 것 같아요.”
나도 게일도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영애님, 제임스 공작님이 허락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게일의 우려에 올리비아가 저었다.
“차기 가주의 권한으로 전하께 검술 기본기를 가르쳐 드리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나는 올리비아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영애께서 직접 저를 가르쳐 준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전하께서 괜찮으시다면요.”
“저야 당연히 좋습니다.”
게일도 반대하지 않았다.
“제가 익힌 검술은 다소 투박한 편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 올리비아 영애의 가르침을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부터 매일 궁에 올게요.”
올리비아의 전광석화 같은 결정에 나는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