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4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41화(141/278)
141화.
“마지막 한 번입니다!”
올리비아의 목소리에 나는 온힘을 다해 수련용 목검을 휘둘렀다.
아침 일찍부터 수련장에 나와 배운 건 내려치기, 베기 등 아주 기본적인 동작이었다.
“후우우우!”
땀으로 젖은 얼굴을 닦으며 나는 수련용 목검을 내려놓았다.
“고생하셨어요.”
올리비아가 다가와 다정하게 말했다.
나는 빙긋 웃었다.
“감사합니다.”
하인이 다가와 내게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수건을 건네주며 말했다.
“전하, 궁에 제임스 공작님이 오셨습니다.”
올리비아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아버님이?”
하인이 올리비아에게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숙였다.
“네. 조금 전에 오셔서 전하와 영애님과 함께 점심을 함께 드시면 어떤지 물어보셨습니다.”
나는 즉시 대답했다.
“물론 좋지. 공작님과 함께 점심 먹을 준비를 하도록.”
“네, 전하.”
하인이 먼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고, 나는 올리비아를 향해 말했다.
“가시죠. 공작님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소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오늘 훈련은 모두 기초적인 내용뿐이었지만 체력 소모가 상당했다.
한번 바람의 호흡법으로 육체의 피로를 풀었음에도 생소한 움직임은 육체에 다소 무리를 주었다.
손바닥도 찢어질 듯 아팠지만 올리비아 앞에서 내색하지는 않았다.
금세 궁에 도착한 뒤 나는 올리비아를 향해 말했다.
“잠시 옷을 갈아입고 식당으로 가겠습니다.”
나는 궁의 하인에게 당부했다.
“영애를 모시도록.”
“네, 전하.”
올리비아 영애가 내게 인사를 건네고 하인을 따라 접견실로 이동했다.
나도 서둘러 2층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 * *
식당으로 내려가자 제임스 공작과 올리비아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짧게 인사를 건넨 이후 자리에 앉았다.
“공작님의 방문을 미처 예상하지 못해 준비가 미흡합니다.”
나의 사과에 제임스 공작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전하의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불쑥 방문을 드려 번거롭게 하였으니 제가 죄송할 따름이죠.”
매끄러운 제임스 공작의 대답에 나는 웃으며 음식을 권했다.
평화로운 식사 시간이었다.
“수련은 어떠셨습니까? 올리비아가 뛰어난 기사이지만 가르치는 영역은 또 다르니 걱정이 많이 되어 찾아왔습니다.”
찾아온 목적을 밝히며 걱정하는 제임스 공작의 말에 나는 환하게 웃었다.
“아닙니다. 영애께서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벌써부터 검술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다소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물론 힘들었지만요.”
한동안 나와 제임스 공작은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식사 시간에 굳이 무거운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식사가 모두 끝나고 내가 즐기는 차가 나오자 제임스 공작이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전하.”
“네, 공작님.”
“본가에서 보내드린 원정 준비에 대한 보고서는 받아 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네. 이번에도 화이트 가문이 많은 지원을 하더군요. 폐하께서도 분명 공작님의 공을 잊지 않으실 겁니다. 사령관으로서 개인적으로도 공작님께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공작은 1차 원정 당시보다 이번 원정에 더 많은 재산과 병사, 기사들을 투입했다.
가문의 차기 가주인 올리비아가 함께 가는 원정이니까.
‘여러 황자 중 나를 확실하게 선택했으니 나의 정치적 동반자라 말해도 무방할 정도다.’
모든 귀족들이 보는 앞에서 내게 정략결혼이나 다름없는 제안을 하였으니 그는 분명하게 내 편에 선 귀족이었다.
제임스 공작은 서부 영주들을 제외하고 중앙 귀족 중 내게 확실히 줄을 선 첫 번째 귀족이다.
덕분에 내 입지가 크게 올라갔다.
화이트 가문은 공신 가문이며 올리비아의 존재로 소드 마스터를 당대에 두 명이나 배출한 제국 최고의 명가로 올라섰으니까.
여전히 종합적인 전력과 역사를 놓고 본다면 애트란 가문이 앞서지만, 화이트 가문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역사에서도 화이트 가문이 밀릴 게 없지. 십몇 년 전만 하더라도 왕가가 아니었던가.’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공작님의 은혜는 반드시 갚을 것입니다.”
내 나름대로의 제임스 공작에게 확답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신과 나는 정치적인 동반자이다.
제임스 공작은 내 말뜻을 알아듣고 입을 열었다.
“십수 년 전 저는 가문의 운명을 놓고 크나큰 선택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왕국을 통째로 나의 아버지에게 바친 일을 제임스 공작은 직접 꺼내 들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제임스 공작 개인에게는 다소 굴욕적인 주제가 될 수도 있었다.
많은 왕국과 가문들이 아버지의 정복 전쟁에 저항했고 멸문당하여 사라졌다. 그중 일부는 강제적으로 충성 맹세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애트란 가문의 베레곤 가주, 리버힐 가문의 오스틴 가주 역시 아버지에게 패배한 이후 아버지 편에 섰다.
물론 그들은 가주가 직접 나서 아버지에게 대결을 신청하여 가문의 멸문까지 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제임스 공작처럼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스스로 먼저 아버지에게 나아가 가문을 바치지는 않았다.
제임스 공작의 명망이 왜 중앙에서 낮았는가?
바로 아버지에게 쉽게 굴복한 과거 때문이었다.
어떤 이는 그런 제임스 공작을 나라를 배신한 왕이라고 조롱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앞에서 대놓고 그러지는 않았지만.’
여러모로 제임스 공작의 위치는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
베레곤, 오스틴, 얀 공작보다 그가 공작임에도 존재감이 별로 없었던 건 바로 그런 과거와 제임스 공작 스스로도 목소리를 크게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제임스 공작이 개국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오롯이 뽐내고 있었다.
바로 나를 통해서였다.
“많은 이들이 저를 손가락질하였지만 저는 제 선택을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나는 제임스 공작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언제나 가문의 생존과 번영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게 가주의 역할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공작이 결론을 말했다.
“올리비아가 전하에게 검술의 단순한 기초가 아니라 화이트 가문의 비전 검술을 가르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제임스 공작은 내게 모든 것을 걸었다.
* * *
나는 제임스 공작에게 즉각 답을 주지 않았다.
“게일, 솔직히 나는 비전 검술을 전수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느낌은 오지 않아.”
식사를 마친 뒤 제임스 공작과 올리비아가 돌아가고 게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식당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며 숨김없이 나의 생각을 게일에게 물었다.
“제임스 공작은 화이트 가문의 운명을 내게 걸었어. 그런데 굳이 비전 검술까지 전수할 필요가 있을까? 내게 정략결혼을 제안한 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
게일이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확실히 전하께서는 다른 분과 다르십니다. 전하께서는 전대 가주님의 정령술서를 소리스에게 보여준 적이 있지 않습니까?”
오래된 기억을 꺼내는 게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런 적이 있었지. 근데 그건 내가 정령술서를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스승도 없으니 당연히 소리스가 본 뒤 내게 설명해주면 훨씬 빨리 배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전하, 제가 장담드릴 수 있는 건 대륙의 모든 정령사들이 같은 상황이었다면 결코 소리스에게 정령술서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나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게일의 말이 이어졌다.
“명문의 기본은 비전 검술, 정령술, 마법입니다. 외부인에게는 결코 공유하지 않기에 비전이라 불리며 그 비전을 철저하게 지켰기 때문에 명가가 된 것입니다.”
당시 소리스가 감격하던 게 떠올랐다.
“제임스 공작이 비전 검술을 가르쳐 드리고 싶다는 건 전하가 단순한 정치적 동반자이거나 혹은 황태자의 외척이 되고 싶다는 수준이 아니라 화이트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말이지. 어차피 나와 올리비아가 맺어지면 화이트 가문은 나의 운명과 함께하게 돼.”
“아마도 후계 문제와 얽혀 있는 것 같습니다.”
게일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벌써 거기까지 생각한다고?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그리고 내가 황제가 되고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황가의 후손이지, 화이트 가문의 후손은 아니잖아.”
“아마도 후손 중 후계 순위에서 밀리는 분을 선택하여 화이트 가문을 맡길 것 같습니다.”
나는 아,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제임스 공작에게는 딸만 셋이었고 그중 가장 재능이 뛰어나여 소드 마스터까지 오른 올리비아의 핏줄 중 한 명을 후계로 내세울 심산이라는 뜻이다.
“올리비아 영애께서 전하와 맺어지시면 화이트 가문의 후계 자리가 다시 공석이 됩니다. 가주와 황태자비를 동시에 할 순 없으니까요.”
나는 제임스 공작의 제안을 이제야 완전히 이해했다.
“내게 검술을 가르치려는 건 내가 화이트 가문 데릴사위로 들어갈 수 없으니 가문의 일원으로 서로를 수용하기 위한 장치구나?”
게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제임스 공작의 심산을 알고도 나는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는 황태자라는 시류를 타면서도 가문의 이익과 존속을 위하여 과감하게 상식을 깨는 결정을 내렸다.
실로 본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가.
“제임스 공작의 제안을 받아들여야겠어. 여러모로 영애만 한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
“영애를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두셨으니 화이트 가문과의 일은 아주 잘된 일입니다.”
나는 순간적으로 대답하지 못했다.
게일에게도 마음이 들킨 것 같아 괜스레 부끄러웠다.
“전하를 모시면서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엿한 성년이 되시어 반려도 만나시고 황태자로서의 위엄도 점차 갖추시는 것 같아 어느 때보다 기쁜 나날들입니다.”
“게일.”
“폐하께서 정령검술에 대한 가르침도 내리셨으니 부디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전대 가주께서 바라신 건 오직 전하의 행복이셨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게일은 다른 사람과 달리 나의 행복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켄에게도 개인적인 목적이 있었고, 데이비드나 리오덴도 마찬가지였다. 소리스 그리고 서부 영주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나라는 존재를 통해 자신들의 꿈을 펼치기를 원했고 나는 그 꿈을 나만의 방법으로 이루어주겠다는 다짐으로 그들의 충성을 얻어냈다.
“영애를 만나신 이후 전하께서 더욱 행복해하시는 것 같아 적잖이 마음이 놓입니다. 이제 동부 원정도 훌륭하게 해내실 겁니다.”
나도 모르게 목이 메었다.
“고마워, 게일. 게일 자네는 어머니와의 인연으로 내 곁에서까지 평생을 보내고 있잖아. 정말 고맙게 생각해.”
“제 스스로 다짐한 맹세입니다. 또한 전하께서 펼치실 꿈에 대해서도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감정을 억누르며 대답했다.
“들어오도록.”
“전하, 대전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켄이었다.
“급보?”
켄의 다급한 표정에 나는 얼른 물었다.
“무슨 일인데?”
“피레온 왕국군이 카일라하를 공격하여 점령했다고 합니다.”
“카일라하?”
나는 물론이거니와 게일도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피레온 왕국의 요충지 중 한 곳입니다. 폐하께서 지난 원정에서 정복하신 곳인데, 피레온 왕국의 기습으로 무너졌다 합니다.”
나는 급히 몸을 일으켰다.
“대전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