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4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42화(142/278)
142화.
대전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황좌에 앉은 아버지의 얼굴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무심했고, 권태로워 보였다.
귀족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들은 평소와 같은 아버지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나는 이제는 익숙해진 나의 자리, 공작들 옆이자 황좌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아버지의 얼굴을 슬쩍 훔쳐보고 있었다.
‘분노하신 것일까?’
잘 모르겠다. 아버지의 표정은 생각을 읽어내기가 어려웠다.
“카일라하가 피레온 왕국에게 함락 당했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베레곤 공작이 먼저 입을 열자 이내 모두가 한 입이 되어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었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에릭이 직접 선두로 나서 카일라하를 함락했다 하더군.”
얀 공작이 나섰다.
“전하, 카일라하에 남아 있던 병력은 보명 일만에 기사단 다섯 개였습니다.”
모두가 얀 공작의 말에 집중했다.
“그 정도 병력으로는 소드 마스터가 합류한 적의 대군을 막아낼 수 없었을 겁니다.”
아버지 역시 가만히 얀 공작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일부 귀족들은 얀 공작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라하가 요충지로 성벽이 높고 튼튼하나 남쪽으로 올라오는 적국을 막는 곳만 그럴 뿐 피레온 왕국 수도 방향에서 진입하는 북쪽 성벽은 빈약합니다. 아군의 병력만으로는 에릭이 포함된 적 병력을 상대로 카일라하를 방어하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일리 있게 정리한 얀 공작의 말에도 아버지는 크게 표정 변화가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으신 건가?’
아버지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황태자의 생각은?”
“네?”
갑작스레 나를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나는 놀라 말을 더듬고 말았다.
“아, 네. 저도 얀 공작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카일라하를 방비하는 병력은 적었고 적들은 정예였습니다. 지형적인 이점도 보기 힘든 환경이었으니…….”
아버지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원하는 대답이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카일라하가 수복된 것은 시작일 수 있습니다.”
계속 말하라는 듯한 아버지의 눈빛에 나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아버지가 갑작스레 질문을 던졌기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아버지는 재촉하지 않았다.
귀족들 역시 차분하게 기다렸다.
대전 안에서 내 목소리의 영향력이 커진 게 실감되었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여타 왕국들의 정책은 모두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영토의 일부가 함락 당해도 되찾을 생각보다 남은 영토를 지키는 것에만 주력했죠.”
압도적인 제국의 힘, 론 칼 레오드라는 최종 보스 앞에서 왕국들은 바람 앞에 놓인 촛불과도 같았다.
그저 꺼지지 않기를 바라는 게 전부였다.
“카일라하를 피레온 왕국이 수복한 건 의미가 큽니다. 아직 지방에는 많은 영주들 중 제국에 완전히 편입되지 못하고 옛 왕국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칼페온 제국이 건국되고 아직 삼십 년도 흐르지 않았다.
강한 힘, 넓은 영토로 대륙의 유일한 제국이었지만 안으로는 여전히 문제점이 많은 국가였다.
론 칼 레오드, 나의 아버지의 막강한 힘으로 많은 것들을 억누른 상태였지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나는 카일라하 사태를 상당히 심각하게 보았다.
“피레온 왕국의 나머지 영토를 에릭을 선두로 다른 소드 마스터 둘과 마법사의 힘으로 수복하면 동부 전체가 흔들릴 겁니다. 또 옛 기억을 버리지 못한 지방 영주들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어느새 나는 귀족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면 제국 전체가 전화의 불길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군을 두 개로 나눈다.”
아버지의 말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황태자를 필두로 하는 2군은 피레온을 정복한다. 출정 날짜를 앞당겨 남하하는 에릭의 군대를 막고 카일라하를 다시 되찾도록. 나아가 피레온의 수도를 함락시켜 그들 왕가의 명운을 제국의 손으로 내리도록.”
아버지는 내 대답은 듣지 않고 귀족들을 향해 선언했다.
“짐이 이끄는 1군은 북쪽 전선을 통하여 왕국 연합으로 진격한다. 내 뒤를 따르는 건 베레곤, 오스틴 공작 그리고 얀 공작이다.”
아버지의 시선이 제임스 공작에게로 향했다.
“자네는 수도에 남아 대전 회의를 이끌도록.”
“네, 폐하.”
순식간에 전쟁의 규모가 커졌다.
‘제국이 지금 이 전쟁을 감당할 수 있나?’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폐하.”
아버지가 나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제국은 두 개의 군을 유지할 여력이 없습니다.”
대전에 무거운 공기가 가라앉았다.
나는 지금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었다.
황제의 의견에 반하는 것!
일단 결정을 내리면 누구도 아버지의 의견에 반대하지 못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폐하께서 북쪽 전선을 통해 왕국 연합 영토로 직접 들어가시면 피레온 왕국에 있는 소드 마스터들이 길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무심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온몸이 꿰뚫리는 듯한 느낌에도 나는 묵묵히 내 의견을 주장했다.
“이미 1차 원정으로 많은 백성들이 지쳐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쟁에 나서면 많은 보상이 돌아왔지만 1차 원정에서는 오직 소모뿐이었습니다.”
피레온 왕국의 여러 영토를 정복했지만 그곳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건 한정적이었다. 당장 보급품으로 사용한 식량만 하더라도 정복한 영토로부터 보전할 수 없었다.
피레온 왕국의 노른자위는 수도와 그 주변이니까.
마탑도 마찬가지였다.
수도에 있었지 아버지가 정복한 피레온 왕국의 다른 영토에 있는 건 아니었다.
1차 원정은 말 그래도 실패한 원정이었다.
정복한 영토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재화와 인력이 소모되고 있었으니까.
“석 달 안에 피레온 정복을 끝내겠습니다.”
“황태자.”
“직을 걸겠습니다.”
나는 승부수를 던졌다.
* * *
켄과 게일, 소리스, 헤밀튼과 리오덴, 데이비드 그리고 올리비아까지.
내 집무실에 있는 사람은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켄이 좋지 못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무 성급한 결정이셨습니다.”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대답했다.
“성급하다? 맞아. 조금 이른 감이 있지. 도박적인 수이기도 하고. 하지만 내가 직을 걸지 않았다면 아바마마의 뜻을 꺾을 순 없었을 거야.”
“폐하의 뜻을 꺾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마 전하가 처음이었을 겁니다.”
켄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제국은 여력이 없어. 겉으로 볼 때는 강하기 그지없지만 아바마마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야. 동부 1차 원정은 물론이거니와 서부 전쟁까지. 이번에 군을 나누어 출병했다면 아무리 제국이라도 근간이 흔들릴 수 있었어.”
나의 말에 켄이 후우, 한숨을 내쉬며 공감했다.
“물론 전하의 그 말씀은 옳습니다만…….”
나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전쟁의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지? 영토를 넓히는 것? 더 많은 재화를 확보하는 것? 그건 부차적인 이야기야. 전쟁을 일으킬 때 백성들을 징집하기 위해서 적어도 최소한 빈말이라도 이 전쟁은 그대들을 위해서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해.”
막상 말을 하다 보니까 감정이 살짝 격해졌다.
“군을 둘로 나누어 왕국 연합과 피레온 왕국을 동시에 공격하는 건 오직 아바마마의 정복욕이라는 명분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어.”
“전하!”
게일이 다소 엄하게 반응했다.
“폐하에 대한…….”
“알아, 게일. 지금 내 말이 아바마마에 대한 불경이라는 것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지. 백성들이 아바마마를 어떻게 생각할지 뻔히 보이는데 그것을 감춘다면 그게 황태자로서 더 불경한 일이야.”
나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피레온 왕국 정복만이라면 충분히 백성들을 설득할 수 있어. 피레온 왕국 수도 근처에 끝도 없이 넓은 경작지, 수도에 있는 대륙 최고의 마탑. 그 두 곳을 얻는 것에 대가는 백성들에게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으니까.”
피레온 왕국 수도 근처 경작지는 제국의 식량 생산성을 한층 높일 수 있었다.
그곳에서 거두는 수확량만 하더라도 제국 동부 전체에서 거두는 수확량과 비슷할 정도니까.
좋은 기후, 비옥한 땅, 그리고 마탑 마법사들의 연구가 합쳐진 결과물이 바로 피레온의 곡창지대였다.
대륙의 누구라도 탐내는 곡창지대!
마탑도 다르지 않았다.
오스틴 공작의 리버힐 가문보다 더욱 오래된 피레온 왕국의 마탑은 비록 강한 마법사는 없지만 실생활 연구에 특화되어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장 곡창지대의 완성은 마탑의 연구 덕분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1차 동부 원정에서 그 두 가지 중 아무것도 얻지 못했어. 병사들은 희생되었고 재력은 소모되었지만 피레온 왕국의 지방 영토들만 얻는 것으로 그쳤지. 그중 수도로 가는 관문 중 하나인 카일라하는 수복 당해버렸고.”
나는 결론을 맺었다.
“왕국 연합과 피레온 왕국 두 곳을 동시에 치는 건 무리야. 명분도 부족해. 지금은 피레온 왕국에 집중할 때이고 아바마마의 뜻을 돌리기 위해서는 내 직을 걸 수밖에 없었어. 그 정도 각오가 아니라면 아바마마를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내 도박은 받아들여졌다.
‘아버지의 그런 눈빛은 처음이었지.’
권태로움, 무료함 그리고 호기심.
딱 그 정도가 아버지의 눈빛에서 그동안 읽어냈던 감정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직을 걸었을 때 아버지의 눈빛에 떠오른 건 명백히 놀라움이었다.
내 정령술이 한층 진일보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정령 친화력을 증명했을 때도 아버지는 놀라지 않았다.
그저 호기심을 느꼈다.
과연 자신에게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나.
하지만 이번 건은 호기심과 거리가 멀었다.
나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상의 없이 결정한 건 미안해. 아무도 아바마마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기에 그 자리에서 바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어.”
데이비드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백성을 생각하시여 직을 거신 전하의 의로움은 누구나 본받아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결정 난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앞으로의 대처에 대해서 의논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분히 켄을 의식한 말이었다.
소리스나 리오덴은 데이비드와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헤밀튼도 딱히 별 의견이 없었다.
게일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켄이 말했다.
“네. 데이비드 기사의 말이 옳습니다. 석 달이라는 시간제한을 두셨으니 더 빨리 움직이셔야 합니다.”
켄은 올리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영애님, 어려운 부탁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뭔데?”
내가 묻자 켄이 말을 이었다.
“화이트 가문의 지원이 더 필요합니다. 굳이 화이트 가문만이 아니라 모든 귀족들의 지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병력의 규모, 보급품을 모두 늘려야 합니다.”
“빠른 시간 내에 승리하려면 그만큼 전력 보강이 더 필요하겠지.”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버님도 지금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계실 거예요. 그래도 한 번 더 제가 말씀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영애님.”
“전하 그리고 폐하와 함께 북부 전선으로 가실 예정이었던 공작님들과 함께 가셔야 될 것 같습니다.”
켄은 베레곤, 오스틴, 얀 공작의 참전까지 요구했다.
“공작님들까지 합류하고 병사 숫자를 한층 늘리면 전광석화처럼 피레온 왕국을 정복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켄의 말에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공작님들의 참전을 요청했다. 그리고 거절당했다.”
“네?”
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직을 거시고 피레온 왕국 정복을 장담하셨는데 공작님들의 참전이 불가능하다면…….”
나는 짧게 말했다.
“아바마마가 세 소드 마스터 공작님들에게는 따로 임무를 내리신다고 하셨다.”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