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4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43화(143/278)
143화.
이른 아침부터 나는 황태자궁을 나섰다.
목적지는 제임스 공작의 화이트 가문이었다.
황도로 함께 올라온 질풍을 타고 다소 길을 서둘렀다.
평소 예의를 중시하는 게일이라면 아침부터 찾아가는 것에 대하여 한 마디 하였을 테지만 오늘은 잠자코 나를 수행하고 있었다.
어젯밤 미리 전령을 보낸 덕분도 있었지만 일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나의 심정을 이해하는 모양이었다.
“게일.”
“네, 전하.”
나는 질풍 위에서 한숨과 함께 물었다.
“아바마마의 생각은 무엇일까?”
내 질문에 게일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게일이 생각할 때도 이번 아버지의 결정은 여러모로 의문을 낳았다.
아버지의 패도적인 성격 뒤에는 철저한 계산이 숨겨져 있었다. 주변 왕국을 차례차례 점령하는 과정에서 오로지 힘만이 있었다면 과연 이만한 제국을 이룰 수 있었을까?
게일도 아버지가 충분히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번 결정을 쉬이 납득하지 못했다.
“저도 폐하의 생각을 잘 모르겠습니다. 막무가내로 결정하시는 분이 아닌데, 원정군을 둘로 나누시겠다는 말씀도 그렇고 또 전하의 의견을 받아들이시면서 공작님들에게는 따로 임무를 주신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폐하답지 않으십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바마마답지 않은 결정이야. 아침부터 제임스 공작에게 가는 이유 역시 아바마마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지.”
“공작님들에게 따로 임무를 주셨다고 하셨으니 제임스 공작님이라면 전하께 응당 알려주실 겁니다.”
게일은 확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공동 운명체라 말해도 크게 무리가 아닙니다. 영애님과 전하의 결혼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연회 때의 제안을 없던 일로 하기에는 두 분 사이가 짧은 시간 내에 급격히 가까워졌으니까요.”
연회 당시 정략결혼 제안이나 다름없는 동부 원정 호위 제안이나, 올리비아가 내게 직접 검술을 가르쳐 주는 것이나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볼 때는 이미 나와 올리비아는 한 몸이나 다름없었다.
“전하, 곧 도착이옵니다.”
앞서가는 하인의 말에 시선을 돌리자 화이트 가문의 웅장한 저택이 보였다.
주변에 다른 저택은 보이지 않았고 오직 화이트 가문의 저택만이 홀로 공간을 압도하고 있었다. 가문의 뒤로 보이는 산맥의 줄기가 마치 저택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금세 정문에 도착하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 나는 질풍에서 내린 뒤 화이트 가문의 하인에게 넘겼다.
제임스 공작과 올리비아의 모습이 보였다.
나를 직접 맞이하기 위하여 새벽부터 준비한 듯 두 사람의 얼굴과 복장에는 흐트러짐 없이 깔끔했다.
“이른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공작님.”
제임스 공작이 환하게 웃었다.
“아닙니다. 어제 대전 회의가 끝난 뒤부터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호의적인 제임스 공작의 목소리에서 내가 방문한 의도를 명확하게 알고 있으며, 어렵지 않게 대답하리라는 추측도 할 수 있었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짓은 하지 않았다.
“안으로 드시지요. 아침 식사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나는 제임스 공작과 올리비아의 뒤를 따랐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식사 자리나 식사를 끝낸 뒤 해도 늦지 않을 터,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서 저택 곳곳을 살펴보았다.
“저택이 무척 넓군요.”
황태자궁과 비교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제임스 공작의 저택은 넓고 화려했다. 다른 곳보다 족히 몇 미터는 높은 담장 덕분에 밖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안사람이 가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괜스레 제임스 공작의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 것 같아 민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군요.”
“올리비아를 낳으면서 먼저 가기는 했지만 안사람이 좋아하던 취미는 아이들이 잘 지켜왔습니다. 올리비아의 두 언니는 모두 결혼했지만 종종 방문하면서 정원을 가꾸고 돌봅니다.”
이 시대의 여성들은 결혼하는 순간 남자의 집안 사람이 되지만, 제임스 공작의 딸들이라면 평범한 여성들과 다르다.
친정이 화이트 가문인데, 친정 방문에 눈치를 줄 정도로 간이 큰 가문은 제국에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괜히 4대 가문이라 불리겠는가.
곧 식당에 도착했다.
제임스 공작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식당이었다. 식당 자체는 화려했지만 식단은 아침답게 간단한 것들뿐이었다.
“앉으시죠, 전하.”
상석을 양보하는 제임스 공작의 권유에 나는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내가 앉고 제임스 공작, 게일, 올리비아가 차례대로 자리를 잡았다.
“오면서 게일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는 평범하게 화두를 꺼냈다.
“아바마마의 생각을 모르니 앞으로의 일에 걱정이 산더미 같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확실히 폐하답지 않으신 결정이었습니다.”
제임스 공작은 내게 음식을 권유하며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오랫동안 폐하와 함께하였습니다. 폐하께서는 종종 범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십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시 폐하의 결정이 얼마나 현명하고 또…… 소름 끼치도록 치밀한 계획 아래에 일어난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는 말씀이십니까?”
나는 아버지의 이번 결정에서 그 어떤 계획도 알 수 없었다. 충동적인 결정이라 느꼈다. 제국이 공격을 당했고, 자신의 명성에 금이 가 이른 시간 내에 모두에게 자신의 힘을 되새겨주겠다는 분노만을 느꼈다.
제임스 공작은 달랐다.
“네. 저는 이번 폐하의 결정도 기존의 결정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공작님들께 따로 내리신 명령이 무엇입니까?”
* * *
“전하께서 동부 원정을 떠나시면 저는 물론이거니와 얀 공작, 베레곤 공작 그리고 오스틴 공작까지 모두 북부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결국 군을 둘로…….”
전선이 여러 곳이면 곤란하다. 하나의 전선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역량이 필요하고 곧 백성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아뇨. 각 정예 1개 기사단, 오스틴 공작의 마법 병단이겠죠. 그리고 폐하와 황궁 기사단만 출전합니다.”
나는 말을 잃었다. 단 한 명의 병사 징집도 없이 아버지는 공작들과 4대 수호 가문 최고의 정예들을 이끌고 북부로 올라간다는 뜻이니까.
당연한 의문이 들었다.
“기어이 북부로 올라가셔서 피레온 왕국 정복을 직접 하시겠다는 생각이십니까?”
“전하, 폐하께서는 철군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국 개국 이래 처음으로 제국 영토를 빼앗기셨습니다. 보여주실 필요가 있는 겁니다. 이 땅의 지배자가 누구인지. 제국이 어떻게 십수 년 만에 대륙의 가장 큰 국가가 되었는지.”
제임스 공작이 물 한 잔을 마신 뒤 말을 이었다.
누구도 음식에는 관심이 없어졌다.
나도 게일도 그리고 올리비아까지도 제임스 공작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북부 왕국 연합 국경에는 에릭, 제인, 고든 세 소드 마스터의 가문이 있습니다. 그들은 왕국 연합 변경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네. 전하께서 동부 원정에서 돌아오시기 전에 세 가문의 멸문을 결정하셨습니다.”
순간 이런 미친 인간이, 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는데 정말 가까스로 참았다.
나는 제임스 공작의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최종 보스 론 칼 레오드가 어떤 형식으로 제국을 건국하고 또 어떤 형식으로 그 영토를 늘려갔는지!
아버지는 나의 의견에 져 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말을 들어주면서 제국에 심기를 거스른 세 소드 마스터에게 확실한 징치를 내리려는 것이다.
‘만약 이 소식을 알게 되면 세 소드 마스터는 전장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나는 침착하려 애쓰며 말했다.
“세 가문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 겁니까?”
제임스 공작이 하인을 시켜 지도를 가져오라고 명했다.
금세 식탁이 치워졌다. 아침 식사를 대강 먹었지만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음식이 치워지고 거대한 식탁을 꽉 채우는 지도가 펼쳐졌다.
제임스 공작은 깃발 모형과 붉은 잉크가 잔뜩 묻은 만년필로 카일라하 지역에 동그라미를 쳤다.
“여기가 카일라하입니다. 이쪽이 피레온 왕국의 수도이죠.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거리가 멀지 않습니다.”
흔히 대륙의 동부라고 불리는 지역 중심에 피레온 왕국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전체가 동부라 불리는 지역인데 제국의 영향력이 이 정도입니다.”
제임스 공작이 표시한 제국의 영향력은 동부 전역이 아니라 일부였다.
“피레온 왕국 북부에 왕국 연합이 있습니다. 본래 열 개가 넘는 소규모 왕국이 있었는데 이들은 제국이 팽창하는 시기에 맞춰 연합을 결성하면서 생존을 모색했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말과 함께 깃발 세 개와 푸른 잉크가 묻은 만년필로 표시했다.
“바로 이 왕국 연합과 제국의 국경, 이곳이 세 소드 마스터 가문의 본거지입니다. 대대로 명가를 배출하는 땅으로 유명했고 실제로 당대에 세 명의 소드 마스터를 배출했습니다.”
세 가문 간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제국 수도를 중심으로 보면 이 세 가문은 동북부 지역에 있는 것이죠. 폐하께서는 저희와 북부로 올라가신다는 말만 하셨지만…… 아마 목표는 이 세 가문일 겁니다.”
“정확하게 명령을 내리신 건 아니군요?”
제임스 공작이 옅게 웃었다.
“폐하를 오랫동안 보필했습니다.”
자신의 의견이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미소였다.
나는 몸을 떨었다.
제임스 공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피레온 왕국에 있는 세 명의 소드 마스터를 불러들이는 계책입니다. 눈엣가시였던 세 명의 소드 마스터를 이참에 처리하시고 피레온 왕국을 정복하면서 동부 영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계책이시죠.”
“대전에서의 황태자 영향력이 커지도록 키워주신 방책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아바마마께서는 제 의견에 맞춰 뜻을 꺾으신 거니까요.”
애초에 아버지는 군을 둘로 나누실 생각이 없었다.
세 명의 소드 마스터와 한 명의 8서클 마법사를 나 홀로 상대하게 하는 무리한 짓도 요구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포함한 오백도 안 되는 정예가 미끼 역할임에도 내가 이끄는 동부 원정 군단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는구나. 갈길이 멀어.’
아버지가 이끄는 정예는 제국 최고의 전력이다.
“전하께서는 동부 원정에 집중하십시오. 폐하의 소식이 들어와도 세 소드 마스터가 반드시 본가로 회군하라는 법도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세 소드 마스터는 회군할 겁니다. 그들은 제국과 전쟁을 불사했습니다. 피레온 왕국을 도와 카일라하를 수복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지도를 보면서 왕국 연합이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피레온 왕국을 편입시키려 한다는 목적을 느꼈다.
피레온 왕국까지 왕국 연합에 합류하면 대륙 동북부에 이르는 거대한 영토와 영향력을 손에 쥐게 된다. 제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히 제국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피레온 왕국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대륙의 곡식 절반이 수확된다는 피레온의 곡창 지대 덕분이었다.
“제가 조언을 드리자면 예정보다 빠르게 원정을 떠나십시오. 폐하께서도 곧 떠나실 겁니다.”
“궁이 비게 되는데…….”
나와 아버지, 그리고 네 명의 공작이 동시에 궁을 비우면 대전을 이끌어갈 사람이 없게 된다.
테드까지 나를 따라나서기로 되어 있으니 삼황자가 대전 회의를 이끌까?
불안감이 번졌다. 수도에서도 전장 못지않게 할 일이 무척이나 많다.
특히 원정을 나가는 입장에서 보급을 진두지휘할 사람이 수도에 없다는 건 큰 부담이었다.
“폐하께서 토마스 후작을 부르셨습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토마스 후작이라면 남부 변경백인데 벌써 도착한다고요?”
제국 남부 끝과 수도까지는 상당한 거리다. 말을 타고 와도 족히 이십 일은 넘게 걸린다.
제임스 공작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께서는 원정에서 돌아오신 이후부터 이미 이런 일을 계획하고 계셨던 겁니다.”
제임스 공작이 덧붙였다.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폐하의 선택은 종종 사람을 소름 끼치게 만들 때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