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4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46화(146/278)
146화.
황후궁에 나는 홀로 남았다.
낡아버린 정원 위에 쏟아지는 별빛을 보면서 깊은 회상에 잠겼다.
앞이 환해지면서 기억이 마치 영화처럼 떠올랐다.
-이건 실프야.
어머니의 목소리에 나는 아장아장 걸었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아주 잘 가꾼 꽃과 나무들 분수와 정원 외곽을 흐르는 작은 하천들 곳곳에 정령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이때도 나의 친화력은 어마어마했구나. 역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재능이 아니었어.’
어머니가 소환한 정령들은 내 주위를 끊임없이 맴돌았고, 나는 정령들과 함께 뛰어놀았다.
“아!”
기억이 흐릿해지면서 영상과 같은 회상은 점점 가라앉았다.
“저주라!”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그토록 자애로웠던 어머니였다. 권력에 대한 욕심도 없었다. 아버지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머니가 계실 때 아버지는 지금처럼 전쟁에 미친 황제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저주를 받아 죽어야 했을까?
-다이어 왕가의 왕자로 살 때도 그랬다. 모든 이들은 나를 두려웠고 동시에 죽이고 싶어 하였지.
존재 자체만으로도 두려움을 주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를 노렸나?
저들은 어머니가 아버지의 약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저주를 걸어 아버지를 통제하려고 시도하지 않았을까? 어머니를 죽이려 했던 것이 아니라 어머니를 통해 아버지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게 훨씬 효율적이니까.’
어머니가 아버지의 약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죽이는 일 따위는 저지르지 않을 것 같았다. 약점을 아예 지워버리는 일이니까.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머니는 저주로 인하여 돌아가셨고, 아버지의 분노는 십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모르겠군. 모르겠어.”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보아도 명쾌한 해답은 없다.
오늘의 소득은 아버지가 나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 하나였지만 충분했다.
그리고 내가 어머니의 복수를 넘어갈 순 없으리라.
앞으로의 세상도 고민하며 나는 황후궁을 나섰다.
이미 밤이 깊었고, 달이 기울었다.
황후궁을 나오자마자 황태자궁 신하들이 내 곁으로 붙었다.
“전하!”
“기다렸나?”
“네, 전하.”
나를 수행하기 위하여 오랫동안 기다렸을 이들에게 빨리 휴식을 주기 위해서라도 걸음을 서둘렀다.
금세 황태자궁에 도착했다.
‘이토록 가까웠구나.’
황후궁은 정말 멀지 않았다.
아마 어머니의 부탁이었을 것이다. 언제라도 빨리 아들을 보기 위해서 황태자궁을 가까이 둔 게 틀림없었다.
“영애는?”
“내일 오시겠다고 말씀하신 뒤 귀가하셨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진심으로 사죄해야 되겠군.’
오늘은 계속 혼자 있고 싶었다.
“그만 들어가서 쉬어라.”
나는 곧바로 침실로 올라갔다.
옷을 정리한 뒤 침대에 누웠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 * *
아침, 나는 수련장에서 올리비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고 짧게 고개를 숙였다.
나 역시 마주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어제는 정말 죄송합니다.”
“폐하와 식사하셨다고 들었어요. 그 전에는 도서관에 계셨다고요. 다들 전하께서 다급한 표정이라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괜찮다는 뜻이었지만, 나는 그대로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사과했다.
약속을 어기고 그녀를 기다리게 만든 건 분명 나의 잘못이었으니까.
짧은 대화를 마무리한 뒤 나와 올리비아는 곧바로 수련에 들어갔다.
기초뿐인 수련이었지만 검술을 처음 접하는 나에게는 모든 게 생소했고 힘들었다.
“정령검술에 대해 조금 알아봤는데 폐하께서 최초로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기록 자체가 없습니까?”
나는 다소 놀라며 물었다.
“자세는 유지하시면서 대답하셔도 된답니다.”
나는 윽, 하는 신음과 함께 허리를 세우고 정확한 찌르기를 위하여 집중했다.
“네. 기록 자체가 아예 없어요. 거의 떠도는 소문뿐이고요.”
올리비아의 말에 뭔가 또 대답이나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입을 여는 순간 자세가 흐트러질 것 같았다.
얼마나 집중해서 찌르기를 연습했을까?
몸이 천근만근 무거울 때쯤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일단 첫 번째 과제는 여기까지 하지요. 잠시 휴식한 뒤에 두 번째 과제로 넘어갈게요.”
나는 곧바로 바람의 호흡법을 운용했다.
피로가 순식간에 가셨다.
육체의 피로는 바람의 호흡법 효과로 충분히 무마시킬 수 있었지만, 정신의 피로는 단숨에 진정시키기가 어려웠다.
“이번에도 찌르기를 할 건데 전하께서 호흡법을 아주 살짝 가미시켜 보는 건 어떨까요?”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제 호흡법은 정령술의 기반입니다. 기사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데.”
“그럼 전하께서는 정령검술에 대한 길을 어떻게 찾으시려구요? 제가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는 일단 부딪쳐 봐야 한다였어요.”
나는 흠, 하고 고민했다.
“맞습니다. 일단 부딪쳐 봐야겠죠.”
바람의 호흡법을 운용하면서 천천히 찌르기 자세에 들어갔다.
마나들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하긴. 이런 걸 할 줄 알았다면 내가 기사지 정령사겠어.’
순간 헛일이라 생각하다가 번뜩 떠오르는 느낌에 실프를 불렀다.
“영애.”
“네, 전하.”
“검술과 호흡법의 상관관계가 정확하게 무엇입니까?”
내가 스스로 말하고도 제대로 질문했나, 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올리비아는 철석같이 알아듣고 대답했다.
“호흡법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마나를 축적하기 위해서죠.”
“맞습니다.”
그건 정령술의 호흡법이나, 검술의 호흡법이나 다르지 않았다.
마나를 느끼고 마나를 붙잡고 마나 홀에 쌓아야 강해질 수 있으니까.
“기사의 호흡법은 바로 움직임에도 호흡을 싣는다는 겁니다.”
“움직임에?”
“네. 만약 전하가 정령사가 아니라 기사 연습생이었다면 호흡법을 가장 먼저 가르치고 검을 어떤 형식으로 휘두를 때나 호흡법을 유지하는 것부터 가르쳤을 겁니다.”
* * *
짧은 대화는 아주 긴 이론 수업이 되었다.
올리비아는 내 질문 하나 하나에 자세하게 대답해 주었는데, 그녀 역시 나와 같은 기사 연습생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기사가 아니라 정령사, 그것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정령사에게 검술을 가르치는 경험을 누가 해보았겠는가?
나는 올리비아와의 대화를 통하여 정령검술의 길을 잡아보려고 노력했다.
뭔가 알 듯하면서도 모르는 묘한 상태였다.
일단 올리비아가 내준 과제는 모두 마친 뒤 집무실로 돌아왔다.
“켄.”
“네, 전하.”
“남은 원정 준비 좀 부탁할게. 아무래도 떠나기 전에 정령검술에 대해서 조금 가닥을 잡아야 할 것 같아.”
“수련에 집중하실 생각이십니까?”
사령관으로서 무책임하게 보일 수 있었지만 나는 지금이 아니면 정령검술은 아예 익히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령검술의 가닥을 잡으면 소드 마스터와 대결을 벌이는 일이 있어도 쉽게 죽지는 않을 것 같다.’
아버지가 소드 마스터들의 가문을 멸문시키기 위하여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전장에는 늘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법이다.
그들이 가문으로 복귀하지 않을 때의 일도 최소한으로 대비해 주는 게 좋았다.
게일과 올리비아가 소드 마스터 두 명을 맡으면 한 명의 소드 마스터와 마법사가 남는다.
‘내가 한 명의 소드 마스터를 맡고 기사단 전체가 마법사를 맡으면 충분히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기사단에게 큰 무리일 수 있었지만, 나는 게일과 올리비아를 믿었다.
그 둘이 소드 마스터를 상대로 승리하고 기사단을 도와 마법사를 맡는 그림이 나온다면 우리의 승리로 전쟁이 끝날 수 있으니까.
즉, 동부 원정을 떠나기 전에 나는 최소한 소드 마스터에게 일검에 베이지 않을 정도의 실력은 갖추는 게 필요했다.
“내가 소드 마스터 한 명을 상대하려면 최상급 정령사가 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건 당분간은 어려운 일일 것 같아.”
“전하의 성장 속도는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가능하실 수도 있습니다.”
“최상급 정령사가 되든, 정령검술을 어느 정도 가닥을 잡든 개인 수련 시간이 필요한 건 같아. 결론은 동부 원정의 남은 준비는 켄이 도맡아야 한다는 것이지.”
“할 수 없군요.”
나의 논리에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께서 동북부로 올라가면 소드 마스터들이 후퇴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또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들이 모두 남아 있을 때를 대비하여 전력의 균형을 맞춰 놓는 게 필요한 일이긴 합니다.”
켄이 한숨과 함께 덧붙였다.
“제 업무량이 살인적으로 늘어나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고마워, 켄. 자네가 없었다면 나는 여기까지 올 수도 없을 거고, 앞으로도 힘들어지겠지.”
켄이 옅게 웃었다.
“주군이 알아주는 신뢰하는 것만큼 신하에게 힘을 주는 건 없지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동부 원정 준비는 제가 빈틈없이 처리할 터이니 전하께서는 좀 더 강해지는 데 집중하시면 됩니다.”
나는 동부 원정이 끝나면 켄에게 저택을 하나 하사하기로 내심 마음을 굳혔다.
‘여동생과 살 집도 필요하니. 적당한 작위도 내리고.’
켄이 내게 고개를 숙인 뒤 집무실을 나갔다.
나는 동부 원정 관련 서류 중 남아 있는 것들을 빠르게 처리한 뒤 수련하기로 결정했다.
* * *
정령검술은 아룬 칼 레오드가 되고 처음 접한 개념이다.
내가 설정하지 않았고, 당연히 아버지가 사용하는 장면도 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게 기다렸다는 듯 정령검술에 대해 말해주고, 직접 보여주었다.
나는 그날의 기억을 더듬었다.
‘어떻게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는데.’
답답한 마음이었다.
수련을 하기로 작정했으니 켄의 업무량을 생각해서라도 나는 최소한의 가닥은 잡고 싶었다.
소드 마스터를 상대하면서 비장의 한 수가 될지도 모르니까.
“엘라임!”
엘라임을 소환했다.
그녀는 내게 스킬을 가르쳐 준 적도 있으니 혹시 정령검술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또 다른 상급 정령보다 많은 계약을 했던 경험도 있었다.
“음, 맹약의 주인께서 시름이 깊어 보이시네요.”
이미 나와 의식을 함께하기에 엘라임은 곧바로 내가 부른 이유를 알아채고 고민에 잠겼다.
“정령검술을 사용한 계약자는 없었어?”
“네. 본래 기사였다가 정령사가 된 계약자와 계약을 한 적은 있어요. 기사로서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반면 물의 정령과는 친화력이 상당했고 정령술도 훌륭해서 상급 정령사까지 다소 어린 나이에 되었지요.”
“몇 살이었는데?”
“인간 나이로 마흔?”
나는 잠시 내가 얼마나 무지막지한 성취를 이뤘는지 깨달았다.
엘라임조차 나이 마흔에 상급 정령사가 된 것을 대단하다고 여겼다.
나는 열일곱에 이뤘고, 물의 정령만이 아니라 모든 속성의 상급 정령과 계약했으니까.
‘괜스레 자신감이 생기는걸.’
나는 웃으며 물었다.
“정령검술 자체는 엘라임도 들어 본 적 없었어?”
“딱 한 번 연구했던 계약자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인간이 아니라 요정이었어요. 이미 그는 높은 수준의 검술을 구사했는데 요정이기 때문에 상급 정령사 마스터까지 올랐죠. 기본적으로 요정들은 검술에도, 정령술에도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니까요.”
엘라임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는 검술은 검술대로 사용했고, 정령술은 또 정령술대로 사용했어요. 정령검술은 아니었죠.”
“아버지는 확실히 검술과 정령술을 합친 정령검술을 사용했어. 그건 엘라임도 보았지?”
“네. 단순히 검에 정령의 기운을 담는 것이 아니라 검 자체가…….”
“잠깐, 검에 정령의 기운을 담아?”
“네. 불의 정령이 가진 본질! 불의 정령이 중간계에 나와 있을 때 제각기 모습은 다르지만 정령계에서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이 본질이죠. 그 인간은 바로 그 본질을 검에 담았고 그 상태로 검술까지 사용했어요. 실로 놀라운 일이었죠.”
엘라임이 아버지를 그 인간, 이라고 호칭하는 것에 순간 놀라서 웃었다.
계약자 이외의 인간은 정령에게 그저 다른 생명체에 불과하니까.
중요한 건 바로 검에 정령의 기운을 담는다는 사실이다.
“일단 정령의 기운을 담는 것부터 해보자. 엘라임 정령의 기운이라는 게 뭐지?”
엘라임이 화사하게 웃었다.
“맹약의 주인께서 드디어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갈 준비가 되셨군요. 정령의 본질을 진정 느끼는 건 최상급으로 가는 길목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