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4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49화(149/278)
149화.
대외적으로 네 공작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건 베레곤 공작이다.
애트란 가문 자체가 제국 건국 이전에도 명가로 손꼽혔고, 소드 마스터 역시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배출한 가문이었으니까.
베레곤 공작 본인도 아버지와 함께 많은 전장을 누비면서 절대 강자 중 한 명으로 대륙에 명성을 떨쳤다.
아버지만큼은 아니었지만 베레곤 공작이 이끄는 애트란 가의 정예 기사단은 적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은 풀 한 포기조차 남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파괴적인 힘을 자랑했다.
아버지 입에서 제임스 공작의 이름이 나온 건 그래서 매우 뜻밖이었다.
‘검으로만 대결을 펼치면 반나절을 능히 겨룰 수 있다? 아버지는 마법도, 정령술도 뛰어나지만 검술의 경지가 가장 높다. 인간 역사 이래 없었던 소드 마스터 그 위의 경지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즉 아버지의 말뜻은 제임스 공작 역시 자신과 비슷한 경지라는 이야기였다.
“화이트 가의 검술은 제국 최고로 말하여도 부족함이 없다. 영애는 이번 전장을 통하여 많은 경험을 쌓고 검술에 더욱 심취하면 제임스 공작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느끼게 될 것이다.”
“네, 폐하. 최선을 다하여 전진하겠습니다.”
올리비아가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는 내게 시선을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살짝 오금이 저리는 기분이었다.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언제나 무서움의 대명사였으니까.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아버지의 말을 기다렸다.
“내일 동부로 떠나도록.”
예상하지 못한 말에 나는 잠시 벙찐 기분이 되었다. 동부 원정 출정 날짜를 아버지가 못 박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네?”
“정보가 샜다. 소드 마스터 놈들이 대비하기 시작했다. 더 늦어지면 그들이 가문의 인원을 대피시키고 전장에서 이탈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정보가 샜다니?
아버지의 출정은 공작들과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직 귀족들은 아버지가 따로 공작들에게 임무만 내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 정확한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세 소드 마스터 가문을 뿌리 뽑지 않는다면 제국의 동부, 동북부 영향력 확장은 요원해진다. 서두르도록.”
아버지는 더 길게 설명하지 않고 걸음을 돌렸다.
나와 올리비아는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아버지의 모습이 멀어지자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뜻대로 흘러가는 게 하나도 없군.”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대답했다.
“원정 출발이 내일이라면 서둘러야겠네요.”
“올리비아도 돌아가서 준비하도록 해. 제임스 공작님에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꼭 말씀드리고. 나름 첫 출전인데 많이 걱정하실 거야. 자식이 아무리 강해도 부모의 눈에는 자식일 뿐이니까.”
올리비아가 싱긋 웃었다.
나와 올리비아는 수련장에서 나왔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막상 내일 당장 동부 원정 출정이라 생각하자 머리가 복잡했다.
‘정보가 샜다니.’
무엇보다 내 마음을 어지럽힌 건 극비 정보가 왕국연합까지 새어 나간 것이다.
‘정확히 왕국 연합 수뇌부 전체가 알고 있는 것인지, 세 소드 마스터만 눈치를 챈 것인지는 몰라도 제국의 극비 정보가 외국으로 새어나갔다는 건 매우 충격적인 일이야.’
나는 아버지가 장악하고 있는 중앙 권력에 대해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절대 권력을 쥐고 귀족들을 완벽하게 억누르고 있다면 정보가 새는 게 가능할까?
밖에서 보는 시선과 실제 현실의 차이는 확실히 크다.
누가 보더라도 아버지가 한 손에 권력을 움켜쥐고 귀족들을 압박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여전히 황제와 귀족들의 치열한 영향력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가 어머니가 저주를 받아 죽은 것을 여전히 추적하고 있으며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는 황태자궁으로 향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아버지는 복수를 위해서 완전한 권력을 쥐려 하고, 귀족들은 어머니의 죽음과 연관성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결사항전의 자세로 저항하고 있다.’
일단 명분만 주어지면 아버지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다.
만약 귀족들이 이 작전을 알았어도 쉬이 반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제임스 공작은 내 생각 이상으로 아버지의 신뢰를 받고 있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실력 있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니까.’
나는 제임스 공작에 대한 평가를 모두 수정했다.
‘화이트 가에 대해서는 더 알아보는 것도 좋겠어. 아버지는 제임스 공작만이 아니라 화이트 가 자체에 대한 평가 역시 매우 높았으니까.’
어느새 황태자궁에 도착했다.
나는 올리비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럼 내일 출정식 때 보자고.”
아버지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내일 아침 일찍 출정식을 한 뒤 곧바로 카일라하로 향할 예정이었다.
“네, 전하. 새벽에 올게요. 아무래도 출정식 준비로 바쁠 것 같아요. 폐하께서 다소 갑작스럽게 명령하셨으니까요.”
“출정식은 약식으로 한 뒤 빨리 출발해야지.”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짧게 고개를 숙인 뒤 황태자궁을 떠났다.
나는 근처에 있는 하인에게 말했다.
“가서 모두 집무실로 모이라고 해줄래?”
“네, 전하.”
하인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 * *
새벽부터 출정식 준비를 마치고 모든 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동부 원정군 사령관인 나는 출정을 선언했다.
우리의 목표는 카일라하 수복과 제국 안보에 크게 위협을 가하는 피레온 왕국의 멸망 그리고 그들이 품고 있는 동부 곡창지대 점령이었다.
켄은 내 옆에서 바로 말을 타고 가고 있었는데, 피로가 역력하게 느껴졌다.
“피레온 왕국에 도착할 때까지는 충분히 쉬어. 세부적인 작전은 그 때 가서 짜도 늦지 않으니까.”
“네, 사령관님.”
켄도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동부 원정 준비로 인하여 과도한 업무를 맡았던 켄이다. 이번 전쟁에서 그의 머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면 머리 회전도 느리고 놓치는 부분도 생긴다.
나는 총 군사를 맡긴 켄이 좋은 몸 상태로 내게 조언하기를 원했다.
수도를 빠져 나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도에 대기하고 있던 병력은 모두 삼만, 나머지 사만 명 정도는 행군 중 합류할 예정이었다.
국경에 도착할 때쯤이면 병력은 제대로 갖춰질 예정이었다.
내 뒤로는 기사단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황궁 기사단은 모두 아버지와 함께 왕국 연합으로 올라가고…….’
귀족들의 기사단을 하나로 모은 게 마음에 걸렸다.
나는 기사단을 이끄는 기사단장으로는 당연히 게일을 임명했다.
서로 다른 주군을 모시고 있는 기사들이지만, 제국 황제의 명령 앞에서는 모두 한 몸이나 다름없었다.
‘뭐, 영주들의 기사이니 게일과 같은 충성심을 바랄 순 없지만…… 그래도 모두 정예이니 실력만큼은 확실하겠지.’
대열 중앙에 있는 보오펜 백작의 기사단을 보며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다.
제1기사단부터 제10기사단까지 꾸렸는데, 제1기사단 명예는 보오펜 백작의 기사단이 차지했다.
나와 서부에서의 인연도 있었고 보오펜 백작 휘하의 기사들이 숫자 역시 가장 많았다.
나는 별 말 없이 행군을 이끌었다.
실울펜이 내 옆에서 함께했고, 이그니스가 하늘 위에서 따라왔다. 작은 소녀 요정으로 변한 엘라임은 오늘도 실울펜 머리 위를 차지했다.
클라임은 대열 가장 후미에 있었다.
내가 정령들을 소환해서 함께 가는 건 수련의 일환이라기보다는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였다.
“확실히 정령들 존재감이 병사들을 안심 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켄이 말한 뒤 고개를 돌려 하품을 하는 듯 입을 가렸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정령은 쉬이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더구나 상급 정령은 어느새 폐하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잖아?”
내 왼편에 있는 올리비아가 말했다.
“전장의 선두에서 오러 블레이드로 기사들을 쓰러뜨리시면서 거대한 정령으로 광범위한 공격을 가하는 게 폐하의 특징 중 하나이시니까요. 적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고 아군에게는 든든한 장면이라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원정에 참가한 병사들 중 대부분 전쟁을 경험했고, 폐하와 함께한 전장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사령관님의 정령을 보면서 자연스레 폐하를 떠올릴 것이고 무의식적으로 승리를 의심하지 않게 될 겁니다.”
켄이 덧붙였다.
“폐하께서 선두로 나서신 전장에서 패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니까요. 사기를 진작시켜 줄 뿐만이 아니라 승리를 의심하지 않게 되면 용기는 더욱 강화되죠.”
나는 힐끗 실울펜을 보며 말했다.
“냉정하게 정예 숫자에서는 우리가 밀리니까. 저쪽은 피레온 왕국의 모든 기사단, 소드 마스터 셋이 이끄는 기사단이지만 우리는 황궁 기사단과 공작님들의 기사단은 대부분 빠졌으니까.”
베레곤, 얀, 제임스 공작 모두 한 개의 기사단 정도는 파견해 주었다.
물론 아버지의 명령이 있었다.
특히 오스틴 공작은 마법 병단 다섯 개를 이번 원정대에 포함시켰다.
‘릴리안…… 오스틴 공작은 그녀와 자웅을 겨루고 싶었을까, 아니면 가문의 마법 병단 다섯 개를 희생시켜서라도 그녀를 죽일 수 있다면 이득이라 생각했을까?’
어쨌든 오스틴 공작은 아버지의 명령보다 더 많은 마법 병단을 파견했다.
리버힐 가문의 정예 마법 병단은 모두 일곱 개인데, 그중 다섯 개를 보냈다.
특히 가주를 직접 호위하는 리버힐 최고의 마법 병단을 파견했다.
마법사로서 오스틴과 릴리안의 평가는 비슷하지만 릴리안이 좀 더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명가 리버힐 가주 출신이라는 점, 제국의 마법사라는 점이 오히려 오스틴의 평가를 깎아내렸다.
릴리안은 방랑 마법사 출신이었다.
명가의 자손으로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과 어마어마한 지원을 받은 오스틴과 다르게 릴리안은 맨손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그 점이 릴리안을 더 높게 평가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
본디 내 기억으로 그녀는 오래 살지 못했다.
‘아버지의 검에 목숨을 잃지.’
하지만 미래는 변했고 동부 원정을 맡은 건 아버지가 아니라 내가 되었다.
‘세 소드 마스터 가문 멸문 계획에 오스틴은 약간 부수적인 역할이니까.’
아버지도 오스틴이 정예를 많이 투입하는 것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릴리안은 두고두고 까다로운 상대가 될 터인데, 오스틴의 마법 병단이 잡아주면 좋고 잡아주지 않고 견제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 같았다.
나는 그녀를 향한 대비를 마법 병단과 게일을 제외한 기사단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게일 좀 불러줘.”
데이비드가 내 말에 곧장 움직였다.
게일이 기사단장이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적 소드 마스터 중 한 명을 맡게 된다.
실질적으로 기사단을 이끌 사람이 필요했다.
데이비드나 리오덴에게 맡기기에는 아직 두 사람의 명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실력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콧대 높은 기사단을 통솔하기 위해서는 명성도 중요하니까.
게일이 곧장 내게 왔다.
나는 질풍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게일이 소드 마스터와 전투를 벌일 때, 기사단을 이끌고 마법 병단과 함께 릴리안을 상대할 부기사단장이 필요해.”
게일은 이미 내 고민을 알고 있었다.
“적당한 이들을 추려 보고하겠습니다.”
게일까지 왔으니 나는 미처 완벽하게 점검하지 못했던 부분을 하나씩 확인했다.
“릴리안은 8서클 마법사야. 과연 기사단과 마법 병단만으로 그녀를 묶을 수 있을까?”
마법사는 기사와 또 다르다.
소드 마스터 역시 전장에서 병사를 학살할 수 있지만, 8서클 마법사의 큰 마법 한 방은 전쟁의 판도 자체를 바꿀 수 있었다.
세 소드 마스터를 상대하는 것만큼이나 릴리안을 묶어 놓는 게 중요했다.
켄이 슬쩍 입을 열었다. 피로해 보였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다.
“마법 병단 마법사들에게 조언을 구한 뒤 헤밀튼을 파견하시죠.”
“헤밀튼을?”
켄이 첫 번째 작전에 대해 설명했다.
“암살이 작전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