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5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52화(152/278)
152화.
저녁 회의는 켄이 주도했다.
군사가 작전 회의를 진행하는 건 당연한 측면이 있었지만, 아직 켄이 낯선 지휘관들은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집중하지 않는 이들은 군사의 작전보다 더 좋은 작전이 있거나 혹은 작전을 들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뜻인가?”
안드레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지휘관들도 모두 귀족들이었다.
나는 켄을 군사로, 헤밀튼을 암살 부대 지휘관, 리오덴과 데이비드에게는 내 직속 기사단 지휘관과 부지휘관을 맡겼다.
전부 귀족들 출신이 아니라 평민 혹은 노예 출신들이다. 그나마 데이비드가 몰락 귀족 출신이긴 하지만 용병은 평민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임시 막사 안에서 지휘관들은 내 수하들과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졌다.
‘이번만큼은 강하게 나가야 돼. 저들이 인정하는 건 오직 올리비아와 게일뿐이야. 나 역시도 어린 나이라는 이유로 전장 지휘 능력 자체에서는 의문을 품고 있는 거 같으니까.’
물론 어느 정도 내색만 비출 뿐 직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은 없었다.
나에 대한 의구심은 전장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남은 건 내 수하들의 신분에 대한 차별이다.
헤밀튼은 아버지가 남작 작위까지 내렸으니 귀족이고, 켄과 데이비드, 리오덴은 내가 직위를 내렸지만 귀족 작위까지는 줄 수 없었다.
‘그나마 켄은 군사로서 아버지가 임명한 적이 있고 이번 원정군에서도 직이 그대로 유지가 되어 다행인데…….’
나의 다소 강경한 말에도 멀뚱멀뚱 리오덴과 데이비드를 바라보고 있는 지휘관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회의는 여기까지 하고 내일 행군을 위해서 그만 쉰다.”
억지로 화합을 도모해 보았자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원정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어.’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다른 지휘관들이 리오덴이나 데이비드를 차별하고 헤밀튼을 노골적으로 적대할 줄은 몰랐다.
당장 동부 원정을 어떻게 성공으로 이끄냐에 대한 생각만 하느라 아군 지휘관들의 화합은 생각한 적이 없었다.
헤밀튼이 작위를 받은 건 여전히 중앙귀족들이 반감을 품고 있었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품는 이들이 많았다.
차라리 안드레가 그나마 어느 정도 헤밀튼을 인정하는 편이라고 뒤늦게 깨달았다.
“젠장.”
나의 거친 말에 올리비아가 살짝 놀랐고, 켄은 짐작한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번 원정에 많은 귀족들이 자신의 기사들을 파견했습니다. 하나의 군대이지만 여러 군대를 섞어 놓은 것과 다르지 않지요. 신분 차별 문제는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그나마 군사의 말은 어느 정도 들어서 다행이지만…… 작전에 대한 신뢰 자체는 거의 없는 것 같아. 이러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
강제적으로 그들을 굴복시켜 보았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별하는 의식을 지우게 만드는 건 정말 힘들다.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된다.’
“헤밀튼 단장은 릴리안의 목을 들고 오면 모두의 시선이 달라질 겁니다. 게일 님과 올리비아 님은 저들의 차별 대상이 애초에 아니고, 남은 건 저와 그리고 데이비드와 리오덴이군요.”
“내 직속 수하라는 사실도 저들의 반감을 사는 것 같아.”
“사령관님께서 가장 신뢰하는 이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를 비롯하여 데이비드, 리오덴이 여러 지휘관 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기에 사령관님의 보직 배치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올리비아가 슬쩍 나섰다.
“저들의 반감은 사령관님의 위엄과도 관련 있어요. 엄하게 다스리세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엄하게 다스리면 통제는 될지 몰라도 진정한 화합은 도모할 수 없어. 전쟁에서 동료를 믿을 수 없다는 건 위험한 일이지. 지휘관들의 화합은 반드시 필요해.”
나는 켄을 바라보며 물었다.
“뭔가 좋은 수가 없을까?”
“일단 국경이 멀지 않았습니다. 국경을 넘으면 피레온 왕국 영토입니다. 폐하께서 정복해 놓으시긴 했지만 피레온 왕국 지방에는 여전히 반군들이 흩어져 제국군을 상대로 게릴라 전을 펼치고 있죠.”
켄이 눈을 반짝였다.
“게릴라 군을 상대로 리오덴과 데이비드의 능력부터 선보여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올리비아 님이 말씀하신 엄히 다스리는 부분도 적용시키고요.”
“무슨 말이지?”
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상대방의 능력을 인정하게 만드는 가장 편한 방법은 비교입니다.”
“비교?”
“네. 부대를 나누어 게릴라 군을 소탕하시죠.”
켄이 덧붙였다.
“병사들을 희생시킨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리오덴, 데이비드에 대한 불신은 지휘관뿐이 아니니까요.”
“설마 병사들 중에서도….”
“용병은 천대 받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데이비드가 아무리 무딘 검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용병이고, 리오덴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그건 용병 세계에서나 이야기죠.”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동료 지휘관이 아닌, 따르는 병사들에게도 신뢰를 구해야 하다니.
나는 의자에 등을 깊숙하게 기댔다.
“어차피 우리 일정에 맞춰서 아바마마께서 출병하실 거야. 이 기회에 피레온 게릴라 군들을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켄의 미소가 진해졌다.
“확실한 격차를 보이게 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카일라하에 도착하기 직전 우리를 의심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켄은 자신감 있게 말을 맺었다.
“신분을 가지고 무시하는 이들도 인정하게 만들겠습니다.”
* * *
수도에서 출발하고 열흘 정도 행군 한 뒤에야 국경에 도착했다.
동부 국경을 담당하고 있는 변경백 후작은 우리를 후하게 맞아 주었다.
국경 너머부터는 곧바로 전투 지역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나는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주었다.
켄은 황궁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슬슬 출병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지휘관 화합과 병사들의 내 수하에 관한 신뢰 문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리오덴과 데이비드도 스스로 극복할 부분이 있었고 내가 도와줄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스스로 신뢰를 쌓고 편견을 저버리기 위하여 노력하는 시간이었다.
‘국경을 넘으면 그때부터 증명의 시간이다.’
그건 나도 다르지 않았다.
내가 서부를 안정시키고 악의 세력부흥을 막고 와이번을 잡은 건 어디까지나 결과물이었다.
과정을 지켜보지 않은 이들은 내 공이 아무리 커도 전부 믿지는 않았다.
상급 정령사 마스터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내 경지와 전쟁 지휘 능력은 별개의 능력이니까.
나 역시 마음가짐을 다잡으며 국경을 넘었다.
그리고 국경을 넘고 첫 번째 밤을 맞이하는 시각, 내 막사에 모든 지휘관들이 모였다.
“헤밀튼 단장과 안드레 단장은 내일 행군 도중 자연스럽게 본대와 분리하여 암살 작전을 실행합니다.”
켄의 말에 모두가 모처럼 집중하고 있었다.
오늘부터는 잠을 자도 편안하게 잘 수없는 곳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긴장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총 군사의 작전 방향에 따라 전쟁의 방향이 바뀌니 일단은 모두 들어보자는 자세를 취했다.
켄은 피레온 왕국 전체 지도를 펼쳐놓고 차분하게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여기 네 곳. 피레온 왕국 게릴라 부대의 본진으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우리는 카일라하에 도착하기 전 이 본진 네 곳을 모두 정리할 것입니다.”
기사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네.”
켄이 발언권을 주자 거뭇거뭇한 수염을 자랑하는 기사가 거침없이 말했다.
“게릴라 부대 따위에 시간을 낭비할 시간이 있습니까? 이미 카일라하의 소드 마스터들이 우리의 출병 소식을 알고 있을 것이고 첩자들을 통해 경로마저 살피고 있을 건데 진군 시간이 지체되면 적들에게 대비할 시간만 더욱 주게 됩니다.”
켄은 빙그레 웃었다.
“그럼 최대 속도로 행군하여 카일라하에 도착한 뒤 공성하면 카일라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적들은 우리가 빠르게 행군하니까 방비를 못 하고요?”
기사가 얼굴을 찌푸렸다. 말 꼬리를 잡는다고 생각하는 듯 입을 열려는 찰나, 켄의 말이 이어졌다.
“최대 속도로 행군하고 카일라하 공성을 시작했습니다. 게릴라 군이 부대를 하나로 수습하여 후미를 친다면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가뜩이나 적은 소드 마스터가 셋이나 있습니다. 헤밀튼 단장이 실패한다면 8서클 마법사도 있습니다. 소드 마스터들이 전장을 휘젓고 8서클 마법사가 광범위한 마법을 펼치면? 그런데 후미에서도 대군이 들이닥치면?”
기사가 입을 다물었다.
“카일라하 수복을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첫 번째가 바로 릴리안의 목을 헤밀튼 단장이 가져오는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시는 분은 말씀해 주십시오.”
아무도 암살 작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켄은 마치 헤밀튼이 못하면 네가 해 봐라, 라는 기세를 가지고 말했으니까.
헤밀튼의 능력을 경시하면서도 막상 누구도 그를 대신할 수 없음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헤밀튼 단장과 안드레 단장의 임무가 아주 막중합니다. 암살 작전의 실패는 이번 전쟁의 패배나 다름없습니다.”
끄응, 하는 신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자신들의 운명이 누구 손에 달렸는지 느끼자 헤밀튼이 성공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이 바로 후방 안전입니다. 1차 동부 원정군이 그대로 철수했기 때문에 피레온 왕국 요충지에만 방어 병력이 있을 뿐 나머지 영토는 무방비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게릴라 군의 규모가 커진 겁니다.”
“그럼 군을 나누어 게릴라 군을 치는 건 어떻소? 군사의 말은 어느 정도 옳으나 시간이 모자란 것도 사실이오. 가뜩이나 우리가 정예 전력에서 밀리는데 적들이 병사들을 더 징집할 시간을 주면 안 되오. 자칫 왕국 연합에서 추가 병력 파견이라도 있다면 우리에게 승산은 더 없어지니까.”
모처럼 제대로 나온 의견에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군을 나눌 겁니다. 게릴라 군은 한 군데 모이면 대군이지만 네 곳으로 찢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군을 나눠 동시에 게릴라군 본진을 소탕하고 바로 여기.”
켄이 지도에 지점을 찍었다.
“이곳에 모이는 겁니다. 카일라하 근처에서 집결하면 소드 마스터들에게 각개격파 당할 위험이 있으니까요.”
“적들이 성을 비우고 나올 것이란 예상은 할 수 없소. 카일라하 부근에서 모이는 게 더 빠를 거요.”
켄이 고개를 저었다.
“소드 마스터들이 성에만 처박혀 있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폐하께서 계신다면 모를까 폐하도 계시지 않는 원정군을 소드 마스터들이 얼마나 두려워할까요?”
내가 정리했다.
“본대가 한 곳을 맡고 제1부대, 제2부대, 제3부대로 나누어 게릴라군 본진을 소탕한다. 모이는 지점은 군사가 말한 지점이다. 제1부대는 게일이 맡고 제2부대는 리오덴이, 제3부대는…….”
나는 기사들을 둘러보았다.
‘저자가 좋겠군.’
여러 지휘관 중 가장 발언권이 크고 영향력이 높은 다레온 백작을 지명했다.
그는 중앙 귀족 중 직접 전장에 참여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기사만 보낸 귀족들은 기사는 물론 보급품도 부담했고, 사병도 차출했다.
직접 부대에 합류한 귀족들은 기사단 정도만 보냈다.
다레온 백작은 스스로 전쟁에서 살아남을 자신도 있거니와 기사들도 아끼고 싶은 마음에 부대에 합류했다.
그는 중앙 귀족 중 귀족파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 베레곤 가주의 심복으로 알려져 있었다.
당연하다는 듯 헤밀튼을 노예 출신이라 경멸하고 리오덴과 데이비드를 용병 출신이라 깔보았다.
물론 중앙 귀족답게 자신의 내심을 숨기는 데 익숙했다.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이들을 동원하여 세 사람을 공격하고 자신은 사람 좋은 미소만 짓는 유형이다.
“다레온 단장 가능합니까?”
백작이지만 군 편성에서 그는 기사단 단장을 맡았다.
지휘관 중 한 명으로 자신이 데리고 온 기사단의 단장직이다.
“물론입니다, 사령관님.”
“그럼 켄 군사 본대를 비롯하여 1, 2, 3 부대가 맡아야 할 지점을 선정하게.”
켄이 빙그레 웃었다.
“네, 사령관님.”
나와 올리비아가 있는 본대, 게일의 1부대는 어렵지 않은 곳을 맡았다.
오히려 소드 마스터가 없는 리오덴의 2부대, 다레온의 3부대가 규모가 크다고 알려진 게릴라 군 본진을 맡았다.
2, 3부대가 맡은 본진은 규모만이아니라 본진 자체 지형도 공성하는 쪽이 불리했다.
“리오덴 단장이 맡은 곳을 제가 맡는 건 어떻습니까? 피레온 왕국의 요충지 중 한 곳이 아닙니까?”
숨겨진 말은 리오덴의 능력으로는 소탕이 불가능하다, 정도일까?
다레온의 말에 켄이 짧게 대답했다.
“리오덴 단장 부대의 능력을 고려하여 선정하였습니다.”
다레온은 노련했다.
“네. 군사님의 식견이시니 틀릴 리가 없지요.”
다레온의 미소가 가지는 의미는 간단했다.
‘실패했을 때의 책임을 군사에게도 묻겠다는 거군.’
나도 켄을 따라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나 켄이나 리오덴이 다레온보다 뛰어나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