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5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53화(153/278)
153화.
“전투에 직접 나설 생각이야.”
나의 말에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제국의 병사들은 총사령관이 전투에 직접 뛰어들어 적을 쓸어버리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켄의 말에 나는 절로 아버지가 떠올랐다.
사령관은 뒤에서 전장의 전체적인 조율을 하는 사람이라는 상식을 깨부순 사람이 바로 나의 아버지였다.
친정을 나서는 전장마다 선봉을 맡아 적의 주요 정예들을 무력화시키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전투가 되겠지. 그것만으로도 병사들의 신뢰를 상당히 쌓을 수 있을 거야.”
“네.”
전장은 위험한 곳이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자신감도 있었다.
상급 정령사 마스터가 흔한 존재도 아니고, 나는 네 속성 상급 정령들과 모두 계약했기 때문에 같은 상급 정령사 마스터보다 훨씬 강하다고 자부한다.
실전에 쓰일 정도는 아니지만 비장의 한 수로 감춰두고 있는 정령검술 역시 나의 자신감에 근본이 되었다.
“게릴라군을 공격하는데 따로 작전은 없나?”
나는 지도를 살폈고, 켄은 짤막하게 대답했다.
“정공법이 더 유용한 전장도 있는데 이번 전투가 그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사령관님이 선두에 서시면 올리비아 호위께서도 함께 선봉에 서시게 되니 힘으로 밀어붙여 전투를 빠르게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올리비아는 호위로서 나와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질풍을 타고 선두로 나갔다.
병사들의 시선이 한 몸에 모인다.
본대에 남아 있는 지휘관들 역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들의 눈빛 속에서 나는 판단이 옳았음을 느꼈다.
‘아버지가 없는 전장 자체가 이들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아버지는 아군에게 가장 믿을 수 있는 승리의 요인이었다. 내가 그런 기대를 받기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평가 대회, 서부 원정과 같은 성과가 분명하게 있었지만 전쟁은 처음이다.
‘이번 공격을 통해 저들에게 확실히 알려준다. 내가 론 칼 레오드의 아들이고,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황태자라는 사실을.’
어쩌면 나는 황태자로 살아가면서 평생 아버지의 그림자를 뒤쫓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뛰어난 아버지의 아들은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다르다고 믿었다.
가장 선두에 나서자 멀리 게릴라군의 진영이 보였다.
저들도 우리 본대의 진격을 알고 있었던 듯 수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성 자체는 그리 높지도 않았고 병사도 많지 않았다.
‘사기는 높다. 저들은 피레온 왕국의 수호를 외치면서 악의 제국을 멸망시켜야 된다고 병사들의 정신 상태를 무장하고 있으니까.’
나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카일라하를 수복하고 피레온의 수도를 정복하기 전 우리는 후방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하여 전투에 나섰다.”
자연스럽게 소환된 실울펜은 바람에 내 목소리를 담았다.
“전쟁은 이제 시작되었고 앞으로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전투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수만의 병사들이 긴장으로 내뿜는 숨이 모여 나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다.
나는 그럼에도 가슴을 활짝 폈다.
“아무리 힘든 전투라도 우리는 승리할 것이고 제국의 황태자이자 원정 사령관 나 아룬 칼 레오드는 항상 앞에 서겠다.”
나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나의 정령들이 가장 먼저 적들을 벨 것이며, 나의 정령들이 가장 먼저 적들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
숨지 않겠다.
나는 병사들과 지휘관들에게 그 사실을 명백하게 장담했다.
“앞을 가로막는 피레온의 조무래기들을 넘고 그들의 수도에 제국의 깃발을 꽂아 풍요로운 대지를 독점하고 있는 저들에게 자신들의 죄를 깨닫게 만들자!”
내가 앞장서며 병사들을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실질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빠뜨려서는 안 되니 피레온 곡창 지대를 언급했다.
대륙 최고의 곡창 지대, 그곳에서 거두는 곡식이 전쟁을 승리하면 병사들에게 돌아갈 전리품인 듯 외쳤다.
“전군, 진격하라!”
와아아아, 함성과 함께 진격이 시작되었다.
나는 질풍과 함께 바람처럼 달렸다.
실울펜이 내 옆을 따랐다.
클라임이 거대한 존재감을 뽐내며 땅에서 미끄러지듯 적들을 향해 쇄도했고, 이그니스는 하늘에서 화염을 뿜어냈다.
“게릴라군이라면서 오만하게 정면 승부를 고집하다니.”
나를 얕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작 수천의 병력을 가지고 성을 지키고 있을 리 없었다.
3만에 달하는 제국의 본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게릴라군이라는 명칭답게 치고 빠지는 작전을 실행하는 게 상식 아닌가?
저들은 그러지 않았다.
올리비아가 소드 마스터라는 사실도 믿지 않는 양.
‘처절한 대가를 치르고 깨닫게 되겠지.’
나는 적과 거리가 단숨에 좁혀지자 곧바로 붉은 바람의 폭풍을 펼쳤다.
실울펜이 크게 도약했고 이그니스가 실울펜의 몸에 화염을 둘렀다.
고오오오오-!
바람은 폭풍이 되어 적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콰아아아앙-! 쾅-! 쾅-!
“더러운 제국 놈들을 쓸어버려!”
적 지휘관이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곧바로 실프를 불러내어 적 지휘관이 있는 곳을 향해 날려보냈다.
‘압도적으로 승리한다.’
드디어 개전이다.
내가 이끄는 첫 번째 전투였고 나는 이 전투를 통해 모든 병사들의 신뢰를 돈독하게 얻을 생각이었다.
더불어 지휘관들이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불안감마저 모두 털어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실프가 바람의 사슬을 펼쳤다.
적 지휘관은 어, 어? 하는 사이에 목을 잃었다.
‘쉽군.’
아직 한 명이다.
지휘관은 많이 남았고 나는 실프들을 모두 소환했다.
* * *
콰아앙-! 쾅-!
실울펜이 적진 가운데서 날뛰고 있었다.
서걱-! 서걱-!
올리비아는 내 주위에서 끊임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오러 블레이드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내게 달려드는 병사들이나 기사들을 일검에 베었다.
올리비아 덕분에 나는 훨씬 편안하게 정령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중급 정령이나 하급 정령들까지 공격에 투입되었다.
올리비아가 없었다면 엘라임이나 몇몇 중급 정령들은 방어를 위하여 공격은 참여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도망가는 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기가 높은 게릴라군이었지만 압도적인 전력 차이 앞에서는 자신의 목숨이 우선일 수밖에 없었다.
“검을 내려놓는 자들은 살려 줄 것이다. 도망가는 이들은 철저하게 쫓아 사살하도록!”
내 명령에 일부 도망자들이 도망을 포기했다.
한 명이 항복하기 시작하면 전염병처럼 빠르게 항복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도망치는 놈들은 언제 또 게릴라군이 되어 후방을 위협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도망치는 병사들이 없게 만드는 게 좋았다.
‘이그니스.’
나는 이그니스에게 많은 마나를 투입했다.
고오오오오-!
하늘에 있는 이그니스가 전장을 한 바퀴 돌며 화염의 비를 내렸다.
콰아아아앙-!
화염의 비가 내린 곳에 불의 장막이 펼쳐졌다.
어마어마한 마나가 소모되었지만 전장에서 누구도 이탈할 수 없게 되었다.
불에 둘러싸인 피레온 게릴라군은 공포에 휩싸였다.
드디어 항복자가 나왔다.
“항복하는 이들은 살려두어라.”
다시 한 번 크게 말하자 적들이 항복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금세 전투가 잦아들었고, 나는 켄을 향해 말했다.
“포로들을 모아. 오늘은 게릴라군 본진에서 쉰다.”
싱겁게 전투가 끝났다.
애초에 병사들이 많은 곳도 아니었고, 지형도 벌판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공략 자체가 매우 쉬웠다.
“와아아아아!”
아무리 쉬운 승리라 하여도 승리다.
첫 전투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피해를 파악한 뒤 보고하고.”
“네, 사령관님.”
켄이 말을 몰고 떠났다.
나는 올리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괜찮나?”
그래도 혹시 모를 부상을 염려하여 물었다.
“괜찮아요.”
“전투는 처음이었을 텐데. 정말 괜찮아?”
사람을 처음 베었다.
나 역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저승으로 보낸 건 처음이었지만, 이미 적들을 죽인 경험이 있었다.
나는 정령사라 적들을 죽이는 것에 대한 정신적 충격이 덜한 편이지만, 올리비아는 기사다.
직접 적의 살을 베고 뼈를 갈랐으니 충격이 클 수도 있었다.
“네.”
올리비아가 싱긋 웃었다.
‘문화의 차이인가?’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정말 괜찮아 보였다. 그녀가 냉혹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화이트 가에서 나고 자란 기사니까.
“가자.”
성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게릴라군 본진은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사령부 막사를 치는 게 낫겟군.”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주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곧 사령부 막사가 완성되었다.
안에서 올리비아와 쉬고 있을 때 켄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령관님, 켄 군사입니다.”
켄이 들어오며 간략하게 보고했다.
“포로 숫자는 천이백 명입니다. 아군의 사망자는 오십이 명이고 부상자 중 열 명이 중상자이며 백 명이 경상자입니다.”
“부상자들을 모아 놓았나?”
“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외상이 심한 이들은 포션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마법사들과 내가 치료한다.”
“마법 병단에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하지만 치료에 뛰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리버힐 가의 마법사들은 대부분이 공격 마법에 능한 자들이니까 치료 마법은 아주 기초적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기본적인 치료 마법이 가능한 자들은 모두 오라고 해.”
“네.”
올리비아와 함께 막사 밖으로 나가자 포로들을 통제하는 지휘관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쓰게 웃었다.
“포로 문제도 논의해야겠군.”
항복하는 자들은 살려주겠다고 공언했으니 포로의 신병 처리도 문제였다.
‘피레온 왕국이 보상을 줘가며 포로를 데리고 가지는 않을 것 같고…… 아마 모두 노예가 되겠군.’
전쟁이 시작된 이상 비극은 계속 벌어질 것이다.
곧 부상자들 막사에 도착했다.
열 명의 중상자들은 대부분 신체 한 곳을 잃었다. 모두 목숨이 위험한 상태였다.
나는 곧바로 엘라임을 불러 중상자들부터 치료했다.
마법사들 몇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상자들을 치료해주도록.”
나의 말에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법을 펼쳤다.
“가, 감사합니다.”
오른팔을 잃은 병사가 눈물을 흘리며 내게 감사를 표했다.
포션에 이어 황태자가 직접 치료까지 해주니 병사는 감동한 듯 보였다.
“제국은 팔을 잃어가며 바친 자네의 충성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모든 부상자들의 귀에 내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리도록 또박또박 크게 말했다.
“폐하를 위하여, 황가를 위하여, 국가를 위하여 헌신한 그대들의 공을 우리는 모두 기억할 것이고 남은 그대들의 삶을 책임질 것이다.”
나는 모든 이가 듣도록 정령을 소환했다.
“중상자들을 제국 거점 도시에 호송하고 황태자의 이름으로 호위를 붙여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조치한다. 전쟁이 끝난 이후 목숨을 바쳐가며 싸운 그대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을 것이다. 위대한 레오드 황가의 장자 아룬 칼 레오드의 이름으로 약속한다.”
막사 안의 병사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고, 기사들 역시 내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