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5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55화(155/278)
155화.
다레온 백작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게릴라군 소탕 작전을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서두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휘하 기사의 질문에 다레온이 피식 웃었다.
“서두를 이유가 무엇이지?”
“자칫 본대에 리오덴보다 늦게 합류하면…….”
“망신이라는 이야기이지?”
휘하 기사는 자신의 주군이 너무 여유로운 것 같아 걱정되었다.
“용병 따위보다 늦을 일은 없어. 자네는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게 탈이야. 마음을 여유롭게 가져. 생각해봐. 용병으로 굴러먹던 놈이 지휘를 잘하겠나?”
“아닙니다.”
“맞아. 애송이 황태자가 중앙 정치의 핵심이 되었고 서부 원정을 다녀오더니 동부 원정 사령관까지 꿰찼어. 과거는 잊고 황태자를 다시 평가해야 되는 건 사실이야. 거기까지는 나도 인정해.”
다레온 역시 중앙에서 잔뼈가 굵은 귀족이고, 애트란 가문을 섬기면서 귀족파 귀족의 핵심 중 한 명이다.
아룬의 과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아룬이 최근에 이룬 성과를 결코 무시하지 않았다.
나름 기민한 판단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노회한 귀족들 사이에서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상급 정령사 마스터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고 악의 세력 주구를 잡아 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 아무리 게일이 도와주었다고 하지만 황태자의 능력이 우리의 예상을 한참이나 뛰어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
다레온의 말에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휘하 용병 나부랭이들은 다르다는 말이지. 켄이라는 평민 군사 놈도 마찬가지고. 황태자는 아무리 무능했어도 레오드이지만, 그놈들은 성도 없는 놈들이라고. 태생부터 다르다는 이야기이지.”
“황태자가 왜 그런 놈들을 직속 수하로 받아들였을까요?”
“누구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려고? 황태자가 든든한 외가가 있나 아니면 황제파 귀족들의 충성이라도 받았나? 나름대로 자신의 세력을 일구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거지.”
다레온의 얼굴이 비웃음이 걸렸다. 황태자 본인의 능력이 최근 급성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정치는 세력이나 다름없어. 그렇기 때문에 폭군이나 다름없는 황제의 권력에도 베레곤 공작님이 큰 영향력을 가지고 계신 이유야. 그분을 따르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으니까. 자네도 잘 기억하라고.”
기사가 고개를 숙였다.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기사는 내심 다레온이 고마웠다. 다레온은 기분이 좋을 때면 이것저것 좋은 조언을 많이 해주니까. 모시기 까다로운 주군은 아니었지만 대우가 후한 주군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다레온에게 충성을 맹세한 건 그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앞으로의 가능성이었다.
휘하 기사는 다레온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오늘 확실히 기분이 좋아 보였기 때문에 몇 가지를 더 물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원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드 마스터들과 정면을 맞붙으면 어렵지. 게일과 올리비아가 있지만 우리 쪽은 두 명이니까. 황태자의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거야.”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두렵나?”
다레온의 질문에 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두렵지 않습니다.”
“맞아. 두려워하지 말도록. 전장에서 패배의 기운이 진해지면 적당히 후퇴하면 되는 거야. 저쪽 소드 마스터들도 황태자를 잡으려 하지 나머지는 크게 관심이 없을 거니까.”
“그럼 패배를…….”
“그럴 확률이 높아.”
다레온은 원정 성공의 승산을 높게 점치지 않았다.
아직 황제의 동북부 출병이 공식화되지 않아 전장에서 세 명의 소드 마스터를 상대해야 된다 알고 있으니까.
“헤밀튼이라는 노예가 릴리안을 죽이면 병사들의 사기야 좀 오르겠지만 그래도 소드 마스터 숫자 차이는 메우기 힘들어.”
다레온도 이제는 슬쩍 걱정을 드러냈다.
전쟁을 다수 참여한 경험이 있는 다레온은 소드 마스터 한 명이 전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있었다.
“우리 기사단은 적당히 상대하다가 적 소드 마스터가 보이면 적극적으로 나서지 말고 물러나는 것을 중점으로 움직여. 생존이 최선이다.”
다레온은 황제가 적 기사단을 무참히 쓸어버리는 장면을 떠올리며 살짝 몸을 떨었다.
그 무시무시한 오러 블레이드가 아군일 때는 무엇보다 든든했지만, 막상 적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니 오금이 저렸다.
물론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대부분의 귀족파 귀족들이 이번 원정에 몸을 사렸어. 하지만 나는 베레곤 공작님의 부탁을 받고 직접 참여했지. 살아 돌아가기만 한다면 큰 보상이 따를 거다.”
패배한 전쟁에서도 얻을 게 있다는 것.
다레온은 휘하 기사에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본심이 따로 있었다.
‘멍청한 것들. 황태자 밑으로 들어오기 자존심이 상한다고? 사실은 황제가 없으니 소드 마스터들을 상대하기 무서웠겠지. 공작님은 이례적으로 귀족들에게 부탁했다. 웬만하면 직접 기사단을 이끌고 나가 달라고. 그 명령을 들은 건 내가 유일해. 돌아가면 공작님이 분명 잘 챙겨주실 거다.’
다레온은 백작으로 만족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귀족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영지와 작위를 그대로 계승하여 살아간다.
죽을 때까지 작위와 영지는 거의 변하지 않는 법이다.
‘지금은 혼란했던 제국 이전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이 잦다는 건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뜻. 천한 노예 따위가 남작이 되는 세상인데 백작이 후작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다레온이 생각을 마치고 다시 기사에게 당부하려는 순간 큰 목소리가 대열에 울려 퍼졌다.
“적이다!”
피슈슈슝-!
하늘을 화살이 뒤덮고 있었다.
“매, 매복이다!”
* * *
“켄이 숙제를 내줬어.”
리오덴의 말에 데이비드가 빙긋 웃었다.
“먼저 소탕하고 먼저 합류하라는 이야기이겠지요.”
용병 세계에서도 서열이 있는 법이다. 데이비드는 무딘 검으로 유명했지만, 리오덴은 데이비드보다 용병 생활을 더 일찍 시작했고 명성도 높았다.
데이비드의 명성은 어디까지나 일종의 특색으로 생긴 것이었다.
물론 실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용병이 전장에서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특이했으니까.
“나도 그렇고 자네도 그렇고 헤밀튼 단장님도 마찬가지야.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성과를 내야 인정받을까 말까지.”
“출신이 출신이다 보니까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자네는 귀족 출신이라 들었는데?”
“몰락 귀족이 어디 귀족입니까. 평민이나 다름없습니다.”
데이비드의 말에 리오덴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가?”
“어쨌든 이번 병사들에게도 어느 정도 능력을 증명해야 되고 다른 지휘관의 선입견도 사라지게 만들려면 확실히 빨리 소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맞아. 시간이 없어. 켄 군사가 조언을 해주었다면 좋았을 건데.”
“기본적인 정보만 알려준 것을 보면 켄 군사 역시 우리 스스로 다레온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는 모양입니다.”
전쟁에서 군사가 작전 하달을 하지 않는 건 드문 일이다. 본대를 몇 개의 부대로 갈라도 갈라진 부대에게 확실한 작전을 주는 게 군사의 역할이니까.
‘특수한 상황이니까.’
리오덴은 켄을 이해했다.
켄 역시 편견과 싸우는 중이다.
“참, 자네 이번에도 무딘 검인가?”
서부 원정의 상대는 어디까지나 언데드, 오크들이었다.
반면 동부 원정은 전쟁이다. 사람 간의 전쟁.
데이비드가 잠시 대답이 없다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주군을 모시기로 했으니 이제는 무딘 검을 버려야죠. 기사의 본분 중 하나가 주군의 날카로운 검이 되는 것 아닙니까.”
“놀랄 일이로군.”
리오덴은 솔직히 데이비드가 적군을 죽이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죽이지 않아도 전장을 이탈시키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지금까지 데이비드는 용병으로서 참여한 모든 전쟁에서 그래왔다.
적을 죽이지 않아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였으니 용병으로서 명성을 떨친 것이다.
“하긴, 우리는 용병이 아니라 기사지. 이제 기사로서 능력을 증명할 때고.”
리오덴은 대답과 함께 지도를 펼쳤다.
“자, 작전을 세워보자고. 카일라하 성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방어가 괜찮은 성이야. 공략이 마냥 쉽지만은 않을 거야.”
“정찰병은 언제 돌아옵니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작전을 수립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데이비드의 말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병사 한 명이 다가와 리오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단장님, 정찰병들이 돌아왔습니다.”
“행군을 멈추고 정찰병들을 이리로 오라고 하도록.”
“네!”
리오덴이 말을 멈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 명이 넘는 정찰병들이 리오덴과 데이비드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1조부터.”
리오덴의 말에 1조를 맡은 조장 병사가 입을 열었다.
“저희가 맡은 경로에 매복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길이 넓었고 산들이 매복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길 끝에 동쪽 성문이 보였는데 경계가 삼엄했습니다.”
10조까지 쭉 보고를 들은 이후 리오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행군은 여기까지 한 뒤 내일부터 공성을 시작한다. 아무래도 전면전이 될 것 같다.”
병사들에게 휴식을 명령한 뒤 리오덴은 임시 막사를 설치하고 데이비드와 함께 작전을 수립했다.
“정면으로 뚫고 들어가는 건 희생이 너무 커. 뚫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저들은 피레온 지방 세력들이야. 왕가에 충성을 맹세하였지만 전통적으로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토박이라는 뜻이지.”
“지리를 매우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정찰병들이 미처 살펴보지 못한 매복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를 공략하는 건 어떤가?”
리오덴이 지도에 지점을 찍자 데이비드가 고민에 잠겼다.
“이쪽 요새는 아직 사용이 가능해. 하지만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어. 7조의 보고 내용에 따르면 이제 막 경계병들을 세우는 실정이니까.”
“그 요새는 성 안으로 흐르는 물길을 보호하는 형국입니다. 저들이 성을 점령한 뒤 버려진 요새에 병력을 배치하는 것 역시 그 때문이죠. 자칫 요새가 점령당하면 식수 공급이 막히니까.”
“맞아. 우물도 거의 없는 곳이고.”
켄이 준 기본 정보에는 성에 대한 여러 정보가 있었는데 리오덴이 주목한 건 바로 식수 부분이다.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아니면 성의 식수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못했다.
좋은 요충지라 평가받는 곳임에도 인구가 크게 늘지 못했던 건 식수 공급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성을 직접 공략하는 것보다 요새를 공략하는 게 쉬울 거야. 일단 성을 공략하는 것처럼 적을 속여보자. 앞에서 난리를 피우다가 야간에 기습적으로 요새를 공략하는 거야. 거리 자체는 멀지 않으니까.”
“시간이 없다고 하셨는데 장기전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리오덴이 고개를 저었다.
“식수를 저장해 놓는 것도 한계가 있어. 요새를 점령해 물길을 막고 사흘 정도만 버티면 저들은 알아서 성문을 열고 나올 거다.”
“만약 저장한 식수가 없다면 곧바로 요새를 되찾기 위해 성을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리오덴이 눈을 반짝였다.
“그럼 더욱 좋지. 요새 공략에 성공하면 성에서 요새로 오는 길목에 매복 병력을 배치하면 급한 적들이 몰려올 때 큰 타격을 줄 수 있지.”
데이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방법이군요. 저장 식수가 없다면 저들은 이틀도 성 안에서 버티지 못할 겁니다.”
리오덴이 싱긋 웃었다.
“맞아. 배고픔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지만 식수는 다르니까. 인간은 물을 마시지 않고 살 순 없잖아?”
데이비드가 새삼 놀란 듯 물었다.
“단장님의 작전도 켄 군사 못지않은 것 같습니다.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계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용병으로 잔뼈가 굵었으니까. 참가한 전쟁이 셀 수도 없으니 이리저리 많이 주워들었지. 그리고…… 나도 어렸을 때는 나름 잘나가는 집안이라 아버지께서 이것저것 가르치셨거든.”
리오덴의 말에 데이비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귀족이셨습니까?”
“몰락 귀족이 어디 귀족인가? 평민이나 다를 바 없지.”
데이비드는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하는 리오덴을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몰락 귀족이라…….’
리오덴이 데이비드의 어깨를 툭, 툭 쳤다.
“자, 시작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