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5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56화(156/278)
156화.
카일라하 인근, 리오덴과 다레온이 차례로 복귀했다.
어제 리오덴이 먼저 복귀했고, 오늘 저녁 다레온이 무거운 표정으로 본대 진영을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사, 사령관님.”
다레온은 그답지 않게 말을 더듬었고 나를 바라보는 표정도 어두웠다.
“소식은 들었다.”
나는 짧게 다레온에게 말한 뒤 지휘관들을 향해 알렸다.
“다레온 부대를 포함하여 본대를 재편성하도록. 잠시 후 사령부 막사에서 전체 회의를 열겠다.”
지휘관들의 표정도 좋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결과가 심각하군.’
나도 마음이 좋지 못했다.
다레온은 부대의 삼분의 이를 잃고 겨우겨우 복귀했으니까.
게릴라군은 거의 그대로 후방에 남겨둔 채.
* * *
사령부 막사 분위기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모두가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어려운 공성을 눈앞에 둔 때에 지휘관들의 사기가 이토록 떨어져 있다니.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었고, 나 역시 번민했다. 등 뒤에 적을 두고 싸우는 것만큼 불안한 건 없으니까.
진짜 전투는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게릴라군에 상당한 병사를 잃었으니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게일이 복귀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러지 않았다.
리오덴이 어제 돌아왔을 때는 병사들의 사기가 전보다 더욱 올라갔다.
본대가 소탕한 지역까지 포함하면 세 곳의 주요 게릴라군 본거지를 완전히 소탕했다.
모두가 다레온도 당연히 게릴라군 본진을 정리한 뒤 돌아오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리오덴, 다레온의 극명한 비교를 위하여 그토록 많은 병사들을 희생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나는 지휘관들이 모두 모여 있음에도 입을 열지 않고 생각을 거듭했다.
리오덴과 데이비드가 병사, 지휘관의 신뢰를 받게 하고자 계획했던 작전이었다.
켄이 작전을 수립했지만 어디까지나 승인한 건 바로 나였다.
즉, 가장 큰 책임은 내게 있었다.
나는 나의 수하들을 위해서 다레온 부대를 희생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수성보다 불리한 공성전을 준비 중이었는데 전력이 줄고 후방이 불안해진 데다 적군의 정예가 아군 정예보다 수가 많아 걱정이 밀려왔다.
“사령관님 게릴라군 소탕 보고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일은 예상했던 결과를 냈고 리오덴 역시 큰 희생 없이 게릴라군을 소탕했다.
특히 리오덴은 전략적 요충지 요새를 점령하고 적들의 식수를 차단해, 전사자를 적게 만들며 완벽에 가까운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주었다.
켄은 마지막으로 다레온 부대의 결과 보고를 시작했다.
“대부분이 죽었고 살아남은 병사들 중 중상자도 상당합니다.”
“중상자에게는 포션을 지급하고 외상이 심한 자들은 부상자 부대에 편성하여 후방으로…….”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부상자 부대를 후방에 두면 자칫 게릴라군이 후방을 노릴 때 모두 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부상자들을 버려둘 순 없다. 병사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약속한 건 바로 나니까.’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부상자 부대는 본대 뒤쪽에 배치한다. 최후방은 데이비드.”
“네, 사령관님.”
“자네에게 따로 부대를 편성해줄 테니까 최후방을 맡아. 적들이 언제 게릴라전을 펼칠지 모르니 책임이 막중하다.”
“최선을 다해 지키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켄에게 시선을 돌렸다.
“적군 소드 마스터들의 소재는 파악되었나?”
“에릭이 어젯밤 본가로 돌아갔습니다.”
좋은 소식이었다.
“아바마마의 출병에 대해서는 오늘 공유를 받았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에릭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돌아갈 것입니다.”
“릴리안 암살까지 성공하면 카일라하 공성이 의외로 쉽게 끝날 수 있습니다.”
지휘관들은 모처럼 한 목소리로 희망을 이야기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졌다.
“에릭만 본가로 돌아갔고 나머지 소드 마스터 두 명은 남았다. 게일과 올리비아가 그들을 맡는다 하더라도 릴리안 암살에 실패하면 광역 마법에 휩쓸릴 수 있어.”
모두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공성이 길어지면 후방에 있는 게릴라군이 지방을 순회하며 피레온 왕국에 충성하는 이들을 모아 세력을 더욱 불린 뒤 우리가 공성을 하는 틈을 타 뒤를 치면?”
상상할 수 있는 여러 상황 중 나쁜 것들만 골라서 말하자 지휘관들은 신음을 흘렸다.
다레온이 몸을 떨고 있는 게 보였다.
‘효과 하나는 확실하군. 귀족 지휘관 나부랭이들이 누구도 켄과 리오덴, 데이비드를 차별하지 않고 있으니까.’
지휘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내가 게일, 리오덴, 다레온에게 각자 부대를 맡겨 게릴라군 소탕 작전을 펼친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저들은 헤밀튼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법 병단 부단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릴리안 암살이 실패한다고 했을 때 그녀가 전장에 미칠 영향력이 어느 정도이지?”
마법 병단 부단장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족히 삼만은 그녀의 손에 죽을 겁니다.”
마법 병단 부단장의 대답은 나조차도 끙, 하고 신음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삼만 명이라고?’
단 한 명의 인간이 그 정도의 힘을 낸다는 게 쉬이 믿기 힘들었지만 이곳은 현대 사회가 아니다.
“병단의 마법사들이 그녀를 막을 수 없나?”
“네. 병단은 오히려 그녀를 피해 다녀야 합니다.”
부단장이 쓰게 웃으며 덧붙였다.
“전장에서 마주치는 족족 마법사들은 그녀의 마법에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서클이 봉인당하거나. 하위 서클의 마법사는 결코 상위 서클의 마법사를 이길 수 없습니다. 기사와는 확실히 다르지요.”
나는 지휘관들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조만간 헤밀튼에게 보고가 올 것이다. 그가 성공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군.”
이제는 누구도 헤밀튼이 노예 출신이라고 그를 무시하거나, 그의 능력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았다.
한뜻으로 헤밀튼이 무사히 성공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 * *
회의가 길지는 않았다.
게릴라군 소탕 작전에서 나온 전사자 숫자와 부상자 처우, 보급품 수량 등을 확인하는 정도만으로 회의가 끝났다.
내일부터는 공성이 가능한 지역까지 전진한 뒤 다시 진영을 꾸려야 되기 때문에 일찍 끝냈다.
“다레온은 처벌해야 됩니다.”
켄은 모두가 나간 사령부 막사에 남았다.
“병사를 그토록 많이 잃은 지휘관을 아무런 처벌 없이 넘어갈 순 없는 노릇입니다.”
“예상했지?”
다소 두서가 없는 나의 말에 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많이 죽을 것도 알고 있었나? 솔직히 나는 리오덴보다 어느 정도 늦을 줄만 알고 있었지. 고작 하루 늦게 도착했으니까 늦은 것도 아니지. 근데 다레온 백작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어.”
“실수가 아니라 그게 다레온 백작의 능력입니다.”
나도 모르게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켄!”
“지휘관들이 서로 반목하면 전쟁은 산으로 가게 됩니다. 차라리 그 정도였다면 사령관님의 권위로 찍어 눌러 겉으로 화합을 추구할 순 있었겠죠. 하지만 병사들의 신임은 오직 실력으로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켄은 내가 소리를 질렀지만 전혀 놀라지 않았다.
“부대를 편성할 때 다레온 백작 부대에 지원한 병사 숫자가 압도적이었습니다.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리오덴 부대에 합류한 병사들은 죽었다는 표정들이었고요.”
알지 못했던 일이다. 병사들이 리오덴을 다소 신뢰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게 다레온을 신임하는 것으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령관님께서 전쟁의 명분을 아무리 그럴듯하게 말하고 부상자, 전사자에게 보상을 약속해도 병사들이 가장 바라는 건 바로 전쟁에서 살아남는 겁니다.”
할 말이 없었다. 가슴을 찌르는 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들은 누구보다 예민하죠. 특히 제국은 많은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병사들 역시 경험이 풍부합니다. 경험이 많다는 뜻은 어느 지휘관을 만나야 생존 확률이 높아지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게릴라군 소탕 작전은 그들이 앞으로 어느 쪽을 선택해야 될지 알려준 것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삼천이 넘는 병사들이 죽었어.”
“전쟁에서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입니다. 삼천 명의 병사를 희생시키고 사령관님 직속 수하들에 대한 신임을 얻었으니 잃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나는 켄의 어깨를 붙잡았다.
“지금…….”
“병사들의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 살아남는 전장에 있습니다. 병사들을 진정 위하신다면 그들에게 승리를 안겨 주십시오.”
켄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레온은 처형해야 됩니다.”
켄의 어깨를 잡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켄은 무서운 사람이었다. 패배를 모르던 론의 군대는 켄의 작전에 농락당했다. 인간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했던 론은 제국군이 강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카렌이 론을 맡는 동안, 제국군은 켄의 부대 운영에 농락당했다.
-목적을 위해서는 비열한 방법, 참혹한 방법도 서슴지 않는 켄은 항상 카렌과 부딪쳤다. 그럼에도 카렌은 켄을 내칠 수 없었다. 그는 언제나 결과를 승리로 이끌었고, 카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승리였으니까.
내가 집필한 내용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떠다녔다.
“일단 내일 이야기하자. 그만 가서 쉬어.”
켄은 더 강권하지 않고 막사를 나갔다.
나는 의자에 털썩 앉아 이마에 머리를 짚었다.
“빌어먹을.”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켄의 방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나, 효과는 확실했어요. 귀족 지휘관들이 헤밀튼의 출신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의 작전이 성공하기만을 바라고 있잖아요.”
나는 쓰게 웃었다.
“더불이 용병 출신 리오덴과 데이비드를 모두 인정하고 있지. 그들의 성과는 이번에 게일보다도 뛰어났으니까.”
결과만 놓고 보면 모든 게 좋다.
다만 누구도 삼천 명의 희생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켄은 다레온이 책임질 것을 알고…… 아니, 그렇게 유도한 거야. 귀족파 핵심 귀족 한 명을 전쟁에서 완벽한 명분으로 처형하는 것이지. 내 입장만 생각할 때 켄은 최고의 충신이야. 악명도 얻지 않고 완벽한 방법으로 정적을 제거하고 병사들의 신뢰마저 얻었으니.”
실제로 병사들은 내가 리오덴을 직속 수하로 둔 것을 나의 안목이라고 칭찬하고 있었다.
서부 원정에 대한 이야기마저 다시 나오는 중이다. 황태자가 어리지만 서부에서 성과를 거둔 이유가 있었다고 말이다.
‘내 목적이 무엇인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민을 거듭했다.
“전하.”
올리비아가 내 옆에 살며시 앉으며 사령관이 아니라 전하라며 친근하게 불렀다.
“켄은 유능한 사람이에요. 그와 같은 군사는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전하께서는 선택하셔야 되지 않을까요? 켄과 같은 사람을 수하로 두시려면 전하께서 결심을 단단히 하셔야 될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가 켄을 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 했던 이야기를 생각해야지.”
올리비아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켄을 수하로 끌어들인 건 다름 아닌 나였다.
그리고 켄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켄 스스로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했다.
“내가 처형할 필요는 없어. 명분이 완벽하다 하더라도 전쟁이 끝나면 분명 그 처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거야. 다레온은 귀족파 귀족 핵심 중 한 명이니까.”
이거 생각하다 보니까 나도 켄 못지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처형해서 악명을 뒤집어쓸 이유는 없지. 베레곤에게 공을 넘겨줘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