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5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57화(157/278)
157화.
“적이다!”
새벽, 여전히 해는 고개를 내밀지 않아 어둠에 싸인 진영에서 찢어지는 듯한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즉시 사령부 천막을 나섰다.
‘실울펜.’
모습을 드러낸 실울펜이 소란스러운 곳을 향하여 무섭게 날아갔다.
나 역시 적들이 기습을 펼친 곳으로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펼쳤다.
“적이다!”
진영 후미에서도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도 고요한 새벽을 깨웠다.
“사령관님!”
올리비아가 날 급하게 불렀다.
“이건?”
진영 전방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마나의 기운에 나는 얼굴을 굳혔다.
“소드 마스터 중 한 명이 온 모양이군.”
어쩌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레 기습을 당한 건 좋지 못한 소식이지만, 세 명의 소드 마스터 중 한 명이 기습에 직접 참가한 건 악재라기보다 호재였다.
“게일!”
나는 급하게 게일을 불렀다.
“네.”
게일이 내 옆에 다가왔다.
“전방의 소드 마스터를 맡아. 리오덴, 후미로 기습해 들어온 적들을 맡고, 올리비아는 나와 함께 우측 진영의 적들을 맡는다. 그리고 켄.”
“네, 사령관님.”
“데이비드와 함께 중앙에서 상황을 보면서 기사단을 적절하게 투입해줘.”
본래 나의 역할이지만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 싶었다.
기습의 규모가 생각보다 컸기 때문에 피해를 누적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나서는 게 좋았다.
정령사는 광역 범위 공격에 능하니까.
나는 올리비아와 함께 즉시 출발했다.
우측 진영에서는 적들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적들의 규모가 만만치 않았다. 기습이 아니라 정면 공격이라 말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였다.
실울펜에 이어 이그니스가 하늘을 덮자 우리 병사들의 사기가 한껏 올랐다.
“사령관님이 오셨다!”
누군가의 큰 외침에 나는 클라임과 엘라임까지 소환했다.
이제 적들에게도 알려 줄 때다.
자신들이 상대하는 정령사가 어떤 수준의 정령사인지.
상급 정령 넷을 동시에 전장으로 소환할 수 있는 정령사가 대륙에 몇이나 되겠는가.
나는 오직 나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엘라임이 손을 휘저으며 비산하는 물방울을 펼쳤다. 족히 수백 개의 물방울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적들을 묶었다.
엘라임이 다시 한 번 손을 휘젓자 물방울이 터졌다. 물방울에 갇힌 병사들 역시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쓰러지거나 그대로 즉사했다.
마나 홀의 마나는 여전히 넉넉했고, 나는 실울펜과 이그니스의 화염의 바람도 펼쳤다.
콰아아아앙-! 쾅-! 쾅-!
나 한 명의 존재로 인하여 적들의 기습이 한순간에 꺾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우측으로 기습한 병사들은 족히 수천이 넘었는데, 벌써 눈에 띄게 숫자가 줄어드는 게 보였다.
‘기습에 이 정도 인원을 동원하다니. 카일라하 방어군 지휘관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우리 쪽도 소드 마스터가 두 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카일라하 방어군 소드 마스터도 최소 두 명은 같이 다녀야 좋았다.
지금처럼 한 명이 찢어져서 홀로 다니다가 우리 쪽 소드 마스터의 협공을 받고 죽을 수도 있으니까.
‘아버지의 출병 소식도 저들의 귀에 들어갔다. 혼란스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습을 감행할 정신이 있었나?’
여러 의문이 들고 있을 때 적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퇴! 성으로 후퇴한다!”
카일라하는 난공불락의 성이다. 아버지의 압도적인 능력 덕분에 뚫렸던 성이었지만, 나는 아버지가 아니다.
적들이 튼튼한 성벽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많은 숫자를 줄이고 싶었다.
“한 명도 놓치지 마라!”
나는 외침과 함께 클라임을 적들의 후방으로 보내어 대지의 포효를 펼쳤다.
고오오오오-!
한 차례 땅이 흔들렸다.
이어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쾅-!
후퇴하려던 병사들이 우왕좌왕 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땅이 사라졌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상급 정령에 이어 중급 정령, 하급 정령들까지 모조리 소환하여 적들을 무참히 베었다.
“올리비아, 기사들을 맡아줘.”
“사령관님 곁에서 떨어지지는 않겠습니다.”
올리비아가 검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켰다.
“물론.”
나의 대답과 함께 올리비아의 오러 블레이드가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서걱-!
후퇴를 종용하던 기사의 목이 허공에 떠오르는 동시에 나는 크게 외쳤다.
“항복하는 자들은 살려주겠다!”
카일라하 방어군들이 하나, 둘 검을 내려놓자, 지휘관이 다급하게 외쳤다.
“무슨 짓들이냐! 후퇴하지 않고 항복하는 자들은 내가…….”
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실프가 분노에 정신 팔린 그에게 바람의 사슬을 펼쳤고, 허무하게 심장이 꿰뚫리며 말에서 떨어졌다.
“항복해라!”
살아남은 카일라하 방어군들은 모두 순순히 항복했다.
우리 군 피해도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새벽에 당한 기습 치고는 확실히 잘 막았다.
후미와 전방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리오덴과 게일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니까.
마법 병단의 존재도 든든했다.
콰아아아앙-!
전투를 마무리하며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전방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나는 정령들을 내 주위로 불러들이며 시선을 돌렸다.
“올리비아.”
“아무래도 게일 님이 전투를 시작하신 것 같습니다.”
일반 병사나 혹은 기사와 부딪쳤을 때 저런 소리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게일에게 가자. 지금은 일기토를 벌일 때가 아냐. 협공해서 빨리 끝내야 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야.”
올리비아는 내 말을 아주 잘 이해했다.
그녀 역시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네, 사령관님.”
“혹시 적 기습이 더 있을지도 모르니 대비하고 있도록.”
나는 기사들에게 당부한 뒤 전방으로 걸음을 돌렸다.
‘성으로 후퇴하기 전에 반드시 잡는다.’
소드 마스터를 잡거나 혹은 죽일 수 있다면 이 전쟁은 어쩌면 쉽게 풀릴 수 있으니까.
* * *
올리비아와 전방으로 달려갔다.
쾅-!
우측 진영에서 벗어날 때쯤 공격이 들어와, 나는 본능적으로 엘라임을 소환하여 물의 장벽을 펼쳤다.
“제법이네요?”
목소리와 함께, 공격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로브와 커다란 나뭇가지로 된 지팡이를 들고 있는 여자였다.
옆에 담담한 표정의 남자도 있었는데, 말없이 검을 든 자세만으로도 숨막힐 듯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저 남자는 고든이 확실하군.’
세 소드 마스터의 초상화는 모두 유심히 보았기 때문에 나는 그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게일을 상대하고 있는 소드 마스터 한 명,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소드 마스터 고든.
찰나의 침묵 끝에 여자가 입을 열었다.
“소꿉놀이라도 하러 왔나요? 전장에서 미인을 데리고 다니는 제국의 황태자라…….”
실프가 여자를 향해 날아갔다.
쾅-!
여자의 실드에 실프가 세게 부딪쳤다.
“후, 바로 싸우자는 뜻이죠?”
갑자기 여자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오더니, 하늘에서 거대한 벽이 우리 주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지지직, 지지직, 소리와 함께 벽이 연결되면서 밖의 공간과 안의 공간이 완전히 분리가 되었다.
“자, 집중해서 싸우기 좋은 공간을 만들어 봤어요. 황태자 전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지요.”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 듯 안에서는 바깥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분리된 공간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당신이 릴리안인가?”
“영광이네요. 전하께서 제 이름도 아시고.”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헤밀튼이 실패했나? 아니다. 카일라하 잠입조차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헤밀튼이 암살을 시도하기 전에 릴리안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리라.
고든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화이트가의 여식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황태자만 데리고 복귀한다. 아비라면 아들의 안위를 무시할 순 없겠지.”
나는 고든의 말에 피식 웃었다.
‘나를 인질로 삼으려는 모양이군.’
카일라하 방어군이 기습한 이유에 대해서 대충 상황을 알게 되었다.
릴리안이 말했다.
“인질로서 전하의 가치는 아주 높답니다. 가뜩이나 제국이 팽창하는 것을 막는 게 버거웠는데, 전하를 잡으면 제국이 조용해지겠죠? 저는 덕분에 당분간 조용히 마법 연구에 집중할 수 있을 거고요.”
나는 이그니스를 불렀다.
마치 나를 당연히 잡은 듯한 릴리안의 말에 딴죽을 걸었다.
“너무 자만하는 것 아닌가?”
솔직히 속으로는 릴리안이 자만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올리비아와 고든의 대결에서 실력은 고든이 우위다. 올리비아보다 경험이 많고 소드 마스터가 된 시점도 빠르니까.
나는 릴리안의 상대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게일이 올 때까지 시간이라도 끄는 게 유일한 전략.
존재 자체만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8서클 마법사 릴리안. 그래서 암살을 계획했는데.
이제 믿을 구석이라곤 게일밖에 없었다.
그가 승리한 뒤, 나와 올리비아가 있는 이곳으로 온다면 충분히 고든과 릴리안을 물리칠 수 있으리라.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릴리안 발밑으로 클라임을 소환했다.
쾅-!
대지의 포효.
그러나 릴리안은 어느새 하늘 위에 떠 있었다.
“전하께서는 배려가 없으신 분이군요?”
릴리안은 미소 지었다.
“올리비아, 무리하지 마. 고든만 신경 써.”
행여나 올리비아가 나에게 정신이 팔리면 자칫 고든에게 당할 수도 있었다.
“고든을 죽이는 게 여기서 살아나갈 방법이야.”
“네.”
올리비아가 짧게 대답했다.
나도 릴리안에게만 집중해야 했다. 8서클 마법사를 상대로 신경을 분산한다는 건 죽여 달라는 뜻이니까.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펼치며 실울펜을 소환했다.
실울펜이 하늘 위로 뛰어올랐다.
“상급 정령 넷을 모두 부리는 것을 보았어요. 전하께서는 실로 놀라운 재능을 갖추셨더군요. 레오드의 정령술 재능을 물려받은 걸까요?”
실울펜이 몸을 회전시키며 바람의 사슬을 펼쳤다.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았다면 너뿐 아니라 저자까지 동시에 상대하겠지.”
나의 말에 릴리안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은…… 제국의 실력자들만이 아니라 대륙의 내로라하는 모든 강자들이 갖고 있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전투에서 감정이 격화되면 틈을 보이기 마련이지.’
나는 실울펜과 이그니스에게 붉은 바람의 폭풍을 주문했다.
콰아아앙-! 쾅-!
릴리안은 투명한 실드로 상급 정령 둘의 공격을 쉽게 막아냈다.
‘아버지의 마법 서클은 정확하게 기술하지 않았지만 오스틴에게 그리 밀리지 않는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 말은 릴리안과도 동급이라는 뜻.’
내가 썼던 것들이 현실이 되니 아버지의 위대함이 피부에 와닿는다.
한 명의 인간이 그런 힘을 갖는 게 정말 가능한가?
아버지의 힘은 이미 몇 번이고 전쟁을 통해 증명되었지만 믿기 힘든 수준이었다.
“내가 재능은 좀 모자라지만 레오드라는 사실은 변함없지. 레오드는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거든.”
클라임이 거대한 몸집으로 릴리안의 다리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릴리안은 다시 순간 이동을 하면서 지팡이를 휘둘렀다.
수백 개의 불덩이가 나를 향해 쏟아졌다.
엘라임의 물의 벽을 만들어냈고, 나는 실울펜으로 릴리안을 노렸다.
“그대들은 레오드라는 이름 앞에서 참으로 많이 도망치지 않았나? 오늘 나를 잡으러 온 건 실수야. 도망치지도 못할 거니까.”
자신감이 나쁠 건 없었다.
릴리안이 진하게 웃었다.
“네. 도망치지 않을 생각이에요. 더 이상 레오드의 승리는 없어야지요.”
릴리안의 지팡이에서 어마어마한 마나의 흐름이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