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5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58화(158/278)
158화.
올리비아는 아룬의 말을 지켰다.
전투가 시작된 이후 고든만 집중해서 상대했다.
아룬의 상대가 8서클 마법사 릴리안이라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룬이라면 이겨내리라 생각했다.
고든의 검이 올리비아의 어깨를 노렸다.
올리비아는 부드럽게 옆으로 움직이며 고든의 검을 피한 뒤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파르르 떨리는 올리비아의 검이 고든의 복부를 노렸다.
고든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훌륭하다.”
올리비아가 고작 한 수만 보여주었는데, 고든은 올리비아의 실력을 전부 본 듯 고개를 끄덕였다.
챙-!
고든과 올리비아의 검이 만나 불꽃이 튀었다.
올리비아가 고든의 검을 밀어냈다.
고든은 살짝 물러나면서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냈다.
고든이 날린 초록색 오러 블레이드가 무서운 속도로 올리비아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올리비아는 고든의 오러 블레이드를 굳이 맞상대하지 않고 빠르게 피해냈다.
고든은 순식간에 여러 개의 오러 블레이드를 올리비아를 향해 날렸다.
사방에서 옥죄어오는 고든의 오러 블레이드를 보면서 올리비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자신의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고오오오오-!
올리비아의 검이 부르르 떨리며 연분홍 오러 블레이드가 치솟았다.
쾅-! 쾅-! 쾅-!
고든의 오러 블레이드를 쳐내는 올리비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위력에서 밀려.’
고든의 오러 블레이드 위력이 한 수 위라는 사실을 깨닫고 올리비아는 더욱 많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냈다.
고든이 다시 움직였다.
“화이트 가에서 성년식도 치르지 않은 여아를 소드 마스터로 만들 줄이야.”
올리비아는 말을 하면서 공격하는 고든의 검을 겨우 막아냈다.
챙-!
검이 서로 부딪히자마자 고든은 자신의 검이 올리비아의 검과 맞닿아 있는 상태에서 몸을 부드럽게 회전 시켰다.
채채채챙-!
올리비아는 가까스로 고든의 움직임을 따라잡았다.
“너를 죽이면 제임스 공작이 눈에 불을 켜고 나를 찾아다니겠지? 황제가 검술로는 제임스 공작이 제일이라고 하던데, 황제의 인정을 받은 제임스 공작의 검을 꼭 맞대고 싶군.”
올리비아는 검에 마나를 잔뜩 불어 넣으며 대답했다.
“당신 따위는 아버님의 한 수조차 받아내지 못할 거야.”
고든을 격동시키기 위한 말이었다.
올리비아는 자신이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느꼈다.
‘승부를 걸어야 돼.’
올리비아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러 블레이드의 색이 점점 진해졌다.
고든이 살짝 물러나며 감탄을 터뜨렸다.
“호오, 검술이 아니라 마나의 양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인가?”
올리비아는 대답하지 않고 고든을 향해 쇄도했다.
분홍 오러 블레이드가 올리비아의 움직임에 따라 수백 개로 갈라졌다.
마법과도 같은 장면에 고든이 눈을 치켜떴다.
고든은 이내 얼굴을 굳히며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냈다.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오러 블레이드가 허공에서 만났다.
쾅-! 쾅-! 쾅-!
고든은 충격을 느끼고 뒤로 물러났다.
올리비아의 오러 블레이드 위력이 조금 전보다 확실히 강했으니까.
고든은 몸을 회전시키며 수십 가닥의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냈다.
올리비아의 오러 블레이드는 놀랍게도 고든의 오러 블레이드와 충돌할 때마다 여러 가닥으로 갈라졌다.
여러 가닥으로 갈라진 오러 블레이드의 한 가닥, 한 가닥의 위력은 약해졌지만 고든을 위협하기에는 충분했다.
올리비아는 승부를 걸었다.
화이트 가의 비전 검술 중 궁극의 기술, 피어나는 연꽃.
이 기술을 올리비아는 아직 완전히 체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올리비아가 실전에서 사용하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고든과의 격차를 확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고든이 자신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적절히 힘을 조절하고 있다는 사실을 올리비아는 알고 있었다.
적을 죽여야 하는 실전에서 고든은 방심했다.
올리비아의 승부수는 통하는 것 같았다.
고든이 점점 밀리면서 올리비아의 오러 블레이드를 쳐낼 뿐 반격의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올리비아는 계속해서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냈고, 고든이 그 오러 블레이드를 쳐낼 때마다 오히려 오러 블레이드의 숫자는 늘어만 갔다.
고든은 씨익 웃었다.
고든은 검을 횡으로 그었다.
횡으로 그어진 공간이 마치 갈라진 듯 일그러졌다.
고든의 검으로 뒤틀린 공간에서 초록색 오러 블레이드가 흘러나오며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올리비아의 오러 블레이드들이 녹색 오러 블레이드가 가른 공간 안으로 빨려들면서 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올리비아는 자신이 뿜어낸 오러 블레이드가 터져나가는 충격에 비틀거렸다.
“커억!”
올리비아는 진한 피를 토해냈다.
폭발의 여파 속에서 고든이 말했다.
“완전하지 않은 기술을 실전에서 사용하는 건 위험하다. 나를 상대로 승부를 보려 한 점은 이해하지만, 목숨을 보전하려면 상대와의 격차를 인정하고 항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올리비아가 힘겹게 대답했다.
“그래서 당신은 매번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했나? 폐하에게 그토록 많이 패배하고도 여전히 목숨이 붙어 있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무릎 꿇고 목숨을 빌었던 모양이군?”
“그런 화법은 네게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데. 화이트 가의 여식이라면 배운 것도 많을 터인데 멍청한 말을 하는구나.”
올리비아는 슬쩍 아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죄송해요. 전하.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 * *
나는 고든과 올리비아의 충돌로 쾅쾅거리는 폭발 소리를 들었지만, 올리비아를 바라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고오오오오오오-!
릴리안이 지팡이에 마나를 불어넣는 모습을 침을 삼키고 바라보았다.
‘실울펜!’
지금이 릴리안을 죽일 수 있는 기회다.
릴리안이 집중해서 마법을 구현하고 있는 순간이니 방어에 취약하지 않을까?
실울펜과 이그니스가 만나 붉은 바람의 폭풍을 펼쳤다.
나는 마나를 상당히 많이 두 정령에게 불어넣었고 그만큼 스킬의 위력은 강해졌다.
실울펜과 이그니스가 스킬을 펼치려는 순간 나는 릴리안 주변 공간이 그녀가 뿜어내는 마나의 흐름으로 완전히 장악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울펜과 이그니스가 스킬을 펼치려 했지만 릴리안 주변에서 두 정령의 몸이 뒤로 훅, 밀렸기 때문이다.
릴리안이 웃으며 말했다.
“전하의 미숙함이 드러났네요. 제가 아무런 대비도 없이 마법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상급 정령들을 내 주위로 불렀다.
“보통 저의 경지까지 오르면 낮은 서클의 마법들은 캐스팅 없이도 즉시 시전할 수 있어요. 마법은 마나를 재배열하여 새로운 힘을 만들어내는 학문인데, 고서클로 올라갈수록 재배열의 수식이 굉장히 복잡하지요.”
“마법 강의 시간이 아닌 것 같은데요.”
내가 딴죽을 걸자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에 대한 예의입니다. 전하께서 어떤 마법에 당하는지 아셔야지요.”
릴리안의 지팡이에서 빛이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마법은 고대 마법서에서 발견한 마법인데 마나 재배열을 수십 번도 넘게 해야 하는 복잡한 마법이에요. 8서클 마법이지만 위력은 9서클 못지않으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이마법의 매력은.”
릴리안이 잠시 말을 멈춘 뒤 지팡이를 내밀었다.
지팡이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던 빛이 이제는 주변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폭발적으로 흘러나왔다.
“적을 죽이지 않고 완전히 무력하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전하를 인질로 잡아야 하니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사용하는 거랍니다.”
빛의 그물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는 즉시 이그니스를 위로 올려보냈다.
콰아아앙-! 쾅-! 쾅-!
이그니스가 불의 장막을 펼치기도 전에 빛의 그물이 이그니스의 몸에 닿으며 폭발했다.
나는 몸을 비틀거렸다.
이그니스는 어마어마한 충격에 정령계로 역소환 당했다.
상급 정령이 고작 충돌만으로 정령계로 역소환 당했다는 사실에 나는 혼란에 빠졌다.
‘어떻게 막지?’
그물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속도는 다행히 빠르지 않았다.
가장 먼저 그물의 범위에서 벗어날 생각부터 떠올렸지만 이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릴리안이 전투 시작과 동시에 마법을 펼쳐 주변에 거대한 벽들을 세웠다.
벽들은 외부의 공간과 안의 공간을 완벽하게 분리해 놓았다.
그래도 혹시라는 생각에 나는 실울펜에게 벽을 공격하도록 부탁했다.
바람의 사슬이 벽을 향해 날아갔다.
벽은 실울펜의 바람의 사슬을 흡수해 버렸다.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벽과 충돌하는 것도 아니고 상급 정령이 펼치는 스킬을 흡수해 버리다니!
릴리안이 입을 열었다.
“그 벽도 8서클 마법이랍니다. 전하의 힘으로는 뚫을 수 없어요. 일정량의 충격을 받아야 깨지는데, 전하는 벽이 깨질 수 있는 충격을 줄 힘이 부족하시니까요.”
나는 다시 그물에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그물은 한층 가까워졌다.
공중에 떠 있는 릴리안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방심하고 있다.’
릴리안은 내가 마법을 막아낼 수 없다고 확신하는 듯 보였다.
천천히 내려오는 그물은 나에게 그물을 자세히 관찰할 시간을 주었다.
“포기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그래도 제국의 황태자이시니 예로 모시겠습니다.”
릴리안이 나에게 항복을 제안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실프.’
은밀히 실프를 불러 그물 사이를 통과시켜 보았다.
쾅-!
그물 사이의 공간도 보이지 않는 빛으로 막힌 듯 실프의 몸이 부딪쳤고 즉시 정령계로 역소환 당했다.
나는 쓰게 웃었다.
‘이거 피할 방법이 없군.’
도저히 그물을 막아내거나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검을 사용해 보세요.
엘라임의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검?
-바람의 본질로 베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위력 자체는 훨씬 뛰어나니까요.
“아!”
나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나왔다.
나는 즉시 파멸의 검을 뽑았다.
릴리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하, 자결하시는 건 아니죠?”
릴리안은 내가 검술을 사용하리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모양이다.
“설마.”
“검술도 뛰어나시다는 정보는 듣지 못했어요.”
“나는 론 칼 레오드, 위대한 황제폐하의 아들인데 정령술 재능만 물려받았으리라 확신하나?”
나의 말에 릴리안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금세 표정을 푼 릴리안이 말했다.
“네. 정령술만 물려받으셨어도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왕국 연합은 언제나 제국을 관찰하고 있답니다. 고작 몇 개월 만에 상급 정령사 마스터가 되신 것도 놀라운 재능이니 허세는 그만 부리시고 순순하게 협조 하시는 건 어때요?”
릴리안의 손가락이 옆을 가리켰다. 나의 시선도 그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화이트 가의 영애와 보통 사이가 아니신 것 같은데 고든은 화이트 가의 영애를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 제임스 공작과 승부를 가리고 싶어 서라도 제임스 공작의 원한을 살 생각이거든요. 그러면 제임스 공작이 더 이상 제국 수도에 꼭꼭 숨어 있지 못할 테니까요.”
나는 후우, 숨을 몰아쉬었다.
올리비아를 믿어야 한다.
그녀라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었다.
‘정령검술로 그물을 순간적으로 쳐낸 뒤 방심하고 있는 릴리안의 뒤를 노린다.’
나는 전력을 다한다는 느낌을 릴리안에게 주기 위하여 모든 정령을 소환했다.
‘이번에도 실프.’
그물을 쳐내는 순간 은밀하게 실프가 바람의 사슬을 사용할 것이다.
릴리안이 내 검을 보고 감탄을 터뜨렸다.
“미스릴 검이라! 황태자는 역시 좋은 검을…….”
릴리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실울펜이 늑대의 모습이 아니라 바람의 본질,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회오리가 되어 검에 그대로 담겼기 때문이다.
고오오오오오-!
‘정확한 자세로.’
나는 숨을 고르고 힘차게 뛰었다. 그물이 머리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
파멸의 검을 크게 위로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