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5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59화(159/278)
159화.
나는 마법 그물이 머리에 닿기 직전 파멸의 검을 휘둘렀다.
파멸의 검 속에 담긴 실울펜의 바람의 본질은 미스릴 특유의 날카로움을 몇 배로 상승시켜 주었다.
서걱-!
그물이 반으로 갈라졌다.
릴리안은 자신의 마법이 깨질 줄 꿈에도 몰랐던 듯 나를 어안이 벙벙한 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검을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마치 마법 그물을 깨는 데 모든 힘을 썼다는 듯이.
동시에 실프는 아주 은밀하게 릴리안의 뒤로 날려 보냈다.
릴리안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이거…… 8서클 마법이었는데 놀랍네요. 전하를 모셔가려고 했는데 어쩌면 그냥 죽이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론 칼 레오드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데, 론 칼 레오드의 아들마저 론 칼 레오드처럼 강해져 버리면 제가 아주 곤란할 것 같아요.”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릴리안과 눈을 맞췄다. 애써 웃는 듯 힘없이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그런가?”
실프가 릴리안 뒤에 도착했다.
나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번 공격에서 릴리안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지 못한다면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인질로 전락할 것이다.
‘절대 그리될 순 없지.’
입술을 질끈 깨물며 파멸의 검을 들었다.
릴리안에게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모양새였다.
실프가 스킬을 구현하는 것을 끝까지 속이기 위해서다.
다행히 릴리안은 나의 모습에만 집중했다.
“8서클 마법을 깬 것만으로도 믿을 수 없는데 쓰러지지 않고 두 발로 서 있고, 공격까지 시도하시는군요.”
릴리안이 웃었다.
동시에 실프가 릴리안의 뒷목을 향하여 바람의 사슬을 날렸다.
순간적으로 릴리안은 몸을 돌리며 실드를 펼쳤다.
실드가 생성되기 직전 바람의 사슬이 릴리안의 목을 베었다.
푸슉-!
릴리안의 목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성공…….’
나는 목을 완전히 베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힘이 부족했다.
릴리안의 목을 끝까지 베지 못하고 깊은 상처만 남겼다. 목의 상처가 매우 위중해 보임에도 릴리안의 지팡이에서 화염이 넘실거리며 실프를 향해 날아갔다.
콰아아앙-!
화염이 실프와 부딪친 순간 실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중간계로 역소환당한 것이다.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참담했다.
릴리안의 지팡이에서 새하얀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그녀의 목으로 스며들었고, 동시에 우리를 외부와 분리하고 있었던 벽이 스르륵,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죽이지는 못했지만 적잖은 타격을 주었나?’
마법사의 마법이 해제되었다는 것은 마법 자체가 강한 충격을 받았거나 혹은 시전하고 있는 마법사가 마법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공격을 받았을 때니까.
릴리안의 지팡이에서 새어나오던 빛이 사라지고 눈부신 빛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그녀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릴리안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릴리안의 손은 목을 쥐고 있었는데, 붉은 피로 물들어 섬뜩한 느낌을 자아냈다.
“제가 전하를 과소평가했군요.”
릴리안은 살기를 담아 말했지만, 나는 여유를 되찾았다.
‘확실히 타격을 받았다.’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모든 마법 분야에 뛰어날 순 없었다.
릴리안은 8서클 마법사였지만 치료 마법 자체는 능하지 못한 듯 바람의 사슬에 입은 상처를 겨우 봉합시키는 수준이었다.
나는 마나 홀의 남은 마나를 확인하면서 릴리안이 부상을 입었어도 상대하기 쉽지 않다고 느꼈다.
‘마나가 거의 바닥났다. 하지만 내색할 순 없지.’
후우, 숨을 몰아쉬며 마나 홀을 쥐어짜내어 실울펜과 엘라임을 불렀다.
파파팟-!
다시 한 번 릴리안과 부딪치려는 순간 멀리서 강렬한 기운이 다가왔다.
릴리안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푸슈슈슉-!
그녀의 몸이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고든의 옆에 나타났다.
고든은 올리비아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나는 실울펜과 이그니스를 통해 화염의 바람을 펼쳤다.
고오오오-!
남은 모든 마나를 짜냈다.
“게일이야. 그만 가야 돼.”
릴리안의 말에 고든이 검을 거뒀다.
“운이 좋군.”
고든의 말에 올리비아가 옅게 웃었다.
“운이 좋은 건 당신들이지. 게일 경이 오니까 도망치는 주제에 허세부리지 말라고.”
고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릴리안이 고든의 어깨를 짚으며 실드를 펼치며 화염의 바람을 막아냈다.
콰아아아앙-! 쾅-!
‘부상을 입었어도 8서클 마법사라 이건가?’
분명 목의 부상이 심해 보였는데, 릴리안은 나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피슉-!
이내 릴리안과 고든의 모습이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공간이동 마법이었다.
“사령관님!”
게일의 모습이 드러났다.
나는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빨리도 오는군.”
나의 힘없는 목소리에 올리비아가 다가왔다.
“괜찮아?”
올리비아가 미소를 머금었다.
“네, 괜찮아요.”
나는 게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네도 썩 괜찮아 보이지는 않는군.”
“소드 마스터 제인과 만났습니다. 겨우 물리쳤습니다.”
전투 이야기는 나중에 상세하게 듣기로 하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들은 물러난 듯 더 이상 전투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게일 피곤하겠지만 진영을 돌면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해 줘.”
“네, 전하.”
나는 올리비아와 함께 사령부 막사로 향했다.
걸으면서 바람의 호흡법으로 마나를 회복하고 어느 정도 모이자 올리비아에게 정화의 물결을 펼쳤다.
청량한 기운이 자신의 몸을 감싸안자 올리비아가 살짝 몸을 떨었다.
“몸이 조금 회복될 거야. 많이 다친 것 같은데 돌아가서 곧장 치료를 받도록 해.”
올리비아가 짧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올리비아가 아니었다면 고든과 릴리안을 동시에 상대했겠지. 그리고 분명 인질이 되었을 거고.”
나는 아버지가 아니다.
소드 마스터와 8서클 마법사를 동시에 상대할 수 없었다. 올리비아를 내 호위로 데려온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쨌든 릴리안을 상대로 살아남았군. 그리고 그녀의 암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도 확인했고.’
직접 만나 본 8서클 마법사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릴리안이 나와 같은 강자 한 명에게 집중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병사들을 상대로 광역 마법을 펼친다면?
끔찍한 결과가 상상되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헤밀튼, 반드시 성공해.’
고든, 제인, 릴리안까지 기습에 나섰으니 카일라하의 경계는 다소 옅어지지 않았을까?
헤밀튼이라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카일라하에 잠입했으리라 믿었다.
* * *
“어떻게 된 거야?”
고든의 신경질적인 말투에 릴리안은 얼굴을 찌푸렸다.
왕국 연합 내에서 고든과 릴리안은 영향력도 비슷하고 작위도 같았다.
물론 태생부터 귀족이었던 고든과 방랑 마법사 출신으로 오직 본인의 힘으로 귀족이 된 릴리안은 서로의 입장 차이가 극명했다.
고든은 릴리안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녀의 출신 성분 때문에 경멸했고, 릴리안도 고든이 귀족이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것을 단 한 번도 그냥 넘긴 적이 없었다.
릴리안은 고든의 질문에 똑같이 거친 말투로 대응했다.
“본 그대로야. 황태자가 생각보다 강했고 작전은 실패했잖아?”
“고작 상급 정령사 한 명 어쩌지 못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론 칼 레오드도 아니고 애송이 자식이었다고!”
고든은 릴리안과 둘만 남자 본래의 성격을 드러냈다. 검에 손을 가져다대는 고든을 보면서 릴리안이 살벌하게 말했다.
“그 검 뽑으면 죽을 거야.”
고든의 눈동자에 살기가 물들었다.
“뭐? 죽어? 어디서 감히.”
고든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아, 거기까지. 지금 뭐해?”
제인이 들어오면서 고든의 말을 잘라냈다. 서로를 노려보는 고든과 릴리안을 보면서 제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적이 눈앞에 와 있는데 우리끼리 싸울 거야?”
고든이 분노를 쏟아냈다.
“지금 가문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멸문을 직전에 두고 있어. 오늘 황태자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그놈이 더 조심할 거고 그러면 앞으로는 더 잡기 어려워질 거라고! 황제 놈이 가문으로 본가로 출발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본가가 쑥대밭이 될 거 아냐!”
제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도 알아, 고든. 그래도 흥분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어.”
고든이 쳇, 하고 고개를 돌렸다.
릴리안은 비웃음과 함께 몸을 돌렸다.
“위험을 무릅쓰고 황태자 생포 작전에 도움을 주었더니 고마운 줄 모르네. 나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으니까 전쟁이든 뭐든 너희 마음대로 하라고.”
방으로 돌아가려는 릴리안을 제인이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그녀의 모습은 사라졌다.
“천한 방랑자 따위가!”
고든이 화를 참지 못하고 아까 하지 못했던 말을 내뱉었다.
제인은 후,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기분 나쁜 건 알지만 릴리안이 없으면 왕국은 제국에 무너질 거다. 황제 한 명만으로도 힘겨운 상대인데 얀, 베레곤, 오스틴 거기에 제임스까지 있어. 제임스는 심지어 전장에 잘 나오지도 않지. 소드 마스터 한 명이 펑펑 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레온 왕국은 수도를 제외하고 모두 밀렸어.”
“피레온 왕가 그 무능한 새끼들!”
고든의 말에 제인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도 피레온이 없으면 안 돼. 왕국 연합의 방패나 마찬가지니까. 릴리안도 피레온 왕국과 다르지 않아. 오스틴을 막을 수 있는 건 그녀 뿐이고, 오스틴이 없는 전쟁에서 릴리안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고든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천한 방랑자가 나와 말을 나눌 수 있는 이유야. 8서클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귀족도 아닌 인간이 왕국 연합에서 작위를 받았을 리 없으니까.”
“성질 좀 죽이고. 너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온갖 무게를 다 잡으면서 왜 릴리안은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흐르는 피가 다르니까. 나는 태생적으로 천한 것들과는 같은 장소에 있는 것도 혐오스러운 사람이야.”
고든의 성격에 제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수차례 릴리안을 대하는 태도를 고치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었다.
“나도 릴리안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야. 하지만 국왕의 신임을 받는 마법사고 명성도 높아. 능력도 능력이고. 적어도 제국을 잠재울 때까지는 적당히 잘 지내도록 해.”
제인은 화제를 돌렸다.
“에릭이 본가에 도착했다고 전령이 왔어.”
“그놈 본가가 국경과 가장 가까우니 황제의 첫 번째 목표가 되겠지. 부리나케 달려가니 금방 도착했군.”
“에릭 한 명만으로는 황제를 막기란 불가능해.”
고든은 릴리안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감정이 가라앉은 듯 다소 이성을 찾으며 말했다.
“황제가 제국 황궁에서 출발했으니 본가에 도착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거리가 만만치 않으니까. 그 전에 우리는 황태자를 반드시 잡는 게 중요하고.”
고든도 사안의 심각성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제인이 말했다.
“냉정하게 우리 가문들이 무너지면 그 미친 황제는 수도까지 밀고 올라 올 수도 있어.”
고든이 궁금하던 점을 물었다.
“대군을 동원한 건 아니라며?”
“네 명의 공작이 모두 황제의 뒤를 따르고 있지. 제임스까지 전장에 나선 건 이례적인 일이야. 그만큼 황제가 이번 일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걸었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야.”
“카일라하 좀 수복 당했다고 제 아들놈은 여기 보내고 복수 때문에 우리 본가를 노려?”
제인이 쓰게 웃었다.
“완벽한 전략이지. 우리는 황태자를 인질로 잡지 못하면 즉시 철군해야 돼. 우리가 철군하면 피레온은 제국의 손에 떨어질 거고.”
제인은 우러나오는 한숨을 막아낼 수 없었다.
“정말 모든 인재들이 제국에 모이는 기분이군. 게일도 소드 마스터였어.”
고든이 그제야 게일을 맡은 제인의 전투 결과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소드 마스터라고 하지만 게일 놈도 애송이잖아. 이제 막 소드 마스터가 된 놈한테 밀리기라도 한 거야?”
제인은 사려가 깊고 대범한 성격답게 적의 능력도 순순히 인정했다.
“밀리지는 않았어. 그날 몸 상태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정도로 게일과 나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을 뿐이지. 약속한 시간이 지났는데 황태자 생포 결과에 대한 연락이 오지 않아 전투를 멈췄을 뿐이야.”
고든도 솔직하게 아룬에 대하여 인정했다.
“황태자 놈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아니면 릴리안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거나. 하여튼 도움이 안 돼.”
제인이 고든의 말을 부정했다.
“릴리안이 충성심은 없어도 맡은 임무에는 항상 최선을 다해. 황태자가 우리 예상보다 뛰어난 거야.”
고든의 목소리에도 이제는 살짝 불안감이 담겼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작전을 짜는 건 고든과 어울리지 않았다. 에릭도 마찬가지였고, 릴리안은 시키는 대로 하는 용병과 크게 다름이 없었다.
고든 개인적으로는 릴리안이 도대체 왜 왕국 연합에 붙어 있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모든 작전은 제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제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황태자를 인질로 잡을 수 없다면 목만이라도 가져와야지. 전쟁에서 정면 승부만 고집할 필요는 없으니까.”
“암살?”
제인의 눈가가 휘었다. 매력적인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그래. 황태자 목만 일단 가져오면 황제의 진격을 막을 수 있을 거야. 릴리안이 적당히 살아 있는 것처럼 꾸며 줄 수 있으니까. 마치 우리가 황태자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처럼 황제를 속이는 게 가능하다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