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6화(16/278)
16화.
나는 이 상황이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침착하자.’
습격자들의 가까워지는 숨소리를 들으며 나는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 당황하면 좋을 게 없었다. 최대한 이 상황에서 안전하게 벗어나기 위하여 궁리해야 된다.
문제는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스르릉,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렸다. 그 차가운 쇳소리가 주는 공포감은 내 상상을 아득히 초월했다.
‘침착, 침착.’
몇 번이나 되뇌면서 나는 아주 얕게 바람의 호흡법을 운용했다. 몸속에 마나가 퍼졌다. 때마침 불어오는 밤바람이 심신을 안정시켜 주었다.
‘정령술을 익히지 않았다면 당황해서 심장마비로 죽었을 것 같군.’
생각을 거듭하는 사이 어느새 습격자 두 명이 내 침대 코앞까지 다가왔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습격자들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끈질기게 기다렸다.
“왼쪽.”
중년인처럼 느껴지는 습격자의 말에 좀 더 젊은 습격자가 대답했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날 수 있으니까.”
“그 부분은 걱정 마라.”
중년인 습격자가 내 얼굴 쪽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지금이라고 느꼈다.
차가운 금속이 내뿜는 살기는 바람의 호흡법을 익힌 뒤 한층 더 예민해진 내 감각을 건드렸고, 젊은 습격자가 검을 높게 들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운디네, 실프.’
생각과 동시에 정령들이 튀어나왔다.
캉-!
“컥!”
운디네는 내가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내 다리를 습격자의 검으로부터 보호했다.
물의 장벽과 바람의 사슬 정령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번개같이 몸을 일으켰다.
“실프!”
그저 정령을 불렀을 뿐인데, 내 마나홀은 미친 듯 회전하면서 온 몸으로 마나를 뿜어내고 동시에 실프에게 연결되었다.
실프는 게일을 상대로 연습할 때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강력하게 움직였다.
칼날이 된 실프의 몸은 연이어 두 습격자의 복부를 할퀴었다.
“커억!”
나는 문을 향해 튀어나갔다.
“게일!”
어느 때보다 크게 게일을 불렀다.
저들은 당황했지만, 곧 도망칠 것이다. 살고 싶을 테니.
‘운디네.’
운디네는 곧바로 방에서 빠져나와 내 곁으로 왔다.
‘물의 장벽 덕분에 살았다. 이들은…… 내가 일일이 명령하지 않았는데도 스킬을 사용했어. 특히 운디네는 습격자들의 공격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막았다.’
사실 운디네가 아니었다면 습격자들에게 공격은 성공할 수 있었을지언정 다리에 큰 상처를 입거나 혹은 저들의 목적처럼 잘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과연 A급 스킬인가. 모두 하급 정령이고 스킬 레벨도 높지 않지만 효율이 굉장하다.’
이제야 등이 땀으로 흠뻑 젖은 게 느껴질 정도다.
복도에서 게일의 모습이 보이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게일은 굳이 내게 자초지종을 묻지 않았다.
게일 옆에는 켄도 있었다.
“전하를 모셔라.”
켄이 고개를 숙였다.
“네.”
게일의 모습이 사라졌다.
나는 순식간에 모든 긴장이 풀렸고, 이제야 헛구역질이 튀어나왔다.
켄은 곧바로 나를 업었다.
침실이 아니라 다른 방으로 가는 모양이었다.
“일단 제 방에 모시겠습니다. 따뜻한 물 한 잔 드시고 좀 쉬시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황태자궁이 넓긴 넓은지 켄의 방까지 가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두 개의 층을 내려가고 복도 끝에 있는 방이 켄의 방이었다. 하인들이 사용하는 층이었는데, 지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방에 도착한 뒤 켄이 나를 침대에 내려놓았고, 물을 따라주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나는 애써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처음…… 겪으신 모양이군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시를 당하는 건 익숙한 일이지만…… 직접 해치려는 시도는 처음이지.”
켄이 옅게 웃었다.
“게일 기사님 정도는 아니지만 전하를 지킬 수 있는 힘은 있으니 걱정 마시고 일단 쉬십시오. 곧 게일 기사님이 돌아오실 겁니다.”
게일이 습격자들을 놓치는 경우에 대해서 나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이제야 분노가 서서히 가슴을 잠식하는 기분이 들었다.
‘동기화가 끝나면서 기존의 기억, 감정 등 모든 게 내 것처럼 되었다. 나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었어. 황태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나를 무시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상처를 받았고 때로는 공포마저 느꼈지. 하지만…… 그런 기억들 속에서도 나를 직접 해하려는 시도는 한 번도 없었다.’
즉, 이번 황태자 시해 시도 사건은 처음 있는 일이고 내가 집필한 적도 없었다.
‘내가 아룬이 되고 행동을 달리하니 그에 따른 반사 효과인 모양인데.’
나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게일이 곧 그놈들을 잡아오겠지?”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 * *
황태자궁에는 세 명만 있었다.
나와 켄 그리고 게일까지.
전에는 하인, 시녀들로 북적거렸지만 그들을 모두 내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두 명이 추가되었다.
습격자 두 명의 얼굴은 평범했다. 사람을 해할 것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황태자궁 입구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습격자들을 보며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겉으로는 상처 하나 없는데…… 눈빛이 완전히 죽었어.’
자신들의 죄를 알고 그에 대한 처벌이 이제야 상상이 가는 모양이었다.
켄이 입을 열었다.
“전하, 일단 구금하시죠.”
게일이 끼어들었다.
“전하를 해하려 했다.”
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들을 죽이지 말자는 헛소리 할 생각은 없습니다.”
내가 짧게 물었다.
“그럼?”
“상황을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들이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지만 전하의 현재 입지를 생각했을 때 터뜨려 보았자 저들만 죽고 끝납니다. 당분간 저들을 실종시키죠.”
켄이 게일에게 시선을 돌렸다.
“기사님, 혹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저들을 가둬 둘 곳이 있을까요?”
그때 내 기억 속에 한 가지 사실이 번뜩 스쳤다.
“황태자궁 지하실이 있지.”
게일이 염려했다.
“하지만 저들을 궁에 두는 건 위험합니다.”
“잘 묶어 두면 되지.”
내게 해를 입히려 한 자들이었지만 게일이 묶어 놓으면 딱히 위험할 건 없었다. 게일도 더 반대하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게 가둬 둘 수 있는 곳이 황태자궁이라는 건 게일도 잘 알고 있었다.
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들이 바보도 아니고 단순히 돈 몇 푼 받자고 감히 전하를 해하려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인으로 위장했는데 일단 거기서부터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내가 게일에게 명령했다.
“게일, 사주한 자를 찾아줘.”
“물론입니다, 전하.”
게일이 습격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앞으로 받을 처벌만큼이나 게일이라는 존재에 대한 공포가 뼈에 새겨진 것 같았다.
게일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이만 들어가서 쉬시죠, 전하. 그리고 앞으로는 제가 전하의 옆방에 기거하겠습니다.”
나도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그래.”
또 이런 일이 있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사주한 놈이 누구이든 한 번 대담한 짓을 벌였는데 두 번이라고 못할까.
오히려 실패했기 때문에 더 악착같이 시도할 가능성도 높았다.
“의심 가는 놈이 있지만 일단 켄 너의 조사를 기다리지.”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뱀독 문신을 하고 있는 자들에게 의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적국보다는 황궁 안의 사람일 가능성이 높고요.”
황족을 의심하는 불경한 발언이었지만 나도 게일도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우리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게일이 습격자들을 끌고 갔고 켄은 나를 침실까지 수행할 모양인 듯 따라오며 말을 이었다.
“뱀독 문신은 뭐야?”
“유명한 암살자 길드입니다.”
나는 모르는 척 물었지만 사실 잘 알고 있었다. 암살자 길드 ‘뱀의 독’은 추후 카렌과 갈등을 일으키면서 전멸되는 조직이니까.
‘지금은 전성기지.’
켄의 설명이 이어졌다.
“유명하고도 조용한 암살자 길드입니다.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이 그들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단 찾아서 의뢰만 하면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으니까요. 오늘 저들의 첫 실패일 겁니다.”
나는 혀를 찼다. 실패를 모르는 암살자 길드 출신이라기에는 너무도 허술했다. 나를 그토록 우습게 본 것이겠지만.
“암살자 길드라…….”
켄이 솔직하게 말했다.
“운이 좋으셨습니다.”
“내가 정령과 계약한 건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어. 나에 대한 최신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방심할 수밖에 없었겠지.”
침실에 도착하고 나서 켄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럼 쉬십시오, 전하.”
“자네는 내 왼쪽 방을 쓰도록 해. 그리고 당분간 하인, 시녀들을 들이는 건 미뤄야 될 것 같아. 아무래도 뱀의 독 길드 놈들이 하인으로 위장했기 때문에 좀 찝찝해.”
다소 독단적인 내 결정에도 켄은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일단 한 번 충성을 맹세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활용하고 때로는 희생까지 하면서 보좌하는 게 켄의 성격이다.
그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켄을 가장 우선순위로 내 참모로 점찍어 놓았고.
“네.”
“그래도 자네가 꽤 불편할 것 같으니까 확실히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면 뽑아도 좋아.”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범인을 찾으면 그 때 사람을 뽑겠습니다.”
이내 켄이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인 뒤 내 말에 따라 왼쪽 방으로 향했다.
‘지금의 켄 실력도 나쁘지 않아. 최소 중급 소드 익스퍼트 정도는 되니까.’
게일 한 명만으로 호위는 차고 넘치지만, 그래도 켄까지 옆에 있으면 더 든든할 것 같았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고민에 잠겼다.
‘테드는 아닐 것 같고 가장 의심할 만한 사람은 역시 첸인가?’
첸은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적이다. 며칠 전 나와 그런 갈등도 있었으니 아마 참고 넘어가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일단 조사를 하면 결과가 나오겠지. 역시 켄을 데려오기를 잘했어.”
그의 동생 수잔의 문제 역시 내일 게일에게 살짝 언질을 줄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켄은 참모인데 내 설정대로라면 상급 소드 익스퍼트까지 올라간다는 말이지. 기사들은 정령사와 다르게 마스터라는 칭호 자체를 오직 소드 마스터에게만 사용하니까.’
온갖 설정을 세세하게 다 썼으니 내 기억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기사, 마법사, 정령사 단계 정도는 확실히 나눴다.”
나는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일단 모든 것을 잊고 편안하게 잘 생각이었다.
너무 많은 일을 겪었으니까.
그리고 그때 귓가에 또렷한 음성이 내려앉았다.
-최초의 위기를 탈출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시스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