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6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60화(160/278)
160화.
피해가 제법 컸다.
적의 기습으로 백 명이 넘게 죽었고, 사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게일의 보고에 나는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시신을 수습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해.”
“네, 사령관님.”
켄이 나섰다.
“적들의 목적은 사령관님 생포입니다.”
여러 지휘관 중 한 명이 켄의 말을 거들었다.
“일반적인 기습이었다면 병사 숫자를 줄이는 것에 집중했을 건데 저들은 세 방향으로 동시에 공격하면서 시선을 끈 뒤 사령관님을 노렸습니다.”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소드 마스터들의 본가가 위험에 빠졌고, 본가를 구하기 위한 해결 방안으로 사령관님을 생포하여 폐하와 협상할 생각입니다. 한번 실패했으니 더 치밀하게 전하를 생포할 방법을 강구하겠죠.”
마법 병단 마법사 중 폴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폴은 안드레가 릴리안 암살을 위하여 헤밀튼과 함께 떠난 뒤 마법 병단 지휘를 맡은 마법 병단 부단장이다.
회의 때마다 항상 조용히 듣고 있는 편에 속했는데, 그가 나서서 발언권을 요청하자 나는 폴에게 좋은 생각이 있는 것 같아 발언 기회를 주었다.
“말해보도록.”
“저들은 이제 사령관님을 생포하는 것을 포기하고 죽이려 들 겁니다.”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켄이 물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릴리안이 있으니까요.”
폴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릴리안이 왕국 연합에 붙어 있는 이유는 금지된 마법 연구를 왕국 연합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지된 마법?”
내 말에 폴의 목소리가 살짝 커졌다.
“흑마법입니다. 흑마법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릴리안이 심취하고 있는 흑마법은 네크로맨시죠. 죽은 자의 영혼을 깨워 언데드로 만들어 자신의 노예로 부리는 것이죠.”
켄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럼 사령관님을 죽여 놓고 언데드로 부활시킨다는 말입니까?”
“허접한 네크로맨서라면 딱 그 정도이겠죠. 하지만 릴리안은 8서클 마법사입니다. 사령관님을 죽인 뒤 그 시신을 확보하여 언데드가 아니라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꾸밀 겁니다.”
폴의 말에 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폐하를 속일 생각이군요. 생포는 실패했으니 암살로 작전을 변경하고 사령관님을 부활시켜 사령관님을 생포한 것처럼 꾸민 뒤 폐하와 협상할 생각, 이런 뜻입니까?”
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릴리안이라는 존재가 없다면 불가능한 작전이겠지만 그녀는 굉장히 뛰어나니까요.”
여러 지휘관들은 폴의 말을 듣고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대비를 해야 됩니다.”
“헤밀튼 경이 릴리안을 암살하면 해결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넋 놓고 헤밀튼이 결과를 가져올 때까지 기다릴 순 없는 노릇 아니오?”
나는 지휘관들을 진정시켰다.
“그만.”
사령부 막사 안이 조용해졌다.
“일단 마법 병단 부단장 폴의 말은 일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암살에 대한 대비를 하면서 공성에 나선다.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카일라하를 되찾는 것이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
카일라하를 수복하고 나아가 피레온 왕국의 수도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기습 한 번 당했다고, 암살 위험이 있다고 전투를 하지 않고 몸을 사리고 있을 순 없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공성에 들어간다. 저들도 어제 작전을 실패했으니 곧바로 암살 작전을 시도하지는 못해.”
나는 회의를 종료했다.
“모두 돌아가서 내일 있을 공성을 준비하도록.”
나는 켄과 게일에게만 사령부 막사에 남으라는 눈치를 준 뒤 지휘관들을 돌려보냈다.
“좋은 정보였어. 폴.”
폴에게 한 마디 남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폴이 허리를 숙였다.
“사령관님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릴리안은 아주 위험한 마법사입니다. 그녀는 마법사로서의 긍지가 없고, 금기마저 어기고 있으니 반드시 죽여야 될 마법사입니다.”
“백성들의 삶을 위협하는 마법사를 그대로 둘 순 없지.”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폴이 나간 뒤 나는 의자에 허리를 깊숙하게 기댔다.
켄이 말했다.
“고든과 제인에게는 본가의 멸문을 막을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습니다. 폐하께서 황궁에서 출발하셨으니 그들의 본가는 바람 앞의 촛불입니다. 폴의 말처럼 릴리안에게 네크로맨시라는 능력이 있다면 고든과 제인은 당장 행동에 나설 겁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다.
“올리비아가 있으니 암살 자체는 쉽지 않을 거야. 이번 기습을 통해 한 가지 확인한 사실이 있어.”
“저들은 카일라하를 방어하는 것보다 사령관님을 생포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역시 켄이다.
정확하게 핵심을 짚는 켄의 말에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맞아. 아바마마가 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카일라하 방어는 저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졌어. 오직 어떻게 본가를 구할까 고민하다가 나온 작전이 바로 기습이었어.”
그리고 저들은 기습에 실패했고, 나에게 경계심만 잔뜩 안겨 주었다.
저들의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 공성을 진행하면서 나를 노출시킨다.”
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게일의 얼굴도 굳어졌고, 올리비아가 뾰족하게 말했다.
“사령관님 그건 너무 위험해요!”
“올리비아가 내 곁에 있으니 괜찮아. 그리고 게일.”
나는 게일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 전하.”
“리오덴과 함께 기사단을 이끌고 우측 공격로를 맡아.”
“네.”
켄은 내가 아직 전부 작전을 전달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눈치 챈 듯 말했다.
“폴의 마법 병단을 이용하실 생각이시군요? 사령관님이 위험에 노출되는 작전이지만 확실히 좋을 것 같습니다.”
“뭐야.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켄이 빙그레 웃었다.
“폴과 대화를 나누실 때 사령관님은 묘안이 떠오르신 듯 표정이 편안하셨습니다.”
“표정만 보고 내 생각을 맞춰?”
“여러 작전을 궁리하다가 저도 사령관님과 비슷한 결론을 냈습니다.”
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폐하는 언제나 전투에서 선봉에 나서셨습니다. 사령관님은 황태자로서 첫 전투에 나서시는 것이고, 당연히 황태자로서의 위엄을 보이시려면 폐하와 같이 선봉에 나서시는 게 효과적이죠. 그리고 선봉은 위험합니다. 적들이 사령관님을 노리기에 딱 좋죠.”
올리비아와 게일도 내 생각을 이제야 알아챘다.
“사령관님께서 전장을 지휘하시면서 고든, 제인, 그리고 릴리안까지 끌어들이실 생각이십니까?”
게일의 말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맞아. 고든, 에린, 릴리안이 한꺼번에 오지는 않을 거야. 릴리안은 마법사이니 안전한 성벽에서 마법을 사용하겠지. 하지만 고든과 제인은 반드시 나를 잡기 위해 뛰어든다. 곁에는 올리비아만 있으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겠지.”
켄이 내 말을 거들었다.
“그때 게일 경이 전하 곁으로 오시면 됩니다. 우측 공격로를 맡아서 지휘하다가 폴에게 받은 텔레포트 스크롤을 통해서요.”
나는 박수를 쳤다.
“정확해. 그리고 켄만이 아니라 기사단 모두를 일시적으로 내 곁에 소환할 거야. 켄, 가서 폴을 불러와.”
* * *
새벽까지 회의한 뒤, 바람의 호흡법으로 정신을 맑게 하여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오늘은 공성이 시작되는 날이다.
나는 병사들을 배불리 먹였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오늘 전투에서 많은 병사들이 죽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전쟁은 장난이 아니니까.
더구나 적에는 릴리안이라는 마법사가 있었다. 마법 병단은 릴리안의 마법을 방어하는 것을 중심으로 작전을 펼치지만, 나는 마법 병단이 그녀의 마법을 온전히 막아내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진영 가장 앞으로 가서 병사들을 이끌었다. 약 반나절의 행군 끝에 카일라하 성벽이 보였다.
꽤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카일라하의 압도적인 성벽은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오늘부터는 저 성이 함락될 때까지 공격 일변도이니, 진영을 먼저 꾸렸다.
해가 중천에 뜰 때쯤 야전 진영이 모두 세워지고 드디어 공격에 나섰다.
“긴 말을 하지 않겠다.”
실울펜이 내 옆에서 바람에 내 목소리를 실어 모든 병사의 귓가에 전달했다.
“카일라하 성을 무너뜨리고 오늘 저녁을 성 안에서 먹는다!”
질풍이 바람처럼 내달렸다.
7만에 육박하는 사람들 중 내가 가장 앞에서 말을 달리자 병사들이 함성과 함께 출발했다.
공성 병기들이 착착 준비가 되었다.
나는 이그니스와 엘라임 그리고 클라임도 불렀다.
이그니스의 몸은 평소보다 훨씬 거대했다.
하늘을 뒤덮은 불사조의 모습에 병사들의 사기는 더욱 올라갔다.
실울펜도 몸집을 키워 질풍 옆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렸고, 엘라임은 하늘을 유유히 떠다니는 듯 날아갔다.
“와아아아아아!”
이내 성벽 위에서 비처럼 화살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엘라임이 올라가며 병사들 머리 전체를 감싸안을 정도로 거대한 물의 장벽을 펼쳤다.
쾅-! 푸슈슈슉-! 쾅-!
일시적으로 화살을 막은 물의 장벽을 보면서 병사들의 용기는 더욱 커졌다.
엘라임이 손을 휘젓자 해자의 물들이 기둥처럼 치솟았다.
동시에 클라임이 해자 앞의 땅을 뒤흔들었다.
고오오오오오-!
흙들이 일어나면서 해자의 물 속으로 들어가고 해자가 순식간에 늪처럼 변했다. 그리고 해자 안에서 늪의 요정들이 깨어났다.
‘마나가 많이 드는군.’
나는 바람의 호흡법을 연이어 운용하면서 폴에게 받은 포션을 거침없이 들이마셨다.
마나 회복 속도를 올려주는 포션이다.
족히 3분의 2 이상을 늪의 요정 스킬에 사용했다.
클라임은 지속적으로 해자 근처의 땅을 흔들어 흙을 퍼내 늪이 된 해자를 병사들도 쉽게 건널 수 있는 단단한 땅으로 변화시켰다.
피슈슈슈슉-!
성벽 위에서는 지속적으로 화살이 쏟아졌고, 적들 역시 수성 병기를 동원했다.
고오오오오오-!
성벽 위에서 어마어마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릴리안이다.’
나는 내 진영 가장 후미에 있는 마법병단을 향해 시선을 잠시 돌렸다.
저들이 릴리안을 묶어줘야 원활한 공성이 가능하니까.
나름 릴리안의 범위 마법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일부 마법은 진격하는 병사 진영에 떨어졌다.
“끄아아악!”
서서히 전장은 비명으로 물들었다.
성벽에 사다리가 설치되고 투석기에서 날아가는 돌이 성벽을 두드리고, 마법이 난무하고.
늪의 요정들은 사다리가 없어도 성벽을 수월하게 기어 올라갔다.
화살을 맞아도 죽지 않는 늪의 요정들은 순식간에 성벽 위의 궁수들에게 검을 휘둘렀다.
“막아! 정령사를 노려!”
성벽 위에서 외치는 기사를 향해 실프를 올려 보내 바람의 사슬을 펼쳤다.
기사가 병사들에게 소리를 지르는데 정신이 팔린 사이 바람의 사슬이 기사의 목을 갈랐다.
서걱-!
나는 꾸준히 성벽을 공략했다.
해자 근처에서 나는 끊임없이 스킬을 퍼붓고 있었다.
콰아아앙-! 쾅-! 쾅-!
내 주위를 막고 있는 물의 장벽이 갈라지면서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나를 노렸다.
올리비아가 즉시 검을 뽑으며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냈다.
콰아아앙-! 쾅-!
‘역시 오러 블레이드는 정령의 스킬로 막을 수 없군.’
물의 장벽이 갈라진 충격에 나는 마나 홀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내색하지 않고 엘라임에게 마나를 불어 넣었다.
비산하는 물방울이 펼쳐졌다.
수백 개의 물방울이 성벽 위를 향해 날아갔다.
“으, 으아아!”
물방울에 갇힌 병사들의 몸이 터져나갔다.
콰아아앙-! 쾅-! 쾅-!
본대는 릴리안 한 명과 마법 병단의 대결로 수도 없는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혀를 내둘렀다.
‘마법 병단의 마법사들이 한 명의 마법사를 막아내는 데 급급하다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두 눈으로 확인하니 릴리안의 위대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헤밀튼, 꼭 성공해라.’
나는 헤밀튼을 믿었다. 그가 릴리안 암살에만 성공하면 우리 마법 병단의 마법사들이 다음 공성 전투에 합류할 수 있게 된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카일라하를 함락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은 어디까지나 제인, 고든을 잡기 위한 전투니까.
“사령관님.”
올리비아의 말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중급 정령들이 내 주위를 보호하면서적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올리비아도 방어에 집중했다.
제인과 고든이 멀리서 오러 블레이드를 날려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이 평소보다 약하지만 연속적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막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제인과 고든의 공격을 동시에 막아내니 올리비아는 빠르게 지쳐 갔다.
나는 더욱 과감하게 클라임이 메운 해자를 건너 성벽 근처로 접근했다.
“공격하라!”
병사들을 독려하면서 선두에서 정령과 함께하는 모습은 아군 병사들의 사기를 한껏 높여주었다.
적어도 병사들에게는 내가 오늘 이 성을 반드시 함락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니까.
파파팟-!
성벽을 타고 내려오는 푸른 망토의 주인에 나는 미소를 머금었다.
‘제인이다.’
그리고 그 뒤를 무시무시한 속도로 고든이 따라오고 있었다.
“적 소드 마스터다! 공격을 집중해!”
올리비아가 기사단과 함께 내 앞으로 움직였다.
“오만하시군요. 당신은 론 칼 레오드가 아닙니다. 애송이 황태자.”
제인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고 그의 모습이 한층 가까워졌다.
푸른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는 제인을 향해 나는 실울펜을 날려 보냈다.
콰아아아아앙-!
실울펜이 펼치는 바람의 사슬이 제인의 오러 블레이드와 부딪히면서 순식간에 소멸됐다.
올리비아가 제인의 앞을 막아섰다.
고든이 올리비아의 오른쪽에서 달려들며 외쳤다.
“어제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지만 오늘은 방해꾼이 오기 전에 반드시 베어주지.”
나는 고든의 말에 짧게 대답했다.
“어제 운이 좋아 살아남은 건 네놈이다.”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실울펜의 바람에 목소리를 실어 전장이 떠나가도록 크게 외쳤다.
“기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