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6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62화(162/278)
162화.
나는 답을 쉽게 내렸다.
“그녀를 끌어들이는 건 불가능해.”
켄이 말했다.
“릴리안을 공략할 틈이 있습니다. 그녀는 왕국 연합에 대한 충성심이 없습니다. 대가를 받고 왕국 연합에 머물고 왕국 연합을 위해서 전투에 나섭니다. 일종의 거래 관계이죠. 그리고 더 큰 거래를 제안하는 상대가 나타나면 기존의 거래 관계는 쉽게 깨지는 법입니다.”
나는 켄의 말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했다.
그럼에도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일단 헤밀튼이 이미 암살을 위하여 떠났어. 조만간 결론이 나올 거야. 헤밀튼이 성공하면 굳이 릴리안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어지지.”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헤밀튼이 실패하면 릴리안을 끌어 들이기 어려워져. 릴리안이 왕국 연합에 충성심이 없더라도 자신에게 암살을 시도했던 나보다는 더 나은 거래 대상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크니까.”
“그녀는 마법사입니다. 암살은 적 지휘관을 죽이기 위한 흔한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릴리안은 좋은 조건만 제시한다면 이쪽 말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도 큽니다.”
켄은 쉽게 포기하려 들지 않았다.
나는 얕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설사 그녀가 우리 쪽에 관심을 보이더라도 그녀가 하고 있는 연구 때문에 아군으로 받아들이는 건 불가능해.”
“흑마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아.”
릴리안을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수하가 된다면?
8서클 마법사를 얻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힘을 얻는다는 뜻이다.
만약 릴리안이 내 수하가 된다면 나는 휘하 조직 중에 마법사 조직을 넣을 수 있다.
나아가 예산을 지원하여 릴리안을 수장으로 마탑 건설까지도 가능했다.
마탑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전략병기라 할 수 있었다. 마탑에서 이루어지는 마법 연구, 아이템 제작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기사단 수장의 게일, 호위 수장의 올리비아, 마탑 수장의 릴리안…… 무력 조직 완성이다.’
물론 나의 바람일 뿐이다.
“흑마법 사용은 물론이거니와 연구도 제국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개인적으로도 흑마법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고. 흑마법은 기본적으로 사악한 힘이고 흑마법 연구에는 동물, 몬스터만이 아니라 사람조차 꺼리지 않고 동원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배척당한 것이지. 생체 실험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행위니까.”
켄이 옅게 웃었다.
“어디까지나 폴, 즉 리버힐 가문의주장일 뿐입니다.”
켄의 말에 눈썹이 힘이 들어갔다. 미간을 좁히며 켄에게 물었다.
“리버힐 가문의 주장?”
“흑마법 연구는 리버힐 가문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대륙에 은밀히 숨어 있는 흑마법사들에게 대응하기 위하여 라는 명분으로 마법 연구만 하고 있지만 리버힐 가문 역시 금지된 연구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버힐 가문이 제국법을 어기고 있다 하여 내 수하 역시 제국법을 어겨도 된다는 건 아니야.”
켄의 성격을 고려할 때 내 말은 그에게 다소 답답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나는 확고했다.
군주는 피의 길을 걷는 사람이며, 나의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하여 수만의 사람을 죽이는 전쟁조차 서슴없이 벌이고 있지만 나 역시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게 있었다.
‘흑마법조차 받아들이는 건 힘들어.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게 있는데.’
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릴리안이 금지된 연구를 하고 있고, 그 연구에 대한 허가와 지원을 대가로 왕국 연합에 붙어 있다는 건 어디까지나 리버힐 가문의 주장입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리버힐 가문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뜻인가?”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릴리안에 대한 건 소문만 무성할 뿐 확인된 건 오직 하나입니다.”
켄이 강조했다.
“바로 그녀가 8서클 마법사라는 것이죠. 흑마법에도 능하리라는 생각은 합니다만, 그게 꼭 금지된 연구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릴리안은 흑마법을 사용한 적도 없습니다.”
나는 고민에 잠겼다.
켄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릴리안이 흑마법을 사용했다면 그에 대한 소문은 반드시 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여러 전쟁을 치렀지만 흑마법을 사용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어떻게 설정했더라.’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솔직히 릴리안에 대한 설정만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더라도 그녀에 대하여 확신을 가졌을 텐데 아쉽게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올리비아가 핵심을 짚었다.
“그럼 왜 리버힐 가문은 릴리안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죠? 물론 적군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리버힐 가문은 유독 릴리안에게 집착하고 있잖아요. 그녀에 대한 정보도 많이 가지고 있는 듯 보였고요.”
“오스틴 공작이 릴리안에게 라이벌 의식을 심하게 갖고 있어 그녀에게 집착하는 것보다, 그녀가 마녀라 리버힐 가문이 나서서 징치했다라고 말해야 더 그럴듯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릴리안의 여러 금지된 연구들은 리버힐 가문이 일부러 퍼트린 소문일 수 있다는 뜻이지?”
“그렇습니다. 물론 흑마법에 대한 연구 자체는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리버힐 가문도 마찬가지고, 생체 실험과 같은 금기된 연구만 아니라면 리버힐 가문이 은근슬쩍 내세우는 명분을 우리도 내세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켄이 말을 맺었다.
“바로 대륙에 숨어 있는 악의 세력이 언제 부흥할지 모르니 예방 차원에서 마법 연구만 했을 뿐이라고요.”
나는 한 가지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내가 리버힐 가문보다 그 명분에 더 유리하군. 실제로 얼마 전에 악의 세력 부흥을 막았으니까. 그때 악의 세력에 대한 위험성을 몸소 느끼고 릴리안을 수하로 받아들였다, 라는 완벽한 명분이야.”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였다.
나는 켄에게 물었다.
“헤밀튼이 릴리안 암살에 성공하리라 믿는데…… 릴리안이 아까운 인재이긴 하지만 그녀를 끌어들일 시간이 없어. 사흘 안에 헤밀튼 암살 작전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 아닌가?”
켄이 진한 미소를 그렸다.
나는 뭔가 느낌이 불안하여 자세를 고쳐 잡고 물었다.
“혹시 헤밀튼에게 따로 명령을 내린 게 있나?”
켄은 총 군사를 맡았으니 당연히 헤밀튼에게 별도의 작전 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었다.
“네. 리버힐 가문에서 보상을 잔뜩 뜯어낼 때 계획했던 게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지는 느낌이다.
‘이놈을 가장 먼저 수하로 끌어들였던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오래 전부터 켄은 릴리안을 끌어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뜻이니까.
* * *
-릴리안을 생포하십시오.
헤밀튼은 아군 진영을 떠나기 전 날 밤 있었던 켄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생포라니요?
-릴리안이 전하의 수족이 된다면 전하의 영향력은 훨씬 더 막강해질 겁니다.
-죽이는 것보다 생포하는 게 몇 배는 더 어렵습니다.
켄은 헤밀튼에게 아이템 두 개를 주었다.
-주변 마나의 흐름을 꼬이게 만드는 아이템과 마법사의 서클을 봉인하는 아이템입니다. 마나의 흐름도 꼬이고 서클조차 봉인되면 제 아무리 릴리안이라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을 겁니다.
-그, 그런 아이템이 있습니까?
-리버힐 가문은 오랫동안 릴리안을 잡기 위하여 준비했습니다. 지난 서부에서의 일 때문에 그들은 멸문의 위기를 겪었고, 당연히 제가 요구하는 이 두 아이템을 줄 수밖에 없었죠.
-대체 이런 아이템이 리버힐 가문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헤밀튼은 켄과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소름이 끼쳤다.
켄은 마치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준비하는 사람 같았다.
-도둑질의 기본은 정보 수집이죠. 진작부터 알던 정보입니다.
켄은 자세하게 작전을 세워주었다.
켄이 안드레를 작전 인원에 포함 시킨 것 역시 모두 계획에 있었다.
“접근한다.”
헤밀튼의 말에 그의 수하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암살비기의 그림자 숨기는 헤밀튼과 수하들의 몸을 가려주었다.
카일라하 내성 가장 깊숙한 곳에 릴리안의 거처가 있었다.
헤밀튼은 제국군과 왕국군의 전투가 벌어지는 사이, 성 안에 잠입했고 릴리안 거처 근처에 은신해 있었다.
‘안드레가 알람 마법을 모두 해제해 놓았다. 다행히 릴리안이 고도의 알람 마법이 아니라 간단한 것들만 설치해 두어서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어.’
안드레의 역할은 해제가 어려운 알람 마법을 해제하고, 아군 진영으로 단숨에 이동하기 위한 공간 이동 마법진을 설치하는 것이다.
-리버힐 가문에서 받은 아이템으로 릴리안을 생포하면 리버힐 가문이 릴리안의 신병에 대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들이 잘못해서 전하께 빼앗겼지만,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배제해서는 안 되니 안드레는 생포 작전 자체에 참가시키지 마십시오.
-차라리 데려가지 않는 편이…….
-릴리안을 죽이려면 없어도 되지만, 생포하려면 안드레가 필요합니다. 헤밀튼 단장님과 단장님의 수하들이 릴리안을 데리고 무사히 복귀하려면요.
헤밀튼은 켄의 철두철미함에 놀랐다.
“움직인다.”
오늘 있었던 공성으로 릴리안 역시 제법 피곤하리라 생각했다.
고든의 죽음으로 사기를 잃은 병사들 중 일부는 탈영까지 시도하면서 카일라하 성 전체가 밤새 시끄러웠다.
탈영병을 잡는 과정에서의 소란스러움, 잡힌 탈영병들의 처형식 등 카일라하는 패배하는 군대가 드러낼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었다.
릴리안을 생포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릴리안의 거처는 하인들조차 접근할 수 없기에 부득이 그림자 숨기를 통해 은밀히 이동했다.
‘여기서부터가 알람 마법이 설치된 곳인데…… 안드레는 모두 제대로 해제했다고 했으니까.’
켄의 말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릴리안은 오만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람 마법은 처음에 설치만 해 놓았을 뿐, 제대로 살펴보지 않을 겁니다. 아무도 자신의 거처에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헤밀튼은 긴장된 표정으로 계단을 올랐다.
릴리안은 방으로 들어갔음에도 알람 마법이 해제된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후우,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계단을 모두 올라 방문 앞까지 접근한 헤밀튼이 수하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수하 중 한 명이 그림자 숨기를 풀고 계단을 힘껏 밟았다.
쾅-!
이내 수하는 다시 한 번 그림자 숨기를 펼쳤다.
헤밀튼은 방문 앞에 귀를 기울였다.
인기척이 들렸다.
릴리안이 문을 여는 순간 헤밀튼은 곧바로 주머니에서 역장 아이템을 꺼냈다.
역장 아이템은 액체로 된 아이템이었는데 뿌리는 순간 주변 마나의 흐름이 완전히 꼬인다.
마나의 위치를 재배열하여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에게는 평소와 다른 흐름으로 흐르는 마나를 재배열하는 게 쉽지 않다.
푸슈슉-!
아이템을 뿌리는 동시에 헤밀튼은 은신을 풀고 릴리안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쾅-!
“이거, 꽤 재밌는 친구들이 왔네? 역장은 리버힐 가문에만 있는 아이템인데 제국군인가?”
릴리안의 앞은 이미 실드가 가로 막고 있었다.
헤밀튼과 수하들은 계단 아래에서 번개같이 릴리안을 향해 쇄도했다.
-‘바위의 무게’는 서클을 봉인하는 아이템이죠. 반드시 마법사 몸에 심어야 효과가 발휘됩니다.
켄의 경고를 기억하는 헤밀튼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마법사의 서클을 봉인하는 아이템은 릴리안의 몸에 직접 찔러 넣어야했다.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당황한 릴리안에게 역장을 통하여 순간적으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고, 바위의 무게를 직접 릴리안 몸에 찔러 넣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릴리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헤밀튼이 릴리안에게 접근하기까지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지만, 헤밀튼은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릴리안은 입을 열었다.
“잡아서 물어보면 되지.”
헤밀튼의 몸이 순간적으로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소드 마스터와 같이 어마어마한 속도 때문에 헤밀튼의 몸이 사라진 게 아니라, 짧은 순간 그림자 숨기를 시전했기 때문이다.
암살비기에 대해서 모르는 릴리안은 헤밀튼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착각하여 실드를 겹겹이 쌓았다.
그사이 헤밀튼의 수하들이 좁은 공간에서 릴리안을 공격했다.
쾅-! 쾅-!
헤밀튼은 그림자 속에서 실드에 금이 가는 것을 발견했다.
‘역장 효과가 있다. 8서클 마법사의 실드가 저리 약할 리가 없지.’
“기습이다!”
“릴리안 님 거처야!”
밖에서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헤밀튼은 안드레가 혼자 도망갈 가능성도 생각하면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콰아앙-!
수하들이 전력을 다하여 실드를 때리자 릴리안의 실드에 큰 금이 생겼다.
릴리안의 얼굴이 굳어졌다.
‘역시.’
헤밀튼은 역장의 효과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느꼈다. 확실히 마나의 흐름이 꼬인 효과가 있었다. 헤밀튼과 수하들은 몸속의 마나 자체를 사용하여 암살비기를 펼치지만 릴리안은 달랐다.
그녀는 마법사이기에 주변 마나의 흐름을 재배열하여 마법을 펼친다.
역장이 마법사에게 치명적인 이유가 바로 꼬여버린 마나 흐름을 재배열하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쉽게 사용하던 마법을 역장 상황 속에서는 몇 배는 더 어렵게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릴리안이 무척 뛰어난 마법사이기에 역장 속에서도 불완전하지만 실드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불완전한 만큼 실드의 위력은 약했다.
헤밀튼은 갈라진 실드 사이로 번개 같이 바위의 무게를 찔러 넣었다.
“너, 너!”
릴리안이 말을 잇지 못했다.
막대기처럼 생긴 바위의 무게 아이템이 릴리안의 어깨에 박히면서 실드가 완전히 사라졌다.
헤밀튼이 검을 휘둘렀다.
퍽-!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사를 기절시키는 건 쉬웠다.
헤밀튼이 수하들을 향해 말했다.
“빠져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