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6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64화(164/278)
164화.
릴리안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 뒤 나는 사령부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병사들이 나를 알아보면서 인사를 건넸다. 모든 병사들의 표정이 무척 밝았다.
소드 마스터 고든을 죽이고, 릴리안마저 생포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병사들의 사기는 어느 때보다 높으니까.
“다 끝난 전쟁인데 마지막 전투에서 화살이라도 맞아 죽어봐! 그보다 억울한 일이 어디 있어? 집에 있는 처자식이 남편,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뼈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무사히 돌아가야 될 것 아닌가!”
“아니, 맞는 말이긴 한데 내가 그런 투구와 흉갑까지 구할 돈이 없다니까요?”
“자네는 외상이라는 말도 모르나? 누가 전쟁 통에 돈을 들고 다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외상을 해야죠. 외상으로 기사들이나 입는 투구와 흉갑을 어떻게 사요?”
“5골드야. 5골드. 지금이 아니면 못 산다고. 머리, 어깨, 팔, 몸통, 다리, 신발 전부 사는 것도 아니고 투구와 몸통을 보호하는 흉갑은 있어야지. 팔, 다리를 잃고 살 수 있어도 머리와 장기가 뚫리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즉사할 수 있잖아.”
“아무리 그래도 5골드면 석 달 생활비인데…….”
“황태자 전하의 특명을 받아 우리 상단에서 병사들의 보급품은 싸게 내놓고 있으니까 좋은 기회라고. 무엇보다 전쟁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나? 지금 사면 다음 전쟁에도 사용할 수 있잖아. 다음 전쟁에서도 우리가 이렇게 싸게 팔리라 장담할 순 없다고.”
망설이는 병사를 향해 상인이 쐐기를 박았다.
“석 달 생활비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 보면 알겠지만 이건 대충 만든 물건이 아니야. 자네 말처럼 기사들이 사용하는 투구와 흉갑이라고. 언제 석 달 생활비 정도로 이 정도 물건을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병사는 결국 외상으로 투구와 몸통 보호대를 구입했다.
‘뷔칸 상단에서 확실히 병사들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군.’
기사들이나 입을 법한 투구와 갑옷은 보급품이 아니다. 병사들에게 지급 되는 갑옷은 질이 떨어진다. 투구는 아예 지급되지 않는다.
모든 병사들에게 좋은 방어구를 지급하는 건 그만큼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는 일이고, 제국은 아직 10만에 육박하는 병사들 모두에게 좋은 방어구를 지급할 예산이 없었다.
설사 예산이 있다하더라도 평민 병사에게 좋은 방어구를 지급하는 귀족도 찾아보기 힘들다.
뷔칸 상단은 이번 전쟁에서 이익 따위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뷔칸은 상단의 운명을 내 미래에 건 것이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면 이번 전쟁에서 보는 손해를 몇 배로 메꿀 수 있을 정도로 큰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미소를 머금으며 걸음을 서둘렀다.
곳곳에서 투구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상인의 말이 모두 거짓은 아니다. 투구와 갑옷을 갖춰 입는 것만으로도 생존 확률은 올라간다.
전쟁에서 병사들이 가장 많이 죽는 건 눈 먼 화살에 맞는 것이니까.
나는 전쟁이 끝난 이후 약속을 지킨 뷔칸 상단을 확실히 밀어주기로 결심하며 사령부 막사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지휘관들이 몸을 일으켰다.
나는 내 자리에 앉은 뒤 지휘관들 역시 자리에 앉으라며 손짓했다.
“릴리안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전쟁상인 이야기부터 하겠다. 전쟁상인들이 병사들에게 투구와 흉갑 구매를 권유하는 것을 보았다.”
어느 기사가 잘 되었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5골드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내가 되물었다.
“5골드? 왜 말이 되지 않나?”
“제가 한 번 투구와 흉갑을 살펴보았는데 질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그런 방어구들을 단돈 5골드에 판매하다니…… 정말 많은 병사들이 방어구를 구입했는데 이번 전쟁상인들은 파산할 겁니다.”
불만이 가득한 기사의 목소리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상인이 파산하는 건 그들 사정인데 자네가 왜 열불을 내나?”
일부 기사들은 내가 불편해하는 기색을 느꼈지만, 문제를 제기한 기사는 거침없었다.
“병사들이 그런 좋은 방어구를 가지고 집에 돌아가게 되면 평민들의 전력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만약 일부 병사들이 영지로 돌아가 반란을 일으키면 영주는 아주 좋은 방어구를 가지고 있는 반란군을 상대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가벼운 이치도 모르냐는 듯한 말에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평민들의 전력이 높아지면 귀족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뜻이군?”
“그렇습니다.”
기사를 설득하려고 아주 길게 말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나는 그냥 간단하게만 말했다.
“그럼 평민들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영주들이 좋은 정치를 펼치면 되겠군. 본래 좋은 정치를 펴고 영지를 안정시키는 게 귀족의 의무이자 덕목이니까.”
기사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화제를 돌렸다.
“릴리안을 생포한 일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헤밀튼 단장, 정말 큰 공을 세웠다.”
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헤밀튼을 칭찬했다.
이제 지휘관들은 헤밀튼을 노예 출신이라고 무시하지 못했다. 각자 한 마디씩 건넸다.
“대단한 공을 세웠습니다.”
“8서클 마법사를 생포하다니!”
나는 지휘관들을 진정시킨 뒤 말했다.
“오늘 카일라하 성을 점령한다.”
나는 아버지의 일을 지휘관들과 공유했다. 상세한 정보를 알려주자 지휘관들은 혀를 내둘렀다.
소드 마스터 세 사람의 본가를 멸문 시킨다는 결정은 지휘관들이 생각할 때도 무척이나 놀랍고 한편으로는 무서운 일이니까.
“모든 공작님들과 수호 가문들의 정예가 동원되고 폐하께서 친히 군을 이끄시니 고든, 제인, 에릭의 본가는 멸문할 겁니다. 제인은 본가의 멸문을 막고자 미련 없이 카일라하를 버리고 떠날 겁니다. 당장 고든이 죽고, 릴리안마저 없으니 홀로 성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게 분명합니다.”
켄의 말에 나도 동의했다.
“그래서 오늘이 카일라하 성을 점령할 수 있는 적기다. 적군의 의지가 완전히 꺾였으니까.”
지휘관들이 모두 눈동자를 빛냈다.
동부 원정 첫 번째 목표, 카일라하 점령이 눈앞에 다가왔다.
* * *
“동문이 뚫렸다!”
“진격하라!”
“궁수들을 먼저 처리해라!”
지휘관들의 목소리가 전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나는 어김없이 선봉에서 병사들을 독려했다.
“오늘이야말로 저녁을 성 안에서 먹는다! 성벽을 넘어라!”
“와아아아아!”
아군의 사기는 어느 때보다 높았고, 함성의 크기로 높은 사기가 증명 되었다.
병사들은 두려움 없이 성벽을 넘었다.
실울펜 등에 올라타 나도 성벽 위로 올라갔다.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물의 장벽으로 막았다.
탓-!
성벽 위에 올라서자 적군과 아군이 확연하게 구분되었다.
갑옷의 색깔, 문양만이 적군과 아군을 구분할 수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아군의 병사들은 대부분 투구와 흉갑을 착용하고 있는 반면에 적군의 병사들은 두꺼운 천으로 만든 갑옷 같지 않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물론 투구 같은 건 없었다.
이그니스가 적군 상공에서 배회하며 실울펜과 함께 화염의 바람을 펼쳤다.
콰아아아앙-! 쾅-!
“무기를 버리는 자는 살려준다!”
나는 중급 정령들로 적 기사들을 주로 노렸다. 도망치는 병사들이나 항복하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적 기사들에게는 실페레의 바람의 사슬을 사용했다.
서걱-! 서걱-!
기사들 중에서도 항복하는 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게일이 이끄는 부대가 동문을 가장 먼저 뚫었고 나와 올리비아가 카일라하 성 정문을 무너뜨렸다.
이어 리오덴이 서문까지 열면서 전투는 끝났다.
“포로들을 따로 분리하도록.”
나의 말에 켄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사령관님.”
“제인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켄의 예상대로 제인은 카일라하 성을 버리고 도망친 것 같았다.
카일라하 내성으로 향하자 포로들은 더욱 늘어났다. 피레온 왕국 병사들 중 도망친 자들도 상당했지만, 무기를 버리고 항복한 자들도 많았다.
곧 내성이 보였다.
안내는 헤밀튼이 맡았다.
“사령관님 저쪽이 카일라하 영주성입니다.”
내성은 모두 세 개의 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중심 부근의 가장 높고 큰 성이 영주성이다.
“내성 성벽은 그리 단단하지 않아 보이는군.”
나의 말에 헤밀튼이 대답했다.
“적군이 쳐들어오는 경로인 남부의 외곽 성벽만 튼튼합니다. 내곽 성벽은 성벽이라기보다는 담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도를 바라보고 있는 북부의 외곽 성벽은 남부의 외곽 성벽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단단하나?”
“내곽 성벽 정도의 담장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군을 막아내는 용도인 남부의 외곽 성벽보다는 높지도 않고 해자도 없습니다.”
“그렇군.”
내성 안에도 항복한 병사들이 있었다.
아군의 병사들은 항복한 적군의 병사들을 포로로 잡아 따로 분류했다.
영주성은 상당히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나는 헤밀튼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포로를 무장해제시키고 모두 한군데 모아 관리한다. 피레온 수도 방어 군이 카일라하로 내려올 확률은 적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북부 성벽에 경계병들을 배치하도록.”
“네, 사령관님.”
“오늘 하루는 소량의 음주를 허가한다. 경계를 서는 병사들은 따로 선정하여 내일 술을 내어 줄 수 있도록.”
포상은 모두에게 공평히 돌아가야 맞는 법이다.
나는 경계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병사들은 내일 따로 자리를 마련해기로 결정한 뒤 말을 이었다.
“보급품만으로 모든 병사에게 고기를 넉넉히 주기는 모자라니, 뷔칸 상단 상인에게 협조를 받아 모두에게 고기를 넉넉히 주도록.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병사들에게 오늘만큼은 승리의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어야지.”
“네, 사령관님.”
나는 포로들 처우도 잊지 않았다.
“포로들도 배불리 먹여라. 장차 제국의 백성들이 될 이들이니까. 물론 그들에게 술과 고기는 내어주지 말고.”
포로들을 챙기면서도 그들의 대우는 아군 병사들과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그래야 아군 병사들은 제국의 병사로서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포로들은 아군 병사들에게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자신들 조국에 대한 원망도 느끼겠지. 지휘관들이 죽고 생포 당하고 도망쳤으니까.’
나는 생각을 정리한 뒤 말을 맺었다.
“저녁 만찬을 준비하도록. 영주성이니 식당은 우리 지휘관들이 모두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넓겠지.”
* * *
론은 왕국 연합 국경 근처에서 아룬의 소식을 들었다.
“카일라하 성이 무너졌다는군.”
베레곤, 오스틴, 얀, 제임스는 론의 바로 뒤에서 말을 몰고 있었다.
론의 말에 제임스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황태자 전하께서 동부 원정을 성공적으로 이끄셨군요.”
론이 대답했다.
“그래 보이는군. 고든이 죽고 릴리안을 생포했으니.”
오스틴이 몸을 움찔 떨었다.
“릴리안, 그 사악한 마법사를 황태자 전하께서 생포하셨다고요?”
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로로 잡고 있는 모양이군. 헤밀튼이라! 그래 기억나는군. 소드 마스터 카이온을 암살한 친구이지. 한 때 중앙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친구 아닌가?”
베레곤과 오스틴의 얼굴이 굳어졌다. 얀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베레곤과 오스틴은 노예의 공이 아무리 크다 하여 작위를 수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했다.
얀 역시 당시에는 심하게 반대한 편에 속했는데, 제임스는 헤밀튼의 작위 수여에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대단합니다. 소드 마스터를 암살한 것도 모자라 8서클 마법사마저 생포하다니! 암살보다 더 어려웠을 것인데 그자의 능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제임스의 말에 론이 피식 웃었다.
“헤밀튼의 작위를 올려야겠군.”
“폐하.”
베레곤의 목소리에 론이 손을 저었다.
“그 이야기는 황궁에서 마저 하고. 자, 이제 국경인가? 에릭의 본가까지 반나절. 조금 서두르면 에릭의 본가에서 늦은 저녁을 먹을 수 있겠군.”
론은 베레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에릭이 이미 와 있다는 소식인데, 자네가 에릭을 맡아 보겠나?”
“네, 폐하.”
론의 미소가 진해졌다.
“에릭 정도는 쉽게 베리라 믿네. 검술의 명가 애트란 가문의 명성을 이번 기회에 꼭 다시 한 번 제국에 확인을 시켜주기 바래.”
론이 덧붙였다.
“공작의 검술이 최근 답보하고 있는 것을 보면 꽤 안타까워.”
“노력하고 있습니다. 폐하.”
론이 제임스를 보며 말을 맺었다.
“제임스 공작이 보기에도 베레곤 공작에게는 계기가 필요하지 않겠나? 소드 마스터, 그 이후를 보려면 말이야.”
베레곤의 시선이 제임스에게 돌아갔다.
‘황제는 지금 나보다 제임스가 더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베레곤은 자신이 제임스보다 밑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황제의 검술에 미치지 못하는 게 베레곤 평생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제임스마저 자신의 위라고?
“왜? 내가 제임스에게 자네의 검술 평가를 맡긴 게 불만스럽나?”
베레곤은 대답하지 않았다.
“제임스가 가장 강하고 다음이 제인과 에릭이 비슷하다. 베레곤 공작은 그 둘 다음 정도야. 얀도 베레곤 공작이랑 비슷하지. 죽은 고든은 앞의 다섯 명보다 확연히 떨어지는 편이었고.”
“제임스, 제인, 에릭, 베레곤 공작, 저 그리고 고든 순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얀의 말에 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이런 쪽으로는 내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대륙 전체로 놓고 본다면 순위가 달라지겠지만, 한 가지는 변함이 없지.”
론이 말을 이었다.
“나 다음이 제임스 공작이지.”
제임스를 제외한 세 공작의 시선이 제임스에게 머물렀다.
그동안 존재감이 없었던 화이트 가와 제임스였다. 왕국을 바쳐 공작이 된 줄만 알았던 제임스가 사실은 황제 다음이라니!
“폐하.”
베레곤의 부름에 론이 먼저 말했다.
“내가 검술만 사용해서 제임스를 꺾으려면 족히 반나절은 걸려.”
베레곤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제임스가 그토록 강하다고? 황제가 반나절이나 걸릴 만큼?
황제는 여러모로 인간 같지 않았지만 그중 가장 강한 건 바로 검술이었다.
론이 베레곤과 눈을 맞췄다.
“오늘 공작이 에릭의 목을 베어야 해. 지금 그대로 답보하면 자네는 애트란의 명성을 지킬 수 없어.”
“폐하의 평가를 바꾸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임스 공작은 그래도 같은 제국의 공작이지만 제인과 에릭은 적군이지 않습니까. 적군보다 폐하에게 낮은 평가를 받는 건 공작으로서의 불충이니까요.”
베레곤이 어느 때보다 검을 강하게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