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6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65화(165/278)
165화.
나는 물론이거니와 지휘관, 병사들도 모두 카일라하 성에서 하루 동안 푹 쉬었다.
적당한 음주와 평소 먹기 힘든 고기까지 배불리 먹은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나는 카일라하 영주성 집무실에서 켄과 함께 피레온 왕국 수도를 공략할 방법에 대하여 고민했다.
“병사 숫자는 얼마나 되지?”
나의 질문에 켄이 대답했다.
“오만에서 칠만 사이입니다.”
켄의 대답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엄청나게 많군. 카일라하와 다르게 수도 공략이 쉽지만은 않겠어.”
이제 제인, 에릭, 고든, 릴리안이 없지만 피레온 왕국 수도 방어군의 병사 숫자만큼은 제국군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성하는 쪽보다 공성하는 쪽의 숫자가 더 많아야 한다는 건 기본 상식이다.
병사의 숫자만 놓고 본다면 우리는 확실히 피레온 왕국 수도 방어군에 비해 열세다.
“그래도 저들에게는 소드 마스터도, 최상급 정령사도, 8서클 마법사도 없습니다. 규격 이외의 존재라 불리는 강자들이 없으니 비록 우리가 병사 숫자가 적더라도 충분히 승산 있는 전투입니다.”
나는 켄의 말에 동의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함을 느꼈다.
“피레온 왕국 게릴라군을 소탕한 것, 카일라하 성을 점령한 것 모두 우리 병사들의 희생이 많지 않았어. 반면 피레온 왕국 수도 공략에서는 병사들의 희생이 상당히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
“정면 승부를 고집한다면 많은 병사들을 잃겠죠. 게일 경과 올리비아 영애, 사령관님께서 계시지만 병사들의 머릿수를 무시할 순 없으니까요.”
“맞아. 더구나 왕국의 수도를 잃지 않기 위하여 모두가 발악하겠지. 공성이 평소보다 더 어렵다는 뜻이야.”
나의 고민에 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지도를 꼼꼼히 살펴보는 켄의 눈길에 나 역시 조용히 켄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켄이 지도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곳으로 침투 병력을 투입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여기가 어디지?”
피레온 왕국 수도 동쪽이었는데, 지도에서 볼 때는 딱히 특별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피레온 왕국 수도 근처에는 총 네 개의 요새가 있습니다. 동서남북 요충지를 지키고 있는 요새이죠. 이 요새는 동쪽을 지키는 요새인데, 유일하게 관리가 적은 곳입니다.”
“관리가 적다?”
“네. 피레온 왕국 동쪽은 바다입니다. 북쪽 요새는 왕국 연합을 바라보고 있으며, 서쪽 요새는 밀레 산맥을 바라보고 있죠. 밀레 산맥 뒤에는 제국이 있고요.”
켄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남쪽 요새는 카일라하 성을 보고 있습니다. 서쪽 요새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죠.”
켄이 정리했다.
“북쪽 요새는 튼튼합니다. 왕국 연합 국경과 닿아 있으니 피레온 왕국과 왕국 연합이 잠재적인 적국일 때는 북쪽 요새를 상당히 잘 관리했습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뜻인가?”
“우리 제국이 팽창하면서 피레온 왕국은 왕국 연합 합류를 저울질하고 있었습니다. 전력 측면에서도 왕국 연합보다 크게 밀리니 속국 형태로 가는 것보다 왕국 연합에 합류하여 그 안에서 피레온 왕국 왕가가 영향력을 키우는 방향을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피레온 왕가가 왕국 연합에 합류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북쪽 요새는 전략적 요충지가 아니었습니다. 왕국 연합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잠시 머무는 관문 같은 곳이 되었죠. 다음은 서쪽 요새입니다.”
“밀레 산맥이 무척 높군.”
“네. 제국 국경을 바라보고 있어 서쪽 요새가 중요할 것 같지만, 밀레 산맥의 험준함 때문에 오히려 가장 안전한 곳이 서쪽 요새입니다.”
“이 산맥을 돌파해서 서쪽 요새를 점령하는 방법은 없나?”
켄이 고개를 저었다.
“많은 숫자의 병사들이 넘을 수 있을 정도로 산맥의 길이 넓지도 않거니와 피해가 상당할 겁니다. 어둠의 숲만큼이나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곳으로 알려진 밀레 산맥이니까요.”
켄은 남쪽 요새를 가리켰다.
“이 남쪽 요새는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곳이지만 전략적 요충지라기보다는 북쪽 요새와 같이 카일라하를 통과해서 수도로 오는 사람들의 관문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왕가에서도 카일라하가 적에게 뚫릴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려웠으니까요.”
“하긴 카일라하 방어력이 대단하긴 하지.”
“카일라하가 남쪽 요새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 폐하의 친정에서 무너졌고, 이번에도 무너졌죠. 아마도 수도 방어군은 남쪽 요새에서 방어를 든든히 하고 있을 겁니다.”
켄이 마지막으로 동쪽 요새에 대해서 설명했다.
“동쪽 요새는 말이 요새이지 수도 경계에 있는 하나의 마을이나 다름없습니다. 빈민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곳을 공략하자는 뜻인가?”
켄이 고개를 저었다.
“동서남 세 곳 모두 공략해야 됩니다.”
“세 곳을?”
“네. 동쪽은 점령하기 어렵지 않을 겁니다. 빈민들에게 빵을 나눠주면 요새 문을 알아서 열겠죠. 서쪽은 정예 부대를 편성하여 밀레 산맥을 넘기만하면 요새 문을 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본대가 남쪽 요새를 공략하면 시선도 남쪽 요새로 쏠릴 거고요.”
켄이 동서남 세 요새에 깃발을 꽂았다.
“세 요새를 점령한 뒤 수도를 봉쇄합니다.”
“북쪽 요새가 남아 있잖아.”
켄의 미소가 진해졌다.
“왕국 연합은 폐하를 막기에 급급할 겁니다. 고든이 죽었고 세 소드 마스터의 본가마저 무너진다면? 그들은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든 폐하를 막을 생각부터 하겠죠. 그리고 왕국 연합으로서도 유일한 기회입니다.”
“유일한 기회?”
“네. 폐하와 제국 4대 수호 가문이라 불리는 공작 가문들의 가주를 죽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죠.”
켄이 말했다.
“폐하깨서는 소수 정예만 이끌고 소드 마스터 본가로 가셨습니다.”
* * *
켄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일라하 성을 이제 막 점령했기 때문에 나는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았다.
카일라하는 성 자체가 갖는 막강한 방어력과 고든, 제인, 릴리안 세 명의 개인적 능력이 우리를 압박했다.
성벽을 넘고, 고든을 죽이고 릴리안을 생포하면서 다소 싱겁게 성을 점령했지만 과정을 살펴보면 결코 만만치 않았다.
피레온 왕국 수도에는 고든과 제인, 릴리안과 같은 규격 외 강자의 존재가 없다. 수도 자체 방어력도 약하다.
반면 많은 병사들과 피레온 왕가의 강력한 의지는 평소보다 그들의 전투력을 몇 배는 키워 놓을 것이다.
여러모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최소한의 피해로 피레온 왕국의 수도를 점령할 수 있었다.
“피레온 왕국 수도 공략에 대해서 올리비아의 생각은 어때?”
켄과의 작전 회의를 할 때도 올리비아는 호위로서 내 곁에 있었다.
“요새를 점령하지 않으면 수도 공략 자체가 불가능하니, 켄 군사가 뭔가 방법을 찾을 것 같아요.”
“그래. 켄이 지휘관들까지 불러서 작전 회의를 열 거니까 뭐든 결론이 나오겠지. 릴리안이 협조한다면 상당히 좋을 것 같은데.”
대외적으로 릴리안은 포로 신세이며, 다른 병사들과 다르게 홀로 지내고 있다.
리버힐 가문의 마법 병단 마법사들이 돌아가면서 릴리안이 허튼 수작을 부리지 못하도록 지키는 중이다.
나는 릴리안이 감금된 카일라하 성 지하로 걸음을 옮겼다.
“릴리안은 소문과는 조금 다른 사람인 것 같아.”
올리비아도 내 말에 동의했다.
“제국 내에서는 사악한 마법사로 잘 알려져 있으니까요.”
“그 소문이 리버힐 가문에서 악의적으로 퍼트린 소문이냐, 아니면 진짜 릴리안이 사악한 마법사이냐에 따라 여러가지가 결정되겠군.”
“사령관님은 그녀를 수하로 들이고 싶은 것 같으신데요?”
올리비아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휘하에 마법사 조직이 있다면 좋으니까. 릴리안은 8서클 마법사잖아. 내 적은 외부에만 있는 게 아니잖아. 어쩌면 내부의 적들이 더 무서울지도 모르지.”
리버힐 가문을 염두에 둔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군신의 관계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거래 방법은 많아.”
나는 릴리안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짧게 설명했다.
올리비아는 생각에 잠기더니 성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갈 때 입을 열었다.
“릴리안이 왕국 연합에 머문 게 왕국 연합과의 거래 덕분이고, 더 좋은 거래 상대를 만나 기존의 거래를 파기하면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아요.”
올리비아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만약 사령관님 수하로 있다가 더 좋은 거래 상대가 나타난다면? 그녀는 다시 배신할 가능성이 높겠죠.”
“맞아.”
나는 대답과 함께 지하에 도착했다.
마법 병단 마법사들이 설치한 마법진들이 곳곳에 보였다.
마법사 한 명이 마법진들을 살펴보다가, 나와 올리비아의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사령관님!”
고개를 숙이는 마법사를 향해 나는 짧게 말했다.
“릴리안과 잠깐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마법사는 나를 릴리안이 있는 감옥까지 안내했다.
눈치가 빠른 마법사는 금세 자리를 비웠다.
지난번 내가 릴리안과 독대를 했기 때문에 이번 만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듯 올리비아도 물러났다.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릴리안이 고개를 들었다.
“전하의 호위가 전하를 바라보는 눈빛이 남다른데 쉽게 물러나네? 이번에는 옆에서 지킬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릴리안의 시덥잖은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본론을 꺼냈다.
“생각 좀 해 봤나?”
“아직 고민 중이지. 황태자 전하의 말을 믿고 제국에 붙을 것이냐, 아니면 믿지 않고 오스틴 놈 손에 떨어져 굴욕을 겪다가 도망칠 기회를 엿볼 것이냐.”
“오스틴 공작은 바로 처형할 것 같은데?”
릴리안이 빙긋 웃었다.
“그건 불가능해. 나 정도 되는 포로는 황제가 직접 처리하기 마련이라고. 오스틴은 자기 마음대로 날 처형할 수 없어.”
릴리안이 잠시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오스틴 성격상 죽이고 수습할 수도 있겠네.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해 보이니까 나도 열심히 생각하는 중.”
“중요한 건 내 말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냐는 뜻 같은데.”
“맞아.”
릴리안이 동의했다.
“이 검을 보고도 여전히 의심이 간다면 어떤 식으로 신빙성을 줄 수 있을까.”
내가 고민하자 릴리안이 대답했다.
“간단하지. 마법서의 위치부터 말해줘.”
“그조차도 거짓말이면?”
“아, 아, 그건 내가 듣고 알아서 판단할 수 있어. 라인하이드 가문에 대한 연구는 모든 마법사들에게 기본 중 기본이야. 그리고 나만큼 라인하이드 가문에 대해 깊게 연구한 사람은 없어. 황태자의 말을 듣고 진실인지, 거짓인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어.”
릴리안이 말을 이었다.
“하나 알려주자면 왕국 연합과 내가 한 거래는 그들의 수도에 봉인되어 있는 라인하이드 유적지에 오직 나만 출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야.”
나는 피식 웃었다.
“과연 그럴까?”
“내가 흑마법을 연구했느냐, 생체 실험을 했느냐, 그런 건 알아서 판단하라고. 어쨌든 나도 일단은 진실을 말했으니까.”
“그 유적지에 마법서는 없던 모양이지?”
“없었어. 몇 개의 아이템이 전부였고. 왕국 연합에 뒤통수를 거하게 맞은 거지. 그들을 탓하지는 않아. 애초에 그들도 거기에 뭐가 있는지 몰랐으니까. 유적 봉인조차 풀지 못한 놈들이 뭘 알겠어. 그냥 나만 속아서 7년을 계약했지.”
나는 릴리안의 말을 통해서 한 가지 사실을 유추해냈다.
“여전히 방랑 마법사군.”
릴리안이 빙긋 웃었다.
“나에게 조국 같은 건 없어. 내가 활동하는 모든 곳은 전부 내게 대가를 지급하는 곳뿐이야. 그리고 황태자 전하는 내가 제국 특히 황태자 전하 밑에서 활동하기를 원한다면 적절한 대가를 제시해야 돼.”
“마그마의 분노.”
릴리안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착 가라앉았다.
“모른다고 하지 않겠지? 라인하이드 가문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듯 말했으니까. 내가 알고 있는 마법서의 제목은 마그마의 분노야.”
나는 웃으며 덧붙였다.
“라인하이드 가문은 마그마의 분노에 대해서 이리 설명했지.”
내가 말을 잇기도 전에 릴리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중간계에 마법을 알린 종족, 신화의 종족! 용족에게 받은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