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6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66화(166/278)
166화.
중간계라 불리는 이 세계에는 이종족들이 있다.
각종 몬스터는 카렌의 적으로 수도 없이 나왔고, 요정도 제법 자주 출연했다. 드워프도 간간이 출연하면서 카렌을 도왔지만 용족은 설정만 있을 뿐 실제로 등장하지 않았다.
‘소설에서는 용족이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어둠 속에 머물렀지만,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는 법은 없지.’
당장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지금 중요한 건 마법서 ‘마그마의 분노’ 출처에 대한 정보로 릴리안을 내 수하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잘 아네. 나는 라인하이드 가문의 마법서 몇 개의 위치를 알고 있어. 위치에 대한 정보와 십 년 계약 조건으로 거래하고 싶은데 어때?”
릴리안이 십 년 동안 내 수하가 되면 그 기간 동안 충분히 그녀의 능력을 끌어내 황태자위를 공고하게 다질 수 있다.
“라인하이드 가문의 마법서가 하나가 아니라고?”
“마그마의 분노가 가장 유명한 마법서지. 마법사들 사이에서 전설이라 불리는 마법서니까. 모두 실존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의문을 표했지만 나는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 나머지 마법서에 대한 위치도 알아. 하지만 마그마의 분노 이외의 마법서들은 효용성을 확신할 수 없어.”
“굉장하네. 황태자 전하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옅게 웃었다.
“마나의 서약을 맺지.”
릴리안의 눈동자가 커졌다.
“마나의 서약?”
“그래. 거래에 대해 마나의 서약을 맺는 거야. 켄 군사가 내용을 세밀하게 조정해서 작성하고 당신과 나의 피로 서명해서 마나의 서약을 맺는다면 서로 신뢰할 수 있겠지.”
마나의 서약이라면 릴리안도 내 말이 거짓임을 의심할 필요가 없고, 나 역시 계약 기간 동안 릴리안의 배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마나의 서약 내용을 어기면 나는 마나 홀, 릴리안의 경우에는 서클이 폭주하여 목숨을 잃게 되니까.
문제는,
“황태자 전하가 직접 금지된 마법을 제안하네?”
릴리안의 말처럼 마나의 서약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마나의 서약은 악용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진다.
사악한 마법사나 기사가 마나의 서약을 통해 상대방을 노예로 전락시켜 대륙에 화를 일으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중간계의 인간 혹은 유사 종족들마저 마나의 서약 자체를 금지했다.
“8서클 마법사를 수하로 둘 수 있다면 감수하지. 서약 내용 자체를 켄 군사가 세밀하게 검토한 뒤 맺을 거야. 서로 만족할 만한 조건으로.”
릴리안이 웃으며 말했다.
“황태자 전하의 호위가 마나의 서약을 맺는 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나는 쓸데없는 말이라며 일축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릴리안의 말이 먼저 이어졌다.
“목숨이 위험해도 감수하겠다는 건가?”
나는 짧게 대답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잡담은 됐고, 결정만 하도록 해. 켄 군사에게 말해서 서약서를 작성하고 검토할 시간을 줄 거니까.”
릴리안은 잠시 고민한 뒤 대답했다.
“좋아. 오스틴에게 끌려가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지임은 부정할 수 없겠네. 서약의 내용을 검토한 뒤 정확한 답변을 줄게.”
나는 몸을 일으켰다.
‘마나의 서약으로 릴리안을 수하로 두면 내 영향력은 확실히 커진다.’
수도 공략은 릴리안과 마나의 서약을 맺은 뒤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내 수하들에게는 마나의 서약에 대해서 알려줘야겠지만, 그 사실이 외부로 퍼져나가는 것은 막아야 된다.’
황태자로서 마나의 서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정치적 영향력이 대폭 감소할 뿐만 아니라 황태자 직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다.
‘켄과 상의를 해봐야겠어.’
릴리안은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게 분명하다. ‘마그마의 분노’ 마법서에 대한 그녀의 욕망은 표정에서부터 드러났다.
라인하이드 가문의 유적을 조사하기 위하여 자신의 7년을 왕국 연합에게 바쳤던 사람이다.
유적에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7년을 왕국 연합에 봉사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는데, 왕국 연합과 다르게 내 제안은 내용 자체에 확신이 있으니까.
“그럼 이만.”
나는 릴리안에게 인사를 남기고 감옥을 나갔다.
밖에는 올리비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나는 릴리안과 이야기를 나눌 때 실프를 불러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았다.
자칫 병사들이나 혹은 다른 기사들이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감옥 앞을 지키고 있었던 올리비아 역시 나와 릴리안의 대화를 들을 수 없었다.
소드 마스터조차 듣지 못했으니 나와 릴리안의 대화가 다른 사람에게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나의 서약을 제안했어.”
“저, 전하!”
올리비아는 사령관이라는 호칭조차 잊은 채 놀랐다.
나는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너무 놀랄 필요는 없어. 서약의 내용은 켄이 세밀하게 작성할 거니까.”
“마나의 서약은 금지된 마법입니다. 전하, 다시 한 번 생각하시는 게…….”
“내가 올리비아에게 솔직히 말하는 이유는 나를 믿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나는 동부 원정이 끝난 뒤 올리비아와 정치적 동반자 이상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어. 제임스 공작님의 제안을 나도, 올리비아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였으니까.”
고백은 아니고, 올리비아에게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올리비아와 아직 정식으로 연인이 된 것은 아닌데, 그녀의 마음이 신경 쓰였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즐겁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진심으로 그녀를 생각하기에 아버지의 정략결혼 제안 때문이 아니라 그녀 역시 나처럼 진심으로 서로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를 바랐다.
“마나의 서약은 활용하기 나름이야. 릴리안을 수하로 만들 수 있는 기회인데 그냥 날려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 그렇다고 무턱대고 받아들였다가는 나도 릴리안을 신뢰할 수 없으니 서약으로 묶어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
“화이트 가는 언제나 전하의 편이에요.”
일단 올리비아는 내 편을 들어주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 하지만 냉정하게 화이트 가의 힘만으로는 부족해. 귀족파 귀족들의 영향력은 대단하니까. 황태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귀족파 귀족들만이 아니라 그들이 후원하고 있는 내 동생들과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돼.”
올리비아가 우물쭈물 대다가 굳게 결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 사령관님을 믿어요.”
“올리비아에게 약속할 수 있어. 마나의 서약을 악용하는 일은 없을 거야. 이번이 마지막이고.”
* * *
켄, 게일, 데이비드, 리오덴, 헤밀튼을 불러 릴리안과의 대화를 공유했다.
켄은 반색했고, 게일은 나를 믿는다는 표정이었으며 리오덴은 나의 수완에 놀랐다.
헤밀튼은 내 판단을 전적으로 따르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반대했다.
“마나의 서약을 맺는 게 외부에 알려졌을 때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마나의 서약 자체가 금지된 이유가 있습니다.”
나는 데이비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악용되었을 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나는 짧게 말을 맺었다.
“그 말은 곧 악용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야 그렇습니다.”
데이비드 역시 심하게 반대하지는 않았다.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켄은 서약 내용에 대하여 작성해줘.”
“네, 전하.”
“철저하게 작성해. 릴리안의 소문은 최악이야. 흑마법, 생체 실험 등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고 소문이 퍼져 있으니까.”
“많은 이들이 릴리안을 이용하여 정치적으로 사령관님을 공격할 겁니다.”
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헤밀튼.”
“네. 전하.”
“정보 조직을 움직여서 가장 먼저 우리 진영 내에서 릴리안의 소문을 불식시켜. 그녀가 왕국 연합에서 받은 건 흑마법과 생체 실험에 관한 허가가 아니라 라인하이드 유적 연구였다고.”
“네.”
헤밀튼은 사실 관계 같은 건 묻지 않았다.
리오덴이 말했다.
“릴리안이 사악한 마법사라는 건 용병 때도 들었던 소문인데, 헤밀튼 단장님이 소문을 불식시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리오덴의 용병 시절 경험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
그의 말을 통해서 나는 릴리안에 대한 소문이 생각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 우리 진영 내에서만이라도 릴리안에 대한 소문을 지워야 돼.”
“할 수 있습니다.”
헤밀튼의 다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뒤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릴리안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나의 서약을 맺자고 하는 내 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 거야.”
켄이 거들었다.
“아마도 왕국 연합과의 일이 있을 겁니다. 릴리안은 유적 연구를 허가받는 조건으로 7년 동안 왕국 연합에 매여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방랑 마법사였다면 유적에 별게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계약을 파기했을 겁니다.”
나도 동의했다.
“맞아. 내가 내민 조건에 릴리안이 혹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왕국 연합과 계약을 지켰던 릴리안이 이제와 서 목숨을 잃게 될 상황이라 해도 마음을 바꾸는 근본적인 이유가 따로 있을 거야. 그에 관해서는 마나의 서약에 서명하고 물어봐도 늦지 않아.”
“저녁까지 서약서를 준비하겠습니다.”
“릴리안과 마나 서약을 맺은 뒤 피레온 왕국 수도를 공략한다. 부득이하게 하루 더 쉬게 되는군.”
* * *
노을이 질 무렵, 나는 릴리안을 영주성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마법 병단 마법사들은 그녀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지만, 내 명령을 거부할 순 없었다.
릴리안은 내 앞에 앉자마자 말했다.
“리버힐 마법사 놈들은 내가 벌써 자신들의 수중에 떨어진 양 굴던데.”
“가주의 숙원 중 하나였으니까. 가문으로 돌아간 뒤 가주께 받을 칭찬과 보상을 생각하면 그대를 그토록 심하게 감시하는 건 당연해.”
릴리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집무실에는 나와 켄 그리고 올리비아가 함께 있었다.
“그럼 볼까?”
릴리안의 말에 켄이 마나의 서약서를 내밀었다.
릴리안은 차분하게 마나의 서약서를 읽었다.
“나쁘지 않네.”
릴리안이 웃으며 덧붙였다.
“그런데 조건에 내 대우에 관한 건 없는데?”
“조건은 라인하이드 가문의 마법서 위치였어. 그대에 대한 대우는 그대의 행동에 따라 달렸지.”
“제국에 내 마탑 하나 건설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황태자 전하의 인심이 부족한 거 같은데?”
“서약서의 내용을 잘 지키면 8서클 마법사에 대한 대우는 자연이 따라갈 거야.”
“좋아. 서명하겠어요.”
켄이 릴리안에게 다가가 먼저 그녀의 봉인을 풀어 주었다.
어느새 올리비아는 그녀의 목에 검을 대고 있었다.
행여나 서명 전에 서클 봉인이 풀린 릴리안이 다른 수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릴리안은 별로 기분 나빠 하지 않고, 켄에게 검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켄은 단도로 릴리안의 손가락을 베었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이내 서약서에 서명했다.
나 역시 손가락을 베었다.
‘손에 마나를 집중하고.’
흘러나오는 피에 마나가 담겨 있어야 마나의 서약서 내용이 효용을 발휘한다.
내가 서명을 마치자 두 사람의 서명이 제대로 되었다는 듯 종이의 글자들이 빛을 뿜어냈다.
‘기본적으로 마나를 다룰 수 없다면 마나의 서약을 맺을 수 없지.’
흐르는 자신의 피에 자신의 마나를 담을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마나의 서약서는 쉬이 작성되는 법이 없었고, 또 악용되면 큰 위험을 초래했다.
마나를 다루는 이가 많지 않기에 맺기 어려운 서약서였고 악용하면 최소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자를 완전한 노예로 부릴 수 있다는 뜻이니까.
“이제 진짜 전하의 신하네.”
“사령관이라 불러. 전장이니까.”
나는 켄에게 시선을 돌렸다.
“전체 회의를 준비해. 릴리안도 포함하여 피레온 왕국 수도를 공략 작전을 세운다.”
릴리안이 몸을 일으켰다.
“왕은 내 몫이에요. 그놈에게는 갚아야 할 빚이 있으니까.”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역시 피레온 왕국과 계약을 저버린 이유가 꼭 마법서 때문은 아니었어. 무슨 사정이 있는 모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