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6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68화(168/278)
168화.
나는 지금까지 병력 피해 상황을 보고받았다.
칠만이 넘는 대군을 이끌고 몇 번의 전투를 치르는 동안 족히 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다레온 개자식.’
내가 직접 지휘한 카일라하 성 점령 전투와 피레온 왕국 수도 남부 방어 요새 돌파 작전은 생각보다 피해가 크지 않았다.
수천 명의 사망자가 다레온이 지휘한 피레온 왕국 게릴라군 점령 지역 수복 전투에서 발생했다.
“젠장, 무능력한 귀족들에게 다시는 병력을 내어주는 일이 없어야겠어.”
내가 자신이 정리한 서류를 살피며 거칠게 말하자 켄이 입을 열었다.
“다레온 이야기이십니까?”
“그래.”
병력 피해 상황 보고서를 살펴보고 욕을 하고 있으니 켄 역시 내가 다레온 때문에 분노하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아도 눈치챘다.
“군의 단합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인간은 간사한 존재들입니다.”
나는 시선을 켄에게 돌렸다.
“간사하다?”
“네. 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평범한 병사들조차도 헤밀튼의 지난 공은 알고 있었습니다. 통곡의 성을 뚫은 제국의 영웅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켄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귀족들도 병사들도 모두 헤밀튼 단장이 노예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뢰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경멸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가만히 켄의 말을 경청했다.
“이미 과거 능력을 입증했어도 출신만으로 능력을 무시하죠. 그들이 헤밀튼 단장과 리오덴 단장을 믿게 된 건 전장에서 능력을 증명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럼?”
“다레온이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켄의 말뜻을 알아듣고 몸서리쳤다.
“귀족은 처참하게 실패하고, 헤밀튼 단장과 리오덴 단장은 성공했기 때문에 비교가 되어 병사들이 헤밀튼 단장과 리오덴 단장을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수천 명이 죽고 나서야 두 사람의 출신 성분을 잊고 신뢰하게 되었다…… 슬픈 일이군.”
“인간은 타인이 능력을 입증하거나, 자신에게 이득을 주어도 쉽사리 믿지 않습니다. 반면 자신에게 해를 입힌 것은 훨씬 명확하게 기억합니다. 다레온과 같은 귀족들을 따르다가는 자신이 비참하게 죽을 수 있다는, 위험을 확인한 뒤에야 헤밀튼 단장과 리오덴 단장의 능력에 대해 신뢰하게 되는 겁니다. 참으로 간사한 마음이죠.”
“두 사람을 따르면 다레온을 따를 때보다 이득이 되니까?”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번 동부 원정은 사령관님의 첫 출정입니다. 군을 단합시키지 못했다면 전투가 이토록 수월하지는 못했겠죠.”
나는 켄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켄이 덧붙였다.
“물론 그런 희생 없이도 군을 단합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저는 군사로서 최대한 빠르게 군을 단합시킬 방법이 필요했고,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래. 맞아.”
“저도 좀 더 공부가 필요한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군사는 지휘관의 의도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실행하는 사람인데, 다레온의 경우는 사령관님의 의도를 어기고 제 방법을 밀어붙였으니까요.”
나는 켄을 위로했다.
“괜찮아. 이미 지나간 일이고 그 작전을 승인한 건 나였으니까. 자네가 다레온 백작이 일으킨 피해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네.”
나는 그 정도로 켄과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켄이 집무실을 나가자 올리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동부 원정에서 내 호위를 맡은 뒤 그림자처럼 옆에 붙어 있었다.
“여기도 연무장이 있던데.”
“수련하시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정령검술을 다듬어야겠어.”
“좋은 생각이세요.”
올리비아가 나서서 연무장으로 나를 안내했다.
전쟁을 치를수록 내 능력이 좀 더 강하면 병사들의 희생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어쩌면 아버지는 누구보다 병사들을 생각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 많은 전쟁을 일으키지만, 항상 선봉에 서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적을 찍어 누르니까. 그건 곧 병사들의 희생을 줄이는 것으로 이어져.’
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떠올렸다.
만약 내가 쏟아지는 화살을 모두 막을 정도로 거대한 물의 장벽을 펼칠 수 있다면?
실울펜과 이그니스의 붉은 바람 폭풍이 적의 성벽을 아예 무너뜨릴 정도로 강하다면?
클라임이 펼치는 대지의 포효가 적군 진영 전체에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면?
내 생각을 모두 실현한다면 당연히 병사들의 희생은 줄어든다.
정령검술은 최상급 정령사로 가는 가닥을 잡아 주었다.
나는 아버지와 다르다.
‘아버지 역시 최상급 정령사이지만 모든 속성의 최상급 정령과 계약하지 못했어. 반면 나는 모든 속성의 최상급 정령과 계약할 수 있다.’
내 생각이 사실로 확인된 건 아니지만 나는 자신 있다.
재능 레벨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바람의 동반자 레벨이 다른 재능 레벨보다 높지만,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건 아니다.
재능 레벨이 모든 속성에 관련하여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는 건, 내가 모든 속성 정령과 뛰어난 친화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스템 창만이 아니라 나와 계약한 정령들이 내 친화력을 증명했다.
‘모든 속성 정령들과 처음 계약할 때 어김없이 최상급 정령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나를 서약의 주인이라 부르며 여러 조언을 해주었지.’
어느새 연무장에 도착해, 곧바로 실울펜부터 소환하면서 올리비아에게 부탁했다.
“대련 부탁해도 되지?”
“물론이죠.”
파멸의 검에 바람의 본질이 담기기 시작했다.
* * *
제인은 고든이 죽자마자 곧바로 카일라하 성을 빠져 나왔다.
제인에게 병사들이 죽는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평소 제인은 병사들에게 명망이 높았다. 고든처럼 오만하지도 않고, 에릭처럼 신분 제도에 철저한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항상 웃는 얼굴로 병사들을 대했으며, 그들의 고충을 들어주기 위하여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건 모두 자신의 명성을 위한 가식이다.
제인은 고든보다 훨씬 오만하고, 에릭보다 신분을 엄격하게 구분했다. 귀족이 아닌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 정도로 여겼다.
카일라하 성에 남은 것도 모두 기존에 쌓아 놓은 명예 때문이었다.
본가의 위기보다 먼저 자신이 맡은 임무를 다하는 귀족!
제인은 그 명성을 위하여 카일라하 성에 남았다.
하지만 이제 명성을 유지할 기회는 사라졌다.
제인에게 남은 건, 본가의 위기뿐이다.
에릭, 고든가문보다 제인의 가문은 왕국 연합 국경에서 좀 더 멀리 떨어져 있는 편에 속한다.
이제 산 하나만 넘으면 본가라 제인은 더욱 서둘렀다.
‘황제와 제국군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군.’
론을 떠올리자 제인은 손이 떨렸다.
‘젠장, 그딴 천한 핏줄 때문에 본가가 위험에 빠지다니.’
제인에게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북부 작은 왕국 출신의 론은 황제도, 귀족도 아니었다.
서걱-!
멀리서 들리는 소리에 제인은 얼굴을 찌푸렸다.
‘설마 제국군인가?’
이내 제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제국군이 도착하지 않은 건 확실했다. 본가로 직행하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산 하나를 넘고 있는 중이었는데, 이곳까지 제국군이 들어올 이유가 없었다.
제인이 통과하고 있는 산은 그 어떤 요충지도 아니며, 왕국 연합 국경 서쪽에서 진격하고 있는 론이 경로로 선택할 곳도 아니다.
‘누구지?’
서걱-!
제인은 나무 위로 훌쩍 올라갔다.
제인은 소리를 내고 있는 주인에게 자신의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이든 제인은 론만 아니라면 승리에 자신이 있었지만, 굳이 검을 나눌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지금은 가문에 복귀하는 게 중요했고, 에릭의 소식도 무척 궁금하니까.
소리가 나는 방향이 하필이면 본가로 가는 방향이라 제인은 나무 위를 빠르게 달렸다.
제인은 원숭이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듯 부드럽게 움직였다.
점점 소리가 가까워졌다.
이내 소리의 정체를 확인한 제인은 나무들을 밟으며 달리는 것을 멈췄다.
서걱-!
“아, 좀 많잖아?”
제인의 본가 근처에 있는 이 산은 몬스터가 제법 살고 있는 산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는데, 검은 머리카락의 젊은이는 그런 사실을 모르는 듯 몰려드는 몬스터를 베고 있었다.
서걱-!
제인이 멈춰선 이유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오러 블레이드?’
낡고 닳아 빠져 볼품없는 롱 소드에서 구현되고 있는 오러 블레이드는 제인의 입이 벌어지게 만들었다.
‘맙소사, 저런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낸다고?’
몬스터를 상대하는 남자가 들고 있는 롱 소드는 오러 블레이드는커녕 단순한 오러조차 견디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다.
미스릴 검을 왜 소드 마스터들이 선호하겠는가?
오러 블레이드의 효율을 다른 광물로 만든 검보다 훨씬 잘 뽑아낼 수 있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미스릴 광물 자체가 갖는 단단함 때문이다.
미스릴은 오러도 쉽게 견딜 수 있는 단단하면서도 무게는 가볍다. 또 마나 자체를 잘 받아들이는 속성마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미스릴 검은 소드 마스터에게는 최고의 검이다.
남자처럼 볼품없는 롱 소드로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내려면 마나 통제 수준이 엄청나게 뛰어나야 가능하다.
자칫 섬세하게 마나를 통제하지 않으면 검 자체가 마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서진다.
‘저자는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이다.’
제인은 잠시 오러 블레이드의 정신이 팔려 남자의 얼굴을 뒤늦게 확인했다.
처음 보는 얼굴.
제인은 대륙의 모든 소드 마스터들을 알고 있는데 그중 남자의 얼굴은 없었다.
‘방랑 기사?’
제인은 어느새 나무에 앉아 남자를 관찰했다.
너무나도 쉽게 몬스터를 베는 남자의 움직임에 점차 빠져들었다.
‘지극히 효율적이다.’
제인은 우연히 발견한 엄청난 강자의 존재에 흥분으로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제인은 남자를 관찰하면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든보다 강하다. 어쩌면 에릭이나 나보다도 강할 수 있다. 나도 저런 움직임은 어려워. 쓰레기 같은 롱 소드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내는 것도 그렇고.’
물론 승부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작은 변수에도 갈릴 수 있다.
‘론, 그 미천한 놈이 괴물이지.’
반면 론은 남자와 다르게 압도적인 느낌이다.
제인이 이내 움찔 몸을 떨었다.
자신이 어느새 론과 남자를 비교하고 있었던 탓이다.
우연히 만난 이름 모르는 방랑 기사와 황제를 비교하고 있다? 그 뜻은 곧 자신이 남자에게 어느 정도 밀린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이름도 모르는 천한 출신의 기사에게 내가?’
제인은 남자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지만, 저 따위 롱 소드를 들고 있는 것과 방랑 기사다운 복장을 보고 귀족 출신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서걱-!
마지막 몬스터를 베어낸 남자가 이마에 흐르지도 않는 땀을 닦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거기 훔쳐보고 있는 아저씨.”
제인은 놀라지 않고 나무 위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이미 남자가 자신의 존재를 눈치챘다는 건 제인도 어느 정도 직감하고 있었으니까.
제인이 어느 순간부터 굳이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고, 남자 역시 제인의 존재를 느끼고도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 집중했었다.
“누구지 너는?”
다짜고짜 정체를 묻는 제인의 모습에 남자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훔쳐본 건 아저씨인데요?”
오히려 정체를 밝혀야 할 건 자신이라는 뜻의 말에 제인은 모욕감을 느꼈다.
‘감히 방랑 기사 따위가.’
하지만 제인은 병사들에게도 명예를 유지하기 위하여 가식적인 미소를 머금었던 사람이 아닌가.
어느새 사람 좋은 얼굴로 변한 제인이 옅게 웃었다.
“나는 저쪽 집에 살고 있는 제인이라고 하네.”
“제인?”
“설마 나를 모르나?”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알죠. 산 밑의 집은 소드 마스터 제인의 본가인데 아저씨 집이고, 제인이라고 했으니 당연히 왕국 연합의 소드 마스터 제인이시겠죠.”
자신의 정체를 밝혔음에도 예의를 갖추지 않는 남자를 보면서 제인은 슬며시 화가 났지만 여전히 가식을 떨었다.
“이름이 무엇인가? 대륙의 소드 마스터는 모두 알고 있는데 자네는 처음 보는 얼굴이라.”
제인의 머릿속에서는 계산이 끝났다.
‘이 녀석을 끌어들이면 론을 상대할 수 있다. 고든은 확실히 실력이 떨어져 에릭과 셋이 합공해도 론을 상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놈은 다르다.’
“마침 잘되었네요. 저도 아저씨 집으로 가는 중이었거든요. 저는 카렌이고, 방랑 기사입니다.”
‘소드 마스터 방랑 기사라.’
제인은 표정을 수습한 뒤 대답했다.
“우리 집에 가고 있었다고?”
“네. 하필 몬스터들이 붙잡아서 시간이 좀 끌렸지만 마침 집 주인을 만나서 다행이네요. 뭐라고 설명하고 들어가야 될지 몰랐는데.”
제인이 물었다.
“그래. 카렌이라고? 카렌, 우리 집에는 무슨 볼 일이 있나? 기사 작위를 희망하나? 소드 마스터씩이나 되는 사람이 방랑 기사라니 믿을 수 없군.”
카렌이 어깨를 으쓱였다.
“기사 작위 같은 건 잘 모르겠고요. 황제가 온다는 소문을 들어서요. 대군을 이끌고 전쟁에 나선 게 아니라 소수 정예만 이끌고 왕국 연합 소드 마스터 본가로 오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황제…… 론 칼 레오드를 말하는 건가?”
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황제를 한번 보고 싶어서요. 아저씨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황제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운명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