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7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70화(170/278)
170화.
릴리안의 이야기는 당사자만 아니라면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
대륙의 숨겨진 비밀!
비밀 조직이 대륙의 국가들을 주무르고 자신들의 뜻대로 국가들을 조정하며 전쟁을 일으켰다.
음모론에 불과한 것 같으면서도, 진짜 사실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이야기였다.
나는 릴리안과 켄 그리고 올리비아와 함께 사령부 막사로 자리를 옮겼다.
릴리안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은 충분했다.
동부, 서부, 북부 요새에서 전령이 올 때까지는 피레온 왕국 수도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을 생각이니까.
나는 따뜻한 차를 우려낸 뒤 올리비아, 켄, 릴리안에게 건네며 자리에 앉았다.
켄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음모론은 수도 없이 많이 들었지만, 릴리안 당신이 말하는 비밀 조직에 관해서는 한 번도 듣지 못했습니다.”
켄은 릴리안이 하는 이야기의 신빙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시했다.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켄이 의문을 갖는 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내 제자 이브가 다레트 후작의 생체 실험 대상으로 전락하기 전까지는 비밀 조직에 대해 하나도 몰랐어. 심지어 다레트 후작이 네크로맨서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그놈 혼자 미친놈인 줄 알았지 그가 어느 조직에 속해 있는지는 몰랐으니까.”
릴리안은 향긋한 차로 목을 축인 뒤 말을 이었다.
“비밀 조직은 이름도 아직 모르지만 확실한 건 그 미친놈들 조직의 목적은 중간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거야.”
“중간계를 완전히 파괴?”
내 말에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놈들은 마왕을 숭배하고 중간계 강림시키기 위해 별짓을 다하는 것 같아. 이브가 생체 실험 대상으로 전락한 것도 마왕 강림을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어.”
릴리안의 목소리에 분노와 그리고 한숨이 담겼다.
“이 정도 정보도 피레온 왕국 수도에서 머물며 필사적으로 다레트 후작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정보야.”
8서클 마법사가 심혈을 기울여 조사한 내용이 음모론으로 들릴 정도로 허황되게 느껴졌다.
나는 릴리안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켄은 여전히 릴리안의 말에 의문을 느끼고 있었지만, 일단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기반으로 말했다.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놀라운 일이군요. 피레온 왕국은 비밀 조직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말씀입니까?”
“다레트 후작은 전면으로 나서지 않았어. 하지만 레피오 왕은 다레트 후작만을 전적으로 신뢰했지. 하수인이라는 표현보다는 다레트 후작이 은밀하게 레피오 왕을 조종하고 있었달까?”
켄은 상황을 정리했다.
“제자가 있었고 레피오 왕과 다레트 후작에게 볼모로 잡혔기 때문에 피레온 왕국에 묶여 있었다. 그리고 다레트 후작은 네크로맨서다. 다레트 후작이 속해 있는 조직은 마왕을 숭배하며 중간계를 파괴할 목적을 갖고 있다. 이 정도가 맞습니까?”
“맞아.”
“마법진은 어떻게 된 겁니까?”
“초창기에 설치해 두었던 거야. 왕궁에서 유적지까지 편안하게 가려고. 하지만 이브가 생체 실험 대상이 된 이후에는 그 아이를 지키려고 유적지는 거의 가지 않았어. 레피오 왕이 시키는 것만 했지.”
켄이 릴리안의 말에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레피오 왕, 아마도 다레트 후작이겠죠. 다레트 후작은 처음부터 유적지가 별 볼 일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요? 그렇지 않다면 릴리안 제자를 볼모로 릴리안에게 유적지 조사를 계속 시켰을 건데.”
“맞아. 아마 그 개자식은 알고 있었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다레트 후작은 이미 레피오 왕 몰래 유적지 조사를 전부 끝냈다고 생각해.”
릴리안이 이를 부드득 갈았다.
“전부 다 조사하고 유적지를 복구시켜 놓았겠지.”
“입구 마법 해제만 1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8서클 마법사도 그토록 고전했는데 다레트 후작이 아무리 네크로맨서라 해도.”
켄의 말을 릴리안이 중간에 끊었다.
“유적지에 설치된 마법을 복구하는 건 어렵지 않아. 아마 다레트 후작이 유적지를 직접 조사한 게 아니라 그놈이 속해 있는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든 유적지 입구를 열고 조사를 한 뒤 복구해서 여러 방랑 마법사들을 낚았겠지.”
어느새 식어버린 차를 보면서 나는 중요한 점을 물었다.
“제자는 어떻게 되었나? 왕국에 계속 붙잡혀 있었으니 아직 살아 있을 것 같은데. 만약 죽었다면 그대 성격에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 같고.”
“이브는 살아 있어. 다레트 후작의 수족이 되었지만. 저주를 통한 세뇌로 이브는 기억이 사라졌어. 오직 다레트만 주인으로 모시지.”
릴리안의 목소리에 한이 서렸다.
“착한 아이였어. 재능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주변을 밝히는 빛과 같은 아이였는데 내 실수로 다레트 후작의 노예로 전락했지. 힘들지만 이제는 이브를 편안하게 만들어 줄 생각이야.”
릴리안이 나와 눈을 맞췄다.
“내가 황태자 전하와 마나의 서약을 맺은 진짜 이유야. 고든 따위가 죽었어도 제인을 잘만 구슬리면 카일라하 성에서 시간을 끄는 건 어렵지 않았거든.”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힘을 아꼈다는 뜻인가?”
“제인의 눈치가 있으니 적당히 싸웠지. 다행히 황태자 전하가 리버힐 가문 마법사들을 대거 이끌고 온 덕분에 나는 제국군을 죽이지 않고 묶여 있는 척할 수 있었고.”
올리비아가 놀라며 말했다.
“카일라하 성에서 마법 병단과 팽팽하게 싸웠던 게 진짜 실력이 아니라고요?”
릴리안이 진하게 웃었다.
“그딴 마법사들은 천 명이 와도 날 막을 수 없어.”
나는 그녀의 말이 사실인지 자신감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확실한 건 릴리안이 일부러 제국군을 죽이지 않은 것이다.’
릴리안은 이미 내게 투항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밀 조직에 대하여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하나는 확실해. 그들의 계획은 론 칼 레오드가 나타난 이후 급변했어. 나를 옭아맬 정도로 철저한 놈들이지만 황제의 힘 앞에서 음모 따위는 소용이 없었던 거야.”
다시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들은 아버지를 막기 위하여 어머니를 어떤 형식으로든 이용하려 했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어머니의 죽음 자체가 실패라 할 수 있었는데, 아버지를 통제하려면 어머니를 죽일 게 아니라 릴리안의 제자 이브처럼 볼모로 잡는 편이 맞았다.
“고든과 함께 황태자를 잡으러 갔을 때 결심한 거야. 황태자 전하의 지휘와 실력은 다레트 후작이 내가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라 진짜로 생포당했다고 착각할 정도니까.”
릴리안이 덧붙였다.
“카리온 소드 마스터를 죽인 놈이 다시 나를 암습했는데 내가 생포 당하지 않고 배겨?”
나는 쓰게 웃었다.
“처음부터 당신의 계획에 완전히 말렸군.”
내가 릴리안과의 대결에서 살아남았던 것도, 헤밀튼 단장이 그녀를 생포한 것도 모두.
“이브는 내 손으로 편안하게 해 줘야 돼. 그게 내가 그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니까.”
* * *
나는 릴리안의 말을 신뢰했다.
그녀를 믿어서가 아니라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 덕분이다.
‘무려 제국의 황후에게 저주를 건 놈들이다. 릴리안을 엮는 건 더 쉬웠겠지.’
아버지조차 그토록 사랑하던 어머니를 잃었는데, 릴리안도 제자를 지키기 어려웠으리라.
‘나도 위험하다. 놈들은 적이 강하면 적의 주변을 공략했어.’
아버지도, 릴리안도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으며 릴리안은 세력이 없을 뿐이지 본인의 힘은 대륙 최고의 마법사를 논할 수 있는 8서클 마법사다.
그래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들은 아버지나 릴리안이 아니라 바로 아버지와 릴리안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을 공격했다.
나도 모르게 올리비아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괜찮으세요?”
올리비아의 말에 나는 아, 하고 탄성을 터뜨린 뒤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생각이 복잡하네. 동부 원정은 피레온 왕국과의 전쟁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흑막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어.”
“릴리안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렇겠죠.”
“아마도 사실일 거야.”
올리비아의 눈동자에 의문이 떠올랐다.
내가 릴리안을 너무 쉽게 믿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일단 릴리안은 나와 마나의 서약을 했기 때문에 굳이 거짓말 할 이유는 없어. 그리고.”
나는 올리비아를 가까이 불렀다.
어머니 이야기는 켄에게도, 게일에게도 하지 않았다.
게일조차도 어머니가 병으로 죽은 줄 알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아버지와 황후 궁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올리비아에게 설명하면서도 내 스스로도 비밀 조직에 관하여 정리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올리비아의 얼굴에는 경악이 번졌다.
“황후마마께서 그리 허망하게 돌아가셨다니 믿을 수 없네요.”
올리비아 역시 나와 동갑이기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을 것이다.
그녀가 제임스 공작의 영애라고 하지만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나와 같이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가문에서 촉망받는 인재라 수련에 한창이었겠지.’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과거에는 아바마마가 정복욕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다고 생각했어. 겉으로 볼 때 아버지의 명분은 어디까지나 대륙을 통일하여 하나의 제국 아래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드시겠다는 생각인 줄 알았지.”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물론 아바마마의 그 명분이 없어졌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아바마마가 주변 국가를 공격하기 시작한 건 어머니의 죽음 이후부터야. 그 전에는 제국을 안정시키는 데 힘쓰셨지.”
어머니는 전쟁을 싫어하셨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지극히 사랑하기에 건국 초기의 제국에 만족하셨다.
자신의 왕국을 멸문시킨 자들에게도 복수의 꿈을 접을 정도로 어머니를 사랑했다.
그런데 저주로 어머니를 잃었으니 아버지는 어떻겠는가?
복수의 화신이 되는 게 당연했다.
“나는 다레트 후작이 속해 있는 조직이 어머니에게 저주를 건 조직이라 생각해. 릴리안은 다레트 후작이 저주를 전문으로 익힌 흑마법사라고 했어.”
“다레트 후작이 황후마마에게 저주를 걸었다고 생각하세요?”
“다른 놈일 수도 있지. 확실한 건 릴리안이 파악한 조직이 어머니를 죽인 조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거야.”
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전쟁이 단순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 전쟁에 담긴 의미가 적지 않군. 할 수 있다면 다레트 후작은 생포해야겠어. 레피오 왕도.”
아마 레피오 왕도 어느 정도 정보는 갖고 있지 않을까?
‘릴리안이 겨우 파악할 정도이고 아버지도 그들을 파악하려고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어쩌면 레피오 왕은 그냥 꼭두각시인지도 모르지. 자신이 꼭두각시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꼭두각시.’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조직에 대해 쓴 적이 없는데. 이제 내가 쓴 소설이 맞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군.’
올리비아가 말했다.
“만약 릴리안의 말이 사실이라면 황후마마를 죽인 그놈들을 꼭 붙잡아야겠네요.”
“그래야지.”
올리비아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황후마마와의 추억을 말씀하실 때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했는지 느껴졌어요. 그리고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도요.”
나는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어머니를 잃은 건 올리비아도 같잖아. 우리가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은 모양이야.”
“저는 기억이 없죠. 막연한 추측으로 인해 그리움을 갖는 것과 실제 추억을 그리며 그리움을 갖는 건 분명히 달라요.”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순간, 막사 밖에서 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령관님!”
켄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게일 님이 전령을 보냈습니다.”
“무슨 전령?”
“레피오 왕과 레피오 왕의 아들 세자를 잡았답니다!”
나는 서둘러 대답했다.
“모든 지휘관을 소집해라. 전령도 데려오고.”
이대로 피레온 왕국 정복이 쉽게 끝나는 것일까?
왕과 세자를 잡았다는 좋은 소식이었지만 나는 불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