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7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73화(173/278)
173화.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눈을 감을 때까지 일의 연속이다.
황궁에서 집무를 보는 것보다 피레온 왕국의 수도에서 집무를 보는 게 양도 훨씬 많고 일 자체도 어려웠다.
결정해야 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레피오는 나라를 아주 개판으로 운영했군. 정확하게 말하면 다레트 후작이 운영한 건가?”
나의 말에서 옆에서 서류 정리를 돕고 있던 켄이 대답했다.
“다레트 후작은 피레온을 빨아먹는 데만 열을 올렸습니다. 대륙에서 가장 넓은 곡창 지대를 가지고 있는 왕국이 한 해 아사자가 여러 대륙 국가들 중 수위를 다투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지요.”
켄이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어느 국가의 수도에서나 빈민가는 있기 마련입니다. 화려한 귀족들 저택 뒤로 수도 외곽에는 법칙처럼 빈민가가 있죠. 피레온 왕국 수도의 빈민가 규모는 대륙 최고라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같은 빈민이라 하여도 제국의 빈민들보다 이곳 빈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이 훨씬 심했을 거야. 당장 밖으로 나가면 수도 외곽에 어마어마하게 펼쳐진 농경지가 한눈에 들어오니까. 저 많은 식량을 대체 누가 먹길래 자신들은 항상 굶어야 하나라는 의문으로 가득했겠지.”
나는 서류를 덮었다.
“이곳을 전략적 요충지로 만들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해.”
“그래도 필요한 일입니다. 폐하께서도 제국을 세우실 때 발판이 되고, 밑거름이 되었던 지역이 있었습니다. 전하께서도 피레온 수도를 바탕으로 정치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더 영향력을 키우셔야 됩니다.”
“맞아. 내가 가진 건 황태자라는 명분 하나뿐이니까. 물론 그 명분이 다른 어떤 것보다 강력하지만, 명분을 지킬 힘이 없다면 또한 그 강력한 힘도 아무 소용 없는 것이지.”
켄은 내가 하는 말이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자, 수도로 돌아간 전령이 도착할 때쯤 되지 않았나? 오전 업무는 이것으로 마무리하자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수련할 생각이야.”
“네.”
앉아서 업무만 볼 생각은 없었다.
나는 최상급 정령사를 위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련을 거듭했고, 점점 최상급 정령사로 향하는 길이 선명하게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정령검술 덕분이지.’
내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사령관님, 릴리안 마법사가 뵙기를 청합니다.”
시종의 목소리에 나는 빠르게 대답했다.
“아, 들여보내도록.”
문이 열리고 릴리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의 얼굴은 수척했다.
“그쪽에 앉아.”
나는 릴리안에게 자리를 권했다.
“다레트 후작 그 개자식이 이브를 어딘가로 빼돌렸어. 아무래도 비밀 조직이 운영하는 지역으로 옮긴 것 같아. 그놈은 빠져나가면서 연구하던 자료들을 빼돌리거나 혹은 폐기했어.”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던 일이다. 다레트 후작은 레피오를 미끼로 자신은 왕국 수도를 무사히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흔적은 찾지 못했나?”
“텔레포트 마법진을 하나를 찾긴 찾았는데 작동한 뒤 폐쇄되는 형식이었나 봐. 말 그대로 흔적만 남았지 어디로 이어지는 마법진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
릴리안의 말이 이어졌다.
“황태자 전하가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는데. 비밀 조직을 그대로 놔두면 제국에도 분명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제국에도 비밀 조직의 거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나도 릴리안의 말에 동의했다.
“그냥 둘 순 없지. 대륙에 해악을 끼치는 놈들이니까. 하지만 아직 그들과 직접 부딪치지 않았고 지금은 정복한 영토를 안정시킬 때야.”
릴리안이 입을 열려는 순간, 나의 말이 이어졌다.
“제자의 안위가 무척 걱정되겠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지금의 상황에서 서두르면 오히려 찾을 것도 못 찾아. 헤밀튼에게 정보 수집을 명령해 두었으니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참고 기다려.”
지난 대화들을 돌이켜 보면 이브라는 릴리안의 제자는 그녀의 딸이나 다름없었다.
자식이 생체 실험을 당했고, 이제는 실종되었다.
그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나 타들어가는 릴리안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냉정할 때였다.
“그 아이는 반드시 황태자 전하의 발목을 잡을 거야. 비밀 조직과 맞닥뜨릴 때 내 힘은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해줬으면 좋겠어. 그들이 이브를 볼모로 협박에 나선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릴리안의 솔직한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정을 외면하고 명령을 내릴 정도로 나는 냉혈한이 아니야. 나 역시 이브를 찾고 싶어. 릴리안의 제자니까.”
릴리안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신하는 군주를 위해서 사는 자이고, 군주는 그런 신하의 이상과 목표를 실현해주는 사람이야. 릴리안의 이상과 목표에는 제자를 지키는 것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겠지. 마나의 서약을 뒤로하더라도 릴리안이 내 수하가 된 이상 나 역시 이브를 찾을 의무가 있다는 뜻이지.”
“황태자 전하는…… 인정이 많은 군주네. 군주는 차갑고 잔인해야 되잖아. 이런 전국 시대에는 더더욱.”
나는 빙그레 웃었다.
“전국 시대는 아바마마께서 종료시켰어. 지금은 제국과 제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버텨나가는 왕국들이 약간 혼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을 뿐이지.”
나는 박수를 탁, 쳤다.
“자, 이왕 왔으니 점심이나 함께하자고. 그리고 마탑 부지도 잘 봐두고. 8서클 마법사가 마탑장이 될 마탑인데 잘 지어야 하지 않겠나?”
* * *
“고든과 에릭이 죽었소.”
열 번째 사제의 말에 다섯 번째 사제가 혀를 찼다.
“그 둘을 소드 마스터로 만들기 위하여 시간과 비용을 얼마나 들였는데, 이제 회수할 법하니까 덜컥 죽어버리다니.”
세 번째 사제가 말을 받았다.
“모든 문제에 론 칼 레오드가 있어. 이제는 그 아들놈까지 설치고 다니잖아? 칠제가 관리하던 피레온 왕국이 기어이 제국 손으로 넘어갔어.”
다레트 후작은 쓰게 웃었다.
이곳에서 자신은 다레트 후작이 아니라 일곱 번째 사제, 즉 칠제일 뿐이다.
위대한 마왕, 잔인한 마왕, 세상을 불로 정화시킬 마왕 데이모스를 모시는 종단의 일곱 번째 신관 다레트는 자신의 실패를 순순히 인정했다.
“생각보다 왕국 연합과의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왕국 연합 소드 마스터들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들을 움직이는 왕이 어느 순간부터 우리 말을 잘 듣지 않기 시작했죠. 때문에 지원군이 늦었고 론 칼 레오드가 번개처럼 왕국 지방을 모조리 점령하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다레트 후작은 말하면서 어느새 답답한 심정을 느꼈다.
“이제 종단을 외부에 드러내고 연락망을 늘리고 점검할 시기입니다. 대륙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비밀 종단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변수에 대처하는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다레트 후작은 열변을 토했다.
“피레온 왕국에서 미처 챙기지 못하고 폐기한 자료가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라인하이드 가의 유적지를 더 살펴보았다면 데이모스 님을 강림시킬 수 있는 방법도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다레트 후작의 흥분이 커지자 첫 번째 사제, 모두에게 대사제라 불리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칠제께서는 흥분을 가라앉히시지요. 당면한 문제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데이모스 님을 이 땅에 강림시켜 썩은 세상을 정화하기 위하여 평생을 바치고 있습니다.”
모두가 대사제에게 시선이 모였다.
인자한 미소는 옆집 할아버지의 푸근함을 풍겼고, 넉넉한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따뜻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대사제의 미소가 진해졌다.
“자료는 다시 모으면 그뿐입니다. 영향력이 약해진 국가들은 다시 그들의 심장부로 파고들어 장악하면 됩니다. 데이모스를 모시는 우리는 오랜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그 어떤 국가보다 대륙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론 칼 레오드…….”
누군가의 말에 대사제가 손을 들었다.
자신의 발언 시간이라는 뜻에 다시 그는 입을 다물었다.
“황제는 크나큰 골칫덩이입니다. 황후를 통해 그를 통제하려 시도했지만 황후가 예기치 않게 죽었고 우리의 흔적이 황제에게 드러났죠. 그 때부터 황제는 광적으로 우리의 흔적을 쫓고 있습니다.”
대사제의 시선이 다레트 후작에게 건너갔다.
“피레온 왕국 정복도 황제가 다레트 후작의 존재를 눈치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드 마스터들 본가로 직접 쳐들어간 건 아마도 소드 마스터들과 우리의 연관점도 찾아낸 모양입니다.”
“제국의 정보력이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레트 후작의 말에 대사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칠제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종단을 외부에 드러내고 본격적으로 데이모스 님을 모시는 신자들을 모집해도 좋은 일이겠죠. 하지만 칠제 아시지 않습니까? 데이모스 님은 아무나 모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땅을 불로 정화시키고 다시 새로운 세상을 건설할 사람들만 모실 수 있습니다. 그런 영광은 아무에게나 주어질 수 없죠. 오직 선택받은 우리들과 우리가 선택한 사람들뿐입니다.”
다레트 후작이 대답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피레온 왕국이 멸망하여 흥분한 것 같습니다.”
“칠제의 노력은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으며, 칠제가 우리 종단에게 준 이득 역시 전부 압니다. 데이모스 님 또한 칠제의 공을 잊지 않으시겠죠.”
대사제는 사제들을 쭉 둘러보았다.
자신을 제외한 아홉 명의 사제.
모두 대사제 손에 키워진 이들이다.
대사제의 미소가 진해졌다.
“오늘 사제분들을 소집한 건 비단 론 칼 레오드 문제 때문이 아닙니다. 마침내 열한 번째 사제를 찾았습니다.”
“오!”
“드디어!”
사제들은 흥분에 빠졌다.
데이모스 종단의 역사 이래 열한 번 째 사제가 갖는 의미는 굉장히 특별했다.
성서에서는 열한 번째 사제가 탄생하면 불의 왕 데이모스가 중간계에 강림하여 불로 이 세상을 정화시킨다, 라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데이모스 종단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대사제의 허가뿐만이 아니라 성서의 인증도 필요하다.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모두가 성서의 인증과 함께 대사제의 가르침을 받아 사제가 되었다.
“여러모로 살펴본 결과 성서가 그를 데이모스 사제로 인정할 것 같습니다. 다만, 다른 사제분들의 경우와 다르게 그는 이십 대 청년이지만 우리의 이상과 데이모스 님의 존재를 알린다면 충분히 사제로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레트 후작이 급히 물었다.
“아이가 아닙니까?”
“네. 스물네 살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사제분들은 제가 모두 어릴 때부터 그 자질을 알아보아 데이모스 종단 사제로 모셨지만, 열한 번째 사제는 제 대에 나올 줄 몰랐기에 계속 찾고만 있었는데 마침 찾게 된 겁니다.”
“그는 어디에 있습니까?”
“제인의 가문에서 론 칼 레오드를 막고 있습니다.”
좀 전과는 다른 의미로 사제들이 경악했다.
“론 칼 레오드를 막고 있다고요?”
“그는 소드 마스터입니다. 검술로는 론 칼 레오드와 거의 비슷한 경지더군요. 사흘 내내 일기토를 벌이고 있는데도 승부가 나지 않았습니다. 론 칼 레오드는 열한 번째 사제가 될 청년의 자질에 감탄한 듯 마법이나 정령술은 사용하지 않고 오직 검으로만 상대하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사제, 오제라 불리는 이가 말했다.
“황제의 오만함은 여전하군요.”
대사제가 오제를 위로했다.
“그는 분명 강한 인간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아무리 강해봐야 인간일 뿐. 우리의 목적은 데이모스 님을 강림시키는 것이고, 황제는 그 일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황제는 제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도 모를 겁니다. 그는 그저 황후의 복수에만 매달리고 있는 거니까요.”
오제의 말에 대사제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제국 수도가 비어 있습니다. 론을 그만 수도로 불러들일 계책을 실행하죠. 전투가 길어지면 론이 자칫 그 청년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열한 번째 사제가 될 보배를 잃는 셈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