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7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74화(174/278)
174화.
챙-!
카렌은 진땀을 흘렸다.
눈앞의 남자는 여유로웠다.
반면 자신은 벌써부터 손이 후들거렸고,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남자가 검을 가볍게 횡으로 그었다.
챙-!
카렌은 간신히 남자의 검을 쳐내며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이름이 무엇인가?”
남자의 목소리에 카렌은 짧게 대답했다.
“카렌.”
“카렌이라! 역시 대륙은 넓어.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강자가 기어코 나타나지.”
남자는 진하게 웃었다.
“자네의 검술은 지극히 효율적이다. 많은 것들을 배웠다. 오늘은 이 쯤에서 마무리하지.”
검을 늘어뜨리는 남자의 모습에 카렌이 후우,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황제에게 칭찬을 들으니 몸둘바를 모르겠는걸.”
카렌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론 칼 레오드를 보면서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
“황제의 손에 겨우 살아남는 정도라니. 내심 검술로는 대륙 제일이라고 자부한 적도 있었는데.”
“짐이 없었다면 능히 그리 자부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제임스 공작조차도 반나절을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대는 사흘을 싸웠는데도 승부를 내지 못했으니 검술로는 대륙 최고라 말해도 된다.”
“그건 황제가 없을 때의 이야기지.”
론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왜 제인의 가문에서 머물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대가 왕국 연합에 붙어 있는 한 언제고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는 내게서 마법이나 정령술을 끌어낼 정도로 성장했으면 좋겠군.”
카렌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론 칼 레오드는 전혀 알지 못하지만, 자신의 가문은 제국에게 멸망 당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황제에게 복수할 수 없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간신히 억누르며 대답했다.
“날 이대로 살려두면 다음에는 황제가 마법과 정령술을 사용하게 될 정도로 강해질 거고, 언젠가는 기어이 황제보다 더 강해질 거다. 차라리 지금 죽이는 게…….”
“강자가 베푸는 아량에 자존심을 세워 객기를 부리는 건 멍청한 짓이다. 목숨을 보전해야 다음이 있는 것이지. 그대는 훌륭하게 싸웠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걸고 강자를 도발하는 건 멍청한 짓이야.”
카렌은 대답하지 못했다.
론이 검을 집어 넣었다.
“에릭, 고든 가문으로 만족하지. 제인은 그대를 받아들인 덕분에 살아 남는 것이다. 왕국 연합에서 그대의 영향력도 커지겠군. 황제를 막아낸 소드 마스터니까.”
론은 빙긋 웃었다.
카렌은 언짢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어딘가에 소속 되기 위하여 황제와 맞선 것이 아니야.”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할 일이고. 간만에 즐거웠다.”
론은 그 말을 끝으로 돌아갔다.
* * *
“제인이 그렇게 강했나?”
전령이 들고 온 소식에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켄에게 물었다.
“폐하를 막은 건 방랑 기사였다고 하는데 폐하께서 방랑 기사의 재능을 높게 평가하신 모양입니다. 마법과 정령술은 일체 사용하지 않으시고, 오직 검술로만 상대하셨다고 하더군요.”
“방랑 기사?”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름이 카렌이라고 했습니다. 얼마 전에 제인에게 신세를 지기 시작한 방랑 기사라 했는데 아마도 이번 사건으로 대륙에 일약 명성을 떨칠 것 같습니다.”
나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운명이…… 바뀌고 있다.’
동명이인일 가능성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아버지에게 그토록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랑 기사 카렌은 오직 주인공 카렌뿐이다.
“카렌이라면?”
게일이 반응을 보이자 켄이 궁금한 듯 물었다.
“아는 기사이십니까?”
“서부에서 잠시 만난 적이 있다. 그때도 굉장한 기사라고 생각은 했는데 폐하를 막아설 정도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켄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새로운 강자의 탄생이군요. 올리비아 영애님과 더불어 새로운 소드 마스터로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될 것 같습니다. 왕국 연합 소속인 것은 아쉽지만요.”
나는 의자에 등을 깊숙하게 기댔다.
‘카렌이 아버지와 만났다라…… 그리고 아버지는 카렌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의 실력과 재능에 감탄하고 살려주었다.’
내 설정에 따르면 카렌은 아버지에게 적어도 스무 번은 넘게 패배한다.
아버지는 카렌을 이길 때마다 살려주고, 카렌은 끝없는 성장을 거듭한다.
마지막에는 기어이 아버지와 제국을 몰아붙여 승리를 거머쥔다.
‘하지만 그건 내 설정 속의 이야기다. 이미 설정은 뒤틀렸다. 아버지와 카렌의 첫 번째 대결은 왕국 연합에서가 아니라 제국 남부에서였다.’
이미 미래가 변했다.
나는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썩 반갑지만은 않군. 나는 이곳을 내 직할령으로 바꾸고 장차 왕국 연합을 공격하는 교두보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고든과 에릭이 죽었고 두 가문이 멸문했습니다. 왕국 연합은 한동안 내부를 수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카렌이라는 새로운 소드 마스터가 합류했다 하더라도 그는 개인입니다.”
켄의 말이 이어졌다.
“고든과 에릭은 개인적으로 소드 마스터이기도 했지만, 두 가문은 왕국 연합을 지탱하는 기둥이었습니다. 이번에 폐하께서는 그 기둥 두 개를 완전히 부숴버린 것이죠. 방랑 기사 소드 마스터가 합류했다 하더라도 왕국 연합 내부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게일이 켄의 말에 동의했다.
“켄 군사의 말이 맞습니다. 소드 마스터의 합류는 분명 국가의 전력을 크게 올리는 일이지만, 왕국 연합은 두 소드 마스터를 잃었습니다.”
나는 다소 목소리를 편안하게 누그러뜨렸다.
“뭐, 나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지. 그래서 전령이 전한 내용은 그게 전부인가? 아바마마께서 따로 내리신 명령은 없어?”
켄이 대답했다.
“황궁으로 복귀하시라는 명령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내용이다.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 전후 처리가 남았다.
현지에서의 전후 처리는 내 마음대로 진행했지만, 황궁에서의 전후 처리는 논공행상을 비롯하여 여러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좋아. 준비하고 출발하지.”
* * *
이번 전쟁의 수혜자는 나와 올리비아 그리고 게일, 리오덴, 데이비드 마지막으로 헤밀튼이었다.
황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제국의 백성들은 거리낌없이 집에서 나와 나에게 엎드려 칭송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황태자 전하 만세!”
피레온 왕국 수도를 정복하고 왕가가 쌓아 놓은 식량을 풀어 피레온 왕국 백성들부터 배불리 먹였다.
그럼에도 남은 식량은 제국의 지방부터 차근차근 풀면서 다가올 겨울을 버틸 식량을 백성들에게 제공했다.
뷔칸 상단이 유통을 맡았다.
백성들은 제국 건국 이후 끊이지 않은 전쟁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직접 이득을 얻은 것이다.
당연히 나에 관한 칭송이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었다.
귀족들과 다르게 백성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니까.
올리비아는 새로운 소드 마스터로서 명성을 떨쳤으며, 게일도 마찬가지였다.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황태자 직속 기사단이 결코 약하지 않음을 알렸다.
그리고 헤밀튼은 다시 한 번 전쟁 영웅이 되었다.
8서클 마법사 릴리안을 귀화 시킨 결정적 역할을 맡았으니까.
다행히 릴리안에 대한 소문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피레온 왕국 수도로부터 행군을 시작한 지 약 이주일이 지난 뒤 황태자 궁에 도착했다.
* * *
황태자 궁에 도착하고 사흘 뒤 대전 회의가 열렸다.
논공행상이 시작된 것이다.
대전에서 나는 한층 더 강력해진 나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제 황좌 바로 아래 자리를 잡는 것이 익숙했다.
“피레온 왕국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왕국 연합을 지탱하던 세 가문 중 두 가문은 멸문당했다. 이번 전쟁을 통해 제국이 얻은 이득은 실로 막대하군.”
오랜만에 대전 회의에서 모습을 드러낸 보오펜 백작이 아버지의 말에 대답했다.
“제국의 영광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동부 전선을 위협하던 피레온 왕국이 사라졌고,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는 왕국 연합조차 기둥을 잃어 흔들리고 있습니다. 폐하와 황태자 전하가 이룩하신 영광에 모든 백성들이 찬가를 부르고, 배불리 먹으며 황가의 은혜를 칭송합니다.”
다소 낯간지러운 아부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이번만큼은 귀족파 귀족들 역시 보오펜 백작의 말에 트집을 잡지 않았다.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원정에 대한 논공행상을 시작하겠다.”
순식간에 대전은 긴장감으로 가득해졌다.
논공행상에 따라 권력의 행방은 바뀌기 마련이다. 이번 원정에서 네 공작의 영향력은 극히 미비했다.
아버지를 따라 나섰지만 실질적인 전투는 아버지 홀로 도맡았고, 피레온 왕국 정복에는 사병과 보급품을 대었을 뿐 직접적인 참여는 없었기 때문이다.
“동부 원정을 성공으로 이끌고 8서클 마법사 릴리안을 귀화시킨 공은 무척 크지. 황태자는 어떤 상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나?”
아버지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모든 귀족들 역시 내 입에서 나올 말이 궁금한 듯 집중했다.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옛 피레온 왕국 수도를 포함한 인근 지방을 황태자 직할령으로 받고자 합니다.”
“전하, 그것은!”
베레곤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고, 귀족파 귀족들의 반대가 쏟아져 나왔다.
“황태자 직할령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제국의 모든 영토는 폐하의 것일진대 어찌 사사로이 황태자가 직할령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직할령은 제국 역사에 없었던 일입니다.”
“옛 피레온 왕국 수도와 인근 지방은 대륙 제일의 곡창지대입니다. 그 곳을 한 개인의 직할령으로 운영할 수 없습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제국의 모든 영토가 폐하의 것일진대 그대들은 어찌하여 개인적인 영지를 가지고 세금을 거두며 백성들의 생사를 손에 쥐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럼 지금부터라도 영지를 폐하께 바치고 조세권을 반납하여 귀족이라는 명예만 남기고 영주라는 직책 자체는 철폐해야 옳지 않겠습니까?”
나를 견제하고자 했던 말이 자신들을 옭아매자 귀족파 귀족들이 순간적으로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대륙 최대의 곡창 지대이니 제가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곡창 지대의 식량을 제국 전체에 유통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건국한 지 채 백 년이 되지 않았으니 제국 역사에 없었던 일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 번 말문이 터지자 나는 귀족파 귀족들이 또다시 반대하는 말을 쏟아내기 전에 말을 이었다.
“동부 전선을 위협하고 있던 피레온 왕국을 정복한 것은 큰 공입니다. 전쟁 이후 사령관에게 상으로 영지를 주는 건 언제나 있었던 일이고요.”
물론 대부분의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아버지였으니 그동안 나와 같이 큰 영토를 요구한 일은 없었다.
“폐하, 제가 그곳을 직할령으로 청하는 것은 사사로운 욕심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왕국 연합과의 대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왕국 연합?”
“옛 피레온 왕국 수도와 인근 지방은 대륙 최대의 곡창 지대이기도 하지만 제국 영토에 편입된 현재는 왕국 연합과 직접적인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경 지역입니다.”
어느새 아버지는 턱을 비스듬히 괴고 물었다.
“직할령이라는 말에 그런 의미가 숨어 있군. 지금 황태자는 영지만 내어달라는 게 아니라 권한도 함께 받는 게 옳다고 말하는 건가?”
“변경백 지위를 내려주시면 직할령을 훨씬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눈빛이 어느새 빛났고, 대전은 나와 아버지와 대화로 불꽃이 튀었다.
“황태자는 그 의미를 알고 있는가? 직할령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상이야. 그런데 지위까지 원하고 있어. 지위에는 책임이 따른다.”
나는 사전에 생각해 둔 승부수를 던졌다.
“직할령을 교두보로 제국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는 왕국 연합을 견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