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7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75화(175/278)
175화.
“황태자가 세운 공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아버지의 말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다른 이가 황태자와 같은 공을 세웠다면 직할령과 변경백 지위를 내리는 건 큰 상이 아닐 수 있다. 귀족에게 영지를 추가로 하사하는 것과 하사한 영지가 왕국 연합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특성을 고려하면 변경백 지위 자체는 상이 아니라 큰 책임을 주는 것과 같지.”
귀족들은 제각기 머리를 굴렸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내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으니까.
귀족파 귀족들은 비장한 각오를 한 듯 표정이 굳어졌다.
“피레온 왕국 수도와 인근 지역을 황태자 직할령으로 하사한다. 더불어 변경백 지위를 내릴 것이다.”
귀족파 귀족들이 입을 열려는 순간, 아버지의 말이 먼저 이어졌다.
“단순 왕국 연합 견제가 아니라 제국 북부 전선을 황태자에게 맡긴다. 황태자는 북부 변경백으로서 왕국 연합의 침공을 막아내는 것은 물론, 나아가 왕국 연합에 종말을 선사하여 제국의 영광을 드높이도록.”
아버지는 내 요구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왕국 연합과의 전쟁을 홀로 감당하는 것…… 해볼 만한 일이다.’
나는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노력은 누구나 하는 것이니 결과를 가져오도록. 그러지 못하면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네. 폐하.”
아버지가 한 번 뜻을 정하면 아무리 귀족파 귀족들이 반대해도 소용없다.
여전히 제국의 권력은 아버지가 움켜쥐고 있으니까.
베레곤 공작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폐하, 황태자 전하께 내리신 상은 공에 맞는 마땅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레곤이 내 편을 들자 나는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폐하께서는 직할령과 변경백 지위를 내리셨고 그에 맞는 결과를 요구하셨습니다. 다만, 황태자 전하께서 결과를 가져오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황태자 전하의 직할령과 변경백 지위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역시 베레곤이다.
시간제한을 두지 않는 결과 요구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내가 직할령을 받고 변경백 지위를 통해 이득만 누리며 방어에만 몰두한다면 내 권력과 영향력이 커지기만 할 뿐, 내가 짊어지는 위험성은 전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니까.
왕국 연합은 지금까지 제국에 선제공격을 한 경우가 드물었다. 몇몇 소규모 국지전에서는 왕국 연합도 제국을 공격했지만 전면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국경 방어는 여러 귀족들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굳이 변경백 지위까지 겸하시면서 방어할 이유는 없습니다. 폐하께서 황태자 전하께 공을 넘는 상을 내리고자 하신다면 그에 맞는 책임도 함께 주심이 마땅합니다.”
베레곤이 부드럽게 말을 맺었다.
“국경 방어를 통한 소극적 왕국 연합 견제가 아니라 직할령을 기반으로 왕국 연합과의 국경선을 황태자 전하께서 주도적으로 바꾸시는 게 더 알맞다고 여겨집니다. 이제 황태자 전하께서 성년식을 치르셨으니 최소 오 년 안에는 제국 북부 전선을 완전히 안정시키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나는 베레곤의 말에 웃음을 머금었다.
‘오 년 안에 왕국 연합을 멸망시키라는 말을 참 길게도 하는군.’
아버지가 말했다.
“베레곤 공작의 말도 적절하군. 황태자, 오 년 안에 왕국 연합의 수도를 점령할 수 있나?”
나는 짧게 대답했다.
“네. 폐하.”
아버지의 말에 대답한 뒤 나는 베레곤 공작과 눈을 마주쳤다.
‘오 년 안에 왕국 연합 점령이라! 그래, 그 정도는 짊어져야지.’
직할령, 변경백 지위를 쉽게 받아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모두 베레곤 공작의 의견에 동의하는 모양이군. 황태자도 받아들였고, 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직할령, 변경백 지위를 받고 아무런 성과도 없다면 상을 내리는 의미가 없으니까.”
오스틴 공작이 나섰다.
“폐하, 이번 전쟁의 논공행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바로 사악한 마녀 릴리안에 관한 문제입니다.”
나는 의자에 등을 편안하게 기댔다.
‘여기저기서 태클이 들어와야지.’
그래야 대전 회의답다.
귀족파 귀족들은 강력해지는 나의 영항력을 황가의 권력 강화로 인식했고, 자신들의 위기라고 여겼다.
단 하나라도 나의 트집을 잡으려 노력했다.
“릴리안이라! 황태자의 보고서는 전장에서도 받았고 황궁에 돌아온 뒤에도 받았다. 꽤 훌륭한 마법사가 제국으로 귀화한 것이 왜 문제라는 말인가?”
“그녀는 마법사의 금기를 어기고…….”
아버지가 오스틴의 말을 잘라냈다.
“지금부터 어기지 않으면 된다. 제국의 품에 귀환한 이를 과거의 잘못으로 내칠 순 없지. 더구나 그녀가 금기를 어겼다는 증거는 모두 피레온 왕가의 주장일 뿐이다.”
“릴리안은 제국에 귀순한 것이 아니라 황태자 전하의 개인적 수하가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몸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기세가 대전을 뒤덮었다.
“황태자에게 귀순했든, 오스틴 공작 자네의 가문에 귀순했든 제국에 귀순한 것이다.”
아버지가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달은 오스틴 공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버지의 기세를 정면으로 받고 있는 오스틴 공작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짐이 말이 틀린가, 오스틴 공작?”
* * *
‘비밀 조직에 관한 건 아버지께 따로 보고할 사안이고.’
안드레와 맺은 약속이 허무할 정도로 오스틴 공작의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다.
‘으, 아직도 식은땀이 날 정도야. 도대체 인간이 맞기는 한 걸까?’
대전에서 아버지의 기세를 떠올리며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릴리안에 대한 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안드레는 써먹을 곳이 많아. 리버힐 가문 차기 가주 선정에 내가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 얻을 이득이 상당하니까.’
적의 내부를 분열시키는 건 훌륭한 작전이 아닌가.
나는 릴리안 문제가 대전 회의에서 크게 화두가 되지 못했어도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어쨌든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었고, 안드레와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안드레는 적당히 밀어줘야겠군. 아버지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서의 쥐 같았지만, 오스틴 공작과 리버힐 가문은 제국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그들이 나를 견제하면 여러모로 힘들어.’
나는 아버지처럼 오스틴 공작을 무력으로 찍어 누를 순 없었다.
어느새 황태자 궁에 도착했다.
“전하!”
켄이 반겼다.
“마침 잘됐네. 원정을 성공적으로 끝냈으니 간만에 다같이 저녁 식사라도 하자고. 릴리안을 소개하는 자리도 가져야 하니까.”
“네, 전하.”
“아, 올리비아도 올 수 있나 화이트가에 사람을 보내 봐.”
켄이 빙그레 웃었다.
“알겠습니다.”
* * *
황태자궁 식당에서 하인들이 분주하게 식사를 준비했다.
나와 게일, 켄, 리오덴과 데이비드 그리고 헤밀튼과 오랜만에 만나는 소리스 마지막으로 올리비아와 릴리안까지.
모인 이들을 둘러보니 절로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참으로 유능한 이들을 받아들였다.’
행정 전반을 담당하는 소리스는 믿고 황태자 궁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다.
게일은 황태자 직속 기사단 단장이었고 부단장으로 있는 리오덴과 데이비드 역시 이번 전쟁을 통해 자신들의 능력을 입증했다.
헤밀튼은 다시 한 번 전쟁 영웅이 되면서 논공행상에서 작위가 백작으로 올랐다.
제국 역사에 없었던 실로 놀라운 기세로 작위가 쭉쭉 오르고 있었는데, 작위 자체만 보면 헤밀튼이 나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귀족이다.
그리고 나는 릴리안에게 물었다.
“황궁에 마려한 거처는 괜찮나?”
“좋지.”
“다행이군.”
릴리안까지 합류하면서 내가 구상했던 조직의 단장들은 모두 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와인잔을 들어 건배를 하면서 원정의 성공을 축하했다.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렸고, 릴리안 역시 생각보다 쉽게 동료들과 동화되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간단해.”
나의 말에 모두가 집중했다.
“피레온 왕국 수도에 새로운 지명을 선정하고 직할령으로서 기능하게 하려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그쪽에 상주해야 돼.”
마침 적당한 인물이 있었다.
“마탑 건설과 동시에 피레온 왕국 수도를 맡아줬으면 하는데 괜찮지?”
바로 릴리안이었다.
자칫 내가 새로 들어온 수하에게 큰 임무를 맡기는 것 같지만 나는 릴리안을 신뢰했다.
그녀와 마나의 서약을 맺었으니 충성도를 의심할 필요는 없었고, 능력은 두말할 나위 없이 뛰어나니까.
“오 년 안에 왕국 연합을 황태자 전하 힘으로 정복한다고 했다며. 마탑 건설보다 직할령을 안정시키고 키우는 데 더 집중해야 될 것 같은데 나 혼자만으로는 부족해.”
나는 헤밀튼에게 시선을 돌렸다.
“직할령 영주는 헤밀튼이 맡아. 릴리안은 작위는 받지 못했으니 그림은 그게 나을 거야.”
“저, 전하 저는 이미 영지가…….”
“영지는 두 개 있어도 상관없어.”
졸지에 거대한 영지를 다스리는 백작이 된 헤밀튼은 당황했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가 황궁을 떠나서 직할령을 키우고 싶은 생각이지만 황태자가 황궁을 비우는 건 좋지 않으니까.”
나는 헤밀튼이 고사하기 전에 말했다.
“직할령은 헤밀튼과 릴리안이 가는 것으로 하고. 그곳이 안정화가 되면 나 역시 일 년에 절반은 직할령에서 보낼 생각이야. 임시 직할령 개념이니까. 오 년 안에 왕국 연합에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하면 아바마마는 직할령을 거둬들이시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의 책임을 물어오실 거니까.”
잠시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서부인데. 이번 전쟁을 통해 뷔칸 상당과 확실히 긴밀해졌어. 그들과 한 약속을 지켜야지. 리오덴, 데이비드.”
“네, 전하.”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서부를 키우는 것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돼. 뷔칸 상단과 함께 그 부분을 맡아서 진행해.”
서부 영주들에게 충성 맹세를 받은 사실이 무척이나 든든했다.
“귀족파 귀족들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서부야. 그들은 서부가 내 기반이 되었다고는 상상하지 못하고 있어. 그저 내가 서부에서 세운 공으로 영향력을 키웠다고 생각하지.”
제국 동부와 서부에서 나는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
“서부는 동부만큼이나 잠재력이 뛰어난 지역이야. 넓은 곡창지대는 없지만 몬스터 천국 어둠의 숲을 끼고 있고, 정화의 물이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니까.”
몬스터 특산품과 정화의 물은 서부를 부유하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서부의 영향력이 커지면 고스란히 나의 이득으로 돌아온다.
“소리스는 릴리안과 헤밀튼, 리오덴과 데이비드를 지원해주고. 그리고 헤밀튼.”
“네, 전하.”
“켄과 협의해서 비밀 조직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
“네.”
나는 릴리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단장이 많이 도와줘야 돼. 그 조직에 관해서 우리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니까. 아마 이번에 우리가 건드렸으니 그놈들도 나를 경계하기 시작하겠지.”
개인적으로는 어머니의 원수가 아니던가.
“아마도. 그들의 목표는 황제였는데 이번에 황태자 전하도 주요 위험인물에 올랐겠지. 어떤 형식으로든 견제하려 할 것이고.”
“황궁에서만큼은 말투를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조용하던 올리비아의 말에 릴리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노력하겠습니다.”
릴리안도 굳이 올리비아와 강하게 부딪치지는 않았다.
릴리안은 이제 생각났다는 듯 한 가지를 요구했다.
“황제…… 아니, 황제 폐하를 만나고 싶은데.”
“아바마마를?”
“그래. 8서클 그 이상의 경지를 보고 있는 사람이잖아. 나는 9서클의 실마리를 잡고 있지 못해 라인하이드 가문의 유적까지도 뒤지고 있는 사람인데 폐하는 그게 아니니까. 인간을 초월한 황제 폐하와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그동안은 적이라 싸우기만 했지만.”
릴리안이 덧붙였다.
“싸우기만 한 게 아니라 정확하게 맞붙지 않기 위하여 도망만 쳤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아바마마께 건의는 해보겠지만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야.”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굳이 릴리안에게 약속했던 라인하이드가 마법서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릴리안도 날 재촉하지 않았다.
마나의 서약이 있으니 내가 발뺌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듯했다.
화기애애한 저녁 식사가 끝날 때쯤 하인 한 명이 급히 내게 다가왔다.
“전하, 대전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아버지와 독대할 시간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