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7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77화(177/278)
177화.
검술을 배운 뒤 올리비아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도 처리할 일들이 많았다. 뷔칸과의 면담도 예정되어 있었는데 나는 뷔칸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수련장으로 향했다.
“수련을 너무 무리해서 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
올리비아의 충고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수련이 아니야. 오전에 수련하면서 실울펜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 정령검술을 연마하면서 정령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고, 동부 원정 경험을 통해 정령들과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야.”
“전하, 설마?”
“맞아. 최상급 정령사가 되기 위해 마나 홀을 늘려보려고. 실패해도 상관없어.”
올리비아가 내 집중을 위해서 입을 다물었다.
나는 숨을 골랐다.
‘마나 홀의 크기가 늘어나면 최상급 정령사가 될 수 있어. 정령의 본질은 이제 한층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아마 마나 홀의 크기가 순식간에 늘어나면 나와 계약한 정령 중 하나는 반드시 최상급 정령이 될 거야.’
수련장 가운데에 앉아 바람의 호흡법에 집중했다. 마나 홀은 이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넓어져 있는 상태다.
마나 홀을 가득 메우고 있는 마나들이 바람의 호흡법을 따라 혈맥을 흐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집중해서 바람의 호흡법을 사용하자 마나들의 흐름이 한층 더 빨라졌다.
‘막혀 있는 곳은 머리 부근. 이 부근만 뚫으면 마나가 흐를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진다. 마나가 흐르는 통로가 넓어지면 강한 마나 흐름으로 기존의 마나 홀을 깨고 새로운 마나 홀을 만들 수 있다.’
마나 홀이 커진다는 건 고무줄처럼 마나 홀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마나 홀을 파괴한 이후 더 거대한 마나 홀을 만드는 일이다.
마나 홀이 작을 때는 파괴와 창조의 과정이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지만, 중급 정령사에서 상급 정령사가 될 때 마나 홀을 파괴하고 다시 만드는 건 어마어마한 통증을 동반했다.
‘하지만 통증 이후 찾아온 창조의 환희는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거대한 흐름의 마나들이 머리 부근의 막힌 벽과 부딪칠 때마다 조금씩 고통을 선사했으니까.
나는 마나 홀의 마나를 계속해서 혈맥을 따라 내보냈다.
고오오오오-!
몸이 뒤틀리는 것 같았지만 고통을 참아내며 마나의 흐름을 더욱 격화시켰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누군가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것 같았다. 엄청난 고통과 함께 순간적으로 정신이 날아가는 느낌이었지만 필사적으로 집중했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머리 부근의 벽이 서서히 갈라졌다.
마나들이 갈라진 틈 사이로 너머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나는 정신이 다시 한 번 아득해졌다.
‘안 돼.’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콰아아아앙-!
기어이 벽이 허물어졌고, 나는 영혼이 하늘로 뽑혀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신비로운 경험이었는데,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고오오오오-!
나는 신비로운 느낌에 사로잡히지 않고 이제는 온몸을 흐르는 마나의 흐름을 바람의 호흡법으로 통제하면서 마나 홀에 담았다.
호흡을 통하여 흡수된 외부의 마나들은 내 몸속 마나들과 만나 마나 홀이 넘치게 담겼다.
그드득-!
마나 홀이 찢어지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다시 한 번 고통이 수반되었지만 머리 부근의 벽을 뚫는 것보다는 훨씬 경미했다.
마나 홀이 완전히 부서지고 새로운 마나 홀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새로운 마나 홀 생성이 끝나고 눈을 뜨자 어느새 수련장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전하, 정말 축하드려요.”
올리비아의 목소리에 나는 모든 과정이 끝났음을 실감했다.
“생각보다…… 상쾌하네.”
마나 홀은 통상 파괴와 창조 과정을 거치면 두 배에서 많게는 네 배까지 커진다.
하지만 지금은 족히 열 배는 커졌다.
느낌만 놓고 보자면 상급 정령 넷의 스킬을 하루종일 사용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이제 마지막 과정이 남았다.
나는 내가 계약을 맺은 상급 정령 넷을 동시에 소환했다.
엘라임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이그니스 그리고 클라임이 나왔다.
“이럴 줄 알았어.”
이그니스는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축하드려요. 맹약의 주인께서 드디어 위대한 길에 입성하셨군요.”
엘라임은 언제나처럼 포근한 미소로 말했다.
클라임은 자신의 성격답게 묵묵히 내게 악수를 건넸는데, 손이 너무 커서 내가 그에게 매달린 꼴이 되어버렸다.
바람이 불어왔다.
뺨을 스치는 바람은 어느 때보다 내게 상쾌한 느낌을 주었고 마나 홀에서 빠져나가는 마나의 흐름은 산뜻했다.
실울펜, 아니 이제는 실피드가 된 늑대는 모습도 한층 더 거대해졌고 바람으로 만들어진 털들이 훨씬 길어졌다.
-시스템이 갱신됩니다.
-태초의 맹약 잠금이 해제됩니다.
-호칭이 상급 정령사 마스터에서 최상급 정령사 비기너로 변경됩니다.
-바람의 동반자 잠금이 해제됩니다.
.
.
.
시스템은 내게 많은 알림을 보냈지만, 나는 실피드에게만 집중했다.
“함께 축하해야 되는 건가?”
나의 말에 실피드가 웃으며 대답했다.
“맹약의 주인 덕분에 왕의 자질을 갖추게 되어 최상급 정령이 되었습니다.”
“다 함께한 덕분이지.”
이그니스가 끼어들었다.
“아직 멀었어. 나도 이프리트가 되고 싶다고.”
엘라임이 대답했다.
“정령계 역사 이래 두 속성 이상의 최상급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는 없었어요. 하지만 맹약의 주인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어요. 저도 엘라임으로 머문 지 꽤 오래되었거든요.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아마도 계속 머물겠죠.”
엘라임까지 은근히 최상급 정령에 대한 욕심을 내비치자 나는 약속했다.
“계속 노력할게.”
나는 궁금하던 점을 한 가지 물었다.
“참, 실피드가 최상급 정령이 되었다면 기존의 최상급 정령은 어떻게 되었어?”
나의 말에 엘라임이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최상급 정령은 정령계에서도 드문 존재지만 단 한 객체만 존재하는 건 아니에요. 여러 최상급 정령들이 있고 그중 한 객체가 바로 왕이 되죠. 실피드가 최상급 정령이 되었고 맹약의 주인과 계약 상태이니 아마 다음 왕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겠네요.”
* * *
최상급 정령사가 되면서 놀라운 점이 하나 있었다.
실울펜만 실피드가 된 것이 아니라 나와 계약한 기존의 모든 바람의 정령들이 한 단계씩 성장했다.
실프는 실페레가, 실페레는 실울펜이 되었다.
그건 엘라임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정령계 역사 최초로 하나의 속성 상급 정령 둘과 계약하는 기염을 이뤄냈다.
기존 실프 다섯이 실페레가 되었고, 실페레 둘이 실울펜이 되면서 자연스레 바람의 상급 정령 실울펜 둘과 계약이 된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실프 다섯과 계약하면서 나는 계약한 정령들이 크게 늘어났다.
바람의 정령만 실프 다섯, 실페레 다섯, 실울펜 둘 그리고 실피드까지.
‘한층 강해졌군.’
저녁 식사 자리에서 모두가 나의 성취를 축하했다.
정령계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지만 대륙 정령사 역사에도 내 이름을 새롭게 새겨졌다.
특히 같은 정령사인 소리스는 놀라움을 넘어 끊임없이 경악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전하.”
“소리스 벌써 백번은 넘게 말한 것 같아.”
“그래도 대단한 건 대단하신 겁니다. 이 사실이 이제 대륙 전체에 퍼지면 숨어 있던 정령사들이 구름처럼 전하께 몰려들 겁니다.”
소리스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숨어 있던 정령사들?”
“네. 대륙에는 정령사들이 많이 없지만 그래도 모두 모으면 그 숫자가 제법 될 겁니다. 대부분이 방랑 정령사로 떠돌고 있지만 전하가 이룩하신 성과는 과거에도 없고 미래에도 없을 어마어마한 성과입니다. 모두가 전하를 한 번이라도 보기 위하여, 한 마디 조언이라도 듣기 위해여 몰려들 겁니다.”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뷔칸.”
저녁 식사 자리에는 뷔칸도 있었는데, 그는 발언을 삼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 수하들만 모인 자리이니 뷔칸은 꽤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거대 상단을 이룩하겠다는 상인답게 주눅들지 않은 자세였다.
나의 부름에 뷔칸이 나섰다.
“네. 전하.”
“내 성과를 자랑하는 것 같아서 겸손한 황태자가 되기 위해 조용히 하려고 했지만 정령사들이 모여들면 내게 큰 힘이 될 거야. 상단 차원에서 적당히 소문을 내주면 좋겠는데.”
뷔칸이 부드럽게 웃었다.
“뷔칸 상단은 대륙 전체로 뻗어나갈 겁니다. 상인들을 통해 소문을 내겠습니다.”
행정의 소리스, 기사단의 게일, 마법 병단의 릴리안, 정보 조직에 헤밀튼, 군사 조직에 켄.
그리고 왕국 연합에도, 제국에도 아직 없는 정령사 조직을 만들 꿈이 부풀었다.
“자, 이제 내 축하는 적당히 마무리하자고. 오늘 뷔칸까지 이 자리에 부른 건 서부 일 때문이야. 피레온 왕국 수도 문제는 지명부터 먼저 정해야 되니까 천천히 진행하고 서부를 본격적으로 키워야 되는 시점이야.”
피레온 왕국 수도가 내 직할령이라면 서부는 나를 지지하는 귀족들의 세력지다.
두 곳 모두 내 기반이 되어 줄 곳이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이라도 소홀할 수 없다.
나는 뷔칸에게 마저 물었다.
“정화의 물 유통 준비는 끝나가나?”
“네. 이미 제국의 귀족들 사이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일부러 백성들에게 공급할 물량부터 준비하고 있어 귀족들이 애가 닳을 겁니다.”
“좋아. 서부에 돈이 돌기 시작하겠어. 몬스터 유통은?”
몬스터 유통이라 해서 좀 표현이 이상하지만 딱히 대체할 말이 없었다.
몬스터 사체, 피 등 몬스터 사냥으로 얻는 수익은 상당하다.
대부분 마법사들이 취급하는데 일부 몬스터는 각종 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고 농사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어둠의 숲 몬스터가 씨가 마를 걱정은 없으니 물량은 서부에서 조절하기 나름이다.
“서부 귀족들이 합심하여 몬스터 사냥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위해서는 좀 더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몬스터 사냥은 위험하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지원해주도록. 뷔칸 상단은 이번 전쟁을 통해 상당한 이득을 보았지?”
“전쟁 자체로만 본다면 아주 큰 이득은 없지만 잠재적 고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전하께서 전폭적으로 밀어주시기 때문에 중앙에서 영향력도 커졌습니다.”
뷔칸의 솔직한 대답에 나는 쓰게 웃었다.
“내 영향력이 줄어들면 뷔칸 상단의 영향력도 줄어드나?”
“아무래도 후원하고 있는 귀족이나 황족의 영향력에 따라 상단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네도 필요한 게 있으면 즉시 말해. 소리스를 통해 보고하고 내가 검토한 뒤 답을 내려주지. 삼대상단 안에 드는 건 가능할 것 같나?”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몇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그건 상단의 역량으로 극복해야 될 점들입니다.”
나는 와인 잔을 들었다.
“좋아. 많은 일들이 풀려가고 있어. 그래도 방심해서는 안 돼. 내가 어릴 때 워낙 많은 사고를 쳐놔서.”
나의 말에 게일이 옅게 웃었다.
“과거는 과거야. 이제는 앞으로 나갈 일만 남았어.”
최상급 정령사가 된 건 나에게 하나의 기점과 같았다.
지금까지는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쳤다.
어느 날 갑자기 아룬 칼 레오드가 되었고 생소한 제국에서 황태자로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달랐다.
이제 나는 황태자의 직위와 생존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지금부터다. 아룬 칼 레오드로서 이 제국의 주인이 되기까지. 왕국 연합으로 간 카렌으로부터 내 제국이 될 이곳을 지키고 비밀 조직 따위에게 휘둘리지 않는 공고한 제국을 위한 걸음이.’
내가 잔을 높게 들자 모두가 일어나 잔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