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7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79화(179/278)
179화.
“슬슬 돈이 모자랄 때가 된 것 같은데?”
나의 말에 소리스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운영을 쌓아 놓은 자금만 가지고 했잖아. 다른 동생들은 막강한 외가의 후원이나 혹은 자체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상단을 통해서 끊임없이 돈이 들어오지. 테드나 첸은 외가 산하 조직을 이용하여 직접 상단을 운영하기도하고.”
황자의 신분으로 상단을 운영하는 건 불법이지만, 다들 눈 가리고 아웅이다.
“휘하 귀족들이 영지를 쥐어짜내어 바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러라고 귀족들에게 조세권을 준 게 아닌데.”
나는 말하면서도 입맛을 다셨다. 이 시대의 제도는 악순환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권력자는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고 권력자에게 줄을 대고 싶은 귀족들은 많은 돈을 위해서 휘하 영지민들을 착취한다.
착취한 돈은 고스란히 권력자에게 흘러들어가고 더 큰 권력을 위해서 사용되며 돈은 항상 모자라다.
“서부 영주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가뜩이나 재정적 자립조차 하지 못하는 영지가 태반인데 손을 벌리는 건 좋지 않은 일이지. 뷔칸을 들어오라고 해.”
“자금은 모자라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야. 나도 알 건 다 알아.”
소리스가 잠시 헛기침을 하며 고민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뷔칸 상단에서 융통한 것도 있고 영애께서 융통해주신 자금도 있습니다.”
“올리비아?”
“만 골드 가량이 부족했는데 올리비아 영애께서 융통해주셨습니다. 앞으로 석 달 정도는 조직 운영에 무리가 없을 것이고 석 달 뒤면 뷔칸 상단도 상당히 안정이 될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분기가 돌아오는 시점이니 황궁에서 자체적으로 지급되는 황태자궁 예산도 그때 맞추어 들어옵니다.”
열심히 설명하는 소리스의 얼굴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올리비아에게 자금 융통을 받은 것을 난감해하고 있군.’
그럼에도 소리스는 솔직하게 내게 보고했고, 나는 소리스가 난감하지 않도록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올리비아에게 융통한 자금부터 빠르게 갚을 수 있도록 뷔칸과 협력해.”
“네, 전하.”
“조직 운영에서 재무는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야. 결국 모든 것들은 돈으로 귀결되는 법이니까. 더구나 앞으로 조직을 더 키워야 하고 돈이 들어갈 일은 더욱 많아. 황태자궁 예산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때도 오게 마련이지.”
“그렇습니다.”
나는 등을 편안하게 기댔다.
“화이트가의 자금력이 좋으니 공식적으로 협력하는 부분도 한번 검토를 해야겠어.”
소리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올리비아에게는 내가 따로 말할게.”
“실은 전하께는 비밀로 하자고 했는데 그래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 이야기했습니다.”
“비밀을 지키지 못한 건 소리스가 잘 이야기해.”
“네. 영애가 오해하지 않도록 잘 처리하겠습니다.”
“어쨌든 신세를 졌군. 화이트가에사람을 보내 제임스 공작님과 점심이나 함께할 수 있나.”
“곧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소리스가 나가고 집무실에 나 혼자 남자,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돈 문제가 벌써부터 튀어나오는군.’
동부 원정을 성공으로 끝마치고 황태자궁 방문을 원하는 귀족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일부 귀족들은 방문 요청도 보내지 않고 다짜고짜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 입구에서 돌려보내는 일도 생겼다.
그들 모두가 새롭게 떠오르는 나라는 권력에 줄을 대기 위한 이들이었고 결코 빈손으로 오지 않았으리라.
그런 귀족들 중 일부만 받아들였어도 모자란 자금쯤은 충분히 거둘 수 있었다.
‘뇌물은 한번 받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 그리고 뇌물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날름 뇌물을 먹었다가 뇌물을 준 사람의 바람을 들어주지 못하면 뇌물은 그때부터 독약처럼 번지기 마련이지.’
나는 적어도 나와 함께하는 이들과의 첫 관계 맺음부터가 뇌물을 주고받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전하, 이황자 전하가 뵙기를 청하옵니다.”
“테드가?”
나는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오전 시간 동안 일만 했더니 몸도 뻐근한 느낌이었고 마침 테드도 왔으니 바깥바람 좀 쐴 겸 문을 열었다.
“테드는 어디 있지?”
“궁 입구에서 전하의 하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원으로 오라 해. 산책이라도 하게.”
“네.”
하인이 종종걸음으로 사라졌고, 나는 옷무새를 다듬은 뒤, 궁을 나갔다.
바깥은 벌써 여름이 다가온 것이 느껴졌다.
‘서부 원정, 동부 원정…… 바쁘게도 살았구나.’
고작 몇 개월에 불과하지만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다.
“형님.”
테드의 목소리에 나는 생각을 지우고 고개를 돌렸다.
“왔나? 좀 걷지.”
내 주위로 자연스레 실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더운 날씨에 실프들은 시원한 바람을 일으켰다.
테드가 살짝 놀라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동부 원정에 함께 가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야. 갑작스레 출발하는 바람에.”
나의 말에 테드가 손사래쳤다.
“아닙니다. 형님께서 승전하시고 돌아와 누구보다 기쁩니다.”
테드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현재 테드의 모습에서 내 기억 속의 무서운 테드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테드는 내 앞에서 극도로 조심하는 태도를 보이고, 말을 할 때마다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다.
‘수행원도 데려오지 않고 혼자 왔군.’
어느 순간부터 테드는 나를 만날 때 기사들을 대동하지 않았다. 자신의 수하를 통해 나를 모욕하는 것이 테드의 취미 중 하나였는데 지금 그런 취미는 싹 사라졌다.
나는 황태자궁 정원으로 들어가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야?”
* * *
테드는 쉽사리 본론을 꺼내지 못했다.
아마도 말하기 어려운 내용인 것 같았는데, 절로 의문이 커졌다.
‘테드가 내게 말하기 어려운 부탁이 있나? 딱히 내게 할 부탁은 없는 것 같은데.’
테드는 모자람이 없는 사람이다. 본인의 능력도 뛰어났고 이황자라는 신분, 애트란 가문이 외가라는 배경까지 가지고 있었다.
충분히 상황에 따라 황태자 직위를 노려볼 수 있는 나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였다.
배경 가문 자체는 첸 역시 오스틴을 외조부로 두고 있어 뛰어나지만 첸은 테드보다 수가 얕다.
‘결정적으로 첸은 테드보다 본인의 능력이 떨어지지.’
내 주위에 소드 마스터들이 둘이나 있어. 테드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일 뿐이지, 테드는 나보다 고작 한 살이 어린데 벌써 최상급 소드 비기너다.
-테드 칼 레오드(Lv65)
-최상급 소드 비기너
레벨이 낮을 때는 거의 사용하지 못했던 상대방 상태창 점검은 이제 아주 유용한 시스템 활용 방안 중 하나가 되었다.
테드의 레벨과 현재 경지가 정확하게 보였다.
-명문가의 후손
-가면술의 대가
테드의 칭호는 두 개인데, 명문가의 후손은 테드의 말 자체에 타인이 자연스럽게 신뢰감을 갖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상당히 좋은 칭호다.
그리고 문제의 가면술의 대가는 테드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칭호인데, 효과가 놀라웠다.
‘대상의 레벨이 자신보다 낮을 경우, 자신이 그리는 자신의 이미지가 상대방에게 완벽하게 인식된다.’
테드 자신은 모르고 있겠지만, 시스템창으로 일목요연하게 보는 내 입장에서는 테드를 대할 때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테드의 스킬 역시 대부분 B~A급 스킬들. 로그의 검술이 굉장히 뛰어남을 가리키고 있었다.
‘속마음이 보이거나 하지는 않는군. 게일 같은 경우는 충성도 같은 게 나왔던 것 같은데.’
레벨이 높아진 이후에도 내가 상대방 스탯을 잘 살펴보지 않은 건 내 수하들의 마음을 수치로 표현하는 시스템 창의 기능 때문이다.
충성도를 굳이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서로 통하는 마음으로 느끼는 게 내 마음에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경쟁자에게도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나는 테드의 상태창을 꼼꼼히 살폈고, 테드가 상당히 성장했다는 사실을 느꼈다.
‘최상급 정령사가 되었다고 마음을 놓을 순 없어. 테드 역시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 천재들이 득실거린다.
당장 올리비아만 보아도 나와 나이가 같은데 소드 마스터다.
“형님.”
테드의 목소리에 나는 생각을 정리한 뒤 대답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인데 편히 해라.”
“네.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외조부 영향력 아래 있는 남부 귀족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런 게 테드의 칭호 효과인가? 아무렇지도 않게 제국의 황태자 앞에서 사사로이 신하의 영향력 아래 있는 귀족이라는 표현을 쓰다니. 모두가 아버지의 신하인데.’
나는 나름대로 테드가 현실을 내게 솔직하게 말한다고 인정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다.
“베레곤 공작을 따르는 귀족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제국의 모든 귀족들은 아바마마의 신하이고 제국의 귀족이다. 베레곤 공작님의 신하도 아니며, 애트란 가문을 섬기는 신하도 아니야.”
테드가 살짝 표정을 굳혔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사사로이는 네 외조부이니 평소처럼 편안하게 말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지. 하지만 평소에도 네가 명심했으면 좋겠군.”
나는 테드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제국의 이황자다. 황가의 일원이라는 뜻이지. 애트란 가의 일원이 아니라.”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그 정도로 경고를 그치고 물었다.
“그래. 남부 귀족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남부 쪽은 평화로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부에서 일어난 사건은 다른 국가와의 갈등이 아니었고, 동부 전선은 피레온 왕국 정복을 통해 많이 정리 되었다.
제국 남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은 국가라기보다는 일종의 연합체가 모여 있는 곳이다.
‘그 연합체 전력이 어마무시하다는 게 문제지.’
아버지조차 남부 연합체들을 정리하려면 제국의 국력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진단한 상태였다.
“남부 연합체들이 자주 국경을 넘는 모양입니다.”
“그래? 아바마마는 알고 계신가?”
“아무래도 귀족들이 외조부께만 도움을 청하고 아바마마에게는 쉬쉬하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욕설을 뱉을 뻔했지만 나는 가까스로 억누르고 대답했다.
“그 문제는 대전에서 당연히 논해야 될 문제이고 네 개인적으로 내게 부탁할 만한 것이 있나?”
“형님께서 대전에서 공론화해 주십시오. 외조부는 남부의 소란이 아바마마 귀에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는 모양이십니다.”
나의 얼굴이 절로 굳어졌다.
이건 부탁 이상의 요구였다.
내가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순간 베레곤 공작과의 정치적 대립은 피할 수 없었다.
물론 베레곤 공작과 나는 이미 서로 함께할 수 없는 사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전에서 본격적으로 베레곤 공작과 맞붙는 건 내게도 여러 가지 위험을 감수해야 되는 사안이다.
나의 얼굴을 살피던 테드의 말이 이어졌다.
“애트란 가문의 차기 가주가 황궁으로 올라왔다가 남부의 소동으로 인해 다시 내려갔습니다. 아마 외조부님의 특명을 받았겠죠. 그리고 남부의 소란이 조용히 마무리되면 애트란 가문의 후계는 공고해질 겁니다.”
테드의 말 속에 숨은 뜻은 나를 절로 긴장시켰다.
“너 설마?”
“지금의 차기 가주는 저와 맞지 않습니다. 그는 애트란 가문의 가주보다 더 큰 권력을 원하는 사람입니다. 외조부는 저를 꼭두각시로 생각하시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다르죠.”
내가 표정을 굳혔다.
“지금 나를 이용해 애트란 가문의 차기가주를 흔들겠다는 뜻이야?”
“공론화시켜 주신다면 제가 남부로 직접 내려가겠습니다. 황가의 일원으로서 저도 제국에 뭔가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이것 봐라? 날 이용해서 애트란 가문과 힘겨루기를 하겠다는 이야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