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8화(18/278)
18화.
쾅-!
어깨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켄이 호오, 놀라며 잠시 뒤로 물러났다.
“혼신의 일격이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막으시네요.”
나는 켄의 말에 울컥했지만,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놀리나?”
“설마 제가 전하를 놀리겠습니까. 순수한 감탄입니다. 하급 정령 운디네로 제 일격을 방어하신 것은 분명 놀라운 일입니다. 전하의 반응 속도 역시 제 상상 이상이고요.”
켄이 검을 고쳐 잡았다.
그저 가만히 검을 들고 날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나는 거미줄에 걸린 나방인 양 답답하고 괴로웠다.
기세.
실력자는 무형의 기운으로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금 켄이 기세로 날 짓누르듯이.
막상 실제로 느끼니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굉장했다.
‘시원한 바람이라도 분다면…….’
생각과 동시에 마나홀이 움직이며 실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실프는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켄이 뿜어내고 있는 무형의 기세를 걷어냈다.
켄이 검을 꽉 쥐며 빙그레 웃었다.
“역시 범상치 않으신 분이군요.”
켄은 자신의 기세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곤 다시 한 번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두 눈을 똑바로 뜨며 켄에게 집중했다.
조금 전 그의 움직임을 완전히 놓쳤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하게 운디네를 부르지 않았다면 아마 어깨가 박살났을 것이다.
‘켄이 그 정도로 심하게 하지는 않았겠지만…… 장담할 순 없는 노릇이지.’
켄은 진심이다.
강자와의 대결에서 어떤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지, 짧은 방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탓-!
켄의 신형이 흔들렸다.
바람의 호흡법을 연마한 뒤로 단순 시력이 좋아진 게 아니다. 내 몸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듯 동체시력이 놀라울 정도로 발달했다.
‘오른쪽 옆구리.’
이번에는 켄이 공격 방향을 말하지 않았지만 검의 방향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나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보법이라도 하나 배우면 좋을 것 같은데.’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었지만, 이내 운디네를 불렀다.
“운디네!”
동시에 실프도 부렸다. 언제까지 방어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운디네와 함께 옆구리를 방어하는 물의 장벽를 생성했고 동시에 실프의 몸이 칼날이 되어 켄의 빈틈을 노렸다.
켄의 검이 횡으로 움직였다.
캉-!
켄은 자신을 방해하는 실프부터 쳐냈다.
나는 커억, 입에서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나홀이 완전히 꼬이는 기분이었지만 고통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켄은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매서운 기세를 뽐내며 나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나는 어설프게 뒤로 물러났다.
켄의 검이 워낙 빨라 마치 사방으로 번지는 듯 보였다.
“실프!”
물의 장벽의 방어력을 믿고 나는 도박을 벌였다.
운디네에게 스킬에 필요한 마나만 공급하고 실프 둘에게 남은 마나를 모조리 주입했다.
고오오오-!
켄은 자신의 뒤를 노리는 섬뜩한 기운에 순간적으로 몸을 돌렸다.
카아아앙-!
실프 하나의 공격을 막자 다른 실프가 연이어 켄을 노렸다.
캉-!
켄이 모든 공격을 막는 순간 내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다리에 힘을 잃고 곧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켄은 후우, 숨을 몰아쉰 뒤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정령들은 이미 모두 정령계로 돌아간 뒤였다.
한두 번의 공방일 뿐이었지만 내 마나홀은 텅텅 비어 있었고, 마나홀이 있는 단전은 찢어질 듯 아팠다.
켄이 손수건을 내밀었다.
나는 켄의 손수건을 받은 뒤 입을 닦았다.
“너무 강하게 나온 거 아니야?”
“봄 평가 대회는 제국의 모든 실력자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황태자라는 신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켄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짐작되었다. 나는 잠자코 켄의 말을 들었다.
“참가자들에게 중요한 건 황제의 눈에 드는 겁니다. 특히 검을 사용하는 자들, 자칫 검사와 기사라는 인간들은 누구보다 황제에게 잘 보이고 싶을 겁니다. 출세와 명예도 있지만…… 검을 든 자라면 황제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켄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검을 들면 아바마마를 존경할 수밖에 없다라…….”
“폐하의 정책, 성정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폐하께서 이룩하신 위대한 경지 자체가 검을 든 이들에게 주는 감명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니까요. 봄 평가 대회는 꿈에 그리는 폐하에게 자신을 증명하는 자리입니다. 상대가 황태자라면 더더욱 평소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겠죠. 전하께서는 그런 사람들과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켄은 검을 집어넣으며 싱긋 웃었다.
“앞으로는 제가 매일 대련해 드리겠습니다. 피까지 토하셨지만 마나홀이 한계를 넘은 마나 운용에 찢어진 것뿐이니 금세 아물 겁니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마나홀을 자극하면 자연스레 홀은 커지고 더 단단하게 마나를 운용할 수 있죠. 아마 이런 수련은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켄이 덧붙였다.
“아, 물론 게일 기사님에게는 비밀을 지켜주시라 믿습니다. 이런 방법을 전하를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일 거거든요.”
나도 모르게 웃었다.
켄,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게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 * *
오늘로서 한 달이 지났다.
하루도 수련을 쉬지 않았고 덕분에 한 달 수련 퀘스트가 완료되어 보너스 스탯 5가 지급되었다.
“얼마 전에 100을 한꺼번에 써서 그런가? 이제 보너스 스탯 5는 얼마 되지도 않는 것 같네.”
나는 저녁을 먹으면서 피식 웃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았다. 이제 아룬 칼 레오드로 사는 것도 완전히 적응했고, 동기화 덕분에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지도 않았다.
폴리시아 꽃이 들어간 소스에 스테이크를 썰어 듬뿍 묻혀 먹었다.
맛이 상당히 좋았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고 마나홀도 커지니 일석 삼조인가?’
후에 주인공 카렌이 발견하는 폴리시아 군락이지만 내가 먼저 가로챘다. 딱히 죄책감 같은 건 느끼지 않았다. 카렌의 기연은 수십, 수백 가지이고 그중 내가 하나를 먼저 선점하였다고 하여 카렌이 곤란을 겪을 경우는 없으니까.
“켄은…… 다른가?”
켄은 주인공 카렌의 동료들 중에서도 상당히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굳이 내가 켄에 관해 죄책감을 느낄 이유는 없었다. 알고 있는 정보를 활용하지 않는 건 어리석은 일이고, 내가 켄을 협박하거나 혹은 음모로 사로잡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범위와 내 능력 그리고 미래 제시와 같은 것으로 켄을 사로잡았고 내게 충성을 바친 건 어디까지나 켄의 선택이니까.
“보자, 또 활용할 수 있는 게…….”
나는 저녁 식사를 마무리 한 뒤 나만의 노트를 꺼냈다. 기억력이 좋아 내 노트는 빼곡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역시 주인공 카렌과 그가 만나는 기연들, 동료들에 관한 부분 그리고 최종 보스 론 칼 레오드에 관한 내용들이다.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지식은 별로 없었다. 지금 시기 자체가 내가 간단히 몇 줄이나 혹은 몇 장면 정도로 넘어간 론 칼 레오드의 2차 정복 전쟁 직전 시기였기 때문이다.
내게 큰 위협으로 다가온 봄 평가 대회, 이황자 테드, 칠황자 첸에 관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나는 노트를 덮으려다가 이내 한 가지 결정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봄 평가 대회에서 우승한 테드는 론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아룬의 황태자 자리가 위태로웠고 제국의 귀족들은 무능한 황태자를 몰아내고 테드를 올려야 된다는 여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내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다.
그래, 이 시기의 분량이 얼마 되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이유는 바로 내가 황궁 밖으로 쫓겨나기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기며 고민에 잠겼다.
‘내가 썼지만…… 이 세계는 살아 있는 세계이고 모두 현실이다. 내가 쓴 론 칼 레오드와 실제로 만난 내 아버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어. 테드를 선택한 건 아버지가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귀족들, 제2차 정복 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고서야 아버지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최소 인간의 한계를 넘어 자신이 연마한 무술에 ‘마스터’라는 칭호를 받아야만 아버지는 눈길을 준다.
예를 들어 게일처럼.
하지만 테드는 다르다. 그가 범상치 않은 재능을 지녔고, 내가 서술하기로 론의 재능을 가장 많이 물려받았지만 봄 평가 전후로 소드 마스터가 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황태자가 교체되는 건 내 무능력과 더불어 2차 정복 전쟁을 위한 명분이지 않을까?
“2차 정복 전쟁을 귀족들은 반대하고 있으니까.”
전쟁이 일어나면 황권은 자연스레 강해진다. 가뜩이나 아버지는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고, 실력 그 자체로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강력한 영향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었다.
만약 2차 정복 전쟁의 결과로 일부 제국에 반하는 왕국마저 정복하면?
아버지, 론 칼 레오드는 역사에 남을 제국의 주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실제로 2차 정복 전쟁도 승리하고.”
나는 일련의 정보들을 정리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을 짚어냈다.
‘단순히 첸을 이기는 게 아니라 우승해야 되겠는데?’
봄 평가가 끝나면 곧바로 내 성년식이다.
즉, 성년식까지도 지금의 내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면 지방으로 쫓겨나는 게 확실하다는 뜻.
나는 앞으로의 수련을 좀 더 궁리하기 위하여 상태창을 켰다.
똑똑-!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어쩔 수 없지 잠시 상태창을 종료했다.
“전하, 게일입니다.”
게일이었다.
“들어와.”
게일이 들어온 뒤 문을 닫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한밤중에 찾아오는 일이 거의 없는 게일의 모습에 내가 호기심을 담아 물었다.
“무슨 일이야?”
“오후에 폐하께서 부르셔서 잠시 다녀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움찔 몸이 떨렸다.
게일의 말과 동시에 퀘스트가 떠올랐다.
-A 보이지 않는 손길로부터의 해방 : 봄 평가 대회까지 암살 시도로부터 생존
└보너스 스탯 300, B급 이상의 스킬, 랜덤 재능 개방
어마어마한 보상이 걸려 있는 어려운 난이도의 퀘스트다.
아니나 다를까, 게일이 안타까움을 담아 말했다.
“폐하께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무슨 명령?”
“최근 서쪽 국경에서 활동하는 마적단을 정리하라는 명령이십니다.”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나도 모르는 전개다.
‘내 영향인가?’
게일의 말이 이어졌다.
“단순한 마적단이 아니라 현자급 마법사까지 포함된 마적단이라는 정보입니다. 아무래도 알비아 왕국이 의심된다고 하시면서…… 정확한 배후에 관한 정보를 캐오면 폐하께서는.”
그 뒤 말은 내가 대신했다.
“2차 정복 전쟁 명분으로 활용하실 모양이군. 그럼 게일을 선택한 이유도 수긍이 가.”
다른 귀족들의 영향을 받는 실력자를 보내면 배후에 관한 정보를 왜곡할 수 있다. 그렇다고 황궁 기사단을 보내기에는 ‘마적단’이라는 규모 자체가 너무 작다.
현자급 마법사 즉, 5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포함된 마적단이라고 하지만, 고작 마적단에 제국의 황궁 기사단이 직접 움직이는 건 우스운 일이니까.
그래서 게일은 최선의 선택이다.
마적단을 청소할 수 있는 실력자이자, 전쟁을 반대하는 귀족들에게도 영향 받지 않는 기사이기 때문이다.
‘역시…… A급 퀘스트인가? 게일이 자리를 비울 거라 예상했지만 이토록 빠르다니.’
내가 침울하다고 느끼는 모양인지 게일이 빠르게 말했다.
“하루빨리 정리하고 복귀하겠습니다.”
아무리 게일이 내게 충성하는 기사이지만, 제국인으로서 황제의 명령을 거부할 순 없었다.
게일이 한 가지를 더 말했다.
“그리고 테드 이황자로부터 황태자궁 방문에 대한 공식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테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