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81)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81화(181/278)
181화.
나는 카렌에게 여러 가지 별명을 붙였다.
영웅, 수호자 등 대부분 자신의 숭고한 희생을 통해 악의 본거지 제국으로부터 평범한 사람을 구하는 그의 정신을 기리는 말들이었다.
막상 내가 엘라임에게 균형의 수호자라는 말을 들으니 단어가 갖는 무게감에 짓눌렸다.
‘맹약의 주인이라!’
나는 카렌과 같은 영웅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도 아니다. 특별하다고 말하면 특별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나의 정신력이나 신념 같은 건 솔직히 카렌과 비교할 수 없다.
일단 정령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생각에 빠졌다.
‘비밀 조직은 마왕을 숭배한다. 마계의 힘이 중간계에서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이겠지. 고작 마왕을 숭배하는 조직이 대륙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니.’
그리고 비밀 조직은 현재 시점에서 나의 가장 강력한 적이다.
테드와 첸을 비롯한 동생들은 황태자 직위를 놓고 경쟁자에 불과하다. 카렌은 언젠가 만나게 되겠지만 그 역시 한 명의 인간이고, 나와 직접적으로 어떠한 원한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다.
반면 비밀 조직은 나의 실질적인 적이며, 그들은 나의 어머니를 저주하여 죽였다.
‘마치 운명인 것 같군.’
어느 정도 정리가 되니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테드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대전 회의에 참석해야겠군.”
경쟁자들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황태자 직위를 놓고 하고 있는 경쟁에서 이미 한참이나 앞서 나가고 있으며, 승리할 자신도 있었다.
카렌의 성장은 두려운 일이지만 나도 충분히 재능을 갖추고 있으며 나는 카렌에게 없는 막강한 배경을 소유했다. 황태자라는 직위, 능력 있는 수하, 무엇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남자를 아버지로 두지 않았는가.
‘릴리안이 그레니안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끼리도 회의를 해야겠군.’
그레니안은 피레온 왕국 옛 수도에 새롭게 붙은 지명이다.
나는 수련장에서 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침 오늘 오후 대전 회의가 있을 예정이었고 당연히 나도 참석하라고 통보를 받았다.
오늘 대전 회의에서 테드의 부탁을 들어줄 참이다.
‘애트란 가문의 차기 가주 미첼이라!’
미첼에 관해서 아직 정보가 부족하지만 조만간 헤밀튼이 보고를 올릴 것이고, 현재까지 알고 있는 건 그가 아버지보다 더욱 야심찬 인물이라는 정도다.
애트란 가문의 가주로 만족하지 못하고 황가의 성을 레오드가 아니라 애트란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인물!
베레곤 역시 미첼과 같이 자신의 성을 황가의 성으로 만들고 싶어 하지만, 베레곤은 미첼과 다르게 아버지의 위대함이 얼마나 대단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베레곤은 항상 신중하다.
‘테드의 말만 들어보면 미첼은 자신의 야심을 숨기지 않는 편인 것 같은데.’
황가의 성을 바꿀 욕심을 내비치는 건 반역이다.
지금까지 미첼이 무사한 건 적어도 자신의 편이 확실한 이들에게는 야심을 숨기지 않지만 외부에는 철저히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궁에 도착하자 나는 옷을 갈아입고 몸을 단정히 한 뒤 데이비드, 리오덴의 수행을 받으며 대전으로 향했다.
“훈련은?”
나는 대전으로 가는 길에 두 사람의 근황을 물었다.
게일은 동부 원정에서 돌아온 뒤 더욱 강하게 휘하 기사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요새 훈련량이 더욱 늘었습니다.”
리오덴의 대답에 나는 웃으며 물었다.
“힘드나?”
“힘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실력도 늘어났습니다. 게일 단장은 자신의 검술은 물론이거니와 마나 호흡법까지 공유하면서 가르쳐 주고 있으니 훈련이 힘들다고 누구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나는 혀를 내두르며 놀랐다.
검술과 마나 호흡법을 공개하는 건 기사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과 다름없는데 게일은 거리낌없이 단원들에게 전수하는 모양이다.
“대단하군.”
“네. 덕분에 저도 답보 상태에 있던 검술이 크게 늘었습니다.”
데이비드도 고개를 끄덕이며 리오덴의 말에 동의했다.
수하들이 강해지는 건 기쁜 일이다.
나는 두 사람을 격려하고 칭찬하며 걸었다.
어느새 대전에 도착한 뒤 두 사람을 수행원들이 대기하는 곳으로 보냈다.
대전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많은 귀족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의 등장에 모두가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나도 적당히 인사를 받아준 뒤 나의 자리로 이동했고, 제임스가 말을 걸었다.
“오셨습니까?”
“아, 네.”
“대공을 이루셨다 들었습니다. 감축드립니다.”
제임스 공작의 말에 대전의 소란이 잠시 줄어들고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건 이제 꽤 익숙했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제임스 공작 말에 대답했다.
“작은 성취입니다.”
“한계를 벗어 진정한 초인의 길로 나아가는 건 결코 작은 성취가 아닙니다. 이 시대의 최상급 정령사는 전하께서 최초로 이룩하신 성과입니다.”
오스틴 공작도, 베레곤 공작도 내게 축하를 건넸다.
‘최상급 정령사는 소드 마스터와 동급으로 여겨진다. 확실히 귀족들이 경악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지.’
대부분의 귀족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경외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대전에 들어왔다.
모두가 입을 다물었고 고개를 숙였다.
황좌에 앉은 아버지가 가장 먼저 내게 입을 열었다.
“최상급에 올랐다지?”
역시 황궁은 소문이 빠르다. 귀족들이알고 있는 사실을 아버지가 모를 리 없었다.
“네. 폐하.”
“좋군. 그럼 이제 슬슬 성년식 준비를 해야지?”
모두가 숨을 죽였다.
아버지의 말은 하나의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황태자 직위에 관한 경쟁은 끝났다.
* * *
그 누가 반대하기도 전에 아버지는 다른 화제를 꺼냈다.
“남부 연합체의 움직임이 최근 들어 심상치 않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지금 남부 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건 누구지?”
아버지의 질문에 내 성년식에 관한 이야기는 저절로 막혀버렸다.
“미첼 기사와 세르바체 변경백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느 귀족의 말에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첼은 베레곤 공작의 아들이지?”
베레곤 공작이 대답했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미첼 기사가 지금 세르바체 변경백 밑에서 기사직을 맡고 있는 건가?”
베레곤이 공손하게 말했다.
“현재 중앙과의 연락을 담당하고 있으며 세르바체 휘하에서 기사단 하나를 맡아 남부 연합체 국경 정찰을 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남부 연합체 놈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건가?”
“미첼의 보고에 따르며 남부 연합체가 국경을 넘는 횟수가 작년에 비해 훨씬 증가했고 그들이 동원하는 병사의 숫자 역시 단순한 정찰을 넘어서 중규모 부대를 편성하여 도발하는 등 도발수위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아버지가 턱을 비스듬히 기댔다.
제임스 공작이 나섰다.
“최근 서부의 일과 동부 전선의 전쟁으로 백성들이 많이 지쳐 있습니다. 남부 연합체와의 전면전은 현재 제국의 사정을 고려 할 때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제임스 공작의 생각은 뭔가? 제국의사정이 어렵다하여 남부 연합체의 도발을 계속 받아준다면 제국의 권위와 황가의 권위가 떨어질 수 있다.”
“세르바체 변경백은 뛰어난 인물입니다. 그에게 남부 전선을 확실히 안정시키라고 하시면 그는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하지 않겠습니까?”
세르바체에게 힘을 실어주라는 제임스 공작의 권유에 아버지는 고민에 잠겼다.
‘테드의 말과 다르게 아버지는 이미 남부의 소란을 어느 정도 알고 계신다. 아버지의 정보력은 다른 공작 가문들보다 월등하다.’
아버지의 절대 권력은 본인의 막강한 힘은 물론이거니와 그 끝을 알 수 없는 정보력이 뒷받침 되어 완성된다.
귀족들보다 언제나 한 발 빠르게 정보를 알고 있으니 귀족들은 아버지를 두려워 할 수밖에 없었다.
“세르바체 변경백 홀로 모든 짐을 지기에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내가 입을 열자 귀족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미 나는 대전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고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이제 예전과 달리 정치적 영향력이 크니까.
제임스 공작과는 조금 다른 의견에 귀족들은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족들이 볼 때 제임스와 나는 이미 한 배를 탄 사이나 마찬가지니까.’
나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세르바체 변경백은 오랫동안 남부 전선을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미첼 기사가 그곳에 합류하면서 남부 전선은 더더욱 든든해졌습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버지의 말에 베레곤이 움찔 몸을 떨었다. 미첼을 평가절하하는 말일 수도 있기에 베레곤의 심정이 좋을리 없었다.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황가의 일원이 남부 전선에 합류하여 남부 병사들의 사기를 드높이고 남부 연합체에 확실한 경고장을 보내면 어떨지요.”
“황가의 일원?”
아버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가의 일원이 남부로 내려가면 두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앞서 말했듯 그곳의 병사들의 사기가 높아질 겁니다. 황가가 직접 자신들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몸소 느낄 건 황가의 일원이 직접 합류하는 것이니까요.”
귀족들이 집중했고 아버지 역시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두 번째 이점은 바로 남부 연합체의 도발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나 혹은 테드와 같은 황자가 세르바체 변경백 진영에 합류하면 그들의 도발은 단순 도발이 아니라 제국에 대한 전면전을 각오했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호오.”
아버지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나는 일부러 테드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마음 같아서는 제가 직접 남부 내려가 제국 황가의 이름을 드높이고 남부 연합체의 도발을 막고 싶지만 이미 저는 폐하께 받은 임무가 있으니 다른 황자를 내려 보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사료됩니다. 이제 다른 황자들 역시 경험을 쌓을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오스틴 공작이 나섰다.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 아직 다들 어리십니다.”
“저는 서부의 일을 해결했고 동부 전선을 안정화시켰습니다. 어리다는 건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어리기 때문에 더 전선에 나가야 합니다. 황가가 국경 문제에서 몸을 사린다면 누가 있어 제국을 지키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겠습니까?”
연설과도 같은 나의 유수한 말에 오스틴 공작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베레곤 공작은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의 눈빛에서는 아무 것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내가 테드를 보내는 이유를 짐작하는군.’
미첼이 괜히 남부에 공을 들이고 있겠는가. 남부 귀족들이 모두 베레곤의 영향력 아래에 있고 심지어 세르바체 변경백도 마찬가지다.
세르바체 변경백은 정복 전쟁 당시 베레곤 공작 휘하에서 많은 공을 세웠던 사람이다. 베레곤의 개인 신하라 하여도 크게 무리가 없었다.
‘정복 전쟁 당시 세르바체는 베레곤의 기사였으니까. 비록 애트란 가문 출신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꽤 일리 있는 말이군. 황태자가 직접 가는 건 나도 무리라고 생각한다. 동부 전선을 맡았으니 그곳에 신경을 써야지 새로운 전선까지 내려가는 건 무리다. 그럼 황자들 중 지원자들을 받도록.”
나의 의견이 단숨에 통과되자 오스틴공작이 다시 한 번 반발하려 했지만 아버지가 손을 들었다.
“자, 그 이야기는 거기까지. 남부 연합체와 전면전도 아니고 국경 도발을 잠시 억누르기 위한 가벼운 파견이다. 일을 더 키우지 말도록. 그리고 제임스 공작.”
“네. 폐하.”
“영애는 성년식을 치렀지?”
갑작스러운 올리비아 이야기에 제임스 공작은 물론이거니와 나도 그리고 다른 귀족들도 긴장한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얼마 전에 성년식을 치렀습니다.”
“그럼 됐군. 한 달 뒤 황태자 성년식을 치르겠다. 성년식과 동시에 영애와의 결혼식도 진행한다.”
“폐, 폐하.”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왜 문제 있나?”
“그건 아니지만 아직…….”
나는 차마 올리비아와 서로 마음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말하지 못했다. 이 시대의 결혼, 특히 귀족들의 결혼에서 서로의 마음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제임스 공작이 결혼을 제안했고, 아버지가 받아들였다.
그것으로 끝난 것이다.
‘올리비아를 만나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