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8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82화(182/278)
182화.
대전 회의가 남부 연합체 도발에 관한 대응이 주된 내용으로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의 결혼이 모든 것을 삼켰다.
‘최근 제임스 공작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조용하던 제임스 공작이 대전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여러 귀족들이 제임스 공작을 의식하기 시작했어.’
나는 황태자궁으로 돌아온 뒤 침실에서 홀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여러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혼자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화이트 가는 제국 건국 이전만 하더라도 왕가였다.
현재 제국의 수도를 기반으로 주변 지역을 영토로 가지고 있었던 화이트 왕가가 아버지의 영향력이 커지기 무섭게 고개를 숙이고 나라를 바쳤다.
당시 제임스 공작은 국왕이었고 제임스 공작의 결정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다.
‘그는 누구보다 시류를 읽는데 뛰어난 사람이다.’
“전하, 제임스 공작이 뵙기를 청합니다.”
“공작님이?”
나는 몸을 일으킨 뒤 말했다.
“집무실로 모셔라.”
예상하지 못했던 제임스 공작의 방문에 나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집무실 문 앞에 마침 도착한 제임스 공작과 마주쳤다.
“공작님!”
제임스 공작이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빙그레 웃었다.
“전하.”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십니까.”
“전하께 여러 가지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갑자기 찾아와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들어가시죠.”
나는 집무실 문을 열려다가 이내 제임스 공작에게 제안했다.
“좀 걸으면서 이야기 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저는 좋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임스 공작과 함께 황태자 궁 정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행하는 하인들을 물리고 제임스 공작과 나란히 걸었다.
주위가 조용해지자 제임스 공작이 입을 열었다.
“오늘 대전에서 폐하의 말씀은 저 역시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역시 이야기할 주제는 나와 올리비아의 결혼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네. 저도 남부 연합체에 관한 내용이 주된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게 저와 영애의 결혼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가 전하께 결혼을 제안 드린 건제가 시류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걸으며 제임스 공작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많은 이들이 왕국을 포기할 때 반대했습니다. 우리의 국력이면 이제 갓 지방에서 세를 넓히고 있는 당시의 폐하를 막을 수 있다고요. 겉으로 볼 때는 분명히 그랬습니다. 왕국의 기반은 튼튼했고 화이트 왕가에 인재는 많았으며 백성들 역시 충성심이 높았으니까요.”
제임스 공작이 직접 옛 이야기를 거론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제임스 공작의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폐하와 처음 만나던 날, 저는 다른 사람의 의견 같은 건 고려하지 않고 오직 제 생각대로 나라를 바쳤습니다. 폐하께서는 막을 수 없었던 시류였기 때문이지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영애와 결혼을 제안하신 건 저의 영향력 증대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 보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가문의 보존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소 명예가 실추된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살아남는 과정에서 명예가 실추되더라도 끝내 살아남으면 실추된 명예조차 어느 순간 영광이 됩니다. 제가 나라를 바친 게 당시에는 어리석은 짓에 불과했지만 현재 화이트 가는 제국의 수호 가문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지요.”
제임스 공작의 성격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말이었다. 그는 흐름에 굳이 역행하려 드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가문의 보존 자체를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귀족들은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죽음과 같은 동선으로 놓고 끔짝하게 혐오하지만, 제임스 공작은 그런 고정 관념에 흔들리지 않는다.
“전국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지만 대륙은 여전히 불안한 정세가 하루하루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름을 날렸던 가문이 내일은 잿더미가 될 수 있지요. 북부의 소드 마스터 가문들은 찬란하게 빛나던 역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폐하의 분노를 피하지 못해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전국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는 제임스공작의 말은 내게 묘한 느낌을 주었다.
“폐하께서는 언젠가 대륙을 통일하실 겁니다. 외부의 적은 문제가 아닙니다. 진짜 위험한 적은 바로 내부의 적입니다.”
제임스 공작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모두가 폐하의 권력에 짓눌린 것 같지만 명가의 자존심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들의 탐욕은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과감하여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지라도 달려듭니다. 예를 들어 애트란 가문의 차기 가주가 황가의 성을 바꾸고 싶어하는 것이 있겠지요.”
“공작님.”
테드와도 이야기했던 내용이지만 애트란 가문이 역심을 품고 있다는 건 쉽게 말할 내용이 아니다.
듣는 귀가 주변에 없다고 하지만 자칫 이런 내용들이 베레곤에게 흘러들어가면 그는 우리의 의심을 빌미로 역공을 취할 수 있었다.
미첼이 역심을 품고 있다는 것, 베레곤 공작을 비롯하여 오스틴 공작, 귀족파 귀족들의 역심에 가까운 마음은 어디까지나 증거가 없는 짐작이다.
정치에서 짐작만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제임스 공작이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내부의 적은 언젠가 문제를 일으킬 거고 전국 시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전쟁이 제국을 덮칠 겁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전하께서 성장하셨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전하의 성장에 다들 놀라고 있지만 저는 그 안에서 또 하나의 흐름을 보았습니다. 베레곤 공작을 필두로 오스틴 공작 그리고 애매한 위치의 얀 공작도 결국은 베레곤, 오스틴 공작과 함께할 겁니다.”
제임스 공작이 말을 맺었다.
“화이트가가 보는 시류는 귀족파 귀족과는 다릅니다. 저는 폐하의 시류에 이어 전하의 시류를 보았고 화이트 가는 전하와 함께 제국 최고의 가문으로서 유일하게 이름을 빛낼 것입니다.”
* * *
어제와는 느낌이 다른 오늘, 올리비아는 어김없이 수련을 위하여 황태자궁을 찾아왔다.
제임스 공작도 함께 왔는데 나의 정령검술을 한 번 보고 싶다고 부탁했다.
나는 올리비아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괜스레 얼굴이 화끈 거리는 것 같았지만, 제임스 공작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수련장이 무척 좋군요.”
제임스 공작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올리비아는 나와 다르게 평소처럼 말했다.
“오늘은 반격에 대해 가르쳐 드릴 게요. 검술에서 반격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녀요.”
올리비아의 세심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녀와 정말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전하.”
제임스 공작이 나섰다.
“네? 아, 네. 공작님.”
올리비아는 내가 집중하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없어.”
분명 그녀도 어제 대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을 건데 나만 너무 감정적으로 격해져 있는 건 아닐까?
여러 의문이 들려는 찰나, 제임스 공작이 수련용 목검을 올리비아에게 받은 뒤 말했다.
“전하의 실력을 견식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대련을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내가 놀라며 묻자 제임스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께는 미치지 못하고, 화이트 가 검술 자체는 올리비아가 더 훌륭하게 펼치지만 소신 역시 나름 검에 일가견이 있으니 대련하면 전하께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나는 굳이 거부하지 않고 나섰다.
“제임스 공작님과의 대련이라면 물론 감사하죠.”
“게일 단장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수련장 주위에 있던 하인들에게 나는 게일을 불러오라고 말했다.
제임스 공작이 가볍게 몸을 푸는 사이게일은 물론 기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졸지에 구경꾼들이 엄청 많아진 것이다.
모두가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제임스 공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4대 공작 중 한 명이며 소드 마스터, 굉장한 실력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제임스 공작의 실력을 두 눈으로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저는 한계를 넘어 초인의 경지로 접어든 이후 단 한 번만 전력을 다하여 전투를 치렀습니다. 바로 폐하를 상대했을 때지요. 그 전까지는 나름대로 제가 대륙의 최강자 중 한 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누군가는 침을 삼켰고 누군가는 집중했으며 어느 기사는 흥분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퍼진 소문은 릴리안까지 수련장에 방문하게 만들었다.
“베레곤 공작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같은 마스터였지만 그와 저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죠.”
제임스 공작이 목검을 비스듬히 들었다.
시작하겠다는 신호다.
나는 정령들을 소환했다.
실피드가 소환되면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최상급 정령을 두 눈으로 목격하는 건 일생에서 가장 진귀한 경험 중 하나니까.
‘어설프게 정령검술을 사용하는 건 제임스 공작에게 통하지 않는다.’
제임스 공작은 내가 상대했던 사람들 중 아버지를 제외하고 가장 강하다.
“베레곤 공작은 에릭과의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여전히 저와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나이가 무색하게 계속 강해지는 중입니다.”
제임스 공작의 말은 오직 나에게만 들리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구경꾼들이 듣기에는 민감한 내용이니 제임스 공작이 알아서 목소리를 차단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겠습니다.”
제임스 공작의 목검에 오러가 깃들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왔다.
목검에 오러를 덧씌우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실피드가 무섭게 제임스 공작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내가 전력을 다한다 하더라도 제임스 공작은 부상도 당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나와 제임스 공작의 차이는 현격하니까.’
아버지와 비견될 정도의 검술을 가진 사람이 아닌가.
나는 마음 놓고 공격을 펼쳤다.
실피드가 바람의 사슬을 사용하자 수련장의 공기 흐름이 완전히 바뀌는 것 같았다.
수십 개가 넘는 바람의 사슬이 제임스 공작을 향해 일제히 쏟아졌다.
동시에 클라임이 땅을 흔들었다.
대지의 포효로 제임스 공작의 발을 묶을 심산이었다.
소드 마스터와 대결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될 점은 오러 블레이드가 아니다.
‘현란한 움직임을 막아내지 못하면 제임스 공작의 그림자도 잡아내지 못하고 당할 것이다.’
팟-! 팟-!
제임스 공작의 움직임은 정말 부드러웠다.
올리비아도 굉장했지만, 제임스 공작은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움직임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쾅-!
온몸을 노리는 바람의 사슬들을 제임스 공작이 쳐내자 고스란히 내게 충격으로 돌아왔다.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새롭게 개방한 빙하의 강풍을 사용했고 동시에 비산하는 물방울도 펼쳤다.
지독히 차가운 바람과 수십 개의 물방울이 제임스 공작을 노렸다.
제임스 공작은 검을 고쳐 잡더니 순백의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냈다.
콰아아아앙-! 쾅-!
물방울들이 찢기고, 차가운 바람이 오러 블레이드의 강렬한 열기에 녹아내렸다.
나는 즉시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펼쳤다.
‘거리를 주면 끝장이다.’
제임스 공작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세가 흘러나왔다.
“크윽!”
나는 기어이 신음을 참지 못했다.
공간을 장악하는 소드 마스터의 위력이 어떤 것인지 나는 비로소 실감하고 있었다.
‘이 마나 그물들을 깨야 돼.’
제임스 공작은 주변의 마나를 자신의 힘으로 통제하면서 나를 압박했다.
마나 홀이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실피드를 향해 흘렀다.
실피드가 자신의 몸을 옭매는 마나를 찢으면서 이그니스와 함께 화염의 바람을 펼쳤다.
고오오오오-!
제임스 공작의 얼굴에 미소가 깃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