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8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83화(183/278)
183화.
제임스 공작의 움직임은 간결했다.
그는 화려하게 움직이지도 않았고, 검을 강하게 휘두르지도 않았다.
가벼우면서도 유려하게 움직였는데, 화이트가 검술의 특징인 것 같았다.
부드럽게 공간을 가르는 검이 화염의 바람을 반으로 갈랐다.
나는 간신히 신음을 삼켰다.
‘공격을 이어 나가지 못하면 반격 당한다.’
구현한 스킬이 찢어지고 있음에도 나는 다른 정령들로 다른 스킬을 준비했다. 공격과 공격 사이의 틈이 길면 제임스 공작은 그 틈을 놓치지 않을 거니까.
엘라임이 물의 폭풍을 펼쳤다.
순식간에 한 곳으로 모이는 물이 동그란 기둥이 되어 제임스 공작을 향해 날아갔다.
제임스 공작이 다시 한 번 검을 세로로 세웠다.
콰아아앙-! 쾅-!
물의 폭풍이 제임스 공작의 검을 직격했다.
화염의 바람처럼 물의 폭풍도 갈라졌고 제임스 공작에게 어떤 타격도 주지 못했다.
실피드와 이그니스가 하늘을 배회하며 붉은 바람의 폭풍을 내리쳤다.
제임스 공작이 전진했다.
나는 바람과 대지의 흐름을 사용하면서 제임스 공작이 장악한 공간을 벗어났다.
마나 홀의 마나가 맹렬하게 회전했다.
클라임과 엘라임이 늪의 요정을 만들어내면서 제임스 공작의 사방을 포위했다.
제임스 공작의 검에서 순백의 오러 블레이드 수십 가닥이 흘러나왔다.
콰아아아앙-!
늪의 요정이 뭔가를 하기도 전에 오러 블레이드 맞아 소멸했고, 제임스 공작과 나의 거리는 순간적으로 좁혀졌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하여 빙하의 강풍을 펼쳤다.
‘거리가 좁혀지면 끝장이다.’
나의 강렬한 의지를 느낀 실피드는 어마어마한 마나를 뿜어내며 주변의 바람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남극에 폭풍이 몰아치면 지금과 같지 않을까?
모든 것을 얼려버릴 정도의 차가운 바람이 제임스 공작의 몸을 덮쳤다.
제임스 공작의 오러 블레이드가 더욱 환한 빛을 토해냈다.
콰아아앙-! 쾅-!
무엇으로도 가를 수 없는 바람이 찢어지고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는 차근차근 바람을 갈랐다.
“커억!”
기어이 나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비산하는 물방울로 제임스 공작을 노렸다. 바로 앞까지 접근한 제임스 공작을 막기 위하여 거대한 물방울을 만들어냈다.
보통 비산하는 물방울은 수십, 수백 개지만 이번에는 엘라임에게 단 하나의 큰 물방울로 제임스 공작의 움직임을 막을 생각이었다.
제임스 공작의 검이 다시 한 번 순백의 빛을 토해내며 물방울을 찌르자 거대한 물방울이 풍선처럼 터졌다.
물의 장벽과 불의 장막을 동시에 펼치며 방어하려는 순간 제임스 공작의 검이 어느새 목 끝에 닿았다.
나는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쉼 없이 스킬을 쏟아내던 정령들이 멈추고 제임스 공작의 검에서 흘러나오던 빛도 사그라 들었다.
무리한 스킬 사용으로 마나 홀에서 고통이 느껴졌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소드 마스터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군요.”
내심 최상급 정령사가 된 이후 소드 마스터와도 충분히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었다.
제임스 공작이 빙그레 웃었다.
“소드 마스터는 벽을 넘는 순간 신체가 가장 효율적으로 재구성됩니다. 일종의 탈피를 겪죠. 그때의 외모가 족히 이십 년에서 삼십 년은 유지되니, 소드 마스터만 되면 늙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제임스 공작의 말이 이어졌다.
“신체가 효율적으로 재구성되는 건 단순히 노화가 멈추기 때문에 좋은 게 아닙니다. 재구성된 신체는 마나를 사용함에 있어 특별한 능력을 줍니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기사들이 특히 집중하여 제임스 공작의 말을 경청했다.
“검에 마나를 불어 넣는 행위 자체가 시간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찰나의 순간에 승부가 갈리는 전투에서 검에 마나를 불어 넣고 오러를 덧씌우거나 혹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내는 시간은 약점이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소드 마스터는 그 시간이 말 그대로 찰나에 불과해집니다. 완벽하게 구성된 육체에서 검으로 마나를 보내는 시간이 극히 짧기 때문입니다. 눈으로는 잡아 낼 수 없는 시간이죠.”
제임스 공작은 내 옆에 있는 실피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반면 아직 탈피를 겪지 않은 전하의 경우 실피드가 정령술을 사용할 때까지의 틈이 있습니다. 전하의 마나가 실피드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죠.”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그 시간이 나 역시 무척 짧아졌습니다.”
“눈 깜짝할 새보다 더 짧아져야 합니다. 이제 막 소드 마스터가 된 이들과 다르게 저 정도 수준까지 올라온 기사들은 충분히 그 시간을 잡아내서 빈틈을 공격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헛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제임스 공작과 같은 기사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다소 나약한 말이라고 느꼈을까?
제임스 공작의 목소리가 엄해졌다.
“전하, 대륙은 넓고 강자는 많습니다. 당장 베레곤 공작이 제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 특히 이번 동북부 원정에서 저와 같은 기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고작 스물네 살이라 들었습니다. 카렌이라는 기사였고 소드 마스터입니다. 그는 폐하와의 대결 과정에서도 계속 성장하더군요.”
카렌의 이름이 나오자 나는 절로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게일의 눈동자도 동그랗게 변했다.
“무서운 젊은이였습니다. 폐하께서는 그의 재능을 높게 사시어 살려두었지만 저는 그 자리에서 그를 죽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폐하의 반대로 그러지 못했죠.”
내가 듣지 못한 새로운 정보였다.
“죽이려 하셨습니까?”
“네. 첫 번째 전투에서보다 두 번째 전투에서 더 강해졌고 마지막 전투에서는 폐하에게 미세한 차이로 패배했습니다. 그런 재능은…… 역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일 겁니다.”
카렌을 괴물 중의 괴물로 설정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하긴 그 괴물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전투 중에 성장하는 게 취미인 사람이니까.’
“제국을 위협하는 적들은 매우 강합니다. 전하께서는 지금의 경지에 만족하지 마시고 더 강해지셔야 됩니다. 첫 번째 목표가 바로 제가 되겠습니다.”
* * *
제임스 공작과 대련은 나만이 아니라 게일, 올리비아 그리고 다른 기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들은 제임스 공작의 전투에서, 그의 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공작님.”
다소 뜬금없는 나의 말에도 제임스 공작은 곧바로 의미를 알아차렸다.
“아닙니다. 참, 게일과도 검을 나누고 싶습니다.”
기사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올리비아의 얼굴에도 약간의 흥분이 서렸다.
게일은 어느새 수련용 목검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나는 잠시 뒤로 물러났다.
“지면 알아서 해.”
나의 농담조에 게일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진하게 웃으며 말했다.
“게일, 진검을 들게.”
* * *
오늘 하루는 제임스 공작의 날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임스 공작은 나와 게일이 이어 올리비아 그리고 리오덴과 데이비드와도 대련을 해주었다.
그는 대련 상대들의 부족한 점을 정확하게 지적해주었고 앞으로 보완하는 방법까지 제시했다.
-한 식구가 되었는데 당연한 일입니다.
나의 감사에 제임스 공작은 올리비아와 나의 새로운 관계를 언급했다.
제임스 공작이 오늘 나와 내 직속 기사들에게 가르침을 베푼 건 이제 화이트가와 황태자 사이가 단단하게 결속되었다는 사실을 나타낸 것이다.
저녁 식사를 제안하는 나에게 제임스 공작은 올리비아만 남겨두고 본가로 복귀했다.
“여러 가지로 고마워.”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야말로 전하께 감사한 점이 많아요.”
“그…… 공작님이나 아바마마의 의견이 혹시라도…….”
올리비아가 나의 말을 잘라냈다.
“제게는 어른들의 의지가 아니라 전하의 마음이 중요해요.”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올리비아의 눈동자에 나도 모르게 솔직히 말했다.
“나는 무척 기뻐. 연회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동부 원정을 함께했을 때도 정말 좋았어. 황태자와 공작 영애가 아니라, 군주와 호위가 아니라 황태자와 황태자비로 함께하면 더욱 좋을 것 같아.”
올리비아가 환하게 웃었다.
* * *
변한 건 없었다.
제임스 공작이 본격적으로 황태자궁을 밀어주기 시작하고, 올리비아와 나의 관계도 두 사람만의 약속으로 새롭게 시작되었다.
대전은 이제 세 세력으로 나뉘게 되었는데 가장 큰 세력은 여전히 귀족파 귀족들이었다.
그들은 숫자도 가장 많고, 영향력이 큰 귀족들도 대거 갖추고 있었다.
베레곤 공작을 필두로 오스틴 공작 그리고 휘하 백작들만 하더라도 굉장히 큰 세력이다.
더불어 내 성년식에 올리비아와의 결혼식이 확실해지면서 그동안 애매한 중립을 지키던 얀 공작이 본격적으로 베레곤 공작과의 만남이 잦아졌다.
얀 공작과 얀 공작을 따르던 지방 귀족들이 귀족파 귀족들과 교류가 늘어나면서 귀족파 귀족의 세력은 이제 더욱 커졌다.
얀 공작은 나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여 이제는 애매한 중립 태도를 버리고 귀족파 귀족에 합류하는 모양새였다.
“얀 공작의 손녀와 베레곤 공작의 손주가 결혼한다고 합니다.”
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의 긴밀한 교류가 두 집안 사이의 결혼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켄의 말이 이어졌다.
“얀 공작의 손녀도 직계이고, 베레곤 공작의 손주도 직계인데 두 사람 모두 가문에서 큰 영향력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정략결혼 자체에만 무게를 두는 모양새입니다.”
나는 쓰게 웃었다.
이 시대 귀족들의 생각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두 집안의 동맹을 위하여 손녀와 손주의 결혼을 결정하다니.
당사자가 된 두 사람의 의지는 아마 전혀 고려되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도 그에 대해 딱히 불만하지 않겠지. 그들도 이 시대의 귀족이고 정략결혼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좋은 집안사람과 결혼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나는 짧게 말했다.
“귀족파 귀족이 재편되겠군.”
“네. 그동안 수장 자리는 베레곤 공작이었습니다. 오스틴 공작도 수장급이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베레곤 공작이 좀 더 우위에 있었습니다. 얀 공작이 합류하면서 베레곤 공작의 입지는 귀족파 귀족 내에서도 독보적으로 변할 것 같습니다.”
“오스틴 공작이 같은 귀족파 귀족이라도 베레곤에게 밀리는 것을 용납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나의 말에 켄이 고개를 저었다.
“오스틴 공작도 한 발 물러나는 추세입니다. 베레곤 공작이 얀 공작까지 합류시키면서 귀족파 귀족들의 민심이 대거 베레곤 공작에게 쏠렸기 때문입니다.”
“그렇군.”
“아마 조마간 서열 정리가 끝날 것 같습니다. 오스틴 공작이 권력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베레곤 공작과 타협을 볼 가능성도 큽니다. 베레곤 공작은 사람들을 다룰 줄 아는 사람입니다. 아마 오스틴 공작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죠.”
귀족파 귀족의 세력은 얀 공작의 합류로 한층 거대해졌다.
“황제파 귀족들은 변함이 없군.”
“본래 대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귀족들이 대부분이지 않습니까? 전통적인 명가가 아니라 황제파 귀족들은 대부분 폐하와 함께 성장한 신흥 귀족들이니까요. 무엇보다 그들은 폐하의 결정에 지지만 할 뿐 딱히 폐하를 위해서 먼저 나서지는 않습니다.”
나는 흐음, 고민에 잠겼다.
황제파 귀족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건 그들이 모두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족파 귀족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황제파 귀족들의 특징은 바로 절대적인 충성심이다.
바로 그 충성심이 때로는 좋지 않게 작용한다.
‘대부분 인형과도 같지. 아버지에게 모든 권력이 쏠려 있으니 그들은 인형처럼 동의만 할 뿐 황제파 귀족의 세력 성장을 위해서 딱히 스스로 하는 게 없다.’
황제파 귀족들의 한계는 명확했다.
신흥 귀족들이기 때문에 더 개혁적으로 뭔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버지의 앵무새들이다.
“전하와 올리비아 영애님의 결혼으로 이제 새로운 세력이 생겼습니다. 밖에서는 황태자파 귀족이라고 불리더군요.”
“제임스 공작 그리고 서부의 귀족들까지.”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연회를 준비해. 세력을 갖추었으니 서로 인사할 필요는 있겠지. 마이크 후작에게 전령을 보내서 일부 서부 귀족들과 함께 황궁을 방문하라고 해야겠어.”
본격적인 중앙 데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