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84)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84화(184/278)
184화.
현재 황도에서 가장 큰 화제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하나는 남부 연합체의 지속적인 도발이다.
전국 시대 이후 제국이 탄생하면서 대륙에 전쟁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국가 간의 대규모 전쟁은 오히려 많아졌다.
제국은 1차 정복 전쟁을 통해 많은 나라를 굴복시켰으며 동부 원정으로 2차 정복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남부 연합체는 제국의 정복욕에 희생당할 생각이 없다는 듯 국경에서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전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황태자 직할령 그레니안에 관한 소문이다.
그레니안 백성들은 삼 년 동안 모든 세금을 면제받고 새롭게 건설되는 마탑 건설에 투입됨으로써 일자리 걱정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레니안 성벽 재건과 주거지 정리 사업 역시 평민들에게는 매력적인 일자리다.
지방에서는 이주의 자유가 없는 노예들이나 평민들이 목숨을 걸고 그레니안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꼭 그레니안이 아니더라도 옛 피레온 왕국 영토 전체에 재건 사업이 벌어지고 있으니, 현재의 힘든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찾는 이들에게 피레온 왕국의 영토는 기회의 땅이라 알려지기 시작했다.
“후우, 장난이 아니군.”
문제는 덕분에 나의 일도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직접 직할령을 돌볼 수가 없으니 황궁에 앉아 모든 일을 처리해야 되는데, 한계가 명확했다.
그레니안과 황궁의 거리는 무척이나 멀어 그레니안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했다.
나는 내 집무실에서 함께 서류를 뒤적이고 있는 켄과 소리스를 향해 말했다.
“그레니안과 연락망부터 구축해야 되겠어.”
켄이 대답했다.
“마법 연락망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맞아. 릴리안이 있으니 어려운 건 없을 거야. 자금이 많이 들기는 하겠지만, 그레니안 재건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자금 문제는 금방 풀리겠지.”
나는 소리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황태자궁 예산에서 사용하지 말고 이번에는 대전에 자금 집행을 요청해. 그레니안에 자금을 투자하는 건 대전에서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그레니안과의 연락망을 황궁 마법 연락망과도 연결하면 예산을 요청할 명분은 충분히 되니까.”
황궁 마법 연락망은 제국 주요 지점과 모두 연결되어 있다. 특히 국경 지방은 가장 질 좋은 수정구로 연결되어 있고, 곧바로 오고 갈 수 있는 마법진이 설치된 곳도 많다.
그레니안 역시 국경이고 매우 중요한 거점이니 황궁 마법 연락망과 연결할 명분은 충분했다.
“네. 곧바로 대전에 요청하겠습니다.”
소리스의 시원한 대답을 들으며 나는 옅게 웃었다.
황태자궁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 게 소리스는 매우 기쁜 것 같았다.
켄이 입을 열었다.
“릴리안을 슬슬 그레니안으로 보내야 되지 않겠습니까?”
“벌써?”
나의 말에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 건설에는 차후 마탑주가 될 그녀가 직접 참여해야 됩니다. 초기 건설 단계부터 그녀의 의견이 들어가는 게 그녀가 마탑주로서 정체성을 완전히 확립하는 것에 큰 도움을 줄 겁니다.”
릴리안은 다른 수하들과 다르게 계약으로 나와 묶인 존재다.
그녀는 충성심이라기보다는 그녀의 제자 구출 문제, 마그마의 분노라는 마법서의 행방을 위해서 내 수하가 되었다.
계약에 의한 군신 관계는 확실히 결속력이 약하다.
‘물론 마나의 서약이기 때문에 배신당할 일은 없겠지만…….’
켄의 말이 이어졌다.
“마탑에는 많은 마법사가 필요합니다. 이미 황궁으로 올라오는 방랑 마법사 숫자가 제법 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들이 황궁으로 오면 온전히 우리의 세력이 될 수 없습니다.”
“방랑 마법사들이 황궁으로 벌써 올라오고 있다고?”
“네. 황궁으로 올라오면 리버힐 가문도 있고 여러 귀족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방랑 마법사 중 옥석을 가려내어 분명 자신의 휘하로 두려 할 겁니다. 릴리안이 그레니안으로 가서 마탑 건설에 참여하기 시작하면 마탑에 들고 싶은 마법사들은 황궁이 아니라 그레니안으로 향할 겁니다. 다른 귀족들과 경쟁 자체가 사라지죠. 그레니안은 황태자 전하 직할령이니까요.”
나는 켄의 의견에 동의했다.
“릴리안을 만나지.”
퀘스트가 생각났지만 당장 서쪽 숲으로 향할 여유는 없었다.
시간제한이 없는 퀘스트이기 때문에 그레니안이 완전히 안정되고 최소한 남부 연합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기다릴 작정이다.
‘왕국 연합, 비밀 조직…… 할 일이 끝도 없어. 마그마의 분노도 해결할 필요가 있고.’
당장 보너스 스탯을 얻기 위해서는 마그마의 분노를 완료한 뒤 받는 보상이 필요하다.
새로운 스킬 개방이나 혹은 퀘스트 개방이 당장 필요한 건 아니지만, 보너스 스탯은 많을수록 좋았다.
‘스킬은 정령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퀘스트는 오직 보너스 스탯으로만 개방해야 되니까.’
나는 시스템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싶었다. 내가 강해지는 원천이자 남들과는 조금 특별하게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바로 시스템이니까.
오전 내내 켄과 소리스와 함께 업무를 보고 점심은 릴리안과 같이 먹기로 일정을 잡았다.
“두 사람도 점심 먹으라고.”
“네, 전하.”
많은 업무에 지쳐 보이는 소리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행정을 맡을 사람들을 계속 추가로 데려와. 꼭 아카데미 출신일 필요는 없어. 황태자궁 조직은 신분에 상관없이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니까.”
“네, 전하.”
켄에게도 쓸 만한 군사 식견을 가진 인재를 계속 찾아보라고 말한 뒤 나는 식당으로 향했다.
* * *
릴리안은 이미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오셨네.”
“황궁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거든.황태자 전하 궁이 의외로 생활하기도 편하고 시설도 좋아서 노는 중이지.”
릴리안의 말이 이어졌다.
“엄청 바쁘게 살다가 이렇게 쉬는 것도 오랜만이라.”
비밀 조직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을게 분명한데 릴리안의 표정은 나름대로 밝았다.
아마도 이브 문제는 아예 잊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제자가 어디서 고생하고 있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서. 마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어. 만약 죽었다면 그놈들에게 살기 싫을 정도의 고통을 선사하면 되니까.”
확실히 릴리안은 나의 생각으로는 짐작할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살아 있을 거다. 그들도 당신의 존재를 쉽게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인질이나 다름없는 제자를 쉽게 죽이지는 않겠지.”
릴리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워낙 괴상한 놈들이라. 상식으로 판단하기는 힘들어. 어쨌든, 황태자 전하가 갑자기 점심이나 먹자는 이유가 뭐야?”
나는 짧게 본론을 꺼냈다.
“이제 슬슬 그레니안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혹시나 릴리안이 그레니안 지명을 모를까 봐 덧붙였다.
“옛 피레온 왕국의 수도.”
“아, 마탑 건설! 벌써 시작되는 모양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니안 도시 정비 사업과 함께 진행될 거야. 도시 정비 사업은 도시 정비 사업대로 진행되고 마탑 건설은 처음부터 참여해줬으면 좋겠는데. 위치 선정부터 건설 과정까지.”
릴리안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앞으로 내가 마탑주가 될 마탑인데. 참고로 자금이 엄청 들 거다. 최신식에 최고급으로 지을 생각이거든.”
나도 동의했다.
“자금은 충분히 융통될 거야. 그리고 내 직할령에 건설되는 마탑이고 나는 그 마탑을 리버힐 가문보다 더 영향력 있는 마법사 집단으로 키울 생각이니까.”
릴리안이 호오, 감탄을 터뜨렸다.
“오스틴 공작과 필적하는 마탑주, 많은 마법사들, 풍부한 자금. 리버힐 가문에 밀리는 건 역사뿐인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면 되니까 그것도 밀리는 거라고 할 순 없지.”
“오스틴 그놈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건데.”
릴리안의 말에 나는 궁금하던 점을 물었다.
“오스틴 공작과 직접 만난 적은 있나?”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딱히 어떤 갈등이 있던 건 아니야. 정복 전쟁 당시 내가 있었던 도시에 오스틴 공작이 군대를 이끌고 공격해 들어왔거든. 그래서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막은 적이 있어.”
내가 헛웃음을 삼켰다.
“그게 갈등이야. 설마 혼자 오스틴공작의 군대를 막았나?”
“당연하지. 오스틴 공작만 빼면 별것도 없는 군대였으니까. 반나절 정도 오스틴 공작과 싸웠는데 알아서 물러나던데?”
왜 내 주변에는 이토록 괴물들만 득실거리는가.
오스틴 공작이 이끄는 군대를 혼자 막았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릴리안을 보면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곧 정신을 차리고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물었다.
“반나절 동안 싸우고 물러났다고?”
릴리안은 내 질문의 의도를 깨닫고 그날의 일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당시에 나는 7서클에서 8서클로 넘어가던 시기였어. 소규모 왕국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오스틴 공작이 군대를 몰고 왔고 왕국은 당연히 내게 도움을 요청했지.”
“그때는 지금처럼 유명한 마법사는 아니었나?”
“맞아. 연구만 했으니 딱히 내 이름이 알려지지는 않았지. 왕국 관계자들은 연구를 돕고 있었으니 내 실력을 대강이나마 알고 있었고 오스틴 공작의 군대가 쳐들어오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게 도움을 요청한 거야.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는데 외면하기도 좀 그래서 도와줬지.”
릴리안은 겉으로는 차갑게 보여도 확실히 정이 많은 사람이다.
당시 오스틴 공작의 위세를 생각 하면 아무리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어도 군대를 막아서기란 쉽지 않았다.
‘베레곤 공작과 오스틴 공작은 정복전쟁 당시 개인의 명성을 쌓았으니까. 명가의 가주라는 점은 있었지만 개인 실력에 대한 게 알려진 건 전쟁을 통해서다.’
아버지, 베레곤, 오스틴 공작 세 명은 대륙 전체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었고, 베레곤과 오스틴 공작 역시 나가는 전쟁마다 승리했기 때문이다.
“성벽을 넘는 병사들에게 마법 세 방을 날리니 오스틴 공작이 직접 나오더군. 그래서 싸움이 시작됐고 반나절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어. 당시 오스틴 공작도 7서클 마법사였으니까.”
내가 물었다.
“당신이 약간 우위에 있었네? 7서클에서 8서클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했잖아.”
“맞아. 마법사의 특성이 서클이 위인 마법사가 아래인 마법사를 압도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완전한 8서클이 아니었어. 그래서 내가 큰 희생을 감수하지 않으면 오스틴을 죽이기란 힘들었고 굳이 내가 그 작은 왕국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으니 오스틴 공작을 놔주었지.”
“오스틴 공작이 먼저 물러났나?”
릴리안이 진하게 웃었다.
“당시에는 내가 아슬아슬한 우위였으니까. 내가 죽자 살자 나오면 자신은 반드시 죽으니 물러날 수밖에. 겉으로 보기에는 내가 그 작은 왕국에 충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내가 희생을 각오하고 싸울 것을 두려워한 모양이야.”
즉 오스틴 공작은 릴리안에게 패배했다는 말이다.
‘그토록 릴리안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알겠군. 라이벌로 불리고 있지만 세간의 평가는 확실히 릴리안이 살짝 우위인 이유도. 이미 한 번 오스틴을 상대로 승리한 경험이 있었다.’
내가 카일라하 성에서 릴리안을 잡았던 건 순전히 운이 좋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때 정령검술로 릴리안을 당황시키지 못했다면?
나는 새삼 릴리안의 강함을 느끼며 말했다.
“대단하군.”
“지금은 누가 우위인지 모르지. 오스틴 공작은 그 이후에도 많은 전쟁에 참여했고 나보다 늦었지만 8서클에 도달했으니까. 지금은 같은 서클이니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아.”
“그는 세력이고 릴리안은 혼자였으니까. 하지만 나와 마나의 서약을 맺었고 마탑주가 되면 그대도 세력을 일굴 수 있지.”
릴리안이 피식 웃었다.
“별로 관심 없어. 오스틴 공작은.”
나는 릴리안의 말을 끊었다.
“최고의 마법사가 되기 위하여 마그마의 분노에 관심을 기울이는 거잖아. 그대도 욕심이 있고 나는 그대의 욕심을 당연히 들어 줄 생각이야. 군주가 신하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면 군주로서 자격이 없는 거니까.”
릴리안의 표정이 묘하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