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85)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85화(185/278)
185화.
릴리안이 그레니안으로 향하기 위하여 준비할 동안 헤밀튼은 릴리안의 그레니안행을 널리 퍼뜨렸다.
단장들 중 가장 바쁜 사람은 헤밀튼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 헤밀튼은 본인이 단장직을 잘해낼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러 온 테드와 마주했다.
“형님 덕분에 남부로 파견이 결정 났습니다. 큰 도움에 감사합니다.”
“내가 한 건 별로 없어. 결정은 언제나 아바마마가 하는 것이지. 반대도 있었지만 황가의 일원으로서 남부 소란을 해결할 책임이 있는 건 사실이고.”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베레곤 공작님이 반기는 눈치는 분명히 아니었어. 남부 연합체의 지속적인 도발을 해결하는 건 세르바체 변경백과 미첼 경의 몫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아.”
차분한 어조로 말했지만 내용은 테드와 베레곤 공작 사이를 충분히 이간질 하는 말이다.
테드가 쓰게 웃었다.
“외조부께 저는 외손주이지만 미첼 경은 아들이자 가문을 물려 줄 차기 가주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부 연합체 문제를 해결하면 큰 공을 세우게 되는 것인데 졸지에 제가 그곳에 끼어드는 형국이 되었으니까요.”
나는 굳이 테드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테드가 미첼에게 가지고 있는 경계심을 더욱 높였다.
“아마 가서도 쉽지는 않을 거야. 세르바체 변경백은 베레곤 공작님의 기사 출신이고, 미첼도 이미 단단히 자리를 잡아 놓았으니까. 너를 썩 반기지 않을 것 같아.”
“제가 극복해야 될 문제입니다. 황가의 명예를 결코 더럽히지 않겠습니다.”
“좋네. 가서 레오드의 명예를 확인시켜줘.”
나는 테드와 같은 성씨로 태어난 유대감을 강조했다.
‘나쁘지 않아.’
테드와 베레곤이 반목하는 건 내 입장에서 매우 좋은 일이다.
‘오스틴 공작의 리버힐 가문도 제 욕심 때문에 첸을 전격적으로 밀어주지 못하고 있고.’
최근 두 공작 가문의 동태가 심상치 않았다.
아마 내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베레곤과 오스틴에게 조급증을 불러 일으켰고, 그동안 황자들을 통해 행사하던 영향력을 두 공작은 본격적으로 자신들이 직접 행사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가문의 차기 가주들 즉 자신의 아들들을 제대로 밀어주기 시작하면서 도리어 테드와 첸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첸도 조만간 만나야겠군.’
첸은 테드와 완전히 다른 성격이지만 다루기는 오히려 더 쉬울 것 같았다.
나는 대화를 대략적으로 마무리한 뒤 테드를 돌려보냈다.
남부 연합체 문제에 대한 것은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직접 남부의 일까지 손을 대는 건 너무 많은 일을 맡는 것이니까.
그레니안 안정화 문제, 서부 발전 등 내가 할 일은 널리고 널렸다.
테드가 돌아간 뒤 게일이 방문했다.
“전하!”
“아, 마침 수련하려는 중인데 게일도 갈래?”
“그 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게일에게 자리를 권하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릴리안 마탑주가 그레니안으로 가면서 그레니안에 기사들도 보내고 싶습니다.”
“당연하지. 릴리안 혼자 그레니안을 돌보기는 힘드니까. 가서 치안을 담당할 기사도 필요하고.”
“리오덴 부단장과 기사들을 보내면 어떻겠습니까?”
나는 곧바로 동의했다.
“리오덴은 믿을 수 있지. 경험도 많고 실력도 좋으니 충분히 가서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을 거야.”
나는 게일이 온 김에 기사단 분위기를 물었다.
“기사들 사기는 어때?”
“피레온과의 전쟁 이후로 확실히 더 높아졌습니다. 충성심도 강화되었고요. 며칠 전에 소리스가 아직 말을 받지 못한 기사들에게 말과 일부 장비들을 지급하자 기사들이 모두 기뻐하더군요.”
“말과 장비는 기사들로서 갖춰야 할 기본이니까. 급료가 밀리는 일은 없지?”
“네.”
나는 게일에게 편안하게 말했다.
“기사단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요청해. 기사단은 내 무력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야. 당장 아바마마만 보더라도 제국을 세우실 때 곁에 있던 건 황궁 기사단이었어.”
“물론입니다. 전하.”
나는 몸을 일으켰다.
“좋아. 오늘 하루도 알차게 보내자고. 황궁 안에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남부 연합체 문제처럼 제국에는 많은 문제들이 있고 나는 그 문제들을 언제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생각이니까. 황태자라고 황궁에만 붙어 있으면 사람들이 날 인정해주는 건 아니야. 어디든지 가서 내 존재감을 각인시켜야지.”
제국은 초창기 단계의 국가다.
아직 건국 초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바마마의 존재감에 많은 것들을 의존하고 있었다.
당장 내일 아바마마가 사라지면 이 제국에 충성을 바쳐 나를 정당한 후계자라 인정하고 황제로 옹립하겠다는 귀족이 몇이나 될까?
혹은 백성들이 내가 아바마마의 자리를 물려받는 것에 동의할까?
전부 장담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안정된 제국은 황제가 갑자기 사라져도 후계자가 무사히 권력을 물려받지만 초창기 혼란스러운 국가는 다르다.
더구나 제국에는 명가들이 즐비하다.
그들은 언제든지 황제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나는 귀족들에게도 백성들에게도 내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내가 정당한 후계자이며 뛰어난 후계자라는 사실을.
게일이 내 옆에 나란히 서며 말했다.
“전하 여러 일도 좋지만 성년식 준비도 게을리하시면 안 됩니다.”
나는 아,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성년식과 더불어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
* * *
연회가 예정되어 있는 저녁, 황태자궁은 첫 연회를 열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귀족들이 방문을 요청했다.
방문 요청을 수락하지 않은 귀족들조차 황태자궁 입구에서 자신도 연회에 왔다며 출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게일은 오늘도 입구에서 친히 귀족들을 맞이하며 방문 요청을 수락받지 못한 귀족들을 정중히 돌려보냈다.
“공작님 덕분에 확실히 귀족들에게 제 존재감이 크게 각인된 것 같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와인잔을 들었다.
나는 가볍게 부딪쳤다.
“화이트가가 황태자 전하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으니 여러 귀족들의 셈법이 복잡하게 돌아갈 겁니다.”
“공교로운 걸까요, 아니면 의도한 것일까요? 베레곤 공작의 주최로 지금 연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임스 공작이 옅게 웃었다.
“베레곤 공작의 손자 중 한 명과 얀 공작의 손녀 중 한 명이 결혼을 약속했으니 연회의 명분은 충분하지요. 하지만 날짜를 오늘로 잡은 건 다분히 전하를 의식한 것이 확실합니다.”
제임스 공작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더불어 자신 영향력 아래에 있는 귀족들 단속을 확실히 한 것입니다. 전하의 연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죠.”
귀족파 귀족들로 분류되어 있는 귀족들이나 혹은 귀족파 귀족 세력에 한 발이라도 걸친 귀족들은 단 한 명도 내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얀 공작이 애매한 중립 태도를 버리고 귀족파 귀족에 합류했으니 저들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주류입니다.”
숫자로 보나 세력의 크기로 보나 전력으로 보나 귀족파 귀족들이 황제파 귀족을 압도했다.
내 연회에는 황제파 귀족들도 일부 참여했지만 모두 참여한 건 아니다.
즉, 나는 황제파 귀족의 거두가 아니라 황태자파라는 새로운 세력의 수장이라 할 수 있었다.
중앙에서의 존재감을 위해서는 황제파 귀족들과도 친분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장차 그들을 나에게도 충성하는 사람들로 만들어야 했다.
“앞으로 대전에는 많은 변화가 있겠죠.”
제임스 공작의 말은 걱정스러웠지만, 눈빛이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한때 왕이었던 그는 여전히 그 기질이 사라지지 않았다.
“올리비아가 많이 좋아했습니다.”
뜬금없는 말에 내가 네? 하고, 되묻자 제임스 공작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번졌다.
“아비로서 원하지 않는 결혼을 딸에게 강요하는 건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전하를 다가오는 시류로 보았고 가주로서 가문을 시류에 편승시킬 의무가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연회에 그런 제안을 드린 것이죠.”
나는 대답하지 않고 제임스 공작의 말을 들었다.
“가문 내에서도 최고의 자질과 역사 이래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딸을 정략결혼을 시키는 게 옳은 것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힘은 언제나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폐하와 같은 분이 계시지만 폐하는 언제나 상식의 대상에서는 논외이신 분이니까요.”
올리비아 곁에는 이미 많은 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그녀는 이제 나만큼이나 혹은 나보다 더 귀족들에게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
소드 마스터이자 화이트가의 영애 그리고 황태자비!
그녀는 이 시대의 영애들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었다.
본인의 실력만으로 주류가 될 수 있고, 출신 가문도 굉장하다. 더불어 이제 황태자비 나아가 황후까지 될 수 있으니 그녀의 영향력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웠다.
“다행히 올리비아는 받아들였습니다. 집안 하인들을 통해 들으니 전하의 성년식만 기다리고 있다 하더군요. 사실 조금 섭섭합니다. 시집가는 것을 좋아하는 딸을 보는 건 미묘한 감정을 일으키니까요.”
나는 솔직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조금 부끄러웠고, 그녀가 나와의 결혼을 반기고 있다는 소식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화, 황제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황태자궁 하인의 말에 순식간에 연회장이 조용해졌다.
더불어 어색한 황태자궁 하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대전 하인이 우렁찬 목소리로 예법에 맞게 아버지의 등장을 알렸다.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고, 아버지의 모습이 드러나자마자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아버지는 여유롭게 나를 향해 다가왔다.
“편안하게 즐기도록. 내가 주최하는 연회가 아니라 황태자가 주최하는 연회이고 나는 그대들과 같은 참석자다.”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등장은 연회의 분위기를 더욱 달구었다.
애초에 연회는 거의 열지 않는 아버지이니 확실히 의외의 등장이었지만 귀족들은 금세 적응했다.
“연회가 꽤 번듯하구나.”
아버지의 말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대전 하인이 가져온 와인잔을 받아들며 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소수파의 수장이 된 기분은?”
소수파라, 적절한 단어 선택이다. 제임스 공작이 있어도 황태자파가 소수인 건 사실이니까.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정치적 세력의 수장임을 부인하지 않는군.”
“제가 부인한다 하여도 이미 모두가 그리 보고 있습니다. 또한 사실이기도 하고요.”
나의 말에 도리어 제임스 공작이 놀랐다.
하긴, 제임스 공작조차 아버지를 어려워하는데 나는 지금 나름 편안히 아버지를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후궁에서의 저녁 식사가 큰 도움이 되었어.’
그때 이후 나는 아버지를 황제가 아니라 진짜 내 아버지로 대할 수 있었다.
어머니를 지극히 사랑하고 여전히 잊지 못하며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내게 인상 깊게 남았다.
론 칼 레오드도 인간이다.
그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일 뿐 괴물이 아니다.
어머니에 대한 복수와 나름대로의 정치적 이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다.
나는 아버지를 그렇게 판단할 수 있었고, 덕분에 우리 둘의 거리감은 훨씬 가까워졌다.
‘물론 내가 아버지의 기대 이상으로 성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지. 나는 황후궁에서의 저녁 식사로 아버지에게 다가갔지만, 아버지는 나의 실력 성장을 인정하며 내게 다가왔다.’
두 사람이 서로 동시에 거리감을 좁히니 서로의 사이가 편안해질 수밖에.
“영애.”
아버지의 부름에 올리비아가 즉시 다가왔다.
“네, 폐하.”
“황태자의 성년식을 앞당기는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네?”
올리비아가 무척 놀라 예의에 어긋나게 되묻고 말았지만, 아버지는 태연하게 말했다.
“황태자의 성년식은 곧 둘의 결혼식이기도 하다. 결혼식에 관해 신부의 의견을 묻는 건 자연스러운 일. 황태자의 성년식과 둘의 결혼식을 앞당길 생각이다.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야 황태자가 직할령으로 떠나도 함께 가지 않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