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8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86화(186/278)
186화.
올리비아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고 아버지의 말에 대답했다.
“네, 폐하.”
아버지는 곧바로 제임스 공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공작도 괜찮지 않나?”
“물론입니다, 폐하. 황태자 전하가필요한 곳이 제국에는 많습니다. 성년식과 결혼식을 서둘러 치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한 달 뒤 황궁에서 황태자의 성년식과 결혼식을 진행한다. 오늘의 연회는 황태자 성년식 사전 연회가 되겠군.”
연회의 분위기가 아버지의 선언으로 인하여 단숨에 달아올랐다.
황태자파가 공식적으로 모인 첫 번째 연회였는데, 아버지의 참석과 선언으로 연회 자체의 권위가 크게 올라갔다.
아버지의 공식적인 후계자가 되는 것이 바로 성년식이다.
결혼식은 제임스 공작의 화이트 가와 결혼 동맹으로 맺어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나에 대한 암살 시도까지 있었던 후계자 경쟁이 성년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종료된다는 뜻이다.
‘물론 성년식을 치르고 아버지에게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아도 귀족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성년식은 중요했다.
황후의 아들이라는 장남이라는 명분과 아버지의 공식 인정이라는 명분까지 더해지면 황태자 직위에 대한 나의 권위는 확연히 올라간다.
나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잘 준비하겠습니다.”
* * *
소문은 빠르고 대부분의 동생들이 황태자 직위에 대해 미련을 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정확하게 동생들이 아니라 황자의 외가들이다.
테드와 첸을 제외하면 그동안 존재감을 발휘하는 동생들은 거의 없었는데, 외가만큼은 화려한 동생들이 많았다.
“튤리브 가에서 방문 요청이 왔습니다.”
소리스의 말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켄에게 보내. 어디 외가이지?”
“세리 황녀님의 외가입니다.”
“세리라면 이제 겨우 열 살 아닌가? 세리의 외가도 욕심이 있었던 모양이네.”
나는 한숨과 함께 집무실 의자에 등을 기댔다.
세리는 여동생 중 한 명인데 이제 막 열 살이 되었고 아직 권력이라는 것에 대해 정확한 개념을 잡는 것도 어려워하는 나이다.
남동생, 여동생 가릴 것 없이 동생들의 외가는 대부분 아버지 후계자 자리에 대해 욕심이 있었다.
며칠 전 연회 이후 그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동생들의 외가가 욕심을 버리고 이제는 황태자파와 귀족파, 황제파 중 노선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의 연회 참석 이후 나의 후계자 자리는 매우 공고해졌다. 아버지가 연회에 참석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었고, 연회장에서 했던 발언들은 순식간에 황도를 뒤덮는 소문이 되었다.
덕분에 동생들의 외가들은 속속 노선을 선택했다.
‘대부분이 베레곤 공작을 선택했고 일부는 오스틴 공작 그리고 극히 일부는…….’
“켄 군사에게 보내겠습니다.”
바로 나였다.
나를 선택한 동생들의 외가는 대부분 그 힘이 크지 않은 가문들이었다.
힘은 크지 않은데 내가 워낙 무능하여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자신들의 차례까지 후계자 자리가 오지 않을까, 라는 어리석은 희망을 갖고 있었던 자들이다.
기존의 나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못하니 황태자파가 되면 황태자파 내에서 나름 지위를 보장받을 것이라는 헛된 생각도 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대부분 그들을 직접 만나지 않았다.
세리처럼 순진한 동생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시켜 보고자 발버둥쳤던 이들과 직접 만나서 그들의 위상을 올려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도 귀족들이니 마냥 무시할 수는 없어 모두 켄에게 보냈다.
“소리스는 그레니안 직할령 일과 성년식, 결혼식 일까지 겹쳐 업무량이 너무 많지 않아?”
귀족들 상대는 잊고, 나는 소리스에게 물었다.
소리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화이트가에서 행정가들을 많이 파견해 주었습니다. 일부 인재들은 화이트가에서 직접 소개도 시켜 주었습니다만 가려서 받고 있습니다.”
“그래?”
소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결혼식 준비는 화이트가 인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들도 당사자이고 인력이 저희보다 훨씬 많으니 도움을 받아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반면 인재 채용 문제에서 화이트 가문이 후원하는 아카데미 출신 인원들은 좀 더 엄격하게 심사하는 중입니다.”
나는 이유를 짐작했지만 소리스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이유가 따로 있나?”
“두 분이 결혼을 하게 되시면 전하께도 큰 이득이지만 화이트가도 이득입니다. 당장 화이트가의 세력이 황태자궁을 능가하는데, 그들의 후원을 받고 공부한 아카데미 출신들이 황태자궁으로 대거 들어오면 전하의 세력이 화이트가 세력에게 삼켜질 수도 있습니다.”
소리스는 슬쩍 내 눈치를 보았다.
내가 올리비아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어찌 그렇게들 다 자세히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전하께서는 온몸과 표정으로 전부 표현하십니다.
켄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나는 고개를 털며 그 문제는 날려버렸다.
소리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결혼은 가문과 가문의 결합입니다. 황가가 화이트가에는 전혀 밀리지 않지만, 전하 개인적인 세력을 평가하면 유서 깊은 화이트 가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올리비아 영애님이 전하를 휘두르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어나지 않을 문제에도 미리 대비하는 게 신하의 도리 아니겠습니까.”
나는 싱긋 웃었다.
“맞는 말이야. 제임스 공작님이나 올리비아나 나의 지위를 이용해서 뭔가를 하실 분들은 아니야. 제임스 공작님은 시류를 읽는데 능하신 분이고 시류에 몸을 맡겨 따라가시는 분이시지.”
만약 제임스 공작이 자신의 권력 강화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아버지에게 나라를 바치지도 않았으리라.
“어쨌든 일이 너무 많으면 업무를 다른 이들과 적당히 나눠. 결혼식과 성년식 준비는 화이트 가의 도움을 많이 받고 그레니안 직할령 일에 좀 더 집중해.”
“네. 전하.”
하루, 하루 황궁의 권력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 * *
수도 상인 연합회 정기회의.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는 연합회였지만 정기회의에 참석한 면면은 화려했다.
여러 상인들은 정기회의에 참석하는 상인들을 선택받은 상인들이라 불렀다.
현재 대륙에서 가장 많은 돈이 흐르는 곳은 제국이며 제국의 여러 도시들 중에도 수도가 최고로 손꼽혔다.
그곳에서 열 명만 참석할 수 있는 회의에 참석자가 된다는 것은 여러 상단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영향력도 크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뷔칸은 처음으로 수도 상인 연합회 정기회의에 초대를 받았다.
비록 기존 참석자 중 한 명의 출장으로 공석이 되어버린 탓에 초대를 받았지만, 기존 참석자 대신 초대를 받은 의미도 결코 작지 않았다.
‘주눅 들 필요 없다. 나도 100대 상단 안에 이름이 올렸던 사람이고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대륙의 삼 대 상단.’
뷔칸은 앞에 놓인 차를 마시며 긴장을 풀고 있었다.
화려한 회의실에 속속 참석자들이 도착했다.
대부분 거대 상단의 상단주들인데 복장이 엄청 화려하거나 사치스럽지 않았다.
뷔칸은 내심 멋을 부리지 않고 깔끔하게만 입고 온 자신의 선택에 안도했다. 거대 상단주들과 회의를 한다고 괜히 차려 입었다면 검소하게 입은 이들에게서 확연히 눈에 띄었으리라.
“모두 모였으니 회의를 시작하겠소. 그 전에 잠시 새로운 참석자에 대한 소개부터. 뷔칸 상단의 뷔칸 상단주요.”
회의를 진행하는 상인은 풍채가 좋고 인상도 선했다. 목소리는 중후했다.
뷔칸은 진행자의 말에 몸을 일으킨 뒤 짧게 인사를 건넸다.
“뷔칸입니다. 기존 참석자 분이 출장으로 공석이 생겨 초대를 받았습니다.”
사실만 딱 말한 뒤 뷔칸은 다시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진행자도 굳이 뷔칸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모두가 뷔칸을 잘 알고 있었고, 황태자와의 관계 역시 소상하게 파악한 뒤니까.
상인은 누구보다 정보에 민감한 자들이고, 정기회의에 참석할 정도의 상인들은 황궁의 은밀한 소문도 가장 빠르게 듣는 자들이다.
뷔칸에 대해서는 어쩌면 뷔칸보다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오늘 안건은 간단하오. 정화의 물에 관한 일이오.”
진행자의 말에 뷔칸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초대받은 이유가 있었군.’
뷔칸의 반대편에 앉아 있는 대륙 제일상단의 상단주 피터슨이 입을 열었다.
“서부에서 황태자 전하가 발견한 물이라고 하던데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까?”
피터슨의 시선을 따라 모두의 시선이 뷔칸에게 몰렸다.
뷔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정화의 물은 지금은 황태자 전하 밑에서 정보 조직의 단장을 맡고 있는 헤밀튼 백자님의 영지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물의 정령의 힘이 오랫동안 흐르는 하천에 영향을 주었고 여러 특별한 조건이 부합되어 하천에서 흐르는 물은 치료에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는 정화의 물이 되었습니다.”
피터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정화의 물이 되는 과정까지는 알지 못했는데 감사합니다. 역시 황태자 전하께서 최상급 정령사이시기에 그런 물도 알아보신 것 아니겠습니까?”
“네. 아마도 그러신 것 같습니다.어쨌든 헤밀튼 백작님의 영지에서 정화의 물이 생산되는 중이고 정확한 치료 효능은 좀 더 실험이 필요합니다.”
회의 주최와 진행을 맡은 조던이 말했다.
“지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소. 수도는 물론이거니와 지방의 귀족들 그리고 다른 국가까지도. 제국을 적대시하는 국가에게 수출할 순 없겠지만 일부 국가에는 수출이 허락 될 수도 있소. 그렇다면 수요는 더 증가할 것이오. 대륙은 넓고 귀족은 수도 없이 많으니까.”
조던은 대륙 삼 대 상단의 주인 중한 명이다.
그의 말이 갖는 무게감은 조금 전의 피터슨과는 달랐다.
뷔칸은 긴장했지만 긴장을 숨기며 대답했다.
“물만으로는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정화의 물을 꾸준히 복용하면 건강에 좋고 오래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황태자 전하와 계약한 정령의 말이었지 효능이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당장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화의 물과 두 가지 재료가 더 필요한데 모두 헤밀튼 백작님 영지에서 자라는 꽃들입니다. 다른 곳에는 서식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헤밀튼 백작님의 영지에서만 만들 수 있다는 뜻이군요. 더불어 뷔칸 상단이 독점할 수 있다는 말이고.”
피터슨의 말에 뷔칸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저는 유통만 맡았을 뿐 생산에 관여할 순 없습니다.”
“일부 재료는 첨가하지 않아도 가벼운 병에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들었습니다.”
조던의 말에 뷔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시장에는 두 가지 종류로 유통할 생각입니다. 귀족들이 소비할 수 있도록 상급 정화의 물과 서민들도 가벼운 질병과 건강을 위해 소비할 수 있도록 기본 정화의 물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굳이 기본 정화의 물까지 만들 필요가 있소? 소비층을 명확하게 두는 건 장사의 기본 아닙니까? 귀족들의 소비력은 일반 백성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백성 백 명의 소비력보다 단 한 명의 귀족의 소비력이 크니까.”
피터슨의 말에 조던이 끼어들었다.
“피터슨, 여기는 다른 상단의 판매정책을 관여하는 곳이 아닙니다.”
피터슨이 입을 다물었다.
조던은 너그러운 표정으로 뷔칸에게 물었다.
“그래, 물량은 얼마나 풀 생각이오?”
“일단 유통 가능한 수량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1차 물량을 풀 생각입니다.”
회의는 뷔칸 중심으로 이어졌다.
정화의 물 유통이 상인들의 지대한 관심사였고 자연스레 서부가 화제에 올랐다.
서부에서 시작되는 몬스터 사냥 역시상인들의 주요 관심사였으며, 그레니안에서 생산되는 식량 유통 역시 마찬가지였다.
뷔칸 자신도 물론이거니와 참석자들은 회의가 진행될수록 한 가지 사실을 실감하고 있었다.
앞으로 제국에서 큰돈이 되는 일은 모조리 황태자와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황태자가 후원하는 상단은 뷔칸 상단이 유일하다.
피터슨이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툭 던졌다.
“대륙의 부가 뷔칸 상단으로 집중 되는 모양새군.”
뷔칸은 드디어 준비했던 말을 꺼냈다.
“아직 상단의 규모가 작아 정화의 물, 몬스터 부산품, 그레니안의 식량을 모두 유통할 수 없어 일부 유통권을 나눌 생각입니다.”
나머지 아홉 명의 상단주들 눈빛이 변했다.
시종일관 너그러운 미소로 회의를 진행하던 조던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조던은 그 누구의 눈빛보다 차갑게 빛나며 뷔칸을 마치 뱀이 먹이를 노려보는 것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유통권을 나눈다.”
조던의 반응에 뷔칸이 설명했다.
“네. 모두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서부 귀족들은 모두 새롭게 출범한 황태자파 소속입니다. 서부의 물건을 유통하려면 반드시 황태자 전하를 거쳐야 하고 제가 유통권을 나누는 상단은…… 황태자파와 연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상단주들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조던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뷔칸 상단주를 통하면 전하를 알현할 수 있습니까? 어느 순간 황태자 전하께서는 상인들의 방문을 통제하고 계셔서 개인적으로는 황태자궁 자체에 방문이 불가능하더군요.”
‘이미 황태자와 선을 대려고 했던 모양이군. 전하께서는 나를 생각하셔서 거절하신 건가?’
뷔칸은 새삼 아룬의 은혜를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내일 황태자궁에 방문 일정이 있으니 황태자 전하께 운은 띄워드릴 수 있습니다.”
뷔칸은 상인이다.
“유통권을 나누는 문제에 대한 건 원하시는 상단주님들과 직접 따로 협의할 생각입니다.”
모두가 모여 있는 자리에서 서부의 물건들에 대한 유통권에 대해 협상할 순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