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87)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87화(187/278)
187화.
“목소리 끊기지 않고 잘 들리나?”
-그러하옵니다.
“얼굴은?”
-아주 선명합니다.
나는 수정구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릴리안이 말했다.
“황궁과 황태자궁에서 구축해야 되는 마법은 모두 끝났어. 그레니안으로 가면 그곳에서 통신 마법망을 구축하면 지금보다 훨씬 깨끗한 목소리와 선명한 모습 그리고 서로 빠르게 소통할 수 있을 거야.”
“한 곳에서만 통신 마법을 구축하고 저쪽은 그저 평범한 수정구에만 연결한 것뿐인데 이 정도면 굉장한 성과군.”
황궁과 황태자궁을 그레니안과 이어주는 통신 마법을 릴리안은 뚝딱 해치웠다.
“왕래할 수 있는 마법진을 그리는 건 통신 마법망을 구축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야. 재료도 많이 필요하고 시일도 상당히 걸릴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안의 말이 이어졌다.
“거리가 아주 머니까. 나 정도 되는 마법사가 있으니 그레니안과 황궁을 연결하는 마법진을 설치할 수 있지 다른 마법사라면 엄두도 못 내.”
“좋군. 그레니안과 황궁을 잇는 마법진은 황궁이 아니라 수도 내에 따로 정해진 곳에 설치해야 되는 건 알고 있지?”
“황궁에는 마법진을 설치하지 못한다는 상식 정도는 나도 알아.”
황궁에 통신 마법망은 구축할 수 있지만, 마법진을 설치하지 못한다. 서로 이동할 수 있는 마법진이 자칫 반역 사건이나 혹은 기타 범죄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적이 마법진을 점령하고 마법진을 통해 황궁으로 들어온다면?
아주 곤란한 상황이다.
제국 주요 거점과 이어져 있는 마법진은 모두 수도의 한적한 곳에 따로 설치하게끔 만들어 놓았다.
장소 선정도 엄격한 통제를 받는 것만이 아니라 마법진을 통해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와 시간까지 통제한다.
마법진이 어마어마하게 효율적이니만큼 위험한 면도 크니까.
‘현대 기술로도 구현이 불가능한 것이 바로 통신망과 마법진이다. 확실히 이 시대는 과학이 없는 단점이 있지만, 그 단점을 마법이 대부분 보완하고 혹은 현대 과학보다 훨씬 뛰어난 모습도 자주 보인다.’
그레니안과 임시 통신망 구축이 제대로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제국 통신망 전체를 관할하는 부서에 하나 그리고 황태자궁에 하나. 그레니안의 상황을 이제 실시간에 가깝게 알 수 있다. 릴리안이 마탑주로 파견되어 그곳의 마법 통신망까지 구축하면 완전히 실시간으로 그레니안과 소통할 수 있어.’
이제는 황태자 직속 조직의 규모가 제법 커졌기 때문에 모든 수하와 함께 일일이 동행할 수 없었다.
특히 소리스는 황궁 내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보아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원정을 가거나 혹은 외부의 일이 있을 때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법 통신망은 수하들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 매우 유용한 면을 발휘할 것이다.
“고생했군. 어렵지는 않지만 번거로운 부탁이었을 건데 흔쾌히 만들어줘서 고맙군.”
릴리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내가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참, 이왕 황태자 전하 집무실에 왔으니 마탑 관련 이야기 좀 해도 되나?”
나는 릴리안에게 차를 한 잔 내려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이제 곧 마탑주로 정식임명될 건데.”
아버지는 릴리안에게 따로 작위를 내리지 않았다. 마탑주 임명식 역시 아버지가 주관하지 않고 내게 맡겼다.
즉, 그레니안 마탑주라는 직책에 관한 권한은 오로지 나에게 있다는 뜻이다.
황태자 직할령에 건설되는 마탑이니까.
“마탑 마법사들 문제야. 지금 대륙의 방랑 마법사들이 죄다 그레니안으로 몰려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릴리안의 말에 내가 맞장구쳤다.
“맞아. 이미 소문이 퍼졌지. 황궁으로 올라오던 그들의 걸음을 돌리기 위하여 헤밀튼 단장이 소문을 조절하고 있어. 마탑은 그레니안에 건설되고, 황궁으로 올라와봤자 소용이 없다고.”
“황태자 전하는 마법단을 창설할 생각이고 그레니안 마탑이 황태자 전하의 직속 전력이 되기를 바라는 거지?”
“당연하지. 현재 내 위치는 제법 공고해 보이지만 언제든지 꺼질 수 있는 바람 앞의 등불인 것도 사실이야. 나를 견제하는 세력들은 여전히 거대하고 내 세력이 밀리는 것도 변하지 않았으니까. 마법단은 내 세력을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해.”
최근 내가 많은 공을 세워 존재감을 발휘하고, 아버지까지 나서서 나를 밀어주기 시작했지만 동생들의 외가를 누르기에는 모자랐다.
그들은 제국의 탄생 이전부터 이 땅의 귀족으로 불려왔으며, 자신의 영지는 물론이거니와 제국 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으니까.
권력의 판도라는 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압도적인 힘이 없다면 단숨에 권력을 장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내가 지금껏 이 고생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버지의 자리를 무사히 물려받기 위하여, 황태자 직위를 지키기 위하여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황태자 전하가 그리는 마법단은 어떤 모습이야? 그 점을 공유하지 않으면 내가 마법사들을 뽑는 데 많은 지장이 생겨. 그래서 그레니안으로 가기 전에 황태자 전하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아봐야지.”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고맙군. 내가 생각하는 마법단은 일종의 천재 모임이야. 충성심이 강하면 좋겠지만 기사들처럼 충성을 맹세하고 군주에 대한 충성을 미덕으로 여길 필요는 없어. 철저한 능력주의.”
나는 릴리안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기사만큼의 충성심을 요구하지 않지만 그래도 서로의 신뢰는 중요하지. 마탑 소속이 되면 적어도 배신은 하지 않아야 돼. 상호 간의 신뢰 정도는 확실해야 한다는 뜻이지. 그리고 3서클 마법사 백 명보다 5서클 마법사 한 명이 있는 마법단.”
릴리안이 감을 잡았다는 듯 말했다.
“어중이떠중이는 모두 거르라는 말이군. 대륙의 마법사들은 애초에 얼마 되지도 않는데 마탑만 거대하게 건설하고 그 안을 채울 마법사들의 숫자는 별로 되지 않을 수도 있어.”
“상관없어.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릴리안 혼자 마탑을 소유해도 괜찮아.”
릴리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대충 그림은 알겠네. 세세한건 켄이랑 상의하면 되겠지?”
“맞아.”
일들이 산적해 있었지만, 차근차근 해결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릴리안에게 넌지시 운을 띄웠다.
“켄과 리버힐 마법사에 대해서 살짝 상의해 봐. 동부 원정에서 마법병단 마법사들이 가문에 대해 적잖은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 같았거든.”
나는 안드레를 떠올렸다.
현재 리버힐 가문 차기 가주에 관해큰 불만을 갖고 있는 상태였고 나는 외부에서 그를 밀기로 결정했다.
오스틴 공작에게 들키면 전면전까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큰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성공했을 때의 이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니까.
“특히 안드레 그 마법사는 차기 가주를 꿈꾸고 있어. 릴리안이 은밀히 봐주는 건 어때?”
* * *
릴리안은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한 뒤 집무실을 나갔다.
나도 딱히 릴리안에게 강하게 권유하지 않았다.
리버힐 가문 차기 가주 문제에 개입하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니까.
‘릴리안에게 어느 정도 조언을 받은 안드레의 마법 실력이 급상승하면 충분히 현재 리버힐 가문의 차기 가주 구도에 금을 가게 만들 수 있어.’
적이 내부에서부터 흔들리는 건 내게 아주 좋은 징조다.
첸을 흔드는 게 가장 쉬웠지만, 첸은 오스틴 공작에게는 꼼짝도 못하는 신세다.
테드와 베레곤의 관계와는 달랐다.
철저하게 서열이 정립되어 있는 첸과 오스틴 공작의 관계를 허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오스틴 공작이 없으면 첸은 황궁에서의 영향력이 곧장 약해진다.
반면 테드는 어느 순간부터 베레곤의 후원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테드는 본인의 능력에 대하여 자부심이 강했고 그만큼 베레곤의 개입을 까다롭게 생각했다.
“머리가 터질 지경이군.”
어째 전쟁터보다 머리가 더 아픈 것 같았다.
하루하루 성년식과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고, 그레니안의 일도 처리할 게 많았다.
더불어 경쟁자들도 신경 써야 하고 마그마의 분노 역시 어떻게든 물꼬를 터야 릴리안과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요정과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어.’
마그마의 분노, SS 등급을 받은 퀘스트이니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자칫 큰 실패로 이어진다.
나는 오랜만에 집필 메모를 꺼냈고, 요정에 대하여 따로 정리한 부분을 읽었다.
특별한 건 없었다.
‘내 집필은 카렌과 제국 중심이었고 이종족은 딱히 주목받지 않았으니까. 대부분 잠깐 나오는 엑스트라에 불과했고.’
집필 메모는 큰 효용이 없었다. 건질 만한 건 카렌이 제국과 전쟁을 벌일 당시 모험을 나온 요정과 동료가 되었다는 내용뿐이었다.
동료로 나온 요정조차 자세하게 다루지 않고 그저 카렌이 대륙의 모든 종족을 포용하는 그림을 연출하기 위한 도구로만 쓰였다.
“참 나도 답도 없군.”
집필 메모를 볼 때마다 나는 내 소설에 혀를 내둘렀다.
모든 부분에서 구멍이 보이고, 그 구멍들이 얼마나 커다란 구멍이며 오류가 되는지 황태자가 된 뒤 절실히 느꼈다.
나는 집필 메모를 덮고 황궁 도서관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집무실에서 나오자 즉시 황태자궁 하인이 따라 붙었다.
“도서관으로 갈 것이다.”
“네, 전하.”
궁을 나서자 기사 두 명까지 내 수행원으로 나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들과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며 거리감을 좁혔다.
새롭게 뽑힌 기사들이라 나를 대할 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들의 경직된 태도 역시 많이 부드러워졌다.
이내 황궁 도서관에 도착하고 나는 도서관 사서에게 요정에 관한 책들에 관해 문의했다.
사서는 나를 도서관 깊숙한 곳으로 안내해주었다.
“여기가 전부 요정에 관련된 서적입니다. 이 책을 먼저 읽으시면 나머지 책들을 읽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사서의 말에 나는 책을 받아들였다.
무척 두껍다.
“요정 정령술에 관한 기본도 나와 있는 책입니다.”
“이건 대여가 가능한가?”
사서가 빙긋 웃었다.
“네. 전하.”
“그럼 빌려서 읽지.”
나는 책을 가지고 도서관에서 나왔다.
이제는 수도도 한 여름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계절은 성큼성큼 바뀐다.
황태자궁으로 돌아오자 올리비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하!”
나는 올리비아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점심은 그녀와 함께하면 될 것 같았다.
* * *
나는 정원에 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하늘에서 지는 노을을 보며 책을 펼쳤다.
정령들이 내 정원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이그니스는 나무 위에서 꾸벅꾸벅 졸았고, 엘라임은 식물들과 교감하는 듯 보였다.
실피드와 실울펜은 내 곁에서 배를 깔고 누워 잠을 청했다.
잘 가꿔진 정원과 그 안을 누비고 있는 정령들의 모습이 무척 신비로웠다.
저절로 어머니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황후궁에서 정령들을 따라다녔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나는 잠시 정령들을 지켜보다가 이내 책에 시선을 돌렸다.
무척 두꺼운 책이었는데 요정의 역사와 정령술에 관하여, 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요정의 역사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그들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죽임을 당하지 않는 이상 자연사 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첫 장부터 절로 혀를 내둘렀다.
“신인가?”
-요정들에게 자연사는 인간과 같이 늙어죽는 게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일컫는다. 그들은 평균 3,000~4,000년의 생 사이에 자연의 부름을 받고 자연의 일부가 된다. 요정들이 숲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자연으로 돌아갈 때 대부분 숲의 일부분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점점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설정하지 않은 이 세계의 법칙들은 내게 언제나 신비한 경험을 선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