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88)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88화(188/278)
188화.
한 편의 역사 소설을 읽는 것처럼 나는 요정의 역사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갔다.
특히 요정의 정령술을 다룬 부분은 내 관심을 크게 자극했는데, 아쉽게도 자세히 파고 들지는 않아서 내가 정령술을 향상시키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 어려웠다.
“시간이 늦었군.”
점심 무렵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제법 시간이 지났다.
나는 책을 덮고 몸을 일으켰다.
멀리서 헤밀튼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헤밀튼이 내 앞에 당도한 뒤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전하,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마침 집무실로 다시 가려던 중이야. 가서 차 한 잔 하자고.”
* * *
나는 집무실에 도착한 뒤 헤밀튼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쪽에 앉아.”
“네, 전하.”
헤밀튼의 반대편에 자리를 잡으며 나는 곧바로 본론을 물었다.
“무슨 일이야?”
“비밀 조직 정보입니다.”
“비밀 조직?”
“네.”
나는 절로 미간을 찌푸렸다.
‘비밀 조직이라.’
장막 뒤에서 대륙의 많은 국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던 비밀 조직은 현재 마왕을 숭배하는 집단 정도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하나 더, 그들이 바로 아버지를 견제하기 위하여 어머니를 볼모로 잡고 저주를 걸어 끝내 돌아가시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다레트 후작이 속한 비밀 조직은 민간에서 이미 제법 유명한 상태였습니다.”
“뭐라고?”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비밀 조직이 왜 비밀 조직이겠는가.
존재 자체부터 베일에 휩싸여 있고, 구성원을 알 수 없으며 조직의 목적도 모호하기 때문에 비밀 조직이라고 불리지 않겠는가.
그런 비밀 조직이 민간에서 이미 유명하다는 건 상당한 모순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신흥 종교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비밀 조직과 연관되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헤밀튼은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내게 넘겼다.
“일단 비밀 조직에 대하여 정리한 내용들입니다. 요약하면 비밀 조직은 민간에서 정화의 불꽃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정화의 불꽃단?”
헤밀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신께서 타락한 세계에 정화의 불꽃을 내려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게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이름이나 목적이나 특별할 건 없었다. 어느 종교에서나 세계 종말에 관한 내용은 있기 마련이니까.
헤밀튼의 말이 이어졌다.
“정화의 불꽃단은 신께서 예언한 사제들이 있는데 그들이 모두 모이면 정화의 불꽃이 하늘에서 내려와 타락한 세계를 정화시킨다고 하더군요.”
“별다른 건 없군.”
나의 말에 헤밀튼이 옅게 웃었다.
“그들이 민간에서 유명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포교 방법 때문이죠.”
“식량이라도 나눠 주는 모양이지?”
“어마어마한 수량이었습니다. 대륙 전역에서 포교를 하는 정화의 불꽃단 단원들이 뿌리는 식량을 총합했을 때 왕국 규모의 국가가 일 년은 족히 먹고 살 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나는 눈을 부릅떴다.
“뭐라고?”
“구휼은 여러 종교의 포교 방식이지만 대륙 전역에 걸쳐 그 정도로 많은 양의 식량을 구휼 포교로 사용하는 종교는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추적했고 그 끈이 그레니안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레트 후작과 관계가 있었나?”
“네. 다레트 후작성에서 차출되는 식량이 대륙 전역에 뿌려졌고, 정화의 불꽃단 포교에 사용되었습니다.”
나는 서둘러 서류를 펼쳤다.
헤밀튼의 말처럼 정화의 불꽃단이 구휼 활동을 펼친 지역과 식량 이동 경로를 추적한 서류였다.
“다레트 후작성이 출발점이군.”
“여러 경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다레트 후작이 포교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건 사실입니다.”
나는 헤밀튼의 조사가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앞뒤가 맞아 떨어져. 다레트 후작은 피레온 왕국 내에서도 상당히 부유하기로 유명했으니까. 그의 영지는 피레온 곡창 지대에서도 가장 많은 식량 생산량을 자랑하는 곳이었지.”
“네.”
나는 서류를 덮었다.
“고생했어, 헤밀튼. 많은 수확이 있었군. 비밀 조직이 종교 집단이며 세상을 정화한다는 게 그들의 명분이고.”
나는 등을 깊숙이 기댔다.
“민간에서 그들이 유명하지만 실체를 잡을 수 없는 건 아마도 예언된 사제들의 흔적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지?”
“정확하십니다. 포교는 널리 이루어지고 있지만 포교를 하는 건 모두 식량을 받아 자발적으로 정화의 불꽃단, 즉 정화의 불꽃이 언젠가 세상을 정화시킨다는 내용을 믿는 순진한 백성들이었습니다.”
“적극적으로 포교하는 이들이 분명 사제들과 끈이 이어져 있을 거야. 신이 예언한 사제들이 비밀 조직 조직원들이라 보면 될 거고.”
“식량의 이동 경로를 따라 추적하고 있지만 워낙 경로가 복잡하고 또 다양합니다. 대륙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라 알아보는데 인력의 한계도 있습니다.”
나는 결정을 내렸다.
“아바마마께 따로 보고한 뒤 황궁정보 조직과 연계해서 조사를 계속 하지.”
헤밀튼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폐하의 그림자…… 와 말씀이십니까?”
“그들이 대륙 최고의 정보 조직이니까. 헤밀튼 단장은 그레니안 내부 문제와 왕국 연합체에 대한 조사를 맡아줘. 비밀 조직은 수하 중 한 명을 선택하여 맡기고.”
헤밀튼은 내게 당장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황궁 정보 조직이 비밀 조직 조사를 나누어 맡아주면 업무 부담이 훨씬 줄어들 거야.”
“네. 조치하겠습니다.”
나보다 아버지가 비밀 조직, 정화의 불꽃단에 관심이 많았다.
‘아마 그 예언된 사제들이라 불리는 놈들 중 다레트 후작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핵심이야.’
이 정도는 헤밀튼이 가져온 보고서만 읽어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좋아. 정말 잘해주고 있어. 참, 자네 영지도 엄청 풍요로워진 건 알고 있지?.”
“네, 전하.”
“대전에 보고하고 올게.”
나는 헤밀튼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 * *
아버지의 일정 때문에 나는 아버지를 직접 못해 헤밀튼의 보고서만 따로 올리면서 내 의견을 추가했다.
황태자궁 정보 조직과 황궁 정보 조직의 연계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 부분은 아버지의 대답을 기다리면 될 것 같고 당장 해결해야 될 문제는 역시 성년식 준비였다.
“일주일 남았습니다.”
켄의 말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알아.”
“떨리지 않는 모양이시군요.”
“떨려. 그래서 일도 잘 못하고 있잖아.”
켄과 함께 집무실에서 그레니안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가,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는 중이다.
그는 내가 쉬자고 말하자마자 성년식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성년식이 기점이 될 겁니다.”
“기점?”
“네. 일단 황태자 직위는 더 이상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선언이 성년식입니다.”
그동안 나의 자리는 매우 위태로웠다. 내 스스로 자초했지만, 황후의 아들이라는 명분 이외에 내가 황태자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건 증명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황태자 자리에서 내려와야 되는 이유만 증명하고 다녔다.
“전하와 함께하기로 한 뒤 황태자 직위를 지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성년식 이후에는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다행이지.”
“물론 베레곤 공작을 비롯하여 여러 황자의 외가들은 황태자 직위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현재까지는 모두 전하의 성년식을 인정하는 모양새이지만 그들은 수면 아래에서 언제든지 칼을 갈고 있으며 틈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휘두르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권력을 쉽게 포기할 사람들이 아니지.”
“성년식 이후로 변하는 건 그들이 적어도 예전처럼 대놓고 전하의 자격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지는 못했다는 점입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성년식은 켄의 말처럼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중앙은 세 정치 세력 간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겁니다.”
“귀족파는 그렇다 치고 황제파는 잠정적으로 내 세력이라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켄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오직 폐하께만 충성합니다. 왜 황가파가 아니라 황제파라 불리겠습니까?”
켄의 말이 이어졌다.
“그들은 황제 폐하 이외에는 제국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는 의식이 잠재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대부분 아버지의 충신들이니까.”
“제국 건국 과정과 정복 전쟁을 폐하와 함께하면서 그들은 황제 폐하에게 절대적인 충성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켄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그들은 어느 면에서는 귀족파 귀족들보다 더 까다롭게 전하의 자격을 증명하려 들 겁니다. 지금까지 전하께서 가진 명분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지만 성년식 이후에는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완전히 아버지의 후계자로 굳어지니까?”
“그들이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건 폐하입니다. 그리고 그 충성심은 폐하의 완전무결한 능력을 동경하는 것이죠.”
켄은 황제파 귀족의 특성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모시는 주군은 완벽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주군의 후계자가 자신의 주군처럼 완벽하지 않다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겠죠.”
“이제 정말 공식적인 후계자니까 그들도 나를 시험한다는 뜻이군.”
“네.”
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모두가 하나같이 나를 엄하게 평가하는군.”
“대륙 역사에 황제 폐하 같으신 분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분의 후계자이니 당연히 그에 걸맞은 무게를 짊어지게 되는 겁니다.”
“하긴. 어쨌든 제임스 공작님도 많이 도와주시니 대전에서의 내 영향력은 더 커질 거야.”
“성년식이 끝난 뒤 곧바로 그레니안으로 떠나시면…….”
나는 켄의 말을 끊고 미리 계획했던 내용을 말했다.
“서쪽 숲부터 간다.”
“서쪽 숲을 먼저 가신다고요?”
“릴리안과 동행할 생각이야. 그녀를 그레니안으로 보내서 마탑 건설에 참여시키려 했지만 아무래도 마나의 서약을 맺은 내용부터 지키는 게 좋을 것 같아.”
켄이 마나의 서약이라는 내 말에 아,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마법서요?”
“맞아. 그 마법서부터 찾아야지. 그레니안에 가면 왕국 연합과의 일이 마무리 될 때까지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거니까.”
내가 생각할 때 황태자 직할령 그레니안을 정비하고 왕국 연합에게 실질적인 큰 타격을 줄 때까지 최소 2년은 필요했다.
나는 성년식을 치르자마자 황궁을 상당히 오랫동안 비워야 될 처지다.
‘마법진이 있으니 왕래에는 큰 문제가 없어.’
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그럼 서부 귀족들에게 연락하겠습니다.”
“갑자기 일정을 바꿔도 큰 무리가 없겠지?”
“네. 전하의 계획에 맞춰 움직이면 되니까요. 마침 뷔칸의 일도 있으니 서부 쪽을 한 번 점검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연회 당시 서부 귀족들이 시간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서부 귀족들은 내가 준 변화 덕분에 한층 바빴고 황궁에서 여는 연회까지 참석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중앙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키울 생각이었는데, 차라리 내가 직접 서부를 가는 게 그들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라 생각했다.
‘아버지가 어느 지역을 방문해서 그곳을 신경 쓰면 자연스레 그 지역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처럼.’
이제는 나도 어느 지역을 단순히 방문해도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의미로 지역 방문을 받아들이는 수준까지 영향력이 커졌다.
“마이크 후작님에게 먼저 전령을 보내. 서부로 가는 김에 정화의 물 유통 건과 서부 연합체 결성, 그리고 몬스터 사냥에 대한 건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