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8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89화(189/278)
189화.
성년식과 결혼식은 제국 건국 이후 최대 행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성대하게 치렀다.
수도는 무려 열흘 동안 축제를 열었고, 빈민가에도 구휼미는 물론이거니와 평소에 지원하지 않던 술과 고기까지 지원되었다.
“이제 축제까지 모두 끝났습니다.”
나는 집무실에서 켄의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년식과 결혼식도 축제도 어제부로 모두 끝나고, 올리비아의 입궁까지 마무리되었지.”
“정말 바쁜 열흘이었습니다. 전하께서는 몹시 행복해 보이시는군요.”
나는 켄의 말에 피식 웃으며 뷔칸에게 시선을 돌렸다.
“축제 기간 동안 뷔칸 상단에서 상당히 많은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받았어. 특히 빈민가에 지원한 술과 고기의 대부분을 뷔칸 상단이 맡았다고?”
“네, 전하.”
뷔칸의 조심스러운 대답에 나는 활기차게 말했다.
“덕분에 수도 빈민들 중 많은 이들이 황태자궁을 칭송하고 있다고 들었어.”
“감사합니다. 전하 덕분에 상단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전하의 은혜에 대한 보답과 제 충심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뷔칸 상단이 전하의 은혜에 보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고민했고, 빈민들에게 식량을 나눠주는 건 물론 전하의 결혼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적절하다 생각했습니다.”
“빈민들도 모두 제국의 백성이야. 제국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들을 방치한 감이 있었는데 이번 축제 기간을 통해 빈민들도 모두 나와 제국을 칭송하게 되었으니 뷔칸은 아주 적절한 일을 한 것이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수하들을 보면서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지. 오늘은 모두 함께 저녁을 먹자고. 황태자궁 별궁의 주인을 환대해 줬으면 고맙겠어.”
수하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숙였다.
* * *
황태자궁 식당은 오랜만에 붐볐다.
나와 올리비아가 나란히 앉았고, 게일과 켄, 헤밀튼이 수하들 중 가장 상석을 차지했다.
소리스와 데이비드, 리오덴, 그리고 릴리안도 빠지지 않았다.
자신은 귀족이 아니라며 귀족들의 연회와 같은 자리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뷔칸도 나의 수하이기에 참석 시켰다.
식당은 황태자궁 소속 하인과 하녀들뿐만 아니라 올리비아가 결혼식 이후 데리고 온 화이트 가문의 시녀들까지 분주히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한 잔 하지.”
나는 손수 신하들의 와인 잔을 채워주었다.
가벼운 건배사와 함께 나는 황태자궁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황태자파라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 생겼지만 이들은 모두 나의 직속 신하다. 유대감이 중요해.’
결혼을 하고 열흘이나 지났지만 올리비아와 함께 있는 건 여전히 떨렸다.
화기애애한 저녁 식사 시간이 이어졌다.
* * *
나는 결혼식 이후 황태자비궁이 된 별궁에서 올리비아와 함께 아침을 맞았다.
올리비아는 항상 먼저 일어나 잠에서 깨는 나를 환한 미소로 맞아 주었다.
아침마다 나는 그녀와 결혼한 것을 실감하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간혹 이게 꿈은 아닐까, 라는 불안감도 생겼다.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내가 살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런 불안감은 올리비아의 목소리를 들으면 언제나 씻은 듯 사라진다.
“일어나셨어요?”
“아, 응.”
“아침 일찍 켄이 왔다 갔어요.”
“켄이?”
올리비아는 항상 직접 내가 옷을 입는 것을 도와준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그녀는 그런 사소한 일도 황태자비로서 의무라고 말했다.
나는 이제 제법 익숙하게 올리비아의 손길에 옷을 입으며 말을 이었다.
“켄이 여기까지 찾아왔어?”
“아뇨. 시녀를 통해 소식을 보냈어요. 오늘 아침 식사 이후 전체 회의를 하는 게 어떠시냐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올리비아와 함께 별궁을 나선 뒤 정원을 가로 질렀다. 정원을 거닐면서 슬쩍 시녀들의 눈치를 본 뒤 올리비아의 손을 잡았다.
올리비아는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원이 더 예뻐진 것 같아요.”
“평소에 하급, 중급 정령들은 정원에서 놀게 하거든. 올리비아도 알고 있다시피 정령들은 자연의 순환에 관여하잖아. 다른 곳보다 정령들의 숫자가 많고 또 내가 정원을 좋아하니 정령들이 직접 정원을 관리해주니까.”
황태자궁 정원은 내가 처음 이곳에서 눈을 떴을 때보다 훨씬 더 생동감 넘치는 곳으로 변화했다.
“확실히 정령의 힘을 놀라워요.”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올리비아의 온기와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느새 황태자궁에 도착했다.
전체 회의를 하기에는 집무실이 좁은 감이 있어 기존에 놀고 있던 두 개의 공간을 터서 전체 회의실로 만들었다.
안에는 이미 모든 수하들이 모여 있었다.
나와 올리비아가 상석에 앉자 회의가 시작되었다.
“성년식과 결혼식에 참석했던 서부의 영주들이 모두 영지로 돌아갔고 조만간 영지에 도착하여 전하께서 오기를 기다릴 겁니다.”
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하들에게 마그마의 분노에 대하여 입을 열었다.
“라인하이드 가문에 대해서 나는 많은 정보를 얻었어. 서부에서도 그랬고 황궁 도서관에 황족만 읽을 수 있는 일부 서적에서도 그들의 흔적을 발견했지.”
마그마의 분노에 관한 건 릴리안만이 아니라 수하들도 관심을 보였다.
“내가 릴리안에게 약속한 마법서는 단순히 라인하이드 가문의 일원이 집필한 마법사가 아니야. 라인하이드 가문이 아니라 용이 직접 집필한 마법서야.”
모두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올리비아가 목소리를 떨었다.
“용이요?”
“맞아. 중간계의 지배자, 혹은 폭군이라 불리던 용족. 용족이 직접 라인하이드 가문에 선물했던 마법서가 바로 서쪽 숲에 있어.”
* * *
전체 회의는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점심까지 회의실에서 먹으면서 서쪽 숲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릴리안은 당연히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고, 다른 수하들 역시 마그마의 분노 마법서에 대해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사라는 사실을 납득했다.
아직 릴리안과 유대감이 강한 건 아니었지만, 그녀가 동료라는 사실은 모두 인정했고 비록 충성을 맹세하는 방식이 자신들과 달랐지만 그 부분 역시 수하들은 이해주었다.
“결국 요정들이 문제가 되겠군요. 그리고 요정들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부 영주들의 도움이 필요하고요.”
오랜 회의의 결론은 하나로 이어졌다.
켄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켄은 정치적 문제도 꺼냈다.
“서부 영주들은 황태자파의 중심 세력입니다.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 같은 경우 전하의 직속 신하라 할 수 있지만 대전에서의 영향력은 게일 경과 헤밀튼 단장님을 제외하면 아예 없다고 하는 편이 맞습니다.”
대전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귀족들이다.
켄, 리오덴, 데이비드, 소리스 같은 경우에는 신분 자체가 문제가 되어 나의 개인적 신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딱히 크게 서운해하지 않았다.
“제임스 공작님이 황태자파 수장의 역할을 하실 것 같고 서부 영주들이 주류를 이루며 뒷받침하는 모양새입니다. 마이크 후작님의 영향력도 상당하지만 영지 자체가 서부에 있어 중앙에서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요정 문제로 시작되었지만 화제는 자연스럽게 서부 영주들의 역할에 대해 흘러갔다.
요정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짚고 가야 될 것이 서부 영주들의 역할이니까.
모두가 켄의 말에 집중했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켄이 황태자궁의 머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 시간 동안 여러 일을 겪으며 켄의 능력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전하와 황태자비님이 서부로 떠나면 중앙에는 제임스 공작님 한 분만 남습니다.”
켄이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헤밀튼 단장님이 백작으로 승격하셨으니 제임스 공작님과 중앙에서 활약하면 좋겠지만 맡으신 역할이 중앙 정치와는 연계되지 않습니다.”
헤밀튼이 고개를 끄덕였고, 켄의 말했다.
“헤밀튼 백작님은 정보 조직에서 이미 활약하고 계시니까요.”
나는 켄이 하고자 하는 말의 요지를 정리했다.
“우리가 황도에 없는 동안에 황태자파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임스 공작님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서부 일만이 아니라 전하께서는 직할령도 돌보셔야 됩니다. 아마 황궁에 있는 날보다 외부 활동을 하시는 날이 더 많을 겁니다. 하지만 황궁을 비워두는 건 좋지 않은 일이죠.”
소리스가 안타까움을 담아 말했다.
“제가 작위가 있었다면 좋았을 건데 아쉽습니다.”
소리스는 결코 개인의 욕심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소리스는 순수하게 켄의 의도대로 상황이 맞지 않아 아쉬움이 느껴져 하는 말이다.
항상 궁에 있는 소리스 입장에서는 자신이 고위 귀족이라면 충분히 시간을 내어 대전에서 제임스 공작을 뒷받침할 수 있었다는 뜻이었다.
‘아무리 내가 영향력이 커도 작위는 오직 아버지만이 줄 수 있는 것이지.’
귀족들이 아닌 사람들을 나의 직속 수하로 받아들인 것도 여러 말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작위까지 내린다면 귀족파 귀족들과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헤밀튼이 동부 원정에서 그토록 많은 공을 세워도 남작에서 백작 작위로 승계하는 과정에 잡음이 많았다.
귀족파 귀족들은 평소 아버지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 굽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작위 수여나 승격만큼은 곧잘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였다.
나는 켄에게 물었다.
“방도가 있나?”
“본래 마이크 후작님은 서부 연합체를 맡아 주실 분으로 생각했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마이크 후작님을 황도로 올라오시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나는 고민에 잠겼다.
제임스 공작과 마이크 후작 두 명이라면 충분히 대전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제임스 공작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마이크 후작 역시 작위로는 제국에 몇 명 없는 후작이기 때문이다.
국경 지역의 변경백들보다는 영향력이 떨어지지만 어둠의 숲을 끼고 있는 영지를 가진 특성을 고려하면 마이크 후작 역시 제국의 큰 공을 세운 사람이다.
‘더구나 마이크 후작 역시 아버지의 건국 과정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 나이가 다른 공작들에 비하여 많아 자신이 굳이 중앙에서 활약하지 않고 고향으로 내려간 경우야.’
나는 일단 마이크 후작의 의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부로 내려가서 후작님과 상의하지. 공작님에게도 논의하고.”
내 결정에 켄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좋은 의견이었어. 마이크 후작님이 올라오면 서부에 대체자가 필요해. 헤밀튼 단장.”
“네. 전하.”
“자네의 추천을 받도록 하지.”
“제가 당장 결정할 순 없는 문제입니다. 서부 영주들에 관하여 잘 알지만 연합체 수장을 고르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으니 다시 한 번 영주들에 관한 정보를 점검한 뒤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좋아.”
나는 손뼉을 치며 사람들을 집중시켰다.
“일단 어느 정도 윤곽은 잡혔어. 앞으로가 중요해. 성년식이 끝나면서 나는 공식적으로 아버지의 후계 자격을 증명했어.”
성년식을 무사히 치르는 게 제국에온 뒤 첫 번째로 결심한 것이었는데 목표를 달성했다.
“황태자파라는 정치적 세력도 생겼고, 직할령도 얻었어. 아바마마와 왕국 연합에 대한 내용도 약속했다. 앞으로 할 일이 산더미야.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사람과 돈 두 가지였다.
“중앙의 정치 판도는 달라졌고 외부의 일은 많아졌어. 그래도 변하지 않은 건 바로 여기 모인 사람들이 제 역할만 한다면 앞으로 상황은 더욱 좋아진다는 거야.”
나는 몸을 일으켰다.
딱히 연설을 위한 건 아니었지만, 연설하듯 말했다.
“내 개인의 영광과 권력만 위하여 산다면 결국 나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겠지. 나의 영광과 권력이 신하의 이상, 권력, 영광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게 군주의 길이라 생각해.”
모두가 내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황태자로서 제국을 번영시키고 수하들의 영광을 위해 한 걸음 움직이면 결국 나에게도 이롭다고 믿는다.”
수하들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들의 충성을 확인하며 다짐했다.
“서부로 가자고. 서부의 일을 해결하고 그레니안으로 향한다.”
동부 원정 이후 오랫동안 머물렀던 황궁을 다시 떠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