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9)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9화(19/278)
19화.
테드의 방문 요청은 뜻밖이었다.
게일에게는 곧바로 답을 주지 않았다.
“일단 오늘은 쉬도록 해. 당분간 황궁 일은 나에게 맡겨. 게일은 국경에서 무사히 돌아올 생각만 해.”
한낱 마적단 따위에게 게일이 당할 것이라는 상상은 조금도 하지 않았지만, 전쟁은 언제 어디서 어떤 변수가 튀어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내가 말을 이었다.
“걱정은 접어두고. 아바마마께서 굳이 자네를 그 일에 보내시는 이유가 있을 거야.”
“실전이…… 벽을 뛰어 넘는데 가장 좋다는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게일의 대답에 내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검에 관해서는 아바마마를 따라올 자가 대륙 어디에도 없으니까 맞는 말씀이시겠지. 자네가 돌아오면 내 힘은 한결 더 강해지는 거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게일이 고개를 숙이며 덧붙였다.
“어려운 시기인데…… 곁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괜찮아. 정령술도 배우기 시작했고 켄도 있으니까.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지만 이 정도 시련도 극복하지 못하면 애초에 이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다는 뜻이니까. 게일이 돌아올 때까지 무사할 거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나는 긴 말 뒤에 짧게 축객령을 내렸다.
“밤이 늦었는데 이만 가서 쉬어.”
게일이 방에서 나갔다.
곧바로 옆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암살 사건 이후 게일과 켄은 내 옆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의자에 깊숙이 기대 앉아 고민에 잠겼다.
‘편안하게 정령술만 수련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군.’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긴다. 황태자라는 직위를 지키기 위하여, 나는 모든 일에 철저히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게일이 돌아올 때까지 살아남는 게 첫 번째인가.”
퀘스트는 대놓고 암살 시도를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다. 첫 번째 시도를 보기 좋게 실패했고, 심지어 범인들조차 내 손아귀에 있으니 아마 두 번째는 훨씬 실력 좋은 자들을 보낼 확률이 크다.
나는 습관적으로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해결 방안을 찾아보았다.
“암살 대비는 실력을 높이는 것과 켄에게 확실하게 경고하는 일 정도가 전부인가. 독도 조심해야 되고.”
켄을 얻은 게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켄은 암살, 계략, 음모에 능한 인물이다. 그의 출신이 도둑 길드이고 성향 자체가 뒤에서 일을 꾸미는데 능하기 때문이다.
암살 문제는 켄과 좀 더 깊이 상의하기로 결정한 뒤 곧바로 바닥으로 내려와 가부좌를 틀었다.
‘테드 문제도 켄과 논의를 해봐야겠어. 그놈의 기사들이 여전히 내 수중에 있는 상황이고…… 지금껏 조용하다가 공식적인 방문 요청을 한 것부터 이상해.’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켄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좋다. 내가 짚어내지 못하는 부분을 켄이 짚어낼 수 있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계기도 되니까.
괜히 켄을 참모로 들였겠는가.
나는 고민을 털어내고 서서히 호흡을 안정시켰다. 다가오는 겨울을 알리는 바람이 뺨을 스쳤다. 그 차가운 느낌에 몸서리쳤지만 이내 가슴은 상쾌해졌다.
내 호흡에 따라 바람이 물결쳤고 마나홀이 서서히 깨어났다.
혈맥을 타고 흐르는 마나는 바람처럼 몸 구석구석을 훑었다.
한 달이 넘었지만 이 생생한 느낌은 언제나 나를 전율케 만들었다.
내가 아룬 칼 레오드이며, 칼페온 제국의 황태자임을 실감하게 했으니까.
어느새 모든 의식은 흐르는 마나에 집중되었다.
* * *
다음 날, 나는 아침 일찍부터 켄과 마주 앉았다.
“게일 소식은 들었지?”
“네. 기사님이 말씀해주셨습니다.”
게일이 국경으로 떠나는 의미를 켄은 모르지 않았다.
“앞으로 많이 위험할 것 같습니다.”
“게일이 있을 때도 대담하게 내 다리를 자르려 했던 놈들이야. 게일마저 없으면 아예 죽이려 할 가능성이 높지.”
켄이 동의했다.
“네. 기습에 독은 물론 각종 방법을 사용할 겁니다. 한 번 선을 넘었으니 두 번 넘는 건 일도 아니죠.”
나는 숟가락을 뜨다가 말고 켄의 말에 흠칫 몸을 떨었다.
“제가 모두 검사했습니다.”
“다행이네.”
다소 안심하고 다시 아침을 들었다. 켄의 말이 머릿속 깊숙이 박혀 떠나지 않았다.
암살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 간과하고 있었다. 단순히 암살자만 막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독살부터 함정 등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널리고 널렸다.
아침을 배부르게 먹은 뒤 나는 켄과 함께 정원을 거닐었다.
“도둑 길드 소속이었지?”
다소 뜬금없는 내 말에 켄은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궁에 들어올 만한 인재들이 있나?”
켄이 잠시 고민했다. 내 말이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생각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켄이 소속되어 있었던 도둑 길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인과 시녀들도 필요한 시점이잖아. 그들을 하인과 시녀들로 위장해서 암살 시도를 조기에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 때?”
내 말에 켄이 동의했다.
“네. 도둑 길드이긴 하지만…… 정보, 암살 등 많은 일들을 하는 길드입니다. 뱀의 독 길드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수도에서 살아남은 도둑 길드이니 만만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켄의 대답에 나는 결정을 내렸다.
“일단 믿을 수 있는 사람들 몇 명을 직접 만날 생각이야. 자네가 오래 있었으니 연결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황태자가 도둑 길드를 활용한다고 하는데도 켄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켄의 성향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크게 가리지 않는 유형이다.
때로는 그 성향이 주인공 카렌과 부딪혔지만, 그럼에도 켄은 끝까지 주인공 카렌의 참모로서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내가 쓴 카렌은 공명정대한 인물, 그런 인물조차 켄의 방법을 용인할 정도로 켄의 능력은 뛰어났다.
나는 카렌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켄의 능력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내가 주인공 카렌처럼 선을 상징하는 인물도 아니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편법과 다소 악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실행해야 된다.
궁에 도둑 길드를 끌어 들이는 것도 그러한 방법 중 하나다.
“곧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켄의 시원한 대답에 나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대련부터 할까?”
물론 내 본신의 능력을 키우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 * *
오후 수련을 마치고 나는 테드의 궁에서 찾아온 시녀에게 짧은 대답만 남겼다.
“기다리도록.”
가타부타 기다림의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시녀 역시 내게 자세히 묻지는 않고 테드의 궁으로 돌아갔다.
옆에 있던 켄이 시녀가 떠나간 뒤 물었다.
“이황자가 지금쯤 꽤 몸이 달아올라 있을 겁니다.”
“테드가?”
내가 묻자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황자의 기사들은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고…… 그들의 첩자인 부집사장을 비롯한 하인, 시녀도 마찬가지죠. 거기에 전하를 시해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그들마저 잡혀 있습니다.”
켄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암살자들도 테드가 보냈다 해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범인은 칠황자로 점점 좁혀지고 있지만 이황자 역시 용의선상에서 지울 순 없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날 미워하는 놈이 한두 명이어야지.”
저절로 얼굴에는 쓴웃음이 번졌다.
황제가 직접 최근 황태자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함구령을 내렸지만, 그 자체만으로 나는 한 번 더 주목을 받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황제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매달렸을 것이라 짐작하겠지.’
아버지가 나에게 기회를 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가 바람의 호흡법을 익혔고 최상급 정령을 소환했다는 것, 오직 그 한 가지 사실만 보고 내 재능을 시험하기 위하여 봄까지 시간을 준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켄이 짚어주었다.
“많은 이들이 호기심만 가질 뿐 궁 근처에는 접근도 하지 않고 있으니 폐하를 찾아가신 일은 탁월했습니다. 다만…… 범인은 포기하지 않고 전하를 시해하려는 시도를 계속할 겁니다.”
켄의 말이 이어졌다.
“당분간 이황자, 칠황자를 직접 상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하께서는 게일 기사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암살 시도를 막고 봄 평가 대회에서는 실력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겠죠.”
켄은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폐하의 시선이 달라지는 순간 전하는 누구보다 유리한 위치입니다. 장자라는 건 엄청난 이점이니까요.”
“그래. 그래서 오늘 오후에는 방어만 그토록 수련한 거야.”
내 말에 켄이 호오, 감탄을 터뜨렸다.
솔직히 나도 실프들을 이용한 바람의 사슬 숙련도와 레벨을 더욱 높이고 싶었다. 공격 스킬이 방어 스킬보다 화려하고 마나를 뿜어내는 맛도 솔직히 더 좋았다.
하지만 겉멋으로 스킬 레벨을 올릴 순 없는 노릇이다.
그 점을 나는 켄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공격은 방어가 좀 더 완벽해졌을 때 수련해도 늦지 않아. 당장 오늘 밤에 암살자가 들이닥칠 수 있으니까. 내 몸을 먼저 보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아주 좋으신 생각입니다. 검술을 처음 배울 때도 공격이 아니라 검으로 몸을 보호하는 방법부터 배우니까요.”
켄이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길드에 괜찮은 정령사 한 명이 있습니다.”
“정령사?”
“네. 중급 정령사입니다. 바람의 정령을 주로 부르는 데다 실력이 괜찮습니다.”
“좋군. 스승이 간절하던 참이야.”
아무리 어머니의 정령술서가 초보자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오직 나만을 생각해서 기술했다고 하지만 혼자 익히는 건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궁중 정령사들에게 배움을 청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경쟁자들에게 나는 여전히 무능하다고 인식되어야 했다.
그들은 내가 봄 평가 대회에서 망신을 당하고, 불구가 되거나 혹은 죽어 황태자가 바뀌는 것까지도 기대하고 있을 터였다.
“이번에 불러들이는 인물 중 그 정령사도 꼭 포함시키겠습니다.”
“기대하지.”
켄을 수하로 받아들였다. 그의 충성을 믿기로 했으니 그가 데리고 오는 사람들도 믿는다.
한번 신뢰를 주면 나를 배신하지 않는 이상 굳이 그 신뢰에 금이 가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절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궁에 사람 들이는 게 쉽지 않으며, 현재 내 상황에서 함부로 사람을 들이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켄 역시 내가 자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느꼈다.
충성을 바치고 있는 주군의 굳건한 믿음만큼이나 수하에게 큰 감동은 없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통용되기 어려운 말일 수 있지만 이곳은 칼페온 제국이다.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 답답한 노릇이었는데 켄 덕분에 숨통이 좀 트이고 있어.”
켄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먼저 명단부터 저녁 식사 시간에 올리겠습니다.”
내가 농담처럼 물었다.
“참, 자네가 있던 길드 이름은 뭔가?”
“그림자 걸음이라는 길드입니다.”
켄의 대답에 내 얼굴이 굳어지고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그림자 걸음?”
“네. 수도에서 활동하는 많은 길드 중 한 곳입니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편이지만 수위를 다툴 정도는 아닙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길드는…… 카렌이 제국을 무너뜨리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켄이 도둑 길드 소속이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림자 걸음 길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