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90)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90화(190/278)
190화.
아버지도 내가 서부로 향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으셨다.
황태자의 모든 일정에는 명분이 필요하다.
이제 성년식까지 끝났기 때문에 내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는 전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제국과 황가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하여 몸가짐을 어느 때보다 조심해야 되는 시기다.
내가 대전에서 서부로 간다는 말을 꺼냈을 때 귀족파 귀족들은 완연하게 반대를 하고 나섰다.
적극적으로 반대하자니 내가 서부로 향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다.
-직할령을 하루 빨리 안정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레니안에서 나오는 식량은 제국 전체를 먹여 살릴 수도 있습니다. 동부 원정의 명분은 어디까지나 백성들의 궁핍한 삶을 풍요로운 영토를 정복함으로서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베레곤 공작의 말에 오스틴도 동의하고 나섰다.
-그레니안을 직할령으로 받으셨으니 황태자 전하께서는 할 일이 많으십니다. 서부와 그레니안의 거리는 너무 멉니다.
나는 두 사람의 말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서부에서 최근 나오기 시작하는 특산품들 역시 제국을 매우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최근 중앙 귀족들에게 최고의 화제는 바로 정화의 물이었다.
일부 귀족들은 정화의 물이 노화를 늦춘다는 말까지 퍼뜨리고 있었는데, 정확히 정화의 물은 노화를 늦추지는 않았다.
몸의 질병을 치료할 뿐, 늙지 않게 만들어주는 물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어쨌든 귀족파 귀족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내가 서부에 가는 것을 아버지가 허락해주었다.
“당분간 대전 회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살 맛 나네.”
질풍 위에서 하는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빙긋 웃었다.
“수많은 귀족들이 대전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에요. 평생의 숙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하께서는 귀찮아하시네요.”
“귀찮은 건 아니야. 대전 회의는 내 정치적 영향력을 증명하는 곳이니까. 하지만 최근 너무 잦은 회의 때문에 조금 피곤했을 뿐이지.”
서부로 향하는 길은 평화로웠다.
황태자로 눈을 뜨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는 궁 밖으로 나가는 것도 두려웠다.
언제 어디서 암살 시도가 있을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암살 걱정을 크게 덜었다.
일단 내 영향력이 그때와는 비교도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실력도 한층 늘었다.
영향력 없는 황족을 암살하는 것과 황제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황태자를 암살하는 건 격이 다른 문제.
아무런 힘이 없는 소년을 암살하는 것과 최상급 정령사를 암살하는 건 난이도 자체를 비교할 수 없다.
여러모로 나는 내가 가진 영향력과 힘 덕에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강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세상이지. 그리고 그 강함은 대부분 태어났을 때부터 신분으로 정해지지만…….’
귀족으로 태어나면 평생을 강자로 살아간다.
서민으로 태어나면 평생을 약자로 살아간다.
역사 이래 그 두 가지 진실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전하?”
뭔가 깊이 생각하는 나를 보며 올리비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표정이 좋지 않으신데.”
“아니야.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어쨌든 서부로 출발했으니 당분간 황궁에는 돌아올 일이 없겠지.”
올리비아가 내 말에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황궁에 있는 것보다 외부에 나가 제국의 적들과 싸우고 많은 일들을 경험하는 게 더 즐거운 것 같아요.”
나는 올리비아의 말에 농담을 던졌다.
“황태자비가 내조보다는 전투에 관심이 더 많아서 걱정이야.”
“내조는 더 잘한답니다.”
그녀의 표정, 목소리는 언제나 나를 걱정과 고민으로부터 해방시킨다.
나는 진하게 웃으며 질풍을 쓰다듬었다.
우리 둘의 대화가 적당히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켄이 다가왔다.
“전하.”
내가 시선을 켄에게 돌리자 켄이 말했다.
“헤밀튼 단장님의 보고서를 검토했고, 마이크 후작님 역시 전하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이미 서부로 출발하기 전에 알게 된 내용이다.
마이크 후작은 다행히 황궁으로 올라오는 것을 찬성했다.
대전에서 마이크 후작이 제임스 공작을 뒷받침해준다면 황태자파의 목소리가 낮아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 남은 건 마이크 후작 대신 서부연합체를 이끌 수장을 선택하는 일이다.
“헤밀튼 단장의 보고서는 나도 꼼꼼히 읽었어. 켄의 생각은 어때?”
“여러 귀족들이 있지만 사르한 백작이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르한 백작?”
“네. 서부에서도 명문으로 손꼽히는 오딘가의 가주이죠. 사르한 오딘이죠.”
나는 사르한에 관한 헤밀튼의 보고를 떠올렸다.
서부 영주들 중 마이크 후작 다음으로 작위가 높았고, 사르한의 아버지 역시 나의 아버지 즉 황제에게 백작 작위를 수여받았을 정도로 능력이 출중했다.
본래 제국이 세워지기 전에는 서부를 주름잡던 명문가였는데, 아버지가 북부에서부터 일어나 대륙을 장악하기 시작하자 일찍 충성을 바쳤다.
아버지의 건국 전쟁을 통하여 오딘 가는 능력을 증명했고 건국과 동시에 백작 작위를 수여받았다.
사르한의 아버지가 죽고 작위는 아들이 승계했는데, 사르한은 중앙 정계로 진출하지는 않았다.
마이크 후작과 다르게 상당히 젊은 편에 속한 사르한은 충분히 중앙 정계를 노릴 수 있는 입장임에도 서부에 머물렀다.
그렇게 여러 서부 영주들의 가문처럼 오딘 가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정복 전쟁은 베레곤, 오스틴, 얀 공작의 명성을 더욱 드높였고 남부와 동부 전선에 있는 가문들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국경이 없는 서부는 인간들과의 전쟁이 아니라 어둠의 숲 몬스터와 기근과의 싸움으로 허덕였다.
오딘 가도 그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그저 서부의 흔한 가문 중 하나로 전락했다.
남은 건 오직 오래 전의 영광과 백작이라는 작위뿐.
나는 켄에게 물었다.
“사르한을 점찍은 이유는 뭐야?”
“보고서에서 그가 베레곤 공작의 끄나풀인 것 같은 점을 발견했습니다.”
* * *
“전하의 명을 받아 중앙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마이크 후작의 말에 이제 영주들의 탄성을 터뜨렸다.
마이크 후작은 작위가 가장 높음에도, 서부 연합체의 수장임에도 항상 모두가 모이는 자리에서는 말투도 전보다 더 부드럽게 또 존대를 사용했다.
그의 인자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너그러운 미소와 함께 마이크 후작이 말을 이었다.
“아직 이 늙은이를 전하께서 필요로 하시니 기쁠 따름입니다. 이제 막 연합체가 틀을 갖추기 시작했는데, 중앙으로 떠나는 건 다소 아쉽습니다.”
사르한이 입을 열었다.
“후작님이 중앙으로 가시는 건 서부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입니다.”
마이크 후작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젊디젊은 백작은 패기가 가득했지만 결코 서부를 벗어나려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서부의 정치력 강화를 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영지에만 머물러 있는 모순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만약 사르한이 가문의 명성을 등에 업고 중앙에 진출했다면 어떠했을까?
‘충분히 잘했을 것이다. 사르한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엇보다 군주의 기본이 무엇인지 아는 자니까.’
마이크 후작은 어느새 사르한과 아룬을 비교했다.
‘전하께서는 사르한보다는 좀 더 개방적이시지. 수하를 대하는 태도나 파격적인 방식이나.’
마이크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평민, 노예 출신을 직속 수하로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헤밀튼의 능력과 공을 인정하지만 그가 노예 출신이라는 굴레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는 레오드라는 성이 확실히 특별한 것 같군. 폐하께서도 헤밀튼을 귀족으로 만드셨으니까.’
일단 헤밀튼이 귀족이 되었기 때문에 마이크 후작은 그를 차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헤밀튼을 특별히 우대하는 경우도 없었다.
반면 사르한은 달랐다.
그는 제국 건설 이전부터 대륙의 명가 출신이었으며 여전히 백작 작위의 고위 귀족이다.
마이크 후작은 내심 비어버리는 서부 연합체의 수장을 사르한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전하께서 오시는 중이고, 나는 전하를 뵌 뒤 수도로 올라갈 생각입니다. 서부 연합체에 관해서는 전하께서 당도하시면 자세히 일러주실 겁니다.”
사르한은 한 번 말문이 트이자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 후작의 말에 대답했다.
“전하만을 바라보며 전하께서 시키는 일만 할 순 없습니다. 무릇 신하란 군주가 원하는 것을 군주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움직여서 이뤄 드려야 합니다.”
마이크 후작이 물었다.
“사르한 백작께서는 전하께서 당도하시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된다는 말씀이오?”
“전하께서 관심을 가지시는 건 헤밀튼 남작, 아니 헤밀튼 백작 영지에서 나오는 정화의 물과 바로 후작님의 영지와 경계가 닿아 있는 어둠의 숲 몬스터 사냥입니다.”
“맞소. 덕분에 서부가 올해는 기근에서 벗어날 수 있지. 실로 대단한 일이오. 만년 기근에 시달리는 서부가 기근에서 벗어나다니.”
영주 한 명이 말했다.
“모두 전하의 덕분 아닙니까? 정화의 물로 자금이 유례없이 풍부해졌고 그레니안 정복으로 식량의 가격도 떨어졌습니다. 올해 겨울에는 굶어죽는 이들이 없을 겁니다.”
사르한이 다시 나섰다.
“바로 그 점입니다. 우리는 유통망을 점검하고 식량 확보에 대한 예산을 정확하게 정리하여 전하께 보여드려야 합니다. 전하께서 확인하시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겁니다.”
마이크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르한 백작이 말이 옳소. 응당 준비해서 알려드려야지.”
“그리고 전하께서는 요정들에 관한 서부의 자료도 찾아보시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서쪽 숲에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마이크 후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서쪽 숲? 무슨 말이오 사르한 백작?”
“서쪽 숲에 일이 없으시다면 굳이 요정들의 자료가 필요할 리가 없지요. 몬스터 사냥 기사단 중 일부를 서쪽 숲 수색에 투입하는 건 어떻습니까?”
마이크 후작이 고민에 잠겼다.
몬스터 사냥 기사단은 자신의 개인 기사단이 아니라 연합체 소속 기사단이다.
즉, 서부 영주들이 각자 개인 기사들을 일부 차출하여 공동으로 만든 기사단이기 때문에 기사단 일정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된다.
무엇보다 그들은 오직 몬스터 사냥에만 투입하기 위하여 창설한 기사단이다. 그들이 훈련시키는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이크 후작이 말했다.
“좀 더 생각해 봐야 될 문제요.”
사르한이 단호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후작님, 군주께서 원하시는 게 눈에 보이는데 신하가 행하지 않으면 그건 신하로서의 덕목을 어기는 것입니다. 서쪽 숲 정찰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영주 중 한 명은 사르한의 의견에 반대했다.
“서쪽 숲은 요정의 영역입니다. 아직 전하께서 아무 말씀도 없으신데 굳이 위험한 작전에 투입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더구나 연합체 기사단은 오직 몬스터 사냥만을 위해 만든 기사단입니다. 목적을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사르한은 답답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앉아서 전하께서 베푸는 은혜만 받아먹으면 서부 연합체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서부 연합체가 아니라 차라리 전하 직속 수하가 되세요. 그러면 전하께서 지금보다 더 잘 입히고 먹여주실 게 아닙니까?”
마이크 후작이 사르한을 제지했다.
“백작, 말씀이 과하십니다.”
폭언에 가까운 말을 들은 영주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르한 백작은 흥, 하고 자리에 앉았다.
한 번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좀처럼 물러나는 법이 없는 사람이 사르한 백작이다.
‘저래서 사르한의 아버지가 정계 진출을 막은 것인가? 자신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면 정치를 오래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마이크 후작은 결론을 내렸다.
“식량 예산 확보에 관한 자료, 유통망 정비 문제는 사르한 백작의 의견에 따르겠소. 하지만 기사단 정찰 문제는 다른 영주의 말이 더 타당하오.”
사르한 백작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내심은 달랐다.
‘단독으로 서쪽 숲을 정찰해야겠어. 황태자가 요정 정보를 원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 부분에 관해서 베레곤 공작님에게 서신을 써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