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92)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92화(192/278)
192화.
“사, 사제님.”
다레트는 떨고 있는 소녀를 보면서 빙긋 웃었다.
“괜찮단다.”
소녀의 얼굴을 쓰다듬는 다레트의 손길은 어느 때보다 부드러웠다.
소녀의 일그러진 표정에서 두려움이 묻어났다.
“힘겨운 아침을 맞이하며 풀죽을 끓이는 일도, 영주에게 언제 끌려가 학대를 당할까 걱정하는 일도, 동생을 팔아버린 어미와 아비의 매질을 참을 일도 이제는 없단다.”
“사제님, 제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괴상한 액체를 가져오는 다레트를 보면서 소녀는 절망했다.
다레트의 옆에는 이미 사람이라 볼 수 없는 아이들이 이상한 얼굴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온몸에 수도 없이 올라오는 수포는 끔찍한 형상을 자아냈다.
다레트는 소녀의 시선을 따라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저 아이들은 실패작일 뿐이지. 정화의 기운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쓰레기들. 부모도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비참한 인생들이었어. 하지만 나의 실험에 도움을 주었으니 저들은 정화의 신으로부터 축복을 받을 거야.”
다레트가 소녀의 얼굴을 다시 쓰다듬었다.
“그리고 엘리엔 너에게는 거는 기대가 크다. 예전에 이브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나를 기대하게 했다가 반대로 크게 실망시켰지.”
다레트가 입맛을 다셨다.
“하루 종일 스승을 찾는 아이였는데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었단다. 하지만 결국에는 정화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데 실패했지. 반면 엘리엔, 너는 다르단다.”
“살려주세요.”
엘리엔, 고작 열 살이 된 소녀는 다레트의 마법 실험체가 될 운명에 처해 있었다.
똑똑-!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다레트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런, 손님이 온 모양이구나. 잠시 있거라.”
다레트는 엘리엔에게 재갈을 물려 놓은 뒤 계단을 올랐다.
다레트가 계단을 오르자 지하실의 풍경이 바뀌었다. 절묘한 공간 왜곡 마법이다.
문을 열자 단단한 체구의 청년이 다레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사제님.”
이곳에서 다레트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다. 그는 단 한 번도 이름을 밝힌 적 없었고, 그저 사제로만 불렸다.
그리고 열두 번째 사제가 될 자질이 있는 남자, 카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카렌 님이시군요.”
다레트는 카렌을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이면서 말을 이었다.
“그쪽에 앉으세요.”
지하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실험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하는 듯 카렌은 대수롭지 않게 다레트가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마침 영주님께 받은 차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구휼해주는데 고마움을 느끼시고 신전에 기부하셨는데 향이 아주 좋습니다.”
카렌은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다레트가 차를 내리면서 물었다.
“신전까지는 무슨 일이십니까? 본가에 근심이라도 생겼나요?”
카렌은 현재 제인의 본가에서 기사 노릇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다레트는 그 제인 휘하의 영주 중 한 명의 영지에서 구휼을 빙자한 실험과 포교에 나섰다.
‘때가 무르익었다.’
평소라면 실험과 포교에 만족했을 것이지만, 다레트가 이곳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바로 눈앞에 있는 카렌 때문이다.
카렌이 정말 열두 번째 사제가 될 자질이 있는지 시험하고 만약 정말 그에게 자질이 있다면 사제로 만들기 위해서다.
다레트가 내놓은 차 속에는 그가 만든 실미향이 섞여 있었다.
실미향, 인간이 마시면 기분이 몽롱해지고 내면에 숨겨져 있던 진실을 말하게 되는 일종의 자백제다.
카렌은 별 의심 없이 차를 마시며 말했다.
“근심이라기보다 가주가 최근 휘하 영주들의 영지에서 구휼을 하고 있는 종교의 사제를 만나보라고 하여 왔습니다.”
솔직하게 대답하는 카렌을 보며 다레트가 물었다.
“우리 신전의 마음이 제인 가주님 귀에도 들어갔군요. 딱히 칭찬을 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모든 종교의 기본은 자비가 아니겠습니까.”
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다만.”
카렌의 눈빛이 순간 빛났지만, 다레트는 눈치채지 못했다.
마침 차를 마시고 있어 카렌의 눈빛을 보지 못한 탓이다.
“영지 곳곳에서 포교 활동이 이루어질 때부터 아이들의 실종 사건이 늘어난 까닭에 가주님의 근심이 많아지셨습니다.”
다레트는 당황하지 않았다.
‘제인이라…… 감이 좋은 놈이군.’
보통의 가주나 영주라면 사제와 아이들의 실종 사건을 연결시키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은 영지의 미래이고 곧 국가의 미래인데 실종 사건이라니. 극악무도한 인신매매범이라도 나타난 모양입니다.”
카렌은 빙빙 돌려 말하는 재주가 없었다. 넌지시 떠보는 대화도 할 줄 몰랐다.
“사제님이 의심스럽습니다.”
누구라도 자신이 범인이라고 지목받으면 당황할 법하지만, 다레트는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갑자기 외부에서 나타난 제게 혐의가 씌워졌군요.”
카렌이 눈을 가늘게 떴다.
심적으로 흔들려 틈을 보일 줄 알았던 다레트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제인 가주님이 저를 의심하여 기사님을 보내신 것입니까?”
“일단 아이들이 실종된 장소가 모두 이 근처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레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저를 연행한다 하더라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가주님을 만나 잘 설명해 드리죠. 지금 가야 합니까?”
카렌이 대답했다.
“네.”
“그럼 저녁은 준비하고 기사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저녁이면 아이들이 몰려오는 시간이니까요.”
카렌은 찝찝한 표정으로 동의했다.
“응접실을 안내해 드릴 테니 그쪽에서 기다려주십시오.”
카렌이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다레트는 카렌이 나가자마자 서랍에서 수정구를 꺼냈다.
첫 번째 사제, 대사제라 불리는 남자에게 수정구를 연결했다.
“대사제님.”
-오, 열 번째 사제님. 성과가 있었습니까?
“그분을 직접 만났습니다. 지금 신전에 있습니다. 실미향도 복용한 상태입니다.”
-자질을 실험할 때군요.
“네. 대사제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마법진을 그려 놓았으니 연결하시고 곧바로 넘어오시면 됩니다.”
-물론 가야지요. 드디어 열두 번째 사제님을 뵙게 되겠군요.
정화의 교단에 예언되어 있는 열두 번째 사제. 정화의 불꽃을 육신으로 받아들이는 존재!
데이모스가 강림할 육체의 주인.
그가 드디어 정화의 불꽃단 손아귀에 걸려들었다.
* * *
그저 병사 한 명이 저주에 걸린 가벼운 사건일 수 있었다.
서부에서 사람이 죽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일이니까.
어둠의 숲을 끼고 있는 서부로서는 언제나 생존이 최우선의 가치가 될 정도로 죽음과 가까운 곳이다.
그런데 나는 병사의 죽음을 쉽게 잊지 못했다.
“사르한 백작 소식은?”
나의 말에 켄이 대답했다.
“아직 없습니다.”
“요정 짓이라 생각하나?”
내 말에 릴리안이 대답했다.
“요정 짓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일단 요정은 저주 마법은 사용하지 않아. 저주 마법은 흑마법사의 특기이지.”
켄이 릴리안의 의견에 자신의 의견을 보탰다.
“물론 그렇습니다. 다만 병사가 온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가 서쪽 숲입니다. 바로 요정들의 구역이죠.”
요정의 구역에서 온 병사가 저주 마법에 죽었다.
끔찍한 말을 남기고 죽었기 때문에 병사들은 물론이거니와 서부인들 전체가 불안에 빠졌다.
“말 내용 자체는 요정의 숲에 들어온 인간들을 징치하는 내용과 악의 근원을 인간이 불러들인다는 경고였습니다.”
켄의 말이 이어졌다.
“인간이 악의 근원을 불러들이고 있기에 요정이 대륙을 수호하는 입장에서 인간을 죽이겠다, 라는 내용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죠.”
릴리안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릴리안, 뭔가 특이한 것을 발견했어?”
“일단 그 병사 시체를 좀 조사해 봐야겠어. 아무래도 다레트 놈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 정신 마법은 흑마법 중에도 상당히 고위 마법이야.”
릴리안의 표정은 한없이 굳어져 있었다.
“요정이 아닐 거야. 만약 요정이 아니라면 문제가 심각해. 다레트 놈이 연관된 조직, 정화의 불꽃단이라 그랬나?”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화의 불꽃단 놈들이 황태자 전하의 일정을 모조리 꿰차고 있고 요정 구역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
켄이 릴리안의 말에 동의했다.
“전하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하여 요정과 서부를 이간질하고 있습니다.”
“맞아. 마그마의 분노를 얻기 위해서는 요정의 협수가 필수적이야. 혹은 그들과의 대치가 이뤄질 수도 있지.”
릴리안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서쪽 숲에 들어가기도 전에 서부인들과 요정들의 갈등이 일어났어. 전쟁에서 죽은 것도 아니고 정신 마법으로 죽은 병사의 모습은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으니까.”
비참한 죽음, 병사의 죽음은 그 이외의 말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릴리안이 사르한 백작 이야기도 꺼냈다.
“만약 사르한 백작마저 서쪽 숲에서 시신으로 돌아온다면 서부 영주들은 어떤 식으로든 요정들에게 보복하려 들 거야.”
릴리안의 정세 판단은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켄이 보충 설명을 더했다.
“서부 영주들끼리는 결속력이 강합니다. 사르한 백작은 오딘 가의 가주로 서부에서 명망이 높았죠. 아마 영주들이 전하께 건의하여 서쪽 숲 토벌을 제의할 수도 있습니다.”
켄은 그 이상의 일도 그리고 있었다.
“어쩌면 황궁에 정식으로 보고해서 요정과의 전쟁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일이 시작부터 꼬이고 있었다.
“릴리안, 일단 시체를 조사해서 흉수를 정확하게 밝혀줘. 요정이든 비밀 조직이든 심각한 문제니까.”
나는 릴리안의 예상처럼 비밀 조직이 끼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미친놈들이군.’
처음으로 비밀 조직과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의 방식은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병사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온몸이 뒤틀리고 피부에 수포가 잔뜩 나서 차마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징그러운 상처들을 안고 숨을 거뒀다.
거기에 정신이 완전히 지배되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최대한 빨리 살펴보고 보고할게.”
릴리안이 대답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나간 뒤 나는 이마에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시작부터 꼬이고 있어.”
“정화의 불꽃단에 대하여 헤밀튼 단장이 조사하고 있으니 조만간 많은 정보들을 취득할 수 있을 겁니다.”
켄이 나를 위로했다.
“솔직히 그놈들에 대해 조금 쉽게 생각했어.”
나는 그들을 만만하게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켄도 마찬가지였다.
“네. 대륙의 국가들에 오랫동안 영향력을 끼쳐 온 놈들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들이라 하여 무시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서부인들이 흔들리고 있어. 이곳은 나의 정치적 기반이자 내 세력의 주류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야. 이곳이 흔들리는 건 곤란해.”
벌써 마이크 후작부터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는 병사의 모습을 본 뒤 황도로 올라가는 것을 이틀이나 미뤘다.
일단 영지민들을 안정시킨 뒤 올라가겠다고 보고했는데, 거부할 수가 없었다.
“사르한 백작부터 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맞아. 휘하 병사가 그 꼴로 돌아왔는데 사르한 백작이라고 무사할 순 없겠지.”
“베레곤 공작의 끄나풀로 의심이 되었는데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베레곤 공작을 잡으려 사르한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실종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혹은 오늘 돌아온 병사처럼 죽거나.
“서쪽 숲을 가긴 가야겠어.”
켄이 동의했다.
“네. 요정을 직접 만날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서부의 요정 자료들을 살펴보기 전에 곧바로 서쪽 숲으로 간다. 지금은 앉아서 정보를 취득할 때가 아니야. 움직일 때지.”
나는 한 가지를 걱정했다.
“설마 서쪽 숲까지 정화의 불꽃단이 있는 건 아니겠지?”
켄이 고개를 저었다.
“요정의 영역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내 몸을 휘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