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93)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93화(193/278)
193화.
사르한 백작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이틀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결국 나는 백작을 실종 처리한 뒤 수색 작전을 명령했다.
황궁에 보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귀족, 그것도 백작 작위의 고위 귀족이 실종되었다는 건 제국 전체로 보아도 상당히 무게감 있는 사건이었다.
“가뜩이나 남부 연합체 때문에 대전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백작의 실종 사건까지 더해졌으니 당분간 황궁도 무척 바쁘게 돌아가겠군.”
나의 말에 켄이 동의했다.
“맞습니다. 테드 이황자님이 남부로 내려갔고, 전하께서도 서부로 오고 대전의 시선이 제국 접경 지역 쪽으로 쏠려 있는 상황입니다.”
켄의 말이 이어졌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을 겁니다. 전하께서 직할령이 아니라 서부에 오는 것부터 반대한 이들이 많았으니 서부에서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궁금해하겠죠.”
“성년식이 무사히 끝났어도 여전히 나는 시험대에 올라와 있군.”
내 어조가 씁쓸하게 느껴졌을까?
올리비아가 위로했다.
“서부는 중요한 곳이고 전하의 기반이라 하셨잖아요. 대전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전하께서 돌보실 곳이니 잘 해결하시면 전하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서부 영주들의 충성심이 더욱 높아질 거니까요.”
아직 사르한 백작이 베레곤 공작의 끄나풀일 것 같다는 사실을 켄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올리비아도 마찬가지다.
그녀 역시 내가 사르한 백작 수색 작전을 명령한 것을 군주가 신하를 찾기 위하여 대대적인 작전을 명령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나도 굳이 바로잡지 않았다.
사르한 백작이 베레곤 공작의 끄나풀이라는 증거를 아직 잡지 못했으니 벌써부터 수하들에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어쨌든 먼저 출발한 수색대들에게 서쪽 숲은 들어가지 말라고 확실히 경고했지?”
켄이 대답했다.
“네. 서쪽 숲 부근만 수색하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습니다.”
사르한 백작이 서쪽 숲 안에서 실종되었을 확률이 높지만, 나는 수색대를 서쪽 숲 안으로 투입하지 않았다.
수색대마저 요정들에게 당하면 문제가 심각해지니까.
‘요정들이 병사를 그 꼴로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사람들은 요정 짓이라 생각하니까. 그리고 실제로 요정들이 그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나는 게일, 릴리안, 올리비아를 필두로 서쪽 숲으로 직접 가볼 요량이다.
소드 마스터 두 명과 8서클 마법사 그리고 최상급 정령사로 이루어진 파티는 아무리 요정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할 수 없으니까.
나는 새삼 올리비아의 존재에 든든함을 느꼈다.
“서부는 어때?”
나의 말에 올리비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황궁과 동부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는 곳이네요. 광활한 서쪽 숲과 죽음으로 이루어진 어둠의 숲이 공존하는 것도 신비롭고요.”
“내일은 직접 서쪽 숲으로 가봐야겠어.”
아마 오후쯤에는 수색대가 수색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나는 솔직히 그들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서쪽 숲에서 실종되었겠지.’
병사를 비참하게 죽인 게 요정이든, 비밀 조직이든 숲 안에서 일을 벌였을 것이라 짐작했다.
“직접 가시면 위험할 것 같습니다.”
켄이 말렸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마그마의 분노를 얻기 위해서는 서쪽 숲에 가야 돼.”
나는 집무실에 모여 있는 수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게일, 릴리안, 올리비아가 있잖아. 나도 만만치 않은 전력이고. 지금 전력만 놓고 보면 우리는 국가와 전쟁을 해도 결코 모자라지 않아.”
켄도 우리의 전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래도 조심하셔야 됩니다. 요정에 관한 정보는 너무 부족하니까요.”
“그들이 한때 중간계를 지배했던 종족이라지만 우리도 결코 약하지 않으니 괜찮아. 자, 내일 출발을 위해서 다들 준비하자고.”
나는 수하들을 내보낸 뒤 켄만 남겼다.
올리비아에게도 시선을 주면서 켄과 독대했다.
켄은 나와 독대를 시작하자 수하들 앞에서 자제했던 본심을 꺼냈다.
“요정과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는 예상했어.”
나의 말에 켄이 도리어 놀랐다.
“전하께서는 모든 일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을 추구하시는 줄 알았는데요.”
“마그마의 분노는 요정들이 신성시하는 세계수가 있는 곳에 있는 것으로 추정돼. 요정들조차 허락된 이들만 출입하는 곳을 인간이 가게 둘까?”
“아뇨. 결사적으로 막겠죠. 그리고 우리는 반드시 가야 되니 갈등이 일어날 거고요.”
“일단 대화로 해결을 해보겠지만 나는 마그마의 분노가 요정들 손에 있다고 보고 있어.”
켄이 눈을 가늘게 떴다.
“결국 요정들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겠군요.”
“맞아. 내가 릴리안에게 약속했으니까. 마나의 서약을 맺은 이상 나는 마그마의 분노를 반드시 릴리안에게 줘야 돼.”
켄이 마나의 서약 내용을 짚었다.
“위치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서약은 지키셨습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서약은 지켰지. 하지만 나는 릴리안에게 암묵적이나마 마그마의 분노를 찾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어.”
내가 말을 이었다.
“군주가 신하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는 건 무엇보다 중요해.”
“그렇습니다. 군주의 약속은 천금과도 같은 것입니다. 요정과의 갈등이 일어나더라도, 서약 내용에는 없더라도 릴리안과 전하가 직접 말이나 문서로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마음이 통한 부분이라면 반드시 지켜야겠죠.”
“사르한 백작 말이야.”
나는 화제를 사르한 백작으로 돌렸다.
다른 이들을 모두 내보낸 이유도 사르한 백작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네.”
“베레곤 공작의 끄나풀이 확실할까? 비밀 조직의 끄나풀일 가능성은 없나?”
“다방면으로 검토했지만 애트란 가문의 흔적만 발견되었습니다.”
나는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애트란 가문과 사르한 백작이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주인이…… 비밀 조직의 끄나풀일 가능성은 없나?”
켄의 얼굴이 굳어졌다.
내가 제시한 가능성이 의미하는 건 한가지다.
애트란 가문에 비밀 조직, 정화의 불꽃단이 있을지도 모른다.
* * *
다음 날 마이크 후작은 황도로 떠났다.
나는 마이크 후작을 배웅한 뒤 게일, 릴리안, 올리비아를 필두로 사르한 백작 수색에 나섰다.
미리 보냈던 수색대는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들은 서쪽 숲 인근을 샅샅이 뒤졌지만 사르한 백작이 서쪽 숲 안으로 들어간 흔적만 찾았을 뿐 나온 흔적은 찾지 못했다.
덕분에 사르한 백작이 서쪽 숲에서 아직 나오지 않아다, 라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리오덴 부단장을 데려올 걸 그랬습니다.”
켄은 마이크 후작 성에 남았고 내게 말을 한 건 게일이다.
게일 역시 리오덴의 풍부한 경험과 추적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리오덴과 데이비드는 직할령 그레니안 치안을 위해서 떠났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게일이 그동안 고생해서 키운 기사들이 있잖아.”
나의 말에 게일이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마흔 명의 기사가 나와 함께 수색에 나섰다.
마흔 명 중 스무 명이 황태자 직속기사단 소속 기사들이다. 나머지 스무 명은 서부 영주들에게 지원받은 기사들이다.
서부 출신 기사들이 길을 잡고 있었고, 첫 임무나 마찬가지인 내 직속 기사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일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니 더 많은 수련이 필요합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첫술부터 배부를 순 없어. 차근차근 경험을 쌓고 수련을 하다 보면 어엿한 한 명의 기사로 거듭나겠지.”
나는 기사들을 독촉할 생각은 없었다.
누구나 처음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처음부터 강한 기사를 영입하면 키우는 수고야 덜겠지만, 키우는 기사들보다 강한 충성심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봄 평가 대회 출신 기사들은 모두 그레니안으로 보냈잖아. 게일도 저들을 키우고 싶어서 서부로 데려온 것이고.”
“네. 전하.”
그 정도로 신입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한 뒤 나는 본격적으로 수색에 관하여 논의했다.
“리오덴이 없으니 우리가 알아서 사르한 백작의 흔적을 찾아야 돼. 아마도 서쪽 숲에서 실종되었을 확률이 가장 높겠지.”
말을 하면서 어느새 광활한 서쪽 숲이 보였다.
올리비아가 탄성을 자아냈다.
“실종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넓은 숲이지?”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끝이 보이지 않네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지대가 높아 서쪽 숲을 살짝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다.
위에서 보는 서쪽 숲은 지평선마저 가득 메우고 있어 그 크기를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릴리안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서쪽 숲은 제국과 거의 비슷해.”
“제국의 크기와 비슷하다고?”
나도 서쪽 숲을 아주 넓은 숲이라고 설정했지 그 크기를 정확하게 묘사한 기억은 없었다.
릴리안이 대답했다.
“옛 피레온 왕국 영토를 제외하고 기존의 제국에서 수도 넓이 정도를 제외하면 서쪽 숲과 크기가 거의 비슷할 거야.”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숲 하나가 왕국도 아니고 무려 제국의 크기와 비슷하다. 상상이 잘되지 않았다.
“세계수는 서쪽 숲 가운데, 저기 하늘까지 닿아 있는 나무들 사이에 있어.”
서쪽 숲 중앙은 특이하게 구름에 닿는 나무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그곳에 세계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가 갈 곳이지.”
나는 릴리안을 말렸다.
“오늘은 사르한 백작 수색을 위해서 나온 거야.”
“알고 있어. 황태자 전하가 언젠가는 갈 곳이라는 말이지.”
릴리안은 기대에 찬 눈동자로 세계수를 바라보았다.
나는 길을 재촉했다.
“그만 가자고.”
우리는 높은 지대를 내려가고 본격적으로 숲 근처로 걸음을 옮겼다.
말은 타고 오지 않았다. 어차피 숲 안으로 말을 타고 들어갈 순 없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숲에 도착했고 나는 숨을 골랐다.
“여기까지가 기존 수색대가 사르한 백작이 숲으로 이동한 경로였어. 이제 숲 안으로 들어가면 흔적을 우리가 찾아야 돼.”
내 말에 모두의 얼굴이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나는 호흡을 고르며 숲 안으로 들어갔다.
숲 안은 바깥과 완전히 다른 세계 같았다.
예전에 들어왔을 때도 느꼈지만, 최상급 정령사가 되니 숲이 가진 본연의 기운이 훨씬 더 진하게 느껴졌다.
청량하고 생명력이 가득했다.
그리고…… 살기가 느껴졌다.
챙-!
올리비아는 어느새 검을 뽑았고 날아온 화살을 쳐냈다.
“백작은…… 실종되지 않았을 수도 있겠군.”
내 말은 백작이 화살의 주인에게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있었다.
나의 말과 함께 실피드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연속해서 날아오던 화살이 뚝 그쳤다.
‘요정인가?’
나는 실피드를 향해 말했다.
“찾아봐.”
굳이 무엇을 찾아보라고 말하지 않아도 실피드는 내 의식을 읽고 빠르게 움직였다.
게일, 올리비아 그리고 릴리안까지 전투태세를 갖추며 주위를 살폈다.
-요정들입니다.
실피드의 말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도망치고 있습니다.
-길을 막아.
나의 마나 홀이 요동치면서 실피드가 강력한 바람을 일으켰다.
콰아앙-! 쾅-!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에 나와 일행들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더러운 인간 따위가 최상급 정령이라니.”
가장 먼저 만난 요정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나는 헛웃음을 삼켰다.
공격한 건 저들이다.
나는 방어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 적반하장의 태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리 서쪽 숲이 요정의 영역이어도 우리는 적대적인 기운을 풍기지 않고 들어왔을 뿐이다.
서쪽 숲에 출입문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살기 담긴 화살을 날린 건 요정들이다.
나는 그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입을 열려는 찰나, 요정의 말이 이어졌다.
“악마의 추종자들, 중간계를 더럽히려는 인간들을 말살한다. 상대는 최상급 정령, 태초로부터 내려오는 봉인 해제를 엘프의 어머니 하이 엘프의 핏줄로서 허락한다.”
요정들의 기운이 순식간에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