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Son of the Final Boss RAW novel - chapter (196)
최종 보스의 아들이 되었다-196화(196/278)
196화.
나는 당장 조사에 나서고, 확실한 증거를 잡고,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렌은 내 생각과 조금 달랐다.
“푹 쉬십시오. 오늘은 요정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니, 당분간 축제를 벌일 예정입니다.”
릴리안이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축제?”
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과 교류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세계수는 제게 많은 것들을 알려주지만, 맹약의 주인에 관한 건 전설처럼 느껴졌을 뿐 실제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요정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은 다르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말했다.
“뭐. 일단 알아봐야 될 것도 많고. 요정들과 협조가 필요한 일인 것은 확실하니 며칠 머물겠습니다.”
“필이 안내해드릴 겁니다.”
필은 나와 올리비아, 게일 그리고 릴리안을 거대한 나무로 안내해주었다.
나무 안은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필이 몇 가지 음식을 챙겨 주었는데 대부분이 열매다.
딱히 메뉴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들의 축제에 관하여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오늘은 일행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필이 나간 뒤 나는 실피드를 불렀다.
“마이크 후작 성으로 가서 우리와 요정들 이야기를 전해줘. 마왕에 관한 이야기는 함구하고 우리가 요정들과 사르한 백작의 행방을 찾았다는 정도만.”
실피드가 짧게 대답했다.
“주인이시여, 불가능한 일입니다.”
최상급 정령이니 이 정도 일은 당연히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부, 불가능해?”
“네. 이곳과 마이크 후작성은 상당한 거리입니다. 현재 주인의 능력으로는.”
실피드는 말을 잇지 않았다.
릴리안이 끼어들었다.
“전하, 최상급 정령이라고 만능은 아니지.”
“그, 그러네.”
나는 민망해서 얼굴을 긁적거렸다.
릴리안은 곧바로 해결책을 꺼내 놓았다.
“혹시 몰라서 마이크 후작성에 수정구 하나 놨어. 이걸로 연락해.”
“고마워.”
마이크 후작성에 우리의 사정을 대충 알린 뒤 게일과 릴리안에게도 쉴 시간을 주었다.
나는 올리비아와 둘만 남은 뒤 기지개를 폈다.
“뭔가 엄청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 같은데 막상 요정을 만났을 뿐이라는 말이지.”
“사르한 백작이 실종되고, 그들이 악에 물들고 그 악의 정체가 마왕을 강림시키는 이들과 관련되어 있다. 정리하면 이 정도죠.”
“엄청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건 맞구나.”
나는 올리비아에게 비밀 조직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그녀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말한 적은 없었다.
나는 차근차근 설명했고 올리비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올리비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의 일도 어머니 일이지만 내가 정말 놀란 건 아버지였지.”
스스럼없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 나를 보며 올리비아가 물었다.
“폐하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 아버지. 아버지하면 떠오르는 건 냉정함, 철혈의 황제 뭐 그런 것들…… 혹은 두려움?”
올리비아도 동의했다.
“평범한 분은 아니시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사랑, 뭐 그런 것들은 솔직히 의외였어. 나는 아버지가 나를 미워하는 줄 알았거든. 무능했으니까.”
아버지는 오직 능력 있는 사람만 사람 취급을 하는 줄 알았다. 실제로도 그 생각은 크게 변함이 없다. 내가 이만큼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아버지의 진짜 모습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성격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 단지, 전과 다르게 아버지가 피 한 방울조차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 그저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그로 인하여 변해 버린 안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나는 짧게 말했다.
“어쨌든 마왕을 강림시키려는 미친놈들과 어머니를 죽인 비밀 조직과 연관점이 많아. 지금 상황에서는 같은 조직이라고 보는 게 옳겠지.”
조만간 켄이 요정 마을에 올 것이다. 그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상황 판단은 켄이 훨씬 낫고, 앞으로 계획 역시 나보다 훨씬 세밀하게 세울 거니까.
문제는 렌이다.
‘내일쯤 양해를 구해야겠어.’
요정들이 요정 마을에 출입을 허락한 건 나와 올리비아, 게일, 릴리안 네 명이 전부다. 함께 온 기사들은 모두 돌려보냈다.
나는 딱히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렌을 볼 때 충분히 용통성이 있었다.
“네. 마법서를 찾고 동부로 떠날 생각이었는데 중간계 위기라니, 생각지도 못하게 일이 커지는 느낌이지만 괜찮아요. 전하께서는 충분히 잘해내실 거예요.”
“마법서를 찾고 아버지께 들려야지.”
“서신을 보내시는 건 어때요?”
올리바아의 제안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피레온 왕국 후작이 비밀 조직 일원이었어. 제국에도 분명 그들이 심어 놓은 사람이 있을 거야.”
“설마 황궁에도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비밀 조직 일원이?”
“맞아. 헤밀튼이 밝힌 조직 이름은정화의 불꽃단, 오염된 세상을 불꽃으로 정화시킨다는 미친놈들이지. 그 불꽃은 아마도 마왕을 뜻하는 것 같고.”
아귀가 하나씩 들어맞는다.
‘어디를 가나 미친놈들은 있기 마련인데 이놈들은 꿈이 지나치게 커.’
문제는 그 조직이 가지고 있는 힘과 영향력이다. 미친 생각을 실행 시킬 힘과 영향력이 있으니 정화의 불꽃단은 위험한 놈들이다.
“황궁에도 분명히 있을 거야. 공작가에도 숨어 있을지도 모르지. 서신은 위험해. 직접 대면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게 좋아. 아버지는 물론이거니와 제임스 공작님에게도.”
“화이트가에도…….”
올리비아의 표정이 절로 심각해졌다.
“공작님 지근거리에도 숨어 있을 수 있어.”
* * *
요정들이 환영의 축제를 열었다.
마음이 급했지만, 당장 내가 요정들을 독촉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정보도 중요했고, 렌은 축제가 끝난 뒤 본격적인 논의를 하겠다고 못 박았기에 어쩔 수 없이 기다렸다.
그나마 위안인 건 요정 마을에 켄도 들어오게 해 준 덕분에 지금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원을 사는 종족이라 그런 걸까요? 중간계의 종말 어쩌고 하면서 할 건 다하네요.”
켄은 요정들이 마시는 음료를 마시며 히죽거렸다.
“아니면 자신감이 넘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고작 인간 따위가 마왕을 소환하려고 해보았자 자신들의 손바닥 위다. 뭐 그런 마음일 수도.”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저들도 큰일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어. 만약 위기를 느끼지 않았다면 애초에 우리를 요정 마을에 들어오게 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면 진짜 개념이 없는 종족이네요.”
“뭐, 생각이 다를 수 있지. 같은 인간들끼리도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데 하물며 저들은 요정들이야.”
나는 굳이 요정들의 생각을 읽으려 노력하지 않았다.
켄의 말이 이어졌다.
“요정들은 꽤 좋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 적당히 협력해서 정보를 얻으면 됩니다.”
“마법서랑 직할령 문제만 생각하고 있다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튀어 나왔어.”
“폐하의 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켄은 내게 당부했다.
“이미 오랫동안 정화의 불꽃단을 추적했던 폐하이시니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이번 요정 마을에서 보고 겪은 것을 알려드리면 적극적으로 나오실 가능성도 높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베레곤 공작 쪽을 좀 더 파보아야겠군요. 정황을 볼 때 사르한 백작은 정화의 불꽃단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제시했다.
“혹시 요정 중에도 비밀 조직이 침투해 있지 않을까?”
분명 켄에게만 말하기 위하여 정령들로 소리를 차단했지만, 렌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렌의 표정은 살짝 굳어 있었다.
“정화의 불꽃단이라 부르는 모양이군요. 마왕을 강림시키려는 악마의 수족들을요.”
켄이 나섰다.
“네. 일단은.”
“보통 악마의 수족들은 자신들의 본심을 숨기고 타인을 이용하기 위하여 접근하죠.”
내가 물었다.
“자신들의 본심을 숨기고 인간뿐 아니라 요정에게 접근할 수도 있는 겁니다.”
“요정 마을에 들어온 인간 자체가 여러분이 유일합니다. 그럼 여러분 중 악마의 수족이 있나요?”
렌은 내 발언이 꽤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기존의 모습과 다르게 무척 날카로웠다.
그래서 나는 평소보다 더 태연하게 대답했다.
“없습니다.”
“요정은 인간과 다릅니다. 세계수에서 태어나는 우리들은 악에 물들지 않습니다. 혼란 속에서 태어나는 인간들과 다릅니다.”
켄이 물었다.
“무엇이 다르다는 말입니까?”
“인간은 어디에든 물들 수 있는 혼란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요정들은 중간계의 균형과 흐름을 지키는 세계수에서 태어나죠. 세계수가 나눠주는 기운의 양에 따라 관리자 요정, 하이 엘프, 일반 요정으로 나눌 뿐 우리는 균형의 종족입니다.”
렌의 설명이 이어졌다.
“균형의 종족인 우리는 악에 물들지 않습니다.”
켄은 내 의견에 동감하는 것일까? 다소 공격적으로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쉽게 악에 물들 수 있는 겁니다. 인간은 혼란을 상징하는 종족이기에 서로를 끝없이 의심하지만 요정은 아니니까.”
렌이 눈을 찌푸렸다.
어느새 축제의 음악 소리는 멈췄고 모든 요정들이 나와 켄, 렌을 주목하고 있었다.
“세계수, 중간계의 가장 맑은 기운을 받아 태어났기 때문에 더 쉽게 악에 물들 수 있는 겁니다. 시궁창은 더럽혀 보았자 티도 나지 않지만 맑은 물은 검은 잉크 한 방울이면 쉽게 검게 만들 수 있거든요.”
“감히!”
어떤 요정의 분노에도 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 쉽게 물들고 더 빠르게 달라질 겁니다. 인간 사회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는 정화의 불꽃단이니 요정들이라고 손을 뻗지 않을 리가. 관리자께서 현명하게 생각하시리라 믿습니다.”
렌이 쓰게 웃었다.
“역시 인간과의 협력은 어렵네요. 우리들만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맹약의 주인 때문에 인간과의 협력을 생각했던 건데.”
“협력은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협력 관계이기 때문에 더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서로가 믿을 수 있어야…….”
렌이 켄의 말을 끊었다.
“오늘은 이만 하시죠. 내일 뵙겠습니다.”
일방적인 축객령이었지만 나와 켄은 물론이거니와 올리비아, 게일, 릴리안도 망설이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삐거덕거리는군.’
나는 켄을 나무라지 않았다. 필요한 말을 했으니까. 꼭 한 번 점검해봐야 하는 일인 것도 사실이다.
내심 의심하는 바도 있었다.
‘왜 요정들은 지난날의 역사를 깨고 우리와 협력할까? 그리고 사르한 백작의 시신은? 마왕 소환 마법이 새겨진 인간들을 살려둔 이유는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의문은 깊어졌지만 풀 수 있는 길은 요원해보였다.
릴리안이 우리 숙소로 정해진 나무로 향하면서 내게 물었다.
“전하는 요정들과 계속 함께할 생각이야?”
“마법서를 찾아야지.”
“이런, 마법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거구나?”
내가 요정들에게 협력하는 진짜 이유. 중간계의 위기, 어머니의 복수도 있지만 마법서 ‘마그마의 분노’ 때문이다.
본래 서쪽 숲 방문 목적 자체가 마법서를 찾기 위함이 아닌가.
“괜히 미안하네.”
“우리가 서부에 온 이유는 마법서를 찾기 위해서였다. 사르한 백작 일은 이곳에 와서 벌어진 일이야. 본래 목적을 잊으면 안 돼. 가장 중요한 건 마법서다.”
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해봐야겠군요. 아직 요정들에게는 마법서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했죠?”
“맞아.”
내 말에 켄이 릴리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릴리안, 내일 나랑 관리자라 불리는 요정들 좀 만나요. 마법서부터 찾고 움직이죠.”